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거리



공주 : 우리가 정말 그 커다란 녀석을 따돌린 걸까... 그런 괴물, 눈속임이 아니고서야 설명할 수 없는 수준이던데...



신의 사자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예전에 처음 만났을 당시에는 그 사악한 동굴을 지키는 것 같았는데, 아까는 우리를 쫓으려 하는 것 같더군요.



마법사 : 어쩌면 그럴지도 몰라요. 그러니 더더욱 시간이 부족해요, 서둘러 실종된 세 아이를 찾아야--



신의 사자 : 당신이 그런 말을 할 처지인가요! 당신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이렇게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신의 사자 : 우리를 그 동굴에 데려간 것도 당신이고, 오래된 집의 문을 열어 사냥개 무리를 풀어놓은 것도 당신이잖아요! 그런데 지금 우리보고 계속 위험을 무릅쓰라고 말하는 건가요!



마법사 : ...죄송해요...



용사 : 크흠, 그렇게 화낼 필요 없잖아. 아까 글래드스톤이 내게 달려올 때도 마법사는 몸을 던져가며 날 지키려 했고...



신의 사자 : 하아? 그래서요? 생명의 은인이 하는 말이라면 뭐든지 따르기라도 할 생각인가요? 계속 모험을 해서 그녀가 다시 당신을 구하게라도 하려고요? 다음번에 달려드는 건 당신의 글래드스톤이 아닐 텐데?



용사 : 어... 그게... 윽...



공주 : 나도 조사를 계속해서 최대한 빨리 세 아이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



신의 사자 : 어떻게 당신까지--!?



공주 : 이미 우리를 노리고 있잖아. 그 괴물은 조사를 멈췄다는 이유로 우리를 죽이는 걸 포기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 이 사건을 해결하는 것만이 안전해지는 방법이라고.



공주 : 게다가...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그 사냥개는 아마 마법사를 노리는 것 같아. 어쩌면 그 노트를 처음 만진 게 마법사라 그런 걸지도?



마법사 : ...



용사 : 잠깐, 우리 모두를 노리는 거겠지.



공주 : 아니, 아까 거리가 가까웠기에 나는 볼 수 있었어. 그 사냥개는 시종일관 마법사만을 바라보며 우리의 존재 따위는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어.



공주 : 물론 첫 번째 목표를 제거한 후 우리를 제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멈춘다면 마법사 혼자 위험에 노출되고 말 거야.



신의 사자 : 어, 어떻게 그런... 그렇다면...



용사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네 말을 따를게, 신의 사자.



신의 사자 : 거 정말 귀찮게!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계속 조사를 해서 아이들을 구하죠, 그리고 흑막을 성스러운 채찍으로 묶어다 한 방 먹여줄 거예요!



용사 : 좋아! 네가 그렇게 말할 줄 알고 있었어!



마법사 : 고마워요...



신의 사자 : 하아? 오해하지 마시죠! 저는 아직도 당신이 한 신성모독을 용서한 게 아니니까! 저는 그저 정의를 집행하는 것뿐이라고요!



용사 : 아이고, 그렇게 솔직하지 못해서야 나중에 어떻게 길 잃은 어린양들을 인도하시려고 그러나.



신의 사자 : 귀찮아 죽겠네! 시끄럽게 굴지 말고 이제 출발하죠, 마지막 실종자의 집으로!







장원 밖



집사 : 미안하구나, 주인 어르신께서 누구도 아가씨의 방에 들이지 말라 분부하셨단다. 나로서는 주인 어르신의 명령을 어길 수 없구나.



용사 : 그렇게 딱딱하게 굴지 마세요, 아저씨. 우리는 도우러 온 거라니까요, 할아버지도 그 아이를 빨리 찾고 싶잖아요? 말했다시피 우리는 교회에서 온--



집사 : 쉿! 너희가 교회에서 왔다는 말을 혹여라도 주인 어르신이나 마님께서 들으면 안 된다, 두 분은 지금 교회의 수녀님에게 불만이 아주 많거든. 너희가 아이들일지라도 쓴소리를 마다치 않으실 거다.



신의 사자 : 그럴 리가요? 이 마을에서 엄, 아니 수녀님께 불만 있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는데.



집사 : 이전에는 그랬지... 하지만 아가씨가 실종된 후 두 분께서는... 크흠, 아가씨가 실종된 사건도 언급하지 못한단다, 주인 어르신께서는 아직도 인정하지 않고 계셔.



