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s://www.dlsite.com/maniax-touch/work/=/product_id/RJ01176736.html

솔직하게 말해서 발매 직후 들었을 때는 조금 아쉬웠던 작품임.
원래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처럼 매콤하고 자극적인 그런 내용일 줄 알았는데, 뭔가 애매하다고 느껴졌음.
특히 설정이나 스토리가 네토물 최적화인 게 그랬음. 관심도 흥미도 없는 코스 동아리에 따라가서 직접 코스프레까지 할 정도로 주인공 의존증인 소꿉친구와 그런 소꿉친구를 배려하느라 주인공을 좋아하는 내색도 못 내는 로리 선배라니.

이렇게 주인공 일편단심인 애들이 어떻게 단번에 연쇄함락당하고 또 얼마나 크게 주인공을 배신할까 했는데, 실제로는 뭔가 미묘하게 평화로운? 그러면서도 어딘가 불편한 분위기로 흘러가다 끝났으니까.
그러다 이번에 110엔짜리 듣고 양산형 네토물에 대한 회의감이 좀 들었는데, DL에 예고 떴을 때부터 엄청 기대하고 매일매일 페이지 새로고침하며 기다렸던 이 작품이 문든 떠올랐음.
그래서 그냥 다시 들어봤음.
그리고 생각이 조금 바뀌었음.
이건 확실히 좋은 작품임. 목 쉴 것 같은 오호고에 일변도 네토물에 질린 사람이라면 꼭 들어보길 추천할 정도로.

사실 이 작품의 장점은 굳이 네토물 아니어도 재밌다는 점에 있음. 위에서도 썼지만 일단 히로인이 무척 개성적임.
우선 로리 선배. 표지 일러는 메스가키처럼 나왔지만 엄청 상식적이고 열정적인 오타쿠임.
그래서 어설픈 카메라맨인 주인공과 의욕 제로 소꿉친구한테 처음부터 끝까지 온갖 딴죽을 거는 게 주역할. 심지어 소꿉친구가 처음 본 프로 코스어 네토남에게 한눈에 홀딱 반했을 때도 이 양반은 순도 백 퍼센트 코스프레 쪽에만 관심 보이는 게 은근 개그였음ㅋㅋ
다만 너무 코스 쪽에만 빠져 있어서 그런가... 갑자기 네토남한테 이것저것 물어보거나 항상 앉던 주인공 옆이 아닌 네토남 옆자리에 앉는 등 대놓고 수상해보이는 소꿉친구의 변화를 '얘가 드디어 의욕이 생겼구나!' 정도로만 여기고 넘겼다는 점에서는 살짝 만악의 근원(?)일지도. 네토남 동아리에 데려온 것도 로리 선배고.

소꿉친구는 사실 소꿉친구 네토물에 나오는 전형적인 스타일이지만, 압도적으로 뻔뻔하다는 개성이 있음. 얘가 코스프레하는 토키 생각하면 될 듯. 이 뻔뻔함은 로리 선배의 허당 상식인 포지션과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음.
'왜 저항 안 했나고? 엄청 잘생겼잖아. 그게 다야.'
'네가 항상 귀여움은 정의라며. 그러니까 잘생김도 정의야. 그것만으로 너보다 좋아졌어. 훨씬 훨씬 더 많이.'
처음 들었을 때는 얘 네토당한 거 맞나? 싶었는데 곰곰히 생각하면 차라리 욕이나 하는 게 나을 정도로 비참했음.

왜냐하면 전부 사실이니까.
주인공은 분명 좋은 사람이고 자지를 포함해 이렇다할 하자도 없음.
하지만 네토남은 그런 주인공보다 월등히 잘생겼고, 같은 나이이면서 이미 유명한 코스어고, 아마추어에 불과한 주인공과 달리 업계의 프로 카메라맨과도 커넥션이 있음. 당연히 자지는 비교 불가 수준이고.
똑같은 아마추어 동아리였지만 코스프레 모델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영역인 둘과 달리 주인공은 얼마든지 대체 가능한 평범한 사람임. 그런 상황에 소꿉친구는 잔잔하게 주인공에 대한 애정이 식었음을 알려줌. 마치 해고 직전의 모자란 아랫사람한테 무감정하게 통보하듯이.
차라리 대놓고 경멸하며 싫어했다면 마음의 정리라도 할 텐데, 남은 건 순수한 무관심 뿐임. 말 그댄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이런 주인공을 따로 불러 마지막 선물이라는 셈 치고 해주는 네토라레 보고만 해도 그럼. 말 그대로 들려줄 뿐임. 그밖에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음. 그것조차 어느 순간 존재 자체를 잊어버리고 자기들끼리 잘생긴 얼굴에는 키스만 해도 행복해, 오나홀처럼 써지는 거 너무 좋았어 등등 하하호호 신나게 떠듬.
뒤늦게 주인공의 사정을 눈치챈 다음에도 사과는커녕 주인공을 붙잡을 생각도 전혀 안 함. 애초에 이 보고 자체가 다음 섹스를 더 기분 좋게 하기 위한 약간의 자극 정도로 한 거니까.

언뜻 들어서는 주인공을 배려해서, 그래도 미안하다는 자각은 있는 것 같지만 원망의 여지조차 뺏어가는 비참한 선고에 불과했음.
아마 사회에서 계약직 일 같은 거 해본 사람은 이때의 허무함과 답답함을 쉽게 이해하지 않을까 싶음
그런 의미에서 정서적인 자극을 원하는 사람한테는 추천하지만, 말초적인 자극을 원하는 사람한테는 추천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음.
그래도 개성적인 캐릭터성과 매력적인 연기가 훌륭한 작품이니 여유 있다면 한 번 들어보길 권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