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영광스러운 용사였지만 마왕과의 마지막 전투에서 큰 상처를 입고 은퇴한 몬붕이. 가까스로 움직이는 건 가능했지만 이젠 10분만 뛰어도 숨이 차고 지게도 겨우 질 정도로 나약해졌지. 그래도 마을 사람들은 몬붕이가 자신들을 위해 열셈헤 싸웠다는 걸 알고 있었으므로 존경심을 담아 도와줘 생활에 지장은 없었음.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마왕이 휘하 세력에게 배신당해 이젠 서큐버스가 마왕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됨, 그것도 직계 용사와 함께 말야. 기가 찰 노릇이지만 전쟁이라곤 이제 치가 떨리는 몬붕이여서 곧 신경을 끄고 마을 주민들과 상부상조하면서 살고 있었어.


그런데 어느 겨울날 새벽, 몬붕이는 강력한 마력이 마을 바깥에서 접근하는 걸 감지해. 비록 현역 시절만큼은 아니었지만 용사 시절의 힘은 여전히 남아있었거든. 당장 밖으로 나와서 보니 과거와는 달리 여성의 신체를 한 마물들이 진군하는 게 보였음. 근데 또 하필이면 마을의 경비들이 군사 훈련을 하기 위해서 며칠간 자릴 비운 상태였어.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용사 시절의 갑옷과 검을 지고 출입구 앞에 선 몬붕이. 근육이 많이 줄어서 헐렁하고 무거웠지만, 마을을 지키기 위해 한 몸 희생하는 거였지. 적군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한 데몬은 그를 보더니 비웃으며 말했다.


"고작 너 혼자서 우릴 막아서겠다는 것이느냐? 내 특별히 자비를 보일테니 투항해라. 우린 이 마을의 모든 남자를 범하고 모든 여자를 우리와 같게 만들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오크, 켄타우로스, 하피같은 병사들은 각자의 무기를 들고 함성을 내질렀어.


몬붕이는 그 어떤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투구를 눌러 쓰고 검을 다시 쥐고 천천히 다가갈 뿐이었지. 자신의 마지막 사명을 다하기 위해.


그 다음엔 그럭저럭 싸우던 몬붕이가 데몬의 마법에 쓰러지고 아직 동정이란 걸 눈치챈 데몬한테 착정공격을 당하고 회춘해서 함께 마을의 영주가 되는 게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