공주 : 뭐라고요!? 자기 아이가 실종됐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게다가 이미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이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걸요.



집사 : 에휴... 주인 어르신께서는 여러 해 동안 장사를 하신 덕분에 마을 안에서는 제법 돈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지. 하지만 귀족이나 대부호들 눈에는 그저 시골 부자일 뿐이란다.



집사 : 어르신께서는 상류사회로 도약하시겠다는 희망을 아가씨에게 걸고 있기에 아가씨를 명가의 규수로 키워 귀족이나 유명인사에 시집보내고 싶어 하시지.



집사 : 어르신께서는 상류 사회의 행동 양식이나 기호에 대해 잘 알지 못하시지, 그저 아가씨에게 억지로 익히라 하실 뿐이다. 아가씨 역시 잘 모르지만 이해하는 척을 하고 있을 뿐이고.



집사 : 주인 어르신과 마님 모두 아가씨가 집에서 말다툼한 후 가출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신다. 하지만 그런 추문은 아가씨의 명성에 누가 될 수 있기에 인정하지 않는 거지.



용사 : '집에서 말다툼'했다라... 역시... 그런데 그게 어째서 교회에 불만을 품게 한 건데요? 우리가 가출하라 한 것도 아닌데.



집사 : 너희는 교회에서 왔다면서 주인 어르신께서 수녀님을 초대했었다는 것도 모르는 거냐?



신의 사자 : 어라? 이곳으로요...? 전혀 모르는 일인데...



신의 사자 : 주인 어르신이 무슨 요청을 한 건가요? 퇴마 기도? 아니면 분쟁 중재?



집사 : 둘 다다. 에휴... 방금 말했다시피 주인 어르신은 아가씨를 매우 엄격하게 교육하시고, 아가씨도 얼마 전까지는 말을 잘 듣는 아이였지.



집사 : 하지만 마님께서 한밤중에 아가씨 방에서 떠드는 소리를 듣게 되었고, 주인 어르신은 이 일로 매우 화가 나셨지. 하지만 아가씨는 자신은 계속 잠을 잤다 주장하는 바람에 두 분 사이에 큰 말다툼이 있었다.



집사 : 후에 아가씨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자 밤을 꼬박 새우기도 하였지. 하지만 그날은 어떤 이상한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어.



집사 :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자 어르신은 수녀님을 초대해 집안에 정말 그, 음, 좋지 않은 것이 있는지 확인해달라 하셨다.



신의 사자 : 그러는 한편, 수녀님께서 자신과 아이 사이에 싹튼 갈등을 해결해달라고 했었군요, 많은 사람이 비슷한 요청을 했었지요.



집사 : 그렇단다. 그리고 결과는 너희가 생각한 것과 다를 바 없을 거다. 세상 어디에 침실로 들어와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게 있겠느냐, 수녀님께선 방에는 아무런 이상도 없다 하셨지.



집사 : 이후 어르신은 아가씨께서 밤 중에 뭔가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하는 거라 확신하게 되었고, 두 사람의 관계는 더욱 악화되었단다.



집사 : 어젯밤 수녀님께서 마지막으로 축복하기 위해 오신 후 문을 열었을 때, 우리는 아가씨가 이미 사라졌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지.



집사 : 주인 어르신께서는 수녀님께 이 일을 남에게 알리지 말아달라 부탁했단다. 수녀님은 알았다고 했지만, 오늘 아침 아가씨의 실종 사실은 인근 지역에 퍼져있었지...



용사 : 그래서 이 집의 고집불통은 자기가 잘못한 일을 수녀에게 뒤집어씌웠다는 거군요, 흥.



공주 : 이렇게 말하는 건 다소 예의가 없는 것 같지만... 제 생각에 그쪽 주인 어르신은 자업자득인 것 같아요!



신의 사자 : 뭐가 예의가 없다는 거예요, 그렇게 이기적이고 무능한 녀석에게는 자신의 단점을 지적해주는 게 신의 복음을 전해주는 겁니다.



신의 사자 : 뭐가 예의가 없다는 거예요, 그렇게 이기적이고 무능한 녀석에게는 자신의 단점을 지적해주는 게 신의 복음을 전해주는 겁니다.



신의 사자 : 쳇, 우리가 뭐 틀린 말 했나요? 자신의 집안 문제를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고, 체면 때문에 아이의 안전도 무시하는 사람에게 타인의 존경을 받을 자격이 있긴 한가요?



