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대체 무슨 병인지 좀 알겠습니까?"



청년이 안절부절하며 수염이 길게 자란 의원에게 물었다.

의원은 포대기 속에 싸여진채로 숨도 쉬지 않고 새파랗게 질린 채로 누워있는 두 아기의 맥을 짚으며 머리를 갸웃거렸다.



"제가 의원 생활만 수도에서 20년을 넘게 했는데... 이건 당최 무슨 병인지..."



청년은 절망적으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청년의 곁에 있던 아내는 결국 참던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집안 어른은 두 손주를 보신 후 건강이 급격하게 안 좋아져 순식간에 돌아가시고 말았다.

아내에게도, 청년에게도 힘든 시간이였지만, 대를 이을 두 아들이 있어 그나마 안심할 수 있었고, 참을 수 있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귀하디 귀한 두 아들이 죽을 병에 걸려버렸다.

이틀 동안 수도에서 가장 용하다는 의원들을 다 불러보았지만 속수무책이였다.



정말로 큰일이였다.



대를 이을 사람이 없어져 버린다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청년은 핏기 없는 두 아들들의 이마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울먹였다.





"어째서 갑자기 이런 일이... 하늘도 무심하시지...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아이들에게 어찌..."



"저... 제 소견을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늙은 의원이 조심스레 청년에게 말을 건넸다.

청년은 의원을 쳐다보지도 못한 채로 절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숨은 쉬지 않는데 맥은 뛰고 있습니다... 이건 아무래도 이 세상의 질병이 아닌 듯 싶습니다.

아마 신병인 듯 합니다."



"신병이라니? 그럼 이 아이들이 무당이 되어야 산단 말인가요?"



"그, 저도 무당은 아닌지라,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아는 엄청 용한 무당이 한 명 있습니다.

신을 모시는 걸 낙으로 알고 사는 사람이니, 아마 돈은 받지 않을겁니다. 혹 불편하지 않으시다면, 그 사람을..."






청년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굿이라도 해서 두 아들들이 나을수만 있다면야, 청년은 귀신이나 무당을 믿는 사람은 아니였지만 지푸라기라도 일단 잡아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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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신병이 났소. 틀림없소이다."





붉은 옷을 입은 무당은 두 아기를 보자마자 그렇게 단정지었다.





"시, 신병이라니. 확실한 건가?"



"게다가 이건 보통 신병이 아니올시다. 이건 굿으로도 안 되오. 어디선가 신의 분노를 단단히 산 모양이외다."



"신의 분노라니? 우리 집안에서 뭔가 잘못한 사람이라도 있다는 겐가? 다들 아무런 잘못도..."



"흠, 글쎄올시다. 주인양반은 마음에 잡히는 일 없으십니까?"



"마음에 잡히는 일이라니...??"






무당은 눈을 가늘게 뜨고 청년을 은근슬쩍 노려보았다.






"누군가와의 약속을 어긴 적이 없소?"



"약속...??"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으십니까? 분명 무언가 원한을 살만한 일이 있을텐데."





청년은 잠깐 곰곰히 생각하는듯 하더니, 갑자기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스쳤다.





"흠, 얼굴빛이 변한 걸 보니 찔리는 구석이 있긴 있나 보구만. 그게 뭐요?"



"그, 그건 말할 수 없는 일이다. 사적인 거란 말이다."



"아하, 그래. 사적인 거란 말입니까? 그럼 제가 알아맞춰보지요."





무당은 계속해서 청년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일단 마님은 다른 방으로 보내시는게 나을 것입니다. 그렇고 그런 사적인 일이라면야."





청년은 가슴이 섬칫했다.

왠지 이 무당이 자신에 대한 모든 걸 다 알고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서... 서방님..."



"...미안하지만 잠시만 다른 방으로 가 있어 줄 수 있겠소?"





아내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어쩔 수 없이 남편의 명령을 따랐다.


아내가 밖으로 나가고, 인기척이 저 멀리 사라지고 나서야 무당은 입을 열었다.






"고향에 사람을 놔두고 왔군.


자신을 어렸을 적부터 좋아했던 사람을 말이야.


게다가 과거 준비하던 동안에는 그 사람에게 크게 신세졌구만 그래.


그래도 고마워하는 마음은 가지고 있었구만.



그런데 그런 사람을, 한 순간에 배신해버렸군.



여자에 대한 욕정일까? 아니면 권력과 명예를 향한 탐욕? 그것도 아니면 단순한 변덕?



뭐든 간에, 당신은 당신을 도왔고, 믿어주었고, 사랑해주었던 사람을 버렸어."






무당은 속사포로 말을 쏟아냈다.


꼭 신이라도 들린 듯 감정이 격양된 한마디 한마디를 내뱉을 때마다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청년은 무당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찔려오는지 점점 고개를 들지 못하고 숙이고 있었다.





"이건... 당신이 뒤에 두고 온 것들이 당신에게 남긴 거요.


당신이 버린 그 누군가의 분노가, 이런 형태로 온 거라고. 이 저주를 풀 길은 단 하나뿐이오."





"...그게 뭔가?"





"두 아들 중 하나를 버리시오.


다행히 당신이 버린 그 누군가는 아직 나름대로 자비라는 걸 베푸려는 모양이오.


둘의 목숨을 다 가져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만 취하려 하니."







청년은 바닥에 엎드려서, 절망감을 못 이기고 울기 시작했다.


무당은 그런 청년을 바라보면서,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어쩔거요? 두 아이를 죽일 것이오? 아니면 한 아이라도 살릴 거요?"







그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몸을 일으키고 눈물을 닦아내고는, 마음을 추스리려는 듯 두 눈과 입을 꽉 다물었다가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정확히 뭘 어떻게 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