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KCTC훈련을 해보면 알겠지만 "생각외론" 별 것 없음.

영화처럼 총쏘고 뛰고 하는건 많이 없지. 별에별 뺑이를 한꺼번에 연속으로 친다는 게 X같아서 그렇지...


아무튼 부대이동 철수해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옴.

그때부터는 그냥 마냥 대기였음. 솔직히 썰 풀 게 없음. 가끔씩 사망사들 수송하는데 차량지원 필요하대서 모의시체들 태워다가 내려오는 정도? 그정도만 하고 하루종일 차량 근처 경계서기 내지는 타부대 차량위장 도와주기 정도.


지휘부 소속 동기한테 썰 들었는데 전황이 개꿀잼인 것임.

아군끼리 교전은 기본에다가 파견다온 공병대랑 우리 부대 간 소통이 안돼 교량 폭파에 실패, 대항군들 다이렉트로 내려오고,

또다른 다리는 공병대가 폭파했는데 지휘부에서 말 안해줘서 거기 지나가다가 갑자기 사망하질 않나

심지어는 피아식별이 안돼서 빨리 공격해야 되는데 저게 적인지 아군인지 판단이 안되니 머뭇거리고만 있고 와중에도 사방에 특작조 들어와서 공격하고 기만작전에 쫄아서 FASCAM 오지게 뿌렸다가 되려 공격로 막혀서 우리 지뢰를 우리가 개척하질 않나


그래도 공격작전은 나름대로 잘 진행돼서 연대장님이 만족하셨다고 들었음. 근데 방어작전부터가 ㄹㅇ 가관임.


공격은 훌륭하게 수행했지만 너무 훌륭한 나머지 인원손실 규모가 감당이 안되는거임. KCTC는 가라 같은거 안먹히는 훈련이라, 실제 절차대로 사단본부에 보충병 충원 요청하면 이미 죽은 병사들 중 일부분을 보충병 개념으로 축차 투입하는 건데, 너무 많이 죽은 나머지 보충병으로 땜빵하기도 전에 부대가 궤멸되는 것임.


심지어는 대항군부대가 이런 훈련에 이골이 난 애들인지라 방어 담당 대대들 사이 틈새를 비집고 하이패스로 내려오는거임. 전투지경선 털려서 고립되질 않나, 역으로 포위하려고 기동하다가 돈좌당하고...


전방부대부터 돌파 돌파 돌파... 그와중에 지휘소에 포격 떨어져서 반 죽고 반은 임시지휘소로 이동하다가 특작조에 포위당하고,

그거 지원하러 가던 부대도 적 마주해서 주춤, 포격지원 요청했는데 이미 포탄을 너무 많이 소모해서 신규포탄 보급받기 전까지 깨작깨작 포격지원 하고, 그마저도 정찰반/유도반 쪽이 교전에 휘말려 제대로 유도도 못한 탓에 허허벌판에 155mm탄을 허비해버림.


아무튼 상황이 이러니 후방 지원대에도 분위기가 안좋아짐.

안좋아지고 좀 있다 보니까 조금씩 포탄도 떨어지고....

당시 우리 중대가 24인용 텐트 쳐놓고 거기에서 교대로 휴식했는데 거기에 포격이 직격하는 바람에 안에서 휴식하던 중대장 포함 간부들 90% 사망....


쐐애애액 하는 소리에 바닥에 엎드렸는데 갑자기 뻥 하는 소리와 함께 연막탄이 터지는 광경은 장관이었음. 갑자기 주변이 자욱해지더니 삐유삐유삐유 완파 완파 완파 이러고, 텐트 안이랑 그 주변에 있던 사람들 전부 사망 사망 사망 이러고 있고.

(외부에 건물용 피해표시기가 있고, 거기엔 완파시에만 작동하는 연막탄과 노래방 미러볼같이 생긴 라이트가 있는데 완파당하면 연막탄이 터지고 빨간 불빛이 반짝거리며 완파 라는 음성 신호가 나옴)


원래 KCTC훈련이 최대한 사실적인 전장경험으로 유명하잖슴? 실제로 차량/건물/장비 파손 묘사도 가능해서 건물이 반파되거나 차량이 화생방 오염되거나 제독을 안해서 나중에 갑자기 탑승병력이 죽는다거나 등등 모든 상황을 묘사 가능함. 


그러니까, 포격을 맞아서 텐트가 붕괴, 그 충격으로 내부 인원 전멸에, 파편상으로 인근의 병사들도 다 죽어버린 것임ㅇㅇ


다들 몇 초간 벙쪄있다가 마침 용변 보고 돌아오던 대위(진) 이 다들 참호로 대피하라 해서 그 속에 머리 쳐박고 있었음...

포격 다 끝나고 나와보니 중대 절반 사망에 일부 중상... 잔존병력은 대위(진) 하나 행정보급관(상사) 하나 병사 여덟... 그마저도 다섯 명이 운전병이었으니(차 근처라서 직접피해 없었음)... 


남은 여덟이서 주변 소산해서 사주경계 하고있고 대위(진)은 임시 지휘소로 회의하러 가고 상사 한 명이 진두지휘 해서 정찰함.

우리 중대 앞에 작은 숲이 있고, 거기 너머에 후방 지원단 소속 합동 경계조가 있는데, 나는 당시 숲 속에 들어가서 걔들 구경하고 있었음.


땀띠 때문에  등이 너무나도 아팠지만 진짜 꾹 참고 쪼그리고 앉아서 FM으로 경계를 서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