집사 : ...나는 지금까지 아가씨가 자라온 모습을 지켜봐 왔고, 그래서 아가씨를 정말 걱정하고 있다. 어쩌면 너희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 나로서는 아무 힘이 없으니 집안사람으로서 주인의 명령을 어길 수는 없다.



용사 : 그러면 이야기가 쉽죠, 우리는 이 집안사람이 아니니까.



용사 : 모두 돌격!



공주 : 오오--!



집사 : 이봐! 들어가선 안 된다--! 주인 어르신과 마님께서 곧 돌아오신단 말이다!



용사 : 걱정하지 마시고 우리에게 맡겨 주세요! 이 집의 보물인 아가씨는 곧 돌아올 수 있을 테니까!



집사 : ...어이구, 나도 정말 늙었나 보군. 한바탕 이야기를 했더니 피곤해서 한숨 자러 가야겠다.










용사 : 여기가 바로 이 집 아가씨의 방인가, 돈이 많다는 건 참 좋은 거야... 우리는 언제쯤에야 이런 방에서 살 수 있을까?



신의 사자 : 감탄할 시간이 없어요. 여기에도 전설 속 내용과 비슷한 '한밤중에 들리는 이상한 소리'가 발생했었으니 서둘러 주위를 조사해보도록 하죠.



공주 : 앞의 두 사건과 마찬가지로 그 소리 역시 누군가 꾸민 일이겠지?



마법사 : 제 생각도 그래요. 아까 집사 아저씨는 이 집 아가씨가 잠들지 않은 밤에는 조용했다고 했었죠. 만약 진짜 유령이었다면 아이 하나를 피해 나타나지 않을 이유가 없어요.



공주 : 아이를 피한다라... 맞다, 전설 속 내용에 따르면 그 소리는 아이들만 들을 수 있다고 했어, 하지만 여기서 들린 소리는 어른들도 들었다고 했지.



용사 : 그 말은 분명 누군가 꾸민 일이라는 말이지, 우리는 그 녀석을 찾아내야 해!





용사 : 이야! 내가 뭘 발견했는지 좀 봐봐!



용사 : '울트라맨 디가' 올 컬렉션이야! 와, 역시 부자는 달라, 한 번에 몽땅 사버리는구먼!



공주 : 하지만 먼지가 쌓여있는 걸 보니 애초에 가지고 놀은 적이 없는 것 같아. 이 집 아가씨도 그냥 유행에 따라 용돈으로 산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가슴이 더 아파오네...



신의 사자 : 뭐야, 올 컬렉션이 아니잖아요, 리나가 없다고요! 에이스 파일럿인 리나가!



신의 사자 : 어라... 잠깐, 첫 번째 실종된 아이의 집에서 리나가 나왔고, 여기에 부족한 건...



용사 : 또 그 녀석이 한 짓이겠지! 망할 그림자 녀석, 감히 리나를 납치하다니, 소고 대원을 대신해 혼내주겠어!






공주 : 침대맡에 꽃을 두었네. 게다가 예쁜 꽃병에 꽂혀있어, 매일 눈을 떠서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다니... 정말 부러워라.



용사 : 그게 뭐가 부럽다는 거야, 교회 문밖만 나서면 들판에서 예쁜 꽃을 잔뜩 볼 수 있는데.



마법사 : 아무것도 모르나 보네요, 꽃에 대한 여자아이의 동경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가벼운 게 아니에요. 어라? 이 꽃은 처음 보는 건데요.



신의 사자 : 설마... 이보가인가?



용사 : 그게 뭐야? 그나저나 너도 꽃에 대해 흥미가 많았구나.



신의 사자 : 아니예요! 저도 수녀 수업 도중 알게 된 꽃인데, 어떤 이국의 종교에서 숭배받는 꽃이라 해요. 직접 복용하면 환각 효과를 일으키는 데다, 그 향은...



신의 사자 : 알겠어요! 그런 거였군요, 이 꽃의 향기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잠을 재우는 효과가 있어요, 이 꽃을 침대맡에 두면 밤에 소리에 놀라 깨지 않아요.



공주 : 음... 집 안에 이런 꽃을 두다니, 그 주인아저씨는 이국의 종교를 믿는 사람일까? 이런 건 본인이 추구하는 상류 사회 생활과 어울리지 않는데...



마법사 : 어쩌면 누군가가 원래 있던 꽃 대신 꽂아둔 것일 수도 있지요, 꽃병의 뒤를 보세요.



용사 : 또 나타났다! 검은 손자국이라니, 역시 늪지의 그 그림자와 관련이 있는 거야!



