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아침이다. 나는 학교에 가는 것이 싫다.

그 놈이 또 나한테 그걸 하라고 하겠지.




나는 ○○초 6학년 학생이다.

내 일상은 언제나 한결같다.

아침에 일어나면, 학교에 갈 테고, 학교에서 그의 심부름짓을 하는 것이다.

숙제도 대신 해 줘야 하고, 다른 몇몇에게 둘러쌓여 원인을 알 수 없는 괴롭힘을 당해야 한다.

어제는 같은 반 여자애들이 보는 앞에서 개처럼 짖어야 했다.


난 그 새끼를 죽이고 싶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애초에 난, 친구도 없고 힘이 센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선생님한테 말해봤자 또 보복을 당할 게 분명하다.



그리고 요즘엔 그 놈이 나에게 괴롭히는 게 하나 더 늘었다.


"메이플스토리"라고, 요즘 우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RPG 게임이 있다.

우리 반 애들은 각자 자신의 메이플스토리 캐릭터 레벨을 올리기 위해 열을 내고 있었다. 물론 그 놈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래서 요즘은 나한테  레벨업을 시키고 있다.


그 놈은 우리 반에서 메이플 레벨이 제일 높다. 내 돈을 뜯어서 비싼 표창을 샀고, 이제 3차 전직을 바라보고 있다. 물론 육십 몇 레벨이 되는 동안 육성은 내가 다 했다. 매일 몇 레벨씩 올리지 않으면 온몸이 멍들 정도로 맞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그 놈이 2반의 다른 놈과 시비가 붙은 것이다.

그 놈은 우리 학교에서 두 번째로 센 놈으로, 나를 괴롭히던 놈과 싸워서 갈비뼈가 부러진 적이 있다.


"니가 3반의 ○○○이냐? 캐삭빵 뜨자 새끼야"


2반의 그 놈은 먼저 3차 전직을 달성하지 못한 쪽이 캐릭터를 삭제하자고 선전포고를 했다.

그리고 나는 날 괴롭히는 놈의 캐릭터를 3차 전직을 위해 새벽까지 잠을 못 자고 육성해야 했다.


하지만 날이 새도록 3차 전직을 달성하지 못했다.

캐릭터는 69레벨을 막 달성했을 뿐이었다.


그는 애써 돈을 쓰며 키운(사실 내 돈이고 내가 다 키웠다) 캐릭터를 삭제해야 하자 나를 조용한 골목으로 끌어냈다.


그리고 난 온몸이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그와 여러명에게 맞아야 했다. 내 옷은 군데군데 담뱃불로 타들어갔다.


해가 저물고, 그 놈 패거리들이 돌아갔다. 나는 더이상 살기 싫었다.


나는 학교로 향했다.


그리고 뼈가 부러져 아픈 몸을 겨우 이끌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4층에서 옥상으로 향하는 문은 열려 있었다.



나는 옥상 난간을 잡고 넘어갔다.


'이제 한 발짝만 더 내밀면...'

'이제 그 놈에게... 괴롭힘당하지 않아도 되겠지.'


'내가 다시 태어날 땐... 메이플스토리라는 게임이 존재하지 않았으면...'


그리고 나는 발을 내딛었다.

거센 바람이 내 몸을 감싸고, 이내 주변이 어두워졌다.
















"MBS 8시 뉴스입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10대 A씨가 어젯밤 숨진 채 발견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