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16장 용의 귀환






기사단 주둔지



유리안 : ...



캐롤리안 : 유리안!



유리안 : 오... 캐롤리안, 당신을 보러 특별히 여기까지 찾아왔습니다. 아무래도 전선을 밀고 나가는 게 순조롭지 않아 보여서 말이죠.



유리안 : 그래서 지원을 보냈건만, 그 정도로는 승리하기에 부족했나 보군요.



캐롤리안 : 농담은 집어치워! 이건 플로렌티아 각하께서 기갑 기사단에, 그리고 내게 맡겨주신 전투다!



캐롤리안 : 그런데 네 악독한 수단이 모두 망쳐버렸어!



캐롤리안 : 이런 기사도에 어긋나는 전투 따위, 전혀 명예롭지 않단 말이다!



유리안 : 기사도? 접수한 요구 사항에 그런 건 없었습니다만.



유리안 : 받은 지시라고는 '기갑 기사단의 돌격을 엄호하며 비밀 부대를 이동시켜 츠루야 지역의 방어 병력을 섬멸시킬 것' 이 전부였습니다.



캐롤리안 : '엄호'...? 설마 그런 악독한 계략을 시행하기 위해 기갑 기사단이 목숨을 걸고 싸웠다는 말은 아니겠지!



캐롤리안 : 이런 건 내가 아는 엘리시움이 아니야! 아버님과 어머님께서 계셨다면 결코 이런 일을 용납하지 않았을 텐데...



유리안 : 그건 당신이 직접 플로렌티아에게 가서 말씀하시죠. 나는 다음 작전을 위해 비밀 부대를 준비해야 합니다.



캐롤리안 : 유리안... 넌 괴롭지도 않은 거냐! 그 악독한 계략에 희생당한 비밀 부대는 바로 네 부하였다! 살아 숨 쉬던 엘리시움의 동포였단 말이다!



유리안 : ...그들 모두는 저처럼 아무런 가족도, 동료도 없고, 당신처럼 운 좋은 환경을 타고나지도 않은 고아였습니다.



유리안 : 엘리시움의 칼이 되지 못했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었을 목숨이지요.



캐롤리안 : 네 눈에는 한 사람의 생명이 고작 싸움의 체스 말이자 살인 도구로 밖에 비치지 않는 거냐!



유리안 : 훗... 기갑 기사단 역시 그런 조직 아니었습니까? 기사도를 외치긴 하지만 당신들 역시 손에 묻힌 피가 우리보다 적지는 않을 텐데요.



유리안 : 아, 맞다. 방금 들어온 소식입니다. 두 번째 공격 시기는 내일 새벽입니다. 그전까지 충분한 준비를 해놓으십시오.



유리안 : 이번에는 저들의 주봉을 쳐야 합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캐롤리안 : 또 무슨 음모를 꾸미는 거지? 독가스? 기습? 아니면 더욱 악독한 건가...!?



유리안 : 마음대로 생각하시길. 그럼 이만.



캐롤리안 : 과연 엘리시움의 '괴물'이라 할 만 하군!






전장



마크렌 : 아무래도 적은 잠시 물러난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군. 츠루야의 수비 병력은 거의 괴멸되었고, 남아있는 부대의 체력 고갈된 상태다.



매튜 :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영봉으로 물러난 뒤에 지형의 우세로 다음 공격을 막는 것 정도겠지.



아즈사 : 영봉으로 퇴각한다는 건, 엘리시움이 츠루야의 다른 지역을 짓밟게 놔둔다는 말입니다!



아즈사 : 영종의 수장으로서 저는 절대 용납할 수 없어요! 엘리시움인은 그들이 한 행동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



아즈사 : 20년 전 저는 싸울 수 없는 어린아이였지만, 지금은 달라요. 저는 이미 이 땅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결심을 했습니다.



아즈사 : 설사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수호승 : 크, 큰일입니다, 아즈사 님...



아즈사 : 당신은... 영봉을 지키는 수호승!? 온통 피투성이잖아요, 설마 영봉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요!?



수호승 : 검은 갑옷을... 입은 남자가... 하늘에서 내려왔습니다... 영봉은 지금... 마물 투성이입니다, 콜록 콜록, 오, 오보로 님 역시...



수호승 : 서둘러... 돌아가셔야 합니다...



마크렌 : 하늘에서 내려왔다니... 그 웨탐이라는 녀석인가!



매튜 : 큰일이야, 리자도 거기에 있는데! 지금 위험한 상태일 거야, 어서 돌아가야 해!



아즈사 : 맙소사... 존자시여, 어째서 우리에게, 이 땅에 이런 시련을 내리시는 겁니까... 이 모든 것을, 보상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긴 할까요...









리자 :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영종의 거처에 마물이 바글거리다니!



