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보고싶다


임무 끝나고 스테이션으로 복귀해서 육중한 공생피갑과 기생형 무장을 해제하고 기타 흉물스러운 강화 어그먼트를 분리하고 나면 척추를 따라서 이식 플러그가 줄줄이 박혀있고 눈 아래에 회사 로고처럼 생긴 인식 코드가 박힌걸 제외하면 그냥 키 좀 늘씬하고 달달한거 좋아하는 천상 여자가 되는 그런거


비번일 때는 순수인간인 남친 집에 틀어박혀서 고풍스러운 종이책을 천천히 읽는다던가 뇌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서 요리를 기가막히게 해준다던가 하다못해 같이 잘때도 허락없이 엉덩이를 따버려도 화는 커녕 윤활액까지 내주며 순종하는 온순하고 덩치에 안맞게 귀여운 모습만 봐온 남친은 어째서 비인간 오퍼레이터들은 놀이동산이나 공원이나 상가 거리같은 다중인원 이용시설에 못들어가냐며 불만스러워하지만 그마저도 우리는 까딱 스위치 잘못들어가면 대형사고 난다고 납득해버리는 답답할정도로 유순한 비인간 눈나가 보고싶다


남친의 입에 튀김을 집어먹여주던 흉터투성이 손은 딱 자기 남친만한 경쟁사 요원의 두개골을 그냥 쥐어서 헬멧째로 으스러뜨리던 그 손이고 남친은 관계할때 만져주면 민감해지는 약점 정도로 알고있는 척추 신경소켓은 평화주의자인 남친이 사용례를 봤다간 그대로 기절할 끔찍한 중화기들의 동기화 케이블이 꽂힐 자리이며 남친이나 같은 오퍼레이터 이외의 모든 외부인을 보면 0.5초 내로 급소를 가격하여 소리 없이 살상할 수 있는 방법이 자동으로 계산된다는 사실을 도저히 말해주지 못하고 남친이 현장에서 무슨 일을 하냐고 물어보면 우물쭈물대다가 그냥 탄약을 나르는 정도라고 거짓말을 해버리는 자신을 혐오하는 비인간 눈나가 보고싶다


비인간 오퍼레이터가 경쟁사 채광플랜트의 아담한 비무장 광부 준인간들에게 무차별 사격을 퍼붓는 영상이 뉴스피드에 누출된 것을 보고 충격에 빠졌는데 영상 중간에 침실 구역에 걸려있던 드림위버 장식품이 지난번 휴가 때 귀여운 여친님이 출장가서 기념품샵에서 사왔다고 선물해줬고 지금 자기 침대위에 걸려있는 물건이랑 똑같이 생겼다는 걸 알아차린 남친이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