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림표--





타이펀과의 뜨거운 잠자리가 끝난 뒤, 화창하게 빛이 들어오는 겨울의 아침이 밝았다.


"...윽..."


햇살의 눈부신 빛을 받던 게르트가 신음하며 눈을 떴다.


그간 쌓여있던 불만과 성욕을 한꺼번에 터트린 타이펀은 마치 성욕의 화신처럼 맹렬하게 게르트를 쥐여 짰다.


감정 실린 움직임으로 그의 위에서 미친듯이 움직이며 마비독을 주입했던 탓인지, 게르트의 팔다리는 오랫동안 피가 통하지 않아 감각을 잃어버린것만 같았다.


"...이럴거 같더라니.."


하아, 하고 큰 한숨을 내쉬는 게르트의 곁에서 타이펀이 이불 속에서 꾸물거리며 신음을 냈다.


"으음......"


타이펀은 천천히 꼬리를 들더니 이내 게르트의 발목을 휘감으며 눈을 떴다.


"....좋은아침."


"흐아아아암..."


태평하게 상체를 일으키며 하품하는 타이펀.


"...너는 이 상황에 하품이 나오냐?"


"...으응....?"


"이제 어쩔거야 이걸. 못움직이겠다고."


"...그건 또 무슨 소리야아..."


너무 격렬했던 지난 밤, 그녀가 게르트를 깨물어 독을 주입한 횟수는 총 84번이었다.


그녀가 게르트의 몸에 주입한 마비독은 평소의 두배는 넘는 양이었다.


온갖 울분을 터트리며 미친듯이 게르트의 온 몸에 그간 쌓여있던 엄청난 양의 마비독을 게르트의 몸에 집어넣던 타이펀은 힘없이 자리에 뻗어있는 희생양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네가 너무 많이 깨문 탓에, 몸뚱이에서 아무것도 느껴지지가 않는다고."


"...아침만 지나면 괜찮아지겠지이..."


"마비가 얼마나 갈지 어떻게 알아? 너, 평소보다 더 깨물었잖아."


"........?"






'제..제발...제발 그만 좀...!'


'에잇, 남자가 되가지고 째째하게! 그만 소리치고 얌전히 굴란말이야!'


'너...너..! 오늘따라 왜 이렇....으악....!'


'...후후후후...❤️'


'...그만..멈추라니까...!'


'아~ 나는 아무것도 안들리, 네!'


'윽...!'


제발 그만해달라며 애원하던 게르트의 요청도 무시한 채 홀로 폭주했던 지난 밤의 기억이 스쳐가는 타이펀이 졸린 머리를 단박에 깨우고 게르트에게 물었다.


"......아무것도 안느껴진다고?"


"그래."


"...전혀?"


"전혀."


타이펀은 아차, 하는 얼굴로 이마를 탁 쳤다.


"...너무 지나쳤나...."


"...내가 잘못한거는 알겠지만, 너랑 한 약속을 네가 지키지 못하게 하면 어떡하냐고."


"윽..."


"...이런 꼴로는 조합은 커녕 밥도 못먹겠는데."


"아...아침만 지나면 괜찮아 지겠지! 지금의 너는 인큐버스니까! 하하하하!"


타이펀이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게르트의 단단한 복근을 찰싹찰싹 때린다.


".........."


게르트는 그런 그녀를 말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볼 뿐이었다.


".............."


방 안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게르트는 그저 차분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타이펀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 시선에 타이펀은 꼬리를 축 늘어뜨리며 말했다.


"....내가 지나쳤어...미안.."


"...뭐, 애초에 원인을 만든 내가 제일 나쁜놈이니까..."


게르트는 한숨을 쉬고 타이펀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뒷감당이 될 만큼만 해주라. 너는 가끔 하나에 몰입하면 지나칠때가 있어."


"...응."


"...나도 앞으로는 말없이 혼자 다니지 않을게. 네 말을 무시하지도 않을거고."


"...그 말, 꼭 지켜."


