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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그럼 다른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지. 방금 들어보니 기억 읽기의 마법이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네, 그것 말고도 분신, 투명화, 신체 조종, 단거리 순간이동 같은 마법도 있어요.”


“… 그렇게 다 물어볼 생각은 없었다만, 말해줘서 고맙군. 그렇다면 개인적으로 조금 부탁할 일이 있다. 보수로 그리프시드 몇 개를 건네주지, 도와줄 수 있겠나?”


“아, 잠깐만, 미안하지만 잠깐 내 부탁을 먼저 이야기해도 될까? 지금 아니면 이야기할 타이밍도 없어 보이고, 이곳으로 오면서 메어리한테 부탁 좀 하고 싶다고 먼저 이야기했었거든.”


확실히 부탁이라고 하면 에밀리아 언니의 부탁이 먼저이긴 했다.

에밀리아 언니의 결계를 타고 날아오면서, 마법탄에 대해서 가르쳐주는 대신에 간단한 부탁 하나를 들어주기로 했었으니까.


도착하면 알려준다고 했었지만, 위험한 일도 아니며, 해준다고 하면 오히려 그리프시드도 주겠다고 하셔서, 알겠다고 했었다.


에밀리아 언니의 이야기를 들은 이비씨는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고서, 살짝 짜증이 난 듯 말을 꺼냈다.


“에밀리아, 제 부탁이 무엇일지는 당신은 아시고 계시지요.”


“그래, 알고 있지. 사람 찾기잖아.”


“그렇습니다. 겨우 사람 찾기일 뿐이지요. 하지만 현 상황이 어떤지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이번 홍수로 인하여 그나마 있을 법한 흔적도 다 날아가 수색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도 아실 테고! 뭔가 알고 있을 법한 이들은 하나같이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아시겠지요.”


점차 말하면서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한 이비씨가 그 말을 하면서, 슬쩍 조정상씨를 바라보셨으나, 그녀는 지금 상황이 파악이 안 되는 것처럼 뒤에서 헤실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 얼굴을 보고 다시금 기분이 나빠졌는지 쯧 하고 한번 혀를 찬 관리자씨는 고개를 돌려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어차피 그 아이들의 관리를 부탁할 생각 아니십니까.”


“관리가 아니라, 보호.”


“네, 보호. 어찌 되었든 그 결계는 지금은 여럿이서 돌아가며 보기 때문에 당장은 급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조금 전에도 페더가 아이들을 다 잠재우고 온 것을 저도 함께 보고 오기도 했고요.”


“뭐, 그 정도야 나한테는 별거 아니니까 말이지!”


“그래, 모두 내 억지에 어울려줘서 언제나 고마워하고 있어.”


“그 일에 비하면 현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계신 당신이 지금 제 부탁을 뒤로하라 하신 것입니까?”


“음? 잠깐, 난 그런 의도로 이야기한 것이….”


이비씨가 들고 있던 창을 내리찍자, 중압감이 방안을 채우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서서히 이비씨가 내뿜던 중압감이, 갑작스럽게 숨쉬기 힘들어질 정도로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둘입니다. 둘! 이번 홍수와 함께 갑작스레 그 모습조차 보이지 않게 된 마법소녀가 둘! 그중 하나는 제발 좀 사라져줬으면 했던 자이기는 했으나, 문제는 그 둘만 사라진 것도 아니고, 얼마나 될지도 모를 숫자의 일반인들도 함께 사라졌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면서 마법소녀가 아니면 누가 사라졌는지 기억도 못 하는 상태가 정상이냐! 분명히 이 런던에 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이비 웰즈!”


탁! 하고 에밀리아 언니가 우산으로 바닥을 가볍게 짚으며 소리치셨다.

분명 보기에는 가볍게 내리친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방이 막힌 지하 공간에서는 그 소리가 유독 더 크게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우리를 누르던 중압감이 느껴졌던 것처럼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었다.

