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웃음과 싸움. 눈물이 그치지 않는 곳.


나는, 이곳에서 사람들을 지켜보는걸 좋아한다.


용이 그래도 돼? 하지만...


용이니까 하는거다. 용이니까. 허접스런 여우따위의 조잡한 변신술과는 차원이 다른 폴리모프를 가졌으니까.


그래서.


몇백년간 이곳을 지키며 살아왔다.


"아! 흑ㄹ..아니 흑아 아가씨 오셨나요?"


"아..제니르."


"오늘은 뭔가 드시고 싶은 얼굴이신걸요?"


"그래. 뭔가 출출하네..특제 샌드위치 하나 부탁해."


"네~"


...


그나저나.


아까부터 저 기사놈은 왜 자꾸 날 쳐다보는거지?


마물의 냄새라도 맡아버린 건가?


"...옆에 앉아도 되겠습니까."


기사놈이 옆에 앉았다.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물론 난 다른 지역의 개새끼들과 다르긴 하다만..


술을 벌컥 들이키는 기사.


"그..아가씨. 제가 아까부터 멀리서 지켜봤는데 말입니다.."


"...?"


"아가씨. 용이죠..?"


"?!?!?!?"


들켰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


"...아. 아니다! 난 인간이다. 인간..."


"이상하다. 제가 아는 분이랑 좀 닮아..서..죄송합니다."


"제니스 특제 샌드위치 나왔습니다 아가씨~"


"...역시 맛있어. 도대체 어떻게 만드는거지?"


"비밀입니다."


"젠장.."



술과 샌드위치를 배부르게 마시고, 기분이 좋아진 채로 술집에서 나왔다.


"참말로 인간은 뭘 맛있게 잘 만든단 말야..마족 새끼들은 죄다 뭔 이상한 소스만 쳐넣어서 자극적이게만 만들구.."


"...저기. 아가씨.."


"흐익?! 이 씨불럼아! 여길 왜 따라와!!"


"죄송..죄송합니다. 진짜..제가 아시는 분 아니신가요..?"


"아 씨불 그게 누군디! 그게 누구냐고!"


"흑룡...님이요.."


"...."


간절히 자기를 쳐다보길 바라는 눈빛에, 기분좋은 취기는 전부 빨려나가버리고. 


정신이 돌아왔다.


"씨...누군데 너? 내가 도와준 수많은 애새끼들중에 하나야?"


"겔리어드...입니다."


"겔리...겔리어드라고 니가?!!!"


"예..오랜만이죠?"


겔리어드.


3차 대전쟁에서 내가 악마로부터 지켜낸 마지막 인간 왕의 왕자.


"ㄴ..너 왜 왕 안하고 여기서 나돌아다니고 있는건데?"


"저는...당신을 찾아다녔습니다.."



[1화빌런이 되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