매튜 : 리자! 대체 무슨 일이야!



리자 : 나, 나도 잘 몰라! 아까 방에서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마물이 나타나 거리에서 마음껏 날뛰기 시작했어!



아즈사 : 오보로는요! 오보로는 어디 있죠!



리자 : 음, 내가 본 건 검은 갑옷을 입은 녀석이 데려가는 모습이었는데... 신전 방향으로 갔어요!



아즈사 : 신전이라니...



매튜 : 웨탐이야...! 아즈사 씨, 서둘러야 해!



리자 : 아니, 저것들은 왜 또 돌아온 거야!



아즈사 : 어째서 호위승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거지... 설마 이미...



아즈사 : 제길, 설사 오늘 여기서 죽더라도 네 녀석 마음대로 날뛰게 두진 않겠다!



매튜 : 아즈사 씨...



마물 : 크르르...



아즈사 : 감히 이 신성한 영봉의 정토를 더럽히다니, 내 손으로 직접 죽여주마!



매튜 : 저렇게 화가 난 아즈사 씨는 마치 딴 사람 같군...






아즈사 : 가증스러운! 완전히 없애기도 힘들구나, 이 거머리 같은 녀석들! 그렇다면...!





아즈사 : 하아, 하아... 이럴 수가!



매튜 : 큰일이다! 설마 적의 함정이었나!?



호위승 : 미천한 것... 날뛰는 것도 여기까지다!




마물 : 으아아아아!



아즈사 : 호위승 여러분, 아직 싸울 수 있는 사람이 있나요!?



호위승 : 저희는 영종을 지키는 존재... 설령 상대가 하늘에서 떨어진 악이라 할지라도 절대 물러설 수 없습니다!



호위승 : 아즈사 님... 아즈사 님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버틸 수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아즈사 : 밖으로는 강력한 적에 안으로는 어둠의 습격까지... 영종이 세워진 이후 이런 재난은 없었습니다...



아즈사 : 사실 방금까지는 츠루야와 영종 모두 이대로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버텨주었기에 츠루야를 포기할 수 없다고 다시 믿을 수 있게 되었어요!



아즈사 : 영종은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겁니다!



매튜 : 아즈사 씨, 우리 성검 군단도 가만히 두고만 보지 않을 거야! 우리가 츠루야의 모든 것을 지키겠어!






호위승 : 마물은 모두 정리되었고, 신전으로 가는 길이 열렸습니다!호위승 : 마물은 모두 정리되었고, 신전으로 가는 길이 열렸습니다!



호위승 : 아즈사 님! 콜록, 콜록...



아즈사 : 괜찮으세요!? 제가 치료해 드릴게요!



호위승 : 괜찮습니다, 아즈사 님... 어차피 우리는 모두 존자의 곁에서 다시 만나지 않겠습니까... 저는 단지, 한 발 먼저 가는 것뿐입니다...



호위승 : 존자의 은혜가... 츠루야를 영원히 비추기를...



아즈사 : 존자의 은혜가... 영원히... 흐흑.



매튜 : 아즈사 씨...



아즈사 : 지금 머뭇거릴 때가 아니란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디 그를 존자의 곁으로 보낼 수 있게 해주세요.



매튜 : 용감한 자여... 부디 루시리스 여신의 곁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길 바랍니다.









웨탐 : 내 부하들은... 아무래도 모두 죽은 것 같군.



오보로 : 대체 무얼 할 작정이지?



웨탐 : 회복 속도가 내 생각보다 느리구나, 물령의 용. 그 삼류 녀석의 술법이 네게 그토록 큰 영향을 끼친 건가?



오보로 : 어째서 나를... 물령의 용이라고 부르는 거지... 그 물령의 용이라는 건 또 뭐고!? 내 이름은 오보로다! 나는, 나는...



웨탐 : 훗, 그렇다면 말해보아라. 아까 넌 무얼 보았지?



오보로 :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웨탐 : 넌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이 아니다.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일 뿐이지.



웨탐 : 네 세계는 얇은 종이처럼 위태롭다. 그리고 그건 네 기억과 과거가 짙은 안개처럼 네 눈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고.



오보로 : 그래, 네 말대로 아까 본 게 뭔지는 모르겠어... 그건 푸른 용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용의 머리 꼭대기 위에 서 있었지.



오보로 : 내가 본 건... 세상이 아니었고, 츠루야의 강산도 아니었다... 그건...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었어.



오보로 : 그건 마치, 무언가 홍수나 거대한 빛줄기 같았다... 그리고 나는... 계속해서 그것을, 그 전체를 삼키고 싶어했어!



오보로 : 아니, 그건 내가 아니야, 그건 용이다! 나는... 나는 그렇게 되지 않을 거야! 그랬다가는 아즈사를 더욱 고통스럽게 할 테니까!