또 다른 중압감 같은 것이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에밀리아 언니에게서 사람을 집중시키는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아무도 말하지 못하고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자, 이젠 좀 진정되니?”


“… 후우, 네, 이야기하시죠.”


“내 말의 의미는 내가 먼저 이야기해도 괜찮겠냐는 이야기였지, 네 부탁을 못 들어준다는 이야기가 아니었어. 내 말에 기분 나빴으면 사과할게. 그리고 부탁을 들어주는 것은 메어리야. 결국 결정하는 것은 이 아이라고.”


“… 사과하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흥분했습니다….”


“네가 힘든 거야 누구나 다 알고 있으니까 괜찮아. 그리고 몇 번이나 말하지만, 기본적으로 네가 나보다 더 위야. 난 너에게 대항할 생각도 없고, 네가 그렇게까지 높임말을 쓸 이유도 내가 이렇게 반말할 이유도 없어. 네가 원한 것이 아니었으면 난 지금도 너에게 존댓말을 하고 있을 거야.”


“… 잠시 바람 좀 쐬고 오겠습니다. 먼저 이야기하고 계시지요.”


이비씨가 들고 있던 창을 손에서 놓아버리자, 창은 빛의 가루가 되며 사라졌다.

신기하게도 조금 전까지 창이 박혀있던 장소에는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마치 그곳에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말이다.


그녀는 내가 들어왔던 방문을 향해 걸어가던 중, 나를 보며 이야기했다.


“첫 만남부터 정말로 미안했다. 볼품없는 꼴을 보이고 말았군. 그녀의 용건은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다. 나의 부탁은… 방금 대략적인 사정은 들었겠지만, 자세한 부분은 그녀도 알고 있으니, 대신 들어라. 나는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기본적으로 외부인인 만큼 거절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니, 너무 부담을 가지지 말았으면 하는군.”


“아니요, 전 괜찮아요. 그리고 어차피 분신 능력이 있는 만큼, 두 분의 부탁을 동시에 들어줘도 문제없는걸요? 그리프시드를 주신다면 저야말로 감사하죠.”


내 대답을 들은 이비씨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 허, 하고 웃으시고는


“괜한 무리는 하지 말아라.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라고 어두운 목소리로 말씀하시고 문밖으로 나가셨다.

계단을 올라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잘 가… 조정받는… 것이 아니더라도… 가끔은 놀려와?”


조정상 언니가 손을 흔들며 우리를 배웅해주었다.

조정상이 있는 방 옆에는 또 다른 막혀있는 통로가 있었다.

에밀리아 언니가 앞섰고, 나는 그 뒤를 따라갔으며, 페더가 내 뒤를 따라왔다.

조금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디선가 악취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내가 그 자리에서 바로 말하지 않고 도착하면 말해주겠다고 했었지?”


“네, 그랬었죠.”


“늦었지만 오면서 거짓말을 했던 것은 사과할게, 조정상이 이곳에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너한테 이 거리의 참혹함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어. 너도 봤었겠지만, 이 근방은 하루하루도 살기 힘든 사람들이 정말 많아. 아니, 꼭 이곳만이라고 할 수는 없지. 런던 어디를 돌아다녀도, 당장에 눈앞의 삶을 챙기기 힘든 사람은 어디에나 있어.”


“….”


“내 힘이 부족해서 모두를 도와줄 수는 없어.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주고 싶었어.”


마지막으로 막혀있는 철장의 문을 열어보니, 그곳에는 거대한 지하 굴이 펼쳐져 있었다.

우리가 들어온 인기척에 놀라 도망치는 생쥐들도 있었고, 인기척이 익숙한지 살짝 숨어만 있을 뿐인 쥐들도 있었다.


“고아들, 고아나 마찬가지인 아이들이 잘못된 사회 속에서 희생당하고 있어. 보육원조차 제대로 된 안식처가 되지 못하고 있지.”


언니는 익숙한 발걸음으로 마치 미로 같은 곳을 걸어갔다.

그렇게 멀리 걷지는 않았지만, 이윽고 우리는 하나의 결계를 볼 수 있었다.


