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소꿉친구 얘기하니까 썰 풀고싶어졌다.


나는 아버지가 군인 장교셨고, 그거 때문에 이사를 자주 갔었다

특히 어릴 때는 거의 1-2년 단위로 이사에 인도네시아까지 이사간 적이 있음


근데 초1때 즈음에 교사가 나를 심하게 체벌했던거 때문에 그 해 겨울에 시골로 이사했어

시골이긴 하지만 그나마 시내 쪽이어서 아예 인프라가 없지는 않은 동네였음

그 동네에 5년동안 눌러살게 될줄은 몰랐지만


거기서 정신없이 이사하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우리 집에서 게임하고 있었어

그 형은 동네 인싸였는데 들어보니 내가 이사온거 보고 놀러온거지

특유의 붙임성과 활발함으로 그 형과는 교사한테 받은 상처가 잊혀질 정도로 빠르게 친해졌음


그 형한테는 두 명의 동생이 있었는데, 한명은 유딩 남자애었고 한명이 이번 글의 주인공인 소꿉친구임

가명으로 성희라고 부를게


성희는 형하고는 반대로 조용한 편이었는데 그래도 내가 형 집에 자주 놀러가니까 자주 보고 그랬어

놀러가면 보통은 내가 노트북 가져와서 게임하던가 반대로 우리 집에서 멀티하면서 놀고는 했지

그렇게 자주 놀러가면서 성희랑 자주 눈도장을 찍었어. 시간이 지나니까 스스럼 없이 대화할 사이까지 되었지

그렇게 걔네 가족이랑은 아주 친해져서 가끔 자러 가기도 했음


거의 5년동안 이런 패턴이었다. 중간에 형이 애니를 가져와서 그때부터 덕후의 길에 빠져버리긴 했지만

그런데 초6때 즈음부터 성희의 행동에 변화가 일어났어

내가 하는 행동들을 빤히 쳐다보거나, 놀고있을 때 자꾸 내 옆에 붙던가, 나름의 호감 표시를 했어


근데 쑥맥에 어리고 눈치까지 없었던 나는 "얘가 지금 뭐하는거지?" 라는 생각밖에 없었어

거진 5년 본 사이인데 익숙하지 않은 행동을 하니까 당황할 수 밖에 없었지

사실 나도 성희를 좋아하지만 걔가 나를 좋아하는 확신도 없고 에이 설마 하면서 그냥 넘어갔어

추측컨데 성희는 그런 내 행동이 답답했을거야


그 날도 평소와 같은 날이었어. 그 집에 가서 형이 바시소 2기를 틀길래 시청 중이었는데

성희가 이불을 뒤집어 쓴 채로  말을 걸어왔어.


"야 순붕아."

"아 성희야. 뭔데?"

"잠깐 이리 와봐. 내가 달팽이집 만들었어."

"뭐야 그게 ㅋㅋ 달팽이집? 그래."


내가 성희한테 다가가서 뭔지 보려고 했을 때

갑자기 성희가 나한테 이불을 감싸면서 나를 꽉 안았어


??? 나는 그대로 얼어버렸지. 그것도 10초동안

이불 바깥에서는 걔네 형과 남동생이 애니를 보고 있는데

우리는 이불 안에서 은밀히 포옹을 하고 있었던 거야.


얼마간의 정적이 흐르고 성희랑 나는 이불에서 나왔어

아마 그때 내 얼굴은 홍당무보다도 빨갰을거다 ㅋㅋ

형이 뭐하녜서 황급하게 다시 애니를 보았는데

성희가 슬쩍 옆에가서 하는 말이


"야 순붕아. 나 손시려워."

"응? 그래?"

"나 따뜻하게 손좀 잡아주라."

"... 그래"


그 뒤의 이야기는 손 잡고있던거 밖에 기억이 안나네


그일 있고 얼마 안가서 성희네 집에서 묵게 되었는데

잠 잘 때 즈음에 희가 내 이불쪽으로 오더라고

진짜 심장 쿵쾅거리고 죽을거 같았음(이때는 야동이고 뭐고 몰랐다. 완전 순수한 생각밖에 못함)

그러고는 희가 나에게 속삭이면서 꺼낸 말이


"순붕아. 너 나 좋아해?"

"응 좋아해"

"나도"

"..."

"나 언제부터 좋아했어?"

"오래전부터..."


솔직히 이쯤 되면 사귀자라고 안하냐 그러겠지?

근데 현실은 시궁창이었다!


시골에 이사하고 5년 동안 아빠는 연달아 진급 실패로 좌절하고 계셨어

얼마없는 TO 붙잡아보겠다고 서울 방위사업청 쪽 알아보고 계셨는데

그럼 필연적으로 이사를 가야하잖아


솔직히 나는 성적이 좋아서 시골 학교라지만 전교1등 먹고 그랬어

엄마는 내가 농어촌 전형으로 대학을 노려야하는데 이사가는건 안된다 하면서 

의견 충돌로 부모님끼리 막 싸웠어


내가 이사갈지 안갈지 모르는데 고백하고 사귀게 된다면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그래서 고백은 할 수 없었어

나는 존x 병신새끼였지


결말은 뻔하지? 나는 초6때 졸업하고 그대로 서울에 이사하게 되고

성희네랑은 연락을 하기 힘들었으니까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벌써 그때로부터 7년이나 지났네

오랫만에 그 형 연락처를 찾아서 전화해봤는데 곧 군대간다더라

시간이 너무 지나서 그런지 대화하는거 진짜 어색하더라ㅋㅋ

군대 가기전에 만나러 가고 싶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못가고

성희 얘기는 차마 못 꺼내겠음...


언제 다시 성희랑 만날지는 모르겠는데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아직까지 감정이 있을리는 없겠지만.


후 이만 끊는다. 내일 시험있는데 이 zr을 해버렸누. 끝까지 읽어줘서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