웨탐 : 그게 바로 너다.



웨탐 : 네가 바로 그 용이다. 너는 물령의 용이며, 소환되었지만 수호의 책임을 저버리고 츠루야에 무차별적인 피해를 줘 살해당한 그 용의 환생이다.




오보로 : 나는... 오보로... 내가... 용이라고? 마나를 삼킬 생각이 가득했던... 그 거대한 용이라고?



아즈사 : 오보로!



매튜 : 웨탐!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웨탐 : 말했지 않나, 매튜. 나는 모든 운명을 원래의 궤적 위에 되돌려 놓으려는 것뿐이다.



아즈사 : 설마 오보로를 통해 물령의 용을 깨우려는 건...



웨탐 : 그게 바로 너희 영종의 목적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내게 감사해야 하지 않나, 너희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해주는 거니까.



아즈사 : 아니! 그만두는 게 좋을걸! 영종은 물령의 용을 강림시키는 것이 아닌, 우리의 힘으로 지킬 거다!



웨탐 : 그렇다면 이 영혼을 이렇게 점유해선 안되지. 저런 도구를 이렇게 지키고만 있는 건... 정말 심각한 낭비 아닌가...



그레니어 : 그래도 영룡의 힘을 너 같은 악당에게 넘길 수는 없지!



웨탐 : 호오? 그건 너희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그러니 어디 영룡에게 직접 들어보도록 할까!



매튜 : 알하자드... 대체 무슨 짓을 할 셈이야!



웨탐 : 흐음, 아직도 네 힘을 기억하는가? 이건 모든 것을 가르는 '부서진 칼날'이다. 너는 이걸 사용해 당시에 이길 수 없었던 사신 겐드라실을 쓰러뜨렸지.



매튜 : 그리고 그건... 네가 태어난 이유이기도 하고...



웨탐 : 그렇다. 그리고 너의 대립면으로 태어난 내가 가진 힘은... '조화의 칼날'이다.



웨탐 : 이제 그 두 눈으로 똑똑히 봐라!



아멜다 : 공격해온다! 모두 조심해!




오보로 : 으아아아악!



아즈사 : 오보로!!!



오보로 : 으아아아아!




매튜 : 뭐야, 어째서 오보로가... 조화의 칼날이라는 건 설마...



웨탐 : 드디어 눈치챈 건가. 너의 칼날이 뒤틀린 영혼의 결합을 가를 수 있다면, 나는 그것을 다시 합칠 수 있다!



웨탐 : 너희의 추측은 틀리지 않았다. 나는 영룡의 영혼을 그것의 육체로 되돌려 놓았지. 그러니 내게 고마워해라, 츠루야인이여! 너희의 신성한 용이 다시 돌아올 것이다!






기사단 주둔지



엘리시움 기갑 기사 : 대장님, 오늘 작전은 굉장히 순조로웠습니다. 3소대, 7소대 모두 목표 지점에 도달했습니다.



엘리시움 기갑 기사 : 적의 수비 역시 굉장히 부실해서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한 덕분에 우리 쪽 피해는 없다시피 합니다.



캐롤리안 : 으음... 모두 수고했다. 그래도 츠루야인이 산에서 매복 공격을 할 수 있으니 다들 경거망동하지 말도록!



캐롤리안 : 이게 무슨 일이지!?



엘리시움 기갑 기사 : 이, 이럴 수가... 산 위에... 저게 뭐야!



캐롤리안 : 저건... 용? 엘리시움에서 봤던 용과는 전혀 다른데...



엘리시움 기갑 기사 : 대장님, 방주로부터 통신입니다! 즉시 후퇴하라고 합니다!



캐롤리안 : 작전이 성공했는데 어째서! 하필 이런 때에 모든 것을 수포로 돌리라는 거냐!



엘리시움 기갑 기사 : 플로렌티아 각하의 지시입니다! 기갑 기사단의 전력을 보존하라 합니다!



캐롤리안 : 전력 보존...



물령의 용 : 으아아아아아!



엘리시움 기갑 기사 : 큰일입니다! 용이 산 위에서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전방의 부대는 이미 공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캐롤리안 : 뭐라고! 이럴 수가, 정예 기병이 그렇게 쉽게 공격을 받다니... 이대로라면 궤멸이다!



캐롤리안 : 기갑 기사단에게 명령을 내린다! 전속력으로 방주를 향해 퇴각할 것!



엘리시움 기갑 기사 : 예!



유리안 : 아, 그 녀석의 목적이 바로 저거였나? 저렇게 거대한 짐승이라면 상대할 수 있는 건 가에아사르 정도겠군...



유리안 : 이렇게 아름다운 곳도 곧 시산혈해의 도축장이 되겠구나!



유리안 : 정말... 흥분되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