겉보기에는 마녀의 결계 같지만, 나는 방금 이것과 비슷한 것을 봤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지금쯤 모두 자고 있겠지만.”


언니는 슬쩍 뒤돌아서 내 뒤의 페더를 바라보았다.

페더는 우쭐거리며 당당히 선언했다.


“옆에서 폭탄을 터트리는 정도가 아니면 괜찮아! 내 마법으로 모두 자고 있으니까!”


“그래도 무리하게 하면 안 되니까 간단히 보고만 나오자.”


“네.”


이번에는 공간이 열리는 식이 아니라, 마치 벽에 들어가는 느낌으로 결계 안에 들어가게 되면 안쪽에는 많은 수의 아이들이 각자 이불을 덮고서 자고 있었다.


주변 풍경은 깔끔하고 넓은 방 안처럼 보였고, 공기는 따뜻했다. 결계의 중심에는 방금 보았던 이비씨의 창과 똑같은 것이 박혀있었다.


“어른들까지 받기에는 내가 지원해 줄 수 있는 자원에도 한계가 있어. 그렇기에 아이들만이야.”


“이 결계를 계속 유지하고 계신 것이에요? 이런 결계가 이곳 말고 또 있어요?”


“이런 장소가 총 3곳. 그중에서 이번에 이곳을 함께 봐주고 있던 마법소녀가 어제 갑자기 사라졌어. 그래서 어제, 오늘은 급하게 페더가 도와줬지만, 이곳을 돌봐줄 마법소녀가 필요해. 나는 주말이 아니면 밤중이라도 밖에 나오기 힘들어. 이곳은 집에서 좀 거리가 있으니, 네가 이곳에 머물 동안만 네가 있던 곳에서 제일 가까운 결계를 돌보던 사람에게 말해서 한 달 동안만 이곳을 봐달라고 할 테니까, 그곳의 아이들을 평일에 좀 돌봐줬으면 해. 온종일 보고 있을 필요는 없어. 하루에 한 번이라도 와서 아이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만 확인해도 좋으니 부탁할게.”


언니의 말을 다 듣고서 나는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이들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제대로 씻기는 하는 것인지 상태가 정말 안 좋은 아이들도 있었고, 옷이 멀쩡한 아이들은 찾기가 더 어려웠다.


나보다도 훨씬 어려 보이는 아이들도, 아기나 마찬가지인 아이들도 몇 있었다.

남자고 여자고 어딘가 다친 아이들이나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아이들도 많았다.


가까이 다가가도 페더의 마법 덕분인지 곤히 자는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면, 얼굴과 몸이 말라서 기운이 없는 아이들의 얼굴에서 익숙한 기운을, 아니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힘든 삶을 보냈을지도 모르는 이 아이들의 고난을 느낄 수 있었다.


“아뇨 그냥 이곳으로 할게요.”


“뭐? 거리가 먼데 정말로?”


“그 이비씨가 찾고 있다는 마법소녀 분이, 이번에 갑자기 사라지셨다는 이곳을 함께 봐주고 있으셨다는 분 맞죠?”


“그래.”


“그럼, 사람 찾기도 이 근처일 것 같은데, 분신이 있다고 해도 서로 거리가 가까운 것이 좋아요. 너무 멀어도 움직이기 힘들고, 말이죠.”


“그래도 괜찮겠어? 짧은 거리도 아닌데.”


“뭐, 좀 더 연습이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언니의 마법이면 이곳까지 쉽게 날아올 수 있기도 하고, 저는 평일에는 한가롭거든요. 전 정말 괜찮으니, 그 사라진 사람에 관한 이야기 좀 해주세요.”


언니의 얼굴에 정말로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계속해서 사람들의 얼굴과 행동을 읽으며 생각을 읽어왔던 것이 도움이 된 것일까?

방금 조정받기 위해 변신을 한번 풀었다가 다시 변신한 참이라서, 지금은 케이님의 검도 안 꺼내놨는데 대략적인 생각을 알 수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정말로 괜찮다고 이야기하니, 언니는 고맙다며 가볍게나마 고개를 숙여주었다.


