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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 수 없다는 것이 이런 건가 싶었다.


아무리 좁은 교회라고 하나, 어디를 가도 사람들이 있었다.

진짜 사람들이었으면 위협적이었겠지만, 시체라서 그런지 하나하나가 강하다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들의 방해가 상당히 거슬렸다.


싸우다 보면, 중간중간 우리를 붙잡아서 방해하거나, 손톱이나 이빨로 공격해서 조금씩이지만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분신으로 뭘 하려고 해도, 사람들이 방해해서 어려웠다.


아무리 그래도 죽은 사람들을 뭉갤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걸 신경 쓸 수가 없었다.


그래, 시체들뿐이었으면 조금은 괜찮았을지도 모르겠다.


온전히 감각에 의지하여, 급히 앞으로 달려 나가면, 바로 뒤에서 공기를 찢는 소리가 지나간다.


생각할 시간 같은 건 없었다.

동물의 감각을 총동원해서, 반사적으로 움직이는 것 말고는 그 공격을 피할 방법이 없었다.

보지도 않고, 바로 총구를 뒤로 돌려 쏴도 시체 중 하나에 맞은 소리만 날 뿐이었다.


안나는 그냥 포기했는지 여기저기다가 폭발의 총알을 마구잡이로 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사람의 숫자가 줄면 괜찮을 것으로 생각해서일 거다.

그런데도 그 얼굴에는 여유가 전혀 없었다.


누군가 그 폭발 사이를 뚫고 안나에게 달려들었다. 라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 그 근처에서 바닥이 부서지는 소리가 여러 차례 들려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다시 커다란 소리와 함께, 반대쪽 벽을 향해 무언가 날아가, 강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들려온 벽에 시선을 돌리면, 벽에 금이 잔뜩 다 있었으며, 그 중심에는 역시나 안나가 쓰러져 있었다.


내가 크게 도약해서 안나에게 가려고 하면, 또다시 누군가 내 다리를 붙잡아, 나를 바닥에 넘어뜨렸다.

내 다리를 붙잡은 손을 날려버리고 안나에게 달려갔다.


그나마 언니의 능력 덕에 신체 강화가 익숙한 나와 달리, 안나는 나보다 상황이 매우 나빠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안나는 공격을 맞을 것 같다. 싶을 때마다 대역을 만들어 피해를 돌리고 있어서, 실질적 피해는 안나가 더 적었다.


나도 대역을 만들 수는 있지만, 익숙하지도 않고, 하나라도 만들려면 시간이 걸려서 안나처럼 응용은 불가능했다.


그런데도 방금의 충격은 안나도 못 흘린 것으로 보였다.

기둥에 부딪히는 순간은 내 눈에도 보였으니까 말이다.

안나에게 빨리 가보고 싶은데, 또 사람들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안나! 괜찮아!?”

“오지 마! 처음에 말했잖아? 난 괜찮으니까 떨어져!”


안나의 소리에 발을 멈췄다.

그래, 처음에 흩어질 때 한 이야기였다.


언니의 능력이라면, 함께 싸우던 도중이라도, 안나가 갑자기 나를 향해 총을 쏴도 이상할 것 없다. 그나마 대처가 가능한 나와는 달리, 안나는 대역을 만들어내도 일정량 이상의 피해가 들어가면 대역은 바로 사라져버렸다.


지금 언니가 안나의 몸을 바로 조종하지 않는 것은, 저렇게 많은 시체를 조종 중이라서 여유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봐주고 있는 것일지 알 수는 없었다.


나와 안나가 싸울 때를 생각해보면, 안나가 조종당한 상태에서는, 간단한 분신을 만드는 것도 안 될 것이다.

안나가 말하기를, 장악당한 상태라면 능력을 시도할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나의 경우가 특이한 경우이겠고, 그렇기에 언니가 방심했던 것이겠지.


하지만, 둘이서 따로따로 움직이기엔 한계가 있다.

하다못해 둘이서 공투하면 할 수 있는 것이 뭐라도 있을 텐데...


“돌겠네! 진짜! 정면으로 싸워도 이기기 힘든데 뭐 하는 짓이야!”


안나는 다시 이곳저곳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못 이긴다고 하지는 않네…


조금 전에 바닥이 부서진 곳을 돌아보면, 말도 안 나왔다.

거대한 망치로 내려친 것도 아닌데, 타일이 부서져 있고, 바닥은 파여있었다.


지하가 없는 게 다행이었다. 있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것이 분명했다.

사실 지금은 교회가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 먼저였다.


그때 누군가 내 다리를 깨물었다.


“죄송해요!”


나는 사과를 하며 반대쪽 다리로, 그 얼굴을 차버렸지만, 다리에 상처가 남아있었다.


