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1년이라는 틈새
오랜만에 집에 들어와 봤는데, 별로 변하지 않았네.
뭔가, 안심했어.
응. 뭐라고 할까.
오랜만에 들른 장소가, 자신이 알고 있던 그대로라면,
안심되지 않아?
완전히 변해 있다면, 처음 와본 것 같아서 섭섭하잖아.
추억이 잔뜩 있던 장소라면, 특히.
왜 그래?
차? 아, 마시고 싶긴 한데. 내가 할게.
괜찮아. 모처럼 돌아왔으니까, 여친다운 일을 하게 해주라고.
살아있을 시절에는, 별로 해주지 못했었고.
응응. 못 해줬었으니까. 그러니까 말야? 앉아 있어줘?
자, 받아.
건강히 지냈어?
그렇구나. 다행이네.
날 잊지 못하고, 글러먹은 사람이 됐을지 모른다고 조금 생각했어.
방금 말한건 농담이지만.
병이라든가 있지 않아서 다행이야.
왜냐고 한다면, 건강하게 웃어줬음 하니까 말야.
전혀, 쓸쓸하지 않았어? 내가 없어졌어도.
응. 나도 쓸쓸했어. 무척.
안되겠네. 이런거 묻지 않을려고 했는데.
그야, 쓸쓸했던거, 다시 떠올려 버리게 됐잖아?
어차피 오늘 하루밖에 있어주지 못하는데.
내가 없어서 쓸쓸하냐니. 너무했지?
미안.
아까 전에도 말했지만, 비가 오고 있는 동안만이야.
여기에 있을 수 있는 건.
그런 조건으로 돌아올 수 있었어.
그러니까, 비가 그친다면, 사라질거야.
뭐 그래도, 오늘은 비가 새벽까지 내린다 했었고.
아직 시간은 있어. 괜찮아.
응? 달리 만나고 싶은 사람? 아... 없다곤 말 못하지만.
부모님이라든가, 친구라든가. 제대로 된 작별이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돌아갈 장소는 여기밖엔 생각하지 않았어.
무슨 일이 있어서라도 만나야만 했던 사람은, 한 명뿐이었어.
확실히 사라질 때까지 시간은 있지만, 다른 곳으론 가지 않아.
줄곧 이곳에 있고 싶어.
거기다, 난 죽었으니까.
갑자기 나타나면 놀라게 만들어 버릴 걸.
순진하게 믿은 게 이상한거야.
뭐, 덕분에 살았지만.
뭐라고 말하면 받아줄지, 굉장히 고민했으니까.
엄청 생각했지만, 이거다 하는 말이 전혀 떠오르질 않아서,
어떡하면 좋지 라고 생각했었어.
나, 제대로 설명도 못했는데, 바로 믿어줘서 엄청 기뻤어.
역시, 내가 좋아하게 된 사람이구나ㅡ하고.
어째서 믿어준거야?
보통 죽은 사람이 눈에 보인다면, 그건 유령일테고. 무서워 할 거 아냐?
왜 무서워 하지 않는 거야? 나였으니까?
모르는 일이잖아? 모르는 새에 나한테 원한살만한 짓을 했을지도 모르고. 뭐, 없지만. 없지만 말야! 만약의 이야기로.
너무 원망스러워서 둔갑해서 나타난 거였다면, 어쩔 셈이었어?
...정말로, 나라면 그런일 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해 주는거야?
응. 뭐, 나 살아있었을 때엔 행실이 좋았었으니까 말야ㅡ?
컵 다시 줘. 닦고 올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