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다시 산마루에 울려퍼진다. "타와케모노! 신사의 방울을 나를 부르는 방울마냥 착각하지 말라고 몇번이나 말하지 않았느냐!" 금여우의 호통소리다. "하아.. 또 시작이네. 저 둘은..." 백여우는 늘 그렇듯이 한숨을 쉰다. 불호령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두 사람 사이의 꽁냥대는 이야기의 시작임을 백여우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차라리 결혼해 버리면 좋을텐데.' 그렇게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처음에는 분명, 두 사람의 조금씩 커져가는 알콩달콩함이 살짝은 눈꼴시지만 굉장히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어느 정도여야지.' 진전없이 밍숭맹숭, 중요한 일선을 수줍어하며 서로 넘지 못하는 두사람을 보며, 두근두근하기도 그만두었다. 이제는 지지부진한 알콩달콩함. 옆에서 보고있는 사람, 아니 여우 생각도 해 줘야 한다. 고 생각했다. "호오, 그렇다면 나쁜 건 항상 내 말을 곧이 알아먹지 못하는 이 귀인가? 매일 청소해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부족한 모양이구나?" 장난기 가득한 소리와 꼬리가 살랑 살랑, 무녀복에 스치는 숨길 수 없는 소리. "하아..." 반복되는 레퍼토리에도 저 둘은 질리지 않는가보다. 금여우와 손님은 백여우의 깊어가는 한숨을 모른다. 혼내는 분위기는 순식간에 간 데 없고 냇가 근처 사랑방에서 무릎베게를 하고 '여기가 좋으냐? 여기가 좋지 않으냐?' 하는 소리. 이런 이런. 차를 내올 타이밍조차 놓쳤다. 눈치 빠른 백여우는 오늘도 조용히, 툇마루에 앉아 하릴없는 시간을 보낸다. '텐님도 손님도 정말이지, 순수하다고 해야하나, 바보들이라고 해야하나.' 여느 때와 같은 부드러운 낮 공기가 코를 간질인다. '끄으응..' 찌뿌드한 어깨를 주욱 잡아편다. 낮잠자기 좋은 날씨다. 툇마루에 앉아 꾸벅꾸벅 졸음을 청한다. 오늘도 손님 외에는 아무도 찾지 않을 산골의 조그마한 신사인걸. 조금쯤은 졸아도 벌받지 않을거야. 라고 생각한 그 순간 "딸랑 딸랑" 신사의 방울소리가 울렸다. 앗? 하고 잠이 살짝 덜 깬 백여우는 생각했다. '손님은 지금 텐님이랑 같이 있었지? 그러면?' 졸음에서 살짝 깨어 몸이 바로 움직이지 않는다. "얘~ 뱌쿠~ 누가 온 것인지 나가보렴~" "네 알겠어요 텐님!" 잠이 아직 덜 깬 탓일까 "아얏!" 섬돌을 잘못 밟고 가볍게 넘어졌다. "저런, 어디 다친 데 없느냐? 부주의한지고.. 내가 나가 볼 터이니 상처에 약이라도 바르고 있거라" 사랑채의 문을 열고나와 금여우는 종종종 신전으로 향했다. 잠시 무언가 두런두런하는 소리 옥신각신하는 소리. 텐님과 누군가가 다투고 있는 듯했다. "타와케모노!" 텐님의 크게 화난 듯한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왔다. "어느 안전이라고 이런 무례한 짓을 하는가! 자네는 내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있는가! 이것 놓거라!" 크게 지르는 소리. 잠시 후, 금여우는 화난듯한 상기된 얼굴로 돌아왔다. "참으로 버릇없는 녀석이로고! 처음 보는 이상한 사내가 무례하기 짝이 없게도 귀엽다는 소리를 하며 내 손목을 잡아채지 않더냐! 신력이 약해진 것인가! 불결한 자가 여기까지 찾아오다니!" 가쁜 숨을 몰아쉬며 화를 낸다. "요즘것들은 다 그런겐가! 머리를 분수에 맞지 않게 금색으로 물들이고! 난잡하고 망측하고 불경한 그런, 그런 갈색 피부가 다 보이는 차림을 하고있고! 게다가 그 귀는 뭔가! 다 큰 남자가 은색 금색 고리나 주렁 주렁 걸치고있고! 아주 불경하고 망측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처음 보는 나에게 그런.. 그런...." 금여우는 새빨개져서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말 할 수 없는 것이가, 말을 찾지 못한 것인가. "그런.. 다시 또 찾아오겠다니! 에이! 뱌쿠! 소금! 소금을 가져오너라! 소금을 뿌려야겠다! 다시는 찾아오지 못하게!" 필요 이상으로 화를 내는 금여우에게는 마치 무슨, 끔찍한 일을 겪은 것 같은 반쯤은 공포의, 기묘한 감정이 엿보였다. 그것은 분노와는 다른, 금여우로써는 처음 느껴보는 어떤 감정, 무어라고 할 수는 없으나
포기했다 더는 못쓰겠다
미안해요 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