신의 사자 : 정말 이상하네요... 꽃병의 뒷면이긴 하지만 조금만 움직여도 보이는 위치인 데다 이렇게 선명하기까지 한데 어째서 집안사람들은 발견하지 못한 걸까요?



공주 : 더욱 이상한 점은, 이런 일을 한 사람은 분명 머리가 잘 굴러가는 사람일 텐데 이런 식으로 눈에 띄는 단서를 남겨놨다는 거야...







용사 : 이건 뭐지? 처음 보는 물건인데 무슨 기계 같은 건가?



공주 : 와앗! 오빠, 만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이건 아마 집사 아저씨가 말하던 상류 사회의 물건인 축음기일 거야.



공주 : 역시 부자는 다르네... 이건 발명왕이라 불리는 유명한 과학자가 발명한 건데,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보기 힘든 물건이야, 분명 굉장히 비쌀 텐데...



공주 : 집사 아저씨가 말한 그 주인아저씨는 이런 물건에 대해 잘 모르니까 여기에 둔 것 같아, 아깝다...



마법사 : 음... 그리 오래 방치한 것 같지는 않아요. 한 번 들어보죠, 지금까지 축음기 노랫소리는 들은 적이 없어요.



용사 : 헤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신의 사자 : 이봐요! 함부로 손대지 말라했잖아요, 만약 고장 나기라도 하면--



축음기 : 흐흐흐... 하하하하하... 흑흑흑흑... 히히히히히...



신의 사자 : 뭐, 뭔가요 이 이상한 소리는?! 깜짝 놀랐네!



용사 : 이게 바로 집사 아저씨가 들었던 소리인가 본데. 설마 과학의 힘으로 다시 들을 수 있을 줄이야...



주인 : 누구냐! 누가 감히 내 딸의 귀방에 들어간 거냐!



신의 사자 : 이런, 짜증 나는 사람이 돌아왔네요. 귀방은 또 뭐야, 귀한 물건이 있는 방인가? ...설마 규방을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니겠지?



용사 : 하하, 집사 아저씨가 말했던 것보다 더 짜증 나는 사람이네. 조사는 얼추 끝났으니 이제 나가자.



신의 사자 : 어떻게 나간다는 거죠, 이미 문밖을 막고 있을 텐데.



용사 : 돈 많은 사람의 방은 창문도 크구먼, 히히, 가자--!






마을 밖 오솔길



용사 : 하하하, 너희 아까 그 주인아저씨 표정 봤어? 게다가 얼마나 뚱뚱한지 창문도 넘어올 수 없더라, 하하하!



신의 사자 : 다른 사람을 비웃는 건 나쁜 행동이에요, 풉.



용사 : 너도 참느라 고생인 것 같은데? 하하하!



공주 : 나도 그 아저씨가 싫지만 웃을 수는 없어.



용사 : 응? 어째서? 그 녀석, 자기 딸한테 심한 짓을 한데다 자기가 한 실수도 엄마한테 떠넘기려 했는데.



공주 : 내 말은 그게 아니야. 우리는 이제 다음 조사를 할 방법이 없잖아. 단서가 끊겼단 말이야.



공주 : 비록 우리가 실종자와 연관된 소식을 적지 않게 찾아냈고, 그림자의 동기와 수법을 알아냈지만...



공주 : 가장 중요한 정보인 실종된 아이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어. 게다가 이제 어디를 조사해야 하는지 알려줄 수 있는 단서도 찾지 못했고.



공주 : 오빠... 이제 어떻게 해야 해?



신의 사자 : ...



용사 : ...



용사 : 그건...



마법사 : 으음... 저기, 어쩌면 제 말을 듣고 여러분이 화내실 수도 있지만...



마법사 : 여러분은 이번 사건이 교회, 그리고 여러분의 어머니와 연관이 있을 거란 생각은 해본 적 없나요?










아가씨의 일기 : 저 나쁜 들개들! 거칠고, 야만스럽고, 교양없는 것들! 녀석들한테 놀라 도망갔는데, 내... 아, 이건 말할 수 없지... 어쨌든 내가 아끼는 물건이 보이지 않아!



아가씨의 일기 : 만약 멋진 백마탄 왕자님께서 도와주신다면... 내 용돈을 모두 드릴텐데!



알림 : 딩동댕--! 다섯 번째 보물을 발견했습니다, 축하합니다!



알림 : 이런이런, 들개 무리가 아가씨의 아끼는 물건을 가져갔군요, 백마탄 왕자님이 그녀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