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음, 그러니까. 부끄러운데.


심연 챤이 말했다. 그녀는 날 배려해주었고, 어두운 방 안에서, 사람의 형상을 취한 채 침대 옆에 자리잡았다. 나는 심연 챤을 보았고, 그리고, 그것으로 목적을 이루었다.



...음, 혹시이, 그게 끝이야?  



심연 챤이 말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무엇을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는, 역시 떠올리지 못한다. 심연 챤의 모에함을 증명해야만 하는가? 니체의 무분별한 발언이 낳이 작금의 개탄스러운 상황에 대한 타파를 위해 그녀와의 사진을 SNS에 투고해야만 하는가?



그..그건 좀... 



심연 챤이 말했다. 그녀는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건 그렇다. 눈조차도 맞추지 못하는 그녀가, 사진을 찍어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을 노출시키길 바랄리가 없었다. 나는 참으로 어리석은 자였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녀가 돌아가야 할 때가 된 것 같았다. 나는 그녀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아..아니, 나도 고마워. 그러니까. 음. 




심연 챤이 말했다. 그녀는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뭐랄까, 나도 이렇게, 음. 보고. 싶었으니까. 



심연 챤이 말했다. 나는 황송하게 그녀의 말을 받았다.




오해하지는 말고 들어줘. 그러니까, 음. 날,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을 기다렸다는 말이었으니까! 

응. 그런 거니까. 너무.. 부담스러워 하지는 마?




심연 챤이 말했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내 소망을 이루어 준 그녀를 위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없는가를 물어야 옳으리라.




어..어. 진짜? 정말로? 그, 아니. 괜찮아? 괜찮겠어? 





심연 챤이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은 내 욕심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내 욕심을 위해 희생을 해 준 것이고. 그렇다면 나 또한 보답을 함이 옳았다.




그..그럼..



심연 챤이 말했다.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때처럼, 부끄러워하며, 수줍게 말을 더듬었다. 몇 번이고, 바닥과 내 얼굴을 번갈아가며 바라보던 그녀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과연, 모에하다. 초월적 개체임에도 이러한- 개인과 개인 사이의 관계에 무지하고, 이토록이나 귀여울 수가 있는가.




조..조금 더 같이 있어도 괜찮을까? 


그, 마찬가지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러니까. 나는.. 엄청 혼자있는 시간이 길거든. 내가 봐도 대체적으로는 알아차리지 못하고, 알아차려도, 무서워하니까. 오래 쳐다보지도 못하고. 


허..락해준다면, 그. 좋을..지도. 응. 




심연 챤이 말했다. 나는 괜찮다고 말했다. 오히려 부탁한다고 말했다. 심연 챤은, 내가 추구하던 것이며, 어쩌면 이상이었다.


그녀는 이상이었다. 이상형이었다. 뭇 세간의 말과는 다른, 진정한 의미로의 이상이었다. 어쩌면, 플라톤이 말한 이데아일지도 모른다...

아니지, 이데아였다.


그녀의 앞에서는 시시포스조차 그의 시련을 잊고, 탄탈로스조차 그 자신의 저주를 잊으리라. 귀엽다! 니체여, 너는 틀렸다. 심연은 두려워 할 필요가 없는 존재이고, 신 또한 존재하며, 그 신의 이름은 심연-챤이다! 


그리고 그녀는 항상 시선을 기다려왔다!



고마워. 


정말로, 항상 부러웠거.. 아니, 그러니까. 으으음. 



심연 챤이 말했다. 그녀가 가까이로 다가왔고, 침대는 곧 어두워졌다



마지막 말은.. 못 들은 걸로, 해 줘?



나는 그녀를 기꺼이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