그 순간 감이 오른쪽에서 공격이 온다고 말한다.

급하게 왼쪽으로 몸을 피하면, 눈앞에서 지팡이가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세로로 지나갔다.


빗나가려던 공격은 중간에 멈추고, 한 발짝 더 다가온 언니는 다시 한번 지팡이를 가로로 휘둘렀다.


말이 한 발자국이지, 키 차이 때문에 두 발자국은 뒤로 가야 하는 나는 어쩔 수 없이, 몸을 숙이지만, 조금 전처럼 지팡이는 정확히 내 머리 위에서 꺾여 내려왔다.


총을 사선으로 들어 공격을 흘려보려고 했지만, 나는 이미 결과를 알고 있었다.


- 콰직!


그런데 이거는 생각 못 했다.

마법 무기가 원래 부러지기도 하는 건가?

반사적으로 몸을 옆으로 돌리지만, 당연하게도 늦었다.


강한 충격과 함께

잠깐 세상이 컴컴해졌다.


.

.

.


“일어나!”


안나의 목소리를 듣고 가까스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눈앞에서 안나가 소피 언니와 대립하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어?”

“몇초 밖에 안 지났어, 왼팔이 그 모양인데 괜찮은 거야!?”

“왼팔?”


확실히 왼팔에 감각이 이상해서 내려보니 조금 전에 언니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처참히 부서져 있었다.

아니, 거의 반쯤 뜯겨나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어깨뼈는 탈골된 것 같았고, 부서지기 직전인 팔뼈 일부가 보였다.

뭔가 갈비뼈도 조금 나간 거 같았다.


아프다. 진짜 진짜 아팠다.

확실히 엄청 아프다고 느끼고는 있었지만 왜인지 참을 만했다.


“어? 왜?”

“아픈 건 알겠는데, 빨리 정신 차려! 이대로 가다간 진짜 진다고!”


뭐지?

이 감각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상한 기분이지?”


소피 언니가 이야기했다.


“소울젬은 일정량 이상의 고통은 차단하니까 말이야. 정보로서 오는 고통과 실제로 느껴지는 고통의 양이 다른 것을 처음 인지하면, 말로 설명하기 힘든 이상한 느낌이 들지.”

“...아.”

“익숙해지면, 나처럼 감각을 완전히 차단할 수도 있어. 어려운 것은 아니니, 금방 할 수 있을 거야.”


그래서 언니가 팔이 부러져도 아파하는 듯한 느낌이 없었던 거구나.


“자, 그럼 이제 더 할 수 있겠어? 아, 방금의 나처럼 고칠 생각은 하지 마, 지금 네 상태라면 그것도 힘들 뿐만 아니라, 생각보다 어려운 기술이거든.”

“아직 내가 일어서 있어!”

“정말로 너 혼자서 가능하다고 생각해?”


안나는 더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지금까지 싸움이 성립된 것은 언니가 봐줬기 때문인 것이 확실했으니깐.


‘쉿, 조용히 듣기만 하고 있어.’


그때, 누군가 내 귀에다 대고 속삭이고 있었다.

안나였다.


‘지금 저건 대역이야. 내게 작전이 있거든? 일단 언니의 소울젬을 꺼내. 그럼 내가 그걸 가지고 가능한 한 멀리 도망쳐볼게. 100m만 벗어나도 언니는 더는 못 움직이는 거잖아? 시간 좀 끌어줘, 시체들의 방해가 있겠지만, 아마도 10초 정도면 어떻게 될 거야. 알겠으면, 알겠다고 말해. 바로 시작하자.’


“알겠어요.”

“메어리!”


안나의 연기 실력이 대단했다. 누가 봐도 당황해하는 모습이었다.

아니, 일단은 대역의 실력인 건가?


불안하긴 해도, 지금은 방법이 이것뿐이었다.

오른손을 가방에 넣자, 언니의 소울젬이 손에 잡혔다.

살짝 쳐다보니 조금 전보다 훨씬 어두워지긴 했어도, 아직 위험한 상태는 아니었다.


… 10초

아마 안나가 소울젬을 들고 달아나는 순간, 언니는 진심으로 덤비겠지.

이 상태로 진심인 언니에게 10초?

가능은 할까?

5초만 버텨도 대단한 거 아닐까?


‘괜찮아. 널 믿어. 잘못되어도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그래, 나를 믿어주는 친구가 있었다.

아저씨는 마지막에 나를 믿어주며 돌아가셨다.


‘소피를 부탁한다.’


그렇기에… 나는...


“달려!”


소울젬을 꺼낸 순간, 옆에서 준비하고 있던 안나가 노란 소울젬을 들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설마!”


언니는 경악하며, 안나의 분신을 향해 지팡이를 내려 찍기 위해 달려들었다.

