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 후를 가를만한 큰 패치도 없던 


빅뱅 이런 개념도 없고 할 때 메이플에 입문했다


아시안느가 그 아이언 호그 나오는 돼지구덩이에서 매크로마냥 사냥하는 거 보거나 페리온에 나타난 거 보고 쫓아가다가 파이어보어에 맞아 죽고


랭커들 4차 언제나오냐며 좀비 좆빠지게 잡고 그거 스샷보면서


언젠간 나도 쟈드 사야지


언젠간 나도 올럭 표도 메이플템 기념 템 둘둘해서 키워봐야지 


썬콜로 썬더 원킬 사냥으로 이블아이 몰이 사냥해야지 하고 꿈을 꾸던 때가 있었다


아는 것도 없는 잼민이 때라 캐쉬 충전하고 싶어서 메이플 가이드북을 사고 


그 가이드북은 제일 앞장은 닳아서 찢어졌지만 다른 부분은 멀쩡하게 내 추억 박스 속에 담아둔 아조씨다


대충 자쿰이 본섭에 도입될 즈음 해킹 털려서 접었지만


그래도 미련이 남아서 당시 운영하던 메이플 플레이포럼이나 니티 같은 곳들 들락거리면서 죽은 자식 부랄만지는 것처럼 공염불을 외곤 했었다


메이플에서 처음 사기라는거 당해보고 애들 코묻은 아이템 털려고 일하는 바다건너 짱깨의 존재도 메이플 때문에 알게 되었지만


동생이랑 같이 밤에 몰컴하면서 루디탑 기어오르던 기억이 너무 선명해서 망령마냥 커뮤니티에서 정보글들을 뒤적거리곤 했다


그 짓을 그만둔게 대충 고딩 때 쯤이었던거 같다 


경제 사정이 좋았던 시절이 더 드문 어린 시절이었지만 그 때는 학교에서 교재비도 대줄 정도로 어려웠거든


나랑 같이 불려나와서 교재비 지원대상이라는 소리 들은 다른 애들이 쪽팔려 할 때 나는 쪽팔리기는 커녕 좋은 소식이라도 어머니께 전할 수 있겠구나 라고 안도감을 느끼던 시절이라서 나는 내 추억 속 오래된 친구와 이별식도 없이 기억 속에 그를 묻어두었다


그 뒤로는 내 게임친구는 꽤 자주 바뀌었던 것 같다 


하나같이 오래가지 못했고 나는 접고 싶어서가 아니고 주변 상황 때문에 접히게 되는 일이 일상이었다


그렇게 살던게 무색하게 수능을 조지고 군지 꼬라박고 대학을 다니면서 메이플과는 더욱 멀어졌다


아주 가끔 메이플이 현질 망겜이 되었다더라 5차가 나온다더라 그런 겉핥기식 소식은 들었지만 먼지 쌓인 추억더미를 뒤적일 여유가 없어 나는 어린 시절 보물상자를 잊은 것처럼 외면하고 살았다


그리 살다가 정말 오랜만에 메이플을 다시 돌아보게 된 건 메이플과는 하등 상관없는 갤에서 메이플을 하다가 온 갤럼이 놀림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였다


정말 그렇게 변했나 그렇게 망겜이 되었나 하고 유튜브를 뒤적여보다가 알아듣기도 힘든 윗잠 아랫잠 잠재 스타포스같은 개념들을 배우고 


내가 왜 이런 것들을 기억하고 있나 하다가 지방본에 잘못 내려갔다가 몰컴해가며 아득바득 탑을 기어오르던 어릴 적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아델이 나올때즈음 메이플을 다시 설치하게 되었다


버닝섭에서 뛰어다니면서 정말 세상이 바뀌었다는 실감을 하게 되었다


재획이라는 개념도 없던 시절 좃빠지게 뛰어서 와보 파보 잡고 다니고 스틸하는 놈들한테 님아 자리요 를 외치고 다녀야했던 시절이 내겐 메이플이었고 


그 시점에서 시간이 멈춰있었으니 솔직히 아델이 아니고 히어로를 했어도 내겐 신세계였을 거다


포도 둘둘해가면서 카오스 벨룸을 목표로 잡고 긴시간은 아니어도 짬짬이 한계단 한계단 오르는 기분으로 플레이하던 내게 이상한 소식이 들려왔다


메이플 운영진이 확률 사기를 쳤다고 트럭을 보내니 마니 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솔직히 잠재는 커녕 큐브도 수큐나 좀 돌려본 내게 확률 조작은 별 연이 없는 이야기라서 게이머로서는 넥슨의 작태에 분노하긴 했지만 


잠깐의 휴식기 후에 어차피 완제품이나 사는데 뭘 하고 계속 해나갔다


그러다가 다시 접게 된 건 게임과는 하등 상관없는 현실세계의 상황 때문이었다 1재획은커녕 출석체크 보상도 받기 힘든 상황이었던지라 


꼭 카벨 잡아보자던 목표는 아델의 90일짜리 자석펫과 함께 조금 더 묻어두기로 했다


그 뒤로도 메이플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고 들었다 


게임 플레이를 그만 둔 입장에서는 별로 와닿지도 않고 뭐라 말할만한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기에 


내가 돌아올 수 있는 날 까지 아주 조금씩이라도 나아지길 기원하며 간간히 라이브 방송이나 보았다


그리고 엊그제 김실장 라이브를 보았다


조금 먹먹해졌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플레이를 그만둔 주제에 뭐라고 말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하고 굳이 내 추억상자를 걷어차고 침 뱉는 일은 하고 싶지 않으니 떠오르는 많은 말들은 삼켜버리고 잊기로 했다


아마도 지금 제일 상심한 건 쭉 월드맵을 뛰놀면서 데이터 속 다른 세상을 즐기던 너희들이겠지


나이 헛 먹어서 이룬 것 없는 아저씨의 말주변으로는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잘 모르겠다


아마 어떤 말을 들어도 잠깐의 위안조차 되기 힘들겠지


그래도 이 말만큼은 전하고 싶다



너희 잘 못이 아니다 그러니까 좋은 기억만 안고 스스로 즐거운 길을 택하고 찾아갔으면 좋겠다


남든 떠나든 그것 하나만큼은 알아줬으면 한다


이렇게 되었다고 즐거웠던 추억까지 같이 부정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누군가는 그 기억조차 조롱하려고 들겠지만 세상에 널리고 깔린 심보 고약한 녀석들의 말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만큼 무익한 일도 없다


너희 잘 못이 아니다


어떤 결정을 하든 즐거운 기억만 안고 가길 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