(참고용으로 인터넷에서 찾아온 AI 이미지)

출처: https://www.chichi-pui.com/posts/0eacb1c2-d3d8-4404-8400-4c29c9abf6cb/




당신은 기억하고 계신가요?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면서도 얼굴은 빨갛게 물들인 채 제게 꽃을 건네주셨던 우리의 두 번째 만남을?



어머니를 잃고나서 다시는 울지 않기로 스스로에게 맹세했던 제게 슬픔을 흘려보낼 수 있도록, 당신의 넓은 품을 허락해주셨던 그 어두운 밤을?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에 지친 제가 푸념을 늘어놓으면, 당신이 그때마다 묵묵히 들어주시던 나날을?





제가 모든 걸 잃었을 때, 아무런 가치도 없는 저를 내치시지 않고 계속 보살펴주시며 제게 건네주신 위로의 한마디를?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어 괴물로 전락한 제가 함께 가자며 유혹했을 때, 단칼에 거절하지 못하시고 잠시나마 고뇌에 찬 표정을 지으시던 순간을?





우리가 함께 했던 그 모든 순간들을, 당신은 기억하고 계신가요?





* * *





기억하고 말고. 어디 그뿐인가?





부모의 뒤에 숨어있던 그대가 수줍은 얼굴로 내게 인사하던, 우리의 첫 만남도.



그대가 강해지고 싶다는 소망을 이루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검을 휘두르며 자신을 갈고닦던 모습도.



어디서든 서로 눈이 마주칠 때마다 잠깐동안이지만 그대가 말없이 지어줬던 아름다운 미소도.





망가져버린 그대가 끝내 괴물로 변하는 순간, 세상에 울려퍼졌던 슬픔과 기쁨이 뒤섞인 환희도.



헤어진 지 수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우리 모두 몸과 마음이 엉망진창이 되었음에도 서로를 만나자 예전과 같은 기백으로 대치하고 있는 이 순간도.





그대와 함께했던 그 모든 시간들을 잊은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다.



그러니 이제 끝내도록 하자. 그마저도 잊어버리기 전에.



* * *


구상하던 내용 중에 서로에게 애틋한 감정을 품고 있던 주조연 커플이 최악의 미래에선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데, 그상황을 독백하는 느낌처럼 써봤다.


해피 엔딩을 좋아하는 순붕이들을 위해 첨언하자면

저 최악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주인공이 분투하는 게 메인 플롯이고, 주조연 커플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