분신에 일정량 이상의 피해가 들어가면, 분신이 풀린다.

그렇게 되면 안나는 언니의 능력을 피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둘 수는 없었다.


나는 안나의 분신을 옆으로 밀어냄과 동시에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지팡이 끝부분에 있는 초승달 모양 안쪽을 이용해서, 언니의 공격을 받아냈다.

한 손으로 충격을 그대로 받아낼 수 없으니, 반대쪽을 땅에 충격을 분산시킬 생각이었지만, 내 지팡이는 땅에 박혀 들어갔다.


쾅!


내 지팡이가 박히고 나서야, 언니가 지팡이를 휘두르는 소리가 충격파와 함께 뒤따라 들려왔다.


1초


언니는 지팡이를 그대로 놓으시고, 주먹을 내지르셨다.

다행히 몸을 뒤로 빼는 것만으로, 땅에 박혀있는 지팡이 때문에 팔이 닿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나는 다시 가방에 오른손을 집어넣었다.


2초


언니가 땅에 박힌 내 지팡이를 발로 차자, 지팡이는 바닥과 함께 날라왔다.

나는 가방에서 새로운 지팡이를 꺼내 들어, 파편들을 옆으로 쳐냈다.


3초


파편을 옆으로 침과 동시에, 언니의 마법을 대비한다.

나와 안나의 분신을 함께.

그 사이에, 다시 주먹이 눈앞에까지 다가와 있었다.


4초


뒤에서 총소리가 들려왔다.

언니는 간단하게 총을 피했지만, 주먹이 멈춰있었다.

그거면 됐다.


5초


다시금 언니에게 달려든다.

이번에는 몸을 붙잡았다.

가능하면 언니를 넘어뜨리고 싶었지만, 무리였다.


“비켜!”

“싫어요!”


언니가 나를 떼어 내려고 해서, 잘 안 움직이는 왼팔을 마법으로 어떻게든 들어 올려서, 오른손으로 잡았다.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고, 폐가 갈비뼈에 찔렸는지 숨쉬기 힘들지만, 무조건 막아야 했다.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자는 것이 어려워요? 나름 행복한 삶이잖아요!”


순간 언니가 멈칫한 것이 느껴졌다.


“언니 있다가 저한테 혼날 준비 하세요! 저 진짜 화났어요! 엄청나게 혼낼 거니까 그렇게 아세요!”


조금이라도 더 언니를 붙잡아둬야 한다.


“언니가 없는 삶 같은 건 상상도 하기 싫어요!”


10초는 언제 지나는 걸까. 안나는 잘 가고 있는 거겠지?


“그래도 정말 죽고 싶으시면, 절 여기서 죽이고 가세요!”

“...하”


어이없어하는, 허탈한 한마디였다.


“.....”

“뭐라고요?”


뭐라고 말씀하셨는데, 너무 작게 말해서 잘 못 들었다.


“내가 졌어.”


그 말을 한 언니는 눈에 생기가 사라지며, 내가 밀고 있어서인지, 뒤로 쓰러졌다.

그와 함께, 주변에 있던 시체들도 다 함께 움직임을 멈추고 쓰러졌다.


한순간에 교회가 조용해졌다.

언니는 죽은 사람처럼, 숨을 쉬지 않으셨다. 심장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니, 죽은 사람 마냥이 아니라. 죽은 거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메어리! 나 꽤 멀리까지 왔는데 이제 됐어?]

[......]

[메어리?]

[응, 됐어.]


이제 돌아갈 수 있어…












[근데 우리, 그 교회 정리는 해 줘야 하는 거 아니야? 그냥 가기엔 좀 그렇잖아?]


……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교회 의자는 멀쩡한 것을 찾는 것이 더 어려웠다.

이곳저곳에 무덤을 파고 나온 시체들이 가득했다.

벽과 바닥에 금이 안 간 곳이 없었고, 이곳저곳 폭발의 흔적도 남아 있었다.


……


하다못해 시체들만이라도 다시 넣어주고 가야 할 거 같은데…


해가 뜨기 전에 돌아갈 수 있을까?


아직 돌아갈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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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1 - 설득력 없어보이지만, 소피는 진짜로 둘을 죽일 생각 없었다.

메어리의 팔을 반쯤 찢어버린 그 공격도, 만약 메어리가 못 피했으면 정수리 바로 위에서 멈췄을거다.

그 정도 제어력이 소피에게는 있다.


TMI 2 - 소피의 진심 휘두르기는 음속을 돌파한다. 네, 1초 시점에서 소닉붐 일으킨거 맞습니다.


참고로 소피 지팡이는

대략 요런 모양입니다.

제일 위 초승달 제외하곤 장식이 딱히 없이 심플한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