“그래, 이미 들을 것은 다 들었으니 숨길 것도 없겠지. 며칠 전부터 오던 비가 어제저녁에 그치고 이비와 나는 이 주변을 둘러봤어. 나는 결계와 아이들이 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이비는 이곳 화이트 채플에 있는 두 마법소녀가 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지.”


에밀리아 언니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결계는 문제없었지만, 이 주변에서 활동하던 두 마법소녀가 사라졌어. 심지어 일반인들은 그녀들의 존재를 기억조차 못 하고 있었어.”


나는 경악했다.

지금까지 내가 보아온 마녀는 사람을 유혹해서 잡아먹거나, 단체로 사람들을 환상에 빠트리기는 해도. 이렇게 대중의 기억 속에서 그 사람을 지우는 일은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었다.


페더도 이번에는 별말 없이 조용히 지켜만 보고 있었다.

분위기 자체가 끼어들기 힘들었나 보다.


“그런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죠?”


“우리도 몰라. 10년 정도 이 일을 하고 있다는 이비조차 기억을 조작하는 마법소녀는 본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존재 자체를 지우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어. 심지어 내 결계 안에 있던 아이들 몇 명 사라졌는데, 아무도 그 아이들에 대해서 기억하고 있지 않았어.”


“말 끊어서 미안한데, 제인에게는 가 본 거야? 그 사람의 마법이라면 비슷한 것은 할 수 있잖아.”


에밀리아 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찾아가 봤지, 아니, 정확히는 마침 어제 조정상에서 우연히 서로 만났지. 물어봐도 자신이 한 짓은 절대 아니라고 하더라. 그 전에 자신의 힘으로는 사람의 존재 자체를 지울 수는 없다고 했어.”


“못 믿겠는데….”


“그리고 그녀가 그런 짓을 할 리 없잖아.”


“그렇게 말한다면야. 내가 할 말은 없어.”


자기 할 말이 다 끝난 페더는 다시 뒤를 돌아서 아이들 사이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따금 잠에서 깨어나려고 하는 것 같은 아이를 찾으면 다시 재워주고 있었다.


“그래서 저한테 부탁한 것이로군요. 사람들은 기억하지 못해도, 기억 읽기의 마법의 기억 속에서 무언가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맞아. 지금 이비가 그 일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많거든, 그 사람은… 저렇게 보여도 정이 많으니까.”


“….”



“왔군.”


이비씨는 마치 이곳에서 나올 줄 알았다는 듯, 하수도 입구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긴, 그녀가 이곳을 모를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비씨의 마법은 [고정]

그것도 창의 주변 공간에 가하는 고정이기 때문에 창에 찔린 부위는 허공이라고 해도 움직일 수 없다고 한다.

결계 중앙에서 보았던 그 창이, 고정의 힘으로 언니의 결계가 무너지거나 흔들리는 일을 막고 있다고 했으니, 당연히 결계의 위치도 알고 있을 것이다.


“사정은 들었겠지. 잘못하면 원인을 수색하던 우리가 도리어 사라질지도 모르고, 그 [발푸르기스의 밤]처럼 상상을 초월하는 마녀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간섭하기 싫다고 해도 보복 행동은 일절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자, 어떻게 하겠나.”


저렇게 말해도 마음속으로 초조해하고 계신 것이 느껴졌다.

그녀에게는 내가 그나마 발견한 희망일 테니까 내가 거절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고 계신 것이겠지.


하지만 그럴 필요 없는데.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할 수 있는 것까지는 도와드릴게요.”


처음부터 내 대답은 정해져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발푸르기스의 밤]이 뭐에요?”


“또 자기 자랑 하려고 자기만 아는 거 말하는 거 아니야?”


“이비, 미안하지만 그 마녀는 나도 처음 들어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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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푸 특별 출연(?)


다음화는 메타발언으로 찾아오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