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X일

모두가 상상하는 즐거운 여름방학은

생각보다 훨씬 반짝여서

누구나가 다른 누구와 함게 보내고 있었다.


거긴 뭔가 격이 다른 세계로 느껴져서

나는 도저히, 녹아들 수 없는 곳이라고 느꼈다.

그러니까, 그 뒤로 한 동안은

책을 읽으며 지냈다.


그 뒤로 몇 권인가의 이야기를 다 읽은 오늘.


전부터 신경 쓰였던 책을 찾으러

카미하마 시의 도서관에 발을 옮긴 나는

돌아가는 길에, 이전 추천 받은 찻집에 들러


거기서, 어떤 사람과 만났다.

책을 읽을 거라면 메이드 카페보단 호즈미 쨩의 찻집일까


이쿠미

그건 그럴지도...!


시즈쿠 쨩네 찻집은 조용해서 책 읽기 쉬우니까


거기 블랜딩 커피는 절품이야


뭐 미도리 씨 용돈으로는 그것 밖에 주문 못 하는 거지만

쿠로에

(확실히 그 사람의 말대로 조용한 다방 이미지)


(지금은 손님도 별로 없는 모양이고)


(이런 곳 나는 꽤 좋아할지도...)


(책은 집에서 읽는 거가 제일 진정될 줄 알았는데)


(가끔은 이런 것도 좋겠네...)

시즈쿠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블랜딩 커피입니다


쿠로에

...감사합니다


(와...좋은 향기...)


꿀꺽


쿠로에

맛있다...

시즈쿠

고마워, 처음 온 손님이 그렇게 말해주다니 기쁘네


쿠로에

아...죄송해요, 목소리로 나와서...


시즈쿠

...후후


...아, 그 책


쿠로에

...읽은 적 있어?


시즈쿠

아직 첫 몇 페이지 밖에 안 읽어봤지만...


주인공의 집이 찻집이니까 뭔가 친근감이 느껴져서


쿠로에

그렇구나. 책 자주 읽어...?


시즈쿠

어떨까...애독가 정도는 아니지만


여행기 같은 거는 좋아할지도


쿠로에

그렇구나...그...이 가게...사람이지?


시즈쿠

아, 여기는 우리 아빠 가게야. 나는, 시즈쿠...호즈미 시즈쿠


쿠로에

아...나는, 쿠로에


시즈쿠

쿠로에 양...못 본 교복인데 이 인근 사람이 아니구나?


쿠로에

응...타카라자키 시


이 가게도 카미하마 사람이 소개해줬어...


블랜딩 커피 밖에 안 마시는 사람인데...

시즈쿠

아, 혹시 료 씨야?


쿠로에

...그런, 걸지도


시즈쿠

뭐야, 그랬구나...


...그렇다면 원래 깃털이었어?


쿠로에

...어떻게 알았어?


시즈쿠

료 씨가 말이지. 쿠로에 양의 이야기를 해줬어


정작 이름은 얘기 안 해줬으니까 전혀 몰랐지만


쿠로에

...그 사람들이랑 사이 좋구나


시즈쿠

사이가 좋다기 보다는...


료 씨랑 이쿠미 씨에겐...예전에 도움을 받았어


쿠로에

그렇구나...


딸랑 딸랑


시즈쿠

아, 미안. 손님이 왔어, 이만


쿠로에

...응

쿠로에

(그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했으니)


(나를 원래 깃털이었냐고 부르는 것도 그렇고)


(호즈미 씨도 마기우스의 날개에 있었다는 뜻일까...)


...........

쿠로에

(요즘 만난 사람 중에선 제일 이야기 하기 쉬웠어...)

시즈쿠

네, 주문 받았습니다

쿠로에

(호즈미 씨는 어떤 사람일까...)


(마기우스의 날개에 있던 시절이 있었다면)


(마음이 맞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조금 더 얘기해보고 싶지만 바빠 보이고...)


(게다가, 호즈미 씨도 분명 나랑 마찬가지로)


(혼자 있는 일이 많아 보이는 느낌이고...)


(천천히 기다려도...될까)


쿠로에

그때 나는

호즈미 씨를 "동류" 라고 생각했다


마기우스의 날개에 들어올 약한 마법소녀며

누군가에게 구원 받기를 기다리는 나 같은


어디에도 녹아 들지 못하고, 녹아 들려고 하지 않는

그런 나와 같다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커다란 오산이었다고 깨닫는 것은

의외로 오래 걸리지 않았다

쿠로에

...후우


(슬슬 돌아갈까)


(이 가게에는...또 조만간 오도록 하자...)