"...그래. 미안했다."


게르트는 고개를 돌려 창을 바라봤다. 눈부시게 밝은 햇살이 쏟아지는 화창한 날씨였다.


"뭐 일단 이미 물은 엎질러졌겠다, 이제 어쩌지?"


"마비가 다 풀리려면 꽤 시간이 걸릴테니까, 잠깐 내려가서 밥이라도 시키고 올게."


"...그래주라. 배고파 죽겠어."


"하하하.. 사실 나도 그래."


타이펀은 침대에서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펄라이트 부족의 전통 복식만을 걸친 그녀가 게르트를 바라보며 말했다.


"뭐 먹고싶은건 없어?"


"...계란 프라이에 베이컨이랑 부어스트와 샐러드."


"...빵은 그날 있는거 대로였나? 참 한결같이 먹네."


"아침은 이렇게 시작해주지 않으면 안돼."


"보는 내가 질린다구. 가끔은 다른걸 좀 먹어봐."


"...생각해볼게."


"후후. 일단 갔다올게."


"지갑은 챙겨가는거지?"


"날 뭘로보고."


타이펀은 싱긋 웃으며 방을 나섰다.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게르트는 천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자신을 길러준 어머니이자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가르쳐준 스승.


뒤틀리고 병적인 그 집착으로 사람마저 해친 그녀를, 대체 어떤 얼굴로 봐야만 하는걸까.


게르트는 복잡한 심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벗어둔 옷과 갑주 사이로 자신의 애검인 엘레메실과 페나르핀의 검, 야츠후사가 나란히 벽에 기대어 있었다.


".........."


나란히 놓여진 그 두 검을 바라보던 게르트가 쓴웃음을 짓는다.


이미 죽었던 위병들은 살아돌아왔고, 페나르핀에게 씌여있던 저주는 풀렸다.


그럼에도 마음 속에 남아있는 어머니에게 남은 여러 감정과 상처를 한번에 해결하고 다시 모자로써 서로를 바라 볼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뿐이다.


타이펀이 그랬듯, 서로 마음 속 쌓여있던 모든 감정을 터트리는것.


그것 뿐이었다.


".....머리로 안되면, 몸을 써서 풀어야겠지."


게르트는 나란히 놓여진 두 검을 바라보며 어머니와의 결투를 다짐했다.


-------------------------------------------------------------



엘레메실(Elemmacil)


엘프어로 '별의 검'이란 뜻의 검.


게르트가 아직 갓난아기였던 때, 타루갈 숲 외곽에 떨어진 운석에서 캐낸 철로 만든 엘프식 롱소드다.


운석은 하늘에서 떨어지며 불,바람,땅의 원소가 깃들기에 운석에서 캐낸 '운석철'은 매우 희귀하며, 이것으로 무구를 만들면 보통의 철로 만든 무구와 달리 아주 뛰어난 성능을 가진 무구를 만들 수 있다.


전체적으로 검은 빛을 띄는 도신에 군청색의 그립을 가진 엘프식 공법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검.


도신에는 "가장 소중한 나의 아들 게르트를 위해 나 하겔•엘라이나•페나르핀이 벼려내었다. 내 아들에게 별의 축복이 함께하길." 이란 뜻의 엘프어가 적혀있다.


치열했던 아트리아의 전쟁을 겪으면서도 부러지지 않고 버텨온 검으로, 게르트에게 뗄래야 뗄 수 없는 가장 소중한 물건이다.


-------------------------------------------------------------



원래는 이걸 사진으로 쓰려했는데 각인이 너무 화려하고 전혀 엘프가 만든거같지 않아서 위 사진으로 바꿨읍니다


몬붕쿤들이 꼴리는 쪽으로 생각하는게 정답이니까 대략 느낌은 이렇다 하는 느낌으로 봐주시면 감사할것같읍니다


내일부터 존나춥다는데 걱정됩니다 호달달 떨면서 출근할 생각하니까 벌써부터 좆같읍니다 씨발 씨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