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이 안 와요?
그럼, 잘 자요
선-배
잠들고 싶어지도록
가볍게 미미카키, 해 드릴까요
저도 약간
눈이 말똥말똥해서
네. 그럼 그렇게 하죠
무릎베개, 해줄 테니까
머리를 대주세요
옳지옳지, 착하네요
눈은 감고 있어요
독서등, 켤 거니까요
놀라지 않게
어디 보자
안쪽까지 잘 보여요
의외로 깨끗하네요
그러면 마사지 정도로
부드럽게 훑는 정도로
하는 게 좋으려나
그럼 넣을게요
우선은 이렇게
얕은 곳부터
천천히, 천천히
가키가키
이 언저리는
계속 나와서
이제 어느 정도 안쪽인가
직접 하는 거랑
다른 사람이 해 주는 건
꽤 느낌이 달라서
제대로 기분 좋으려나
죄송해요
잠들게 해 주려는 거라
아무 말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조용히 있으면
저까지 잠들 것 같아요, 이거
차분히 얘기해도 되죠
그럼 뭘로 할까요
선배한테 아직 하지 않은 이야기
너무 재밌으면 잠이 오지 않으니까요
제 학창 시절 이야기라도 해 줄까요?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아요
평범해요
저의 대학 2학년 여름 이야기
그렇다고 또래 남친 이야기는 아니니까
안심하세요
애초에 있었던 적도 없으니까
남자친구
안심한 김에
좀 더 깊게, 할게요
안쪽도 카키카키 코슈코슈
곁에 있는 사람도 없었으니까
여름방학에도 혼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거든요
그때 캐나다에 갔어요
맞아요, 미국 위
왠지 모르게,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져서
1학년 때부터 돈 저축해 뒀거든요
기특하죠
귀를 맡기고서 늘어져있는 선배랑은 너무 다르죠
제2외국어, 프랑스어 선택했었는데
혼자 프랑스에 가는 건 아무래도 위험하다고
부모님이 반대하셔서
그래서 프랑스어가 조건이면
퀘벡도 괜찮겠다, 이렇게 됐어요
그때는 기분 상했지만
처음으로 해외에 나가는 거였고
심지어 혼자였으니까요
결국 잘 됐던 거죠
여차하면 영어도 통하니까요
영어는 그렇게 유창하게 할 수 있지는 않지만요
네, 이제 본텐
그거 알아요?
본텐이란 말, 프랑스어예요
그래요
속으셨네요
'본'은 프랑스어로
좋다든가, 맛있다는 의미로
자주 쓰는 단어라서
발음만 놓고 보면 그럴싸할지도
모르겠네요
본텐
자, 후와후와는 이제 끝
가만히 있어요
맞은편이 남았잖아요
반대쪽 귀, 보여주세요
네, 여기도
역시 더럽진 않네요
그럼 가볍게 슥슥
퀘벡에는 가이드도 없이 갔는데요
역시 그런 것에 의존하지 않는다 해도
뭔가 대책이 있었어야겠죠
마을 중심부에 넓은 강이 있어요
강가 주위로 쭉 벤치들이 늘어서 있어서
그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있었는데요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다든가
그때는 잘 몰랐어요
그리고 버스 타는 방법도 처음엔 잘 몰라서
많이 당황했었어요
타기 전에 돈을 내거든요
내릴 때가 아니라요
잠깐이든, 하루 종일이든
그 정도였을까요
그걸로 종점까지 갈 수 있어서
알기 쉽긴 하려나요
그치만 그때 이해는 잘 안 됐어요
좀 충격이죠
마침 그때는 동전을 갖고 있었어서
자연스럽게 탈 순 있었지만요
돈을 갖고 다니지 않았으면
민폐를 끼칠 뻔했죠
그래서, 버스에 타서
조용한 거리를 보고 있는데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 버스, 다음이 어느 정류장이라든가
안내방송을 해 주지 않았어요
다른 손님들도
내리고 싶은 장소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가만히 보고 있다가
이때다 싶을 때 버튼을 누르고
내리는 거예요
저는 타고 있는 것만으로 재밌었다고는 해도
30분 넘게 타 있다 보니까 불안해져서요
이거, 오늘 묵을 곳으로 돌아갈 수 있으려나 싶기도 하고
마침 그때 어떤 사람들이 계속 버튼을 누르는 거예요
저도 모르게 그 틈에 섞여 내려서
그 사람들이 향하는 쪽으로 걷다 보니
커다란 수족관에 도착했어요
후, 안심했어요
관광객인 것처럼 돼서
아니, 관광객이 맞긴 했죠
입장료는 꽤 비쌌지만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특히 해파리가 유명한 곳이었어요, 거기는
선배랑 봤던 수조보다 더 볼만한 곳이었어요
그러네요, 생각해보면 그 해파리는
그쯤이었던가요
자, 히죽거리지 말고
본텐, 시작할게요
본텐도 약간 해파리랑 닮지 않았나요
자, 여기까지
덕분에 저도 잠이 와요
이제 잘게요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서 하죠
여행 이야기란 게 별 게 없어서
앞으로도 잔뜩 이야기 들려줄 테니까
잘 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