딸랑 딸랑


아야카의 목소리

시─즈쿠 쨔아앙! 놀─러─가─자!

쿠로에

──읏!?


(뭐야, 저 사람...?)

쿠로에

(진상 손님...? 하지만 방금 시즈쿠 쨩이라고...)


(호즈미 씨랑 아는 사이...?)


쿠로에

나는 그때

호즈미 씨가 꽤나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녀 쪽을 바라봤다

시즈쿠

잠깐 아야카...목소리 너무 커


아야카

아, 미안해!


그거보다 시즈쿠 쨩! 놀러 가자!


오늘 라이브가 있대!


시즈쿠

에, 또 그 만담?


아야카

이번엔 여름 특별판이야! 응, 가자! 괜찮지?


시즈쿠

나, 아직 가게 도와주는 중인데?

시즈쿠의 아버지

이제 괜찮으니 다녀오렴


시즈쿠

에, 정말로...?


시즈쿠의 아버지

걱정 안 해도 돼


시즈쿠

...알았어


아야카

신난다─!

시즈쿠

정말...가게 안이니까 조용히 해...


아야카

아아아! 미안해!


시즈쿠

...자, 갈 거면 빨리 가자


아야카

응! 먼저 밖에서 기다릴게!

쿠로에

(...웃고 있어)

쿠로에

(...뭐야)


(호즈미 씨는 나랑 달리)


(같이 즐거운 여름방학을 보낼 상대가 있었구나)


..........


(어라, 나....지금 실망한 거야...?)


(나 호즈미 씨가 나랑 비슷한 수준의)


(주변에 녹아 들지 못하는 애였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한 거야...?)


쿠로에

호즈미 씨가 귀찮아하는 표정을 하면서도

그 애의 손에 이끌려서, 조금 미소 짓는 것을 보며

나는, 실망해버리고 말았다


누구와도 녹아 들지 못할뿐더러

나처럼 모두 불행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해버린 자기 자신에게

진심으로 혐오감이 느껴졌다


손을 잡혀서

이끌려 나가는 그녀가

나는, 부러웠다


쿠로에

집까지 돌아오는 길

여름방학에 들뜬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나 생활음이

굉장히 멀고, 성가시게 느껴져서

나 혼자만 다른 곳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싫어서

나는, 가지고 있던 이어폰을 끼고

커다란 소리로 음악을 틀고 있었지만


셔플 재생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상쾌한 여름 가사로

뭔가, 이젠 전부 다 싫어져 버릴 것 같았다

쿠로에

.............

쿠로에

(다들 즐겁게 이야기 하고 있어)


(대체 언제 무슨 얘기를 할지 생각해두고 있는 걸까...)


(나는 미련하니까...)


(생각하는 중에 얘기가 다 끝나버리는데...)


쿠로에

나는, 여름방학에 들떠있는 사람들을 멀리서 바라보며

뭘 어째야 저렇게 들떠 있을 수 있을까 하고

시시한 척을 하면서


사실은, 마음 어딘가에서

저렇게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던 걸지도 모른다


...확실히, 이런 우화가 있었을 거다

노리고 있던 포도에 손이 닿지 않았던 여우가

저 포도는 어차피 신 포도일 거라고 단정 짓고는

허세를 부리는...그런 이야기


나는 분명, 그 여우와 똑같다


들떠 있는 사람들을 시시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사실은, 부러워서

허세를 부리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 포도가

정말로 신 포도 였다면

얼마나 구원 받은 기분일까


쿠로에

카미하마 시에서 일어난 일을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괴로워진다


나는, 뭐 하나 잘 하지 못한다


모두가 다정하게 대해준 것쯤은

나도 알고 있다

내가 즐거운 여름방학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일을 제안해줬다

이런 나를 배려해서

다정하게 대해줬다

다른 사람처럼 시끄러운 것이 별로면 이건 어떠냐며

나에게 어울릴 것 같은 다른 길도 제안해줬다

그런데도 나는

무엇에도 답하지 못하고

그저 내심 신 포도이기를 바라는 비겁한 인간...


모두가 친절하게 대해줘서

나에겐 몇 번이고 기회가 있었을 거다

쿠로에

(내밀어준 그 손을 스스로 잡았다면)


(뭔가가 변했을까)


(어딘가에서 한 걸음 내디딜 수 있었다면)


(나는, 변할 수 있었을까...)

쿠로에

...아니, 나에겐 무리


왜냐면 손을 잡는 법도, 발을 내딛는 법도


나는 모르니까


삐롱♪

쿠로에

...아, 바다의 집에서 도우미 한다는 얘기...


어쩌지...


어떻게 거절할 순...없을까

쿠로에

..........


쿠로에

결국 나는

바다의 집 도우미를 하게 됐다


거절 하려고 했었지만

대신할 사람이 없으면 곤란하거나

안 가는 편이 더 귀찮아질 것 같았으니까

여학생A

저기─ 바다의 집 점원 언니?


쿠로에

아...네...


여학생B

SUP 보드는 어디서 빌릴 수 있나요?


쿠로에

아..이 가게에서...그...

바다의 집 주인

손님이시군요. 이쪽으로 안내해드리죠!


여학생B

감사합니다─!

바다의 집 주인

쿠로에 쨩. 마음 편히 먹으렴


쿠로에

아...네...


바다의 집 주인

스마일이야 스마일!

쿠로에

(스마일...)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는 쿠로에

쿠로에

(모두 웃고 있어...)


(그야 그렇겠지...)


(바다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나랑 달리 즐거운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으니까...)


쿠로에

즐겁게 웃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그 포도는 틀림 없이 달았다고

그렇게 알게 돼버렸다


시다고 단정 짓고 닿지 않는 포도 보다

달다고 알게 돼버린 포도 쪽이

몇 배나 멀고, 손이 닿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어째서일까

쿠로에

(...타마키 양이라면 분명)


(이런 일로 고민하고 그러지 않겠지)


(하지만, 어째서일까...)


...........


(나는, 타마키 양이 아니니까 모르겠어)


쿠로에

그때 나는 마음 어딘가에서 바라고 있었다


이렇게 멍하니 있는 사이

언젠가 백마에 탄 누군가가


「우리 친구가 되요」

「같이 즐거운 여름방학을 보내요」

같은 말을 하며, 마중 나와주면 좋겠다고


스스로 내디딜 수 없는

내 손을 억지로 잡고서

끌고 나가줄 그런 사람이...


그런 꿈 같은 이야기를 상상하며

따분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내 앞에


그 사람은 나타났다

쿠로에

...후우. 피곤해...


이로하의 목소리

어라? 혹시 쿠로에 양!?

쿠로에

........타마키 양?

○월 X일

오늘이 여름방학 마지막 날.

되돌아보면...내 여름방학이 변한 것은

그 만남이 계기였다.


그래, 바다의 집에서 도우미를 시작하고 바로

그때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좋은 일만 있지는 않았고,

굉장히 피곤하고, 험한 꼴도 당했다.


그래도

되돌아보면 「즐거웠다」고 말할 수 있다.


생각도 하지 못 한 일이나

스스로는 하지 않을 일들


그것들을, 나는 어딘가 무서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 거기서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기를 내면 됐던 거라 생각한다.


내 여름방학이, 모두가 말하는 것처럼

즐거운 여름방학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잊혀지지 않을

그런 여름방학이었다.

쿠로에

...일기, 이런 느낌이면 될까


이래선 역시 회고록이 돼버리네...


좀더 간결하게 항목화하는 편이 나을까?


.............

쿠로에

여름방학에 읽으려 생각한 책, 하나도 못 읽었네...


...그치만

쿠로에  

...나에게 있어선 즐거운 여름방학...이었을지도


타카라자키를 맡겼던 사람에게 답례도 해야겠네...


카미하마 사람들에게도 이번엔 제대로...


전할 말이 너무 많아서


정신을 차렸을 땐 또 여름이 됐을 것 같아

쿠로에

...내년엔 어떤 여름방학이 될까

쿠로에 (음성첨부)

겨울이 더 좋지만, 여름도, 바다도,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을지도...


시즈쿠와 쿠로에는 각각 게임과 애니에서 미카즈키 장의 6번째 멤버가 될 수 있었지만

결국 본인의 의사로 "거긴 내가 있을 곳이 아니야" 라고 거절해렸고

마기우스의 날개에서 자신의 구원을 원했다는 점

그리고 자기랑 전혀 성격이 다른 사람에게서 구원을 얻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


쿠로에가 이로하와 무슨 일을 겪었는지는 이벤트 스토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