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쳐다보고 있던 아이가 있었다고 해야 하나. 


내가 봤다는 말은 아니고, 나를 보던 아이가 있다는 말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출근하기 위해서는 작은 유치원의 옆을 지나쳐야만 하게 되는데, 매일 아침마다 마당에 나와 나와 눈을 맞춰주는, 그런 아이가 있었다는 말이다.


처음에는 그냥 기분의 탓인줄로만, 아니면 우연의 일치라고만 생각했지만 그 우연이 이틀이 되고, 사흘이 되고 일주일이 되어버리고 난 이후에는 설사 우연이라고 할지라도 어쩐지 눈에 걸리고야 마는 것이다.


그렇게 처음으로 눈을 맞추었다.


울타리 너머에서 날 보기만을 기다리던 아이는, 단지 그것만으로 놀라 어디론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버렸다.


잘 놀라는 소동물이라도 보는 것 같은 기분에, 귀엽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 다음 날부터는, 하교 때에도 아이를 마주치기 시작했다. 나는 제법 늦게 하교하는 편이었는데, 아이도 부모님이 오시지 않는 통에 아무래도 오랫동안 시설에 머물러야만 했다는 모양이다.


아이는 용이었음. 동양 계열은 아니었고, 서양 계열, 그것도 붉은 비늘. 사악한 큰 용 하면 항상 떠오르는 붉은 비늘의 용이다.


물론, 뭐 이제서야는 그런건 전부 편견이란 걸 알지만-


그래도, 파충류 특유의 날카로운 동공과 눈이 맞을 때면 조금정도는 무섭다고 해야 할까. 소름이 돋는달까. 그런 기분이 들고야 만다. 


동등한 개체로써가 아닌, 먹잇감으로만 보여지고 있다. 뭐 그런 확신같은게 들어버린다.


꼬맹이지만.


아무튼, 그 날의 저녁에 나는 처음으로 그 아이와 대화했다.


별다른 말은 없었다. 아이가 안녕. 하고 손을 흔들었고, 나도 마주 흔들었다. 아아, 역시 애기구나. 하고, 안심한듯이 웃었던 것도 같다. 커다란 눈에, 날선 동공에 비치던 내 얼굴을 기억한다. 종말의 붉은 용이고 나발이고 결국에는 흔한 아이들과 다를 것도 없었다.


나는 조금 안심했다.


그리고 그 날부터, 아이는 항상 그 앞에서 날 기다렸다.


별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대화를 나누게 되기도 했다. 처음에는 실없는 소리만 하다가, 아이는 본격적으로 그 날의 일들 따위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한두마디만 하고 끝나던 것이 조금씩 무게감을 늘리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근처 밴치에 앉아 제법 긴 시간을 보내게도 되었다.


무표정하던 아이는 조금씩 웃기 시작했고, 나도 아마 웃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그 나잇대 아이들의 조막만한 손이나, 이따금씩 이마-안큼. 과도 같은 과장섞인 애교들 따위를 보자면 어지간한 인간이 아니고서는 전부 얼굴 표정이 풀어지는 법이지 않던가.

나와 아이의 관계는 그렇게 시작점을 끊었다. 관계라고는 해도, 실없는 소리나 몇 개 주고받고서는 헤어지는, 지인의 정도에서 머무르고 있었지만.


그렇게 보내던 어느 날이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기 시작하고, 나는 회사에서 늦게 퇴근했다. 아이가 있으려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날이 어두우니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 아저씨. 늦었어. "



오산이었다. 아이는 해가 저문 거리에서 날 기다리듯 벤치에 앉아있었다. 코맹맹이 목소리가 되어서는 앵앵거린다. 붉은 용들은 화기에나 강하다고 하지 않던가. 그 말을 반증하듯 아이의 코 아래로 길쭉한 콧물이 흘러내린다.


급하게 티슈 한 장을 꺼내니 자연스럽게 코를 가져다 댄다. 흐으응. 하고 풀고, 늘어지는 코를 잘 닦아 주변의 쓰레기통으로 던졌다.



" 잘 던지네. 아저씨. "

" 고마워. "



그제서야 아이는 웃었고, 춥다며 들어가버렸다.


그 날은, 그것으로 끝이었지만-


다른 무언가의 시작이기도 했다.


그 다음 날이 되고, 출근을 할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서, 아이와 항상 나누고는 하는 아침의 눈인사를 마치고, 저녁이 되어 짧은 회화의 시간이 돌아왔다.


지친 심신을 조금정도는 달래주는, 소중한 시간을 기대하며 유치원에 도착했지만-


어째서인지, 이번에는 당신을 기다리는 꼬마 대신, 성인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부모들일까. 하고 생각하는 것은 잠시였다. 아무리 부모라고 해도, 아무리 퇴근 이후 아이들을 찾으러 온 것이라고 해도 이상했다.


검은색 정장으로 통일된 복장부터, 무언가를 견제하듯 사방으로 뻗어지는 눈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말로 부모들이었다면, 내가 지금껏 단 한번도 보지 못했을리가 없다.



" 목표를 찾았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

" 어- "

" 알겠습니다. "



하며, 다섯 정도가 다가와 내 주변을 둘러쌓았다.



" 죄송합니다. 잠시, 따라와 주시겠습니까? "



사실, 내 대답따위는 필요하지도 않다는 듯, 그들은 날 그대로 들어올려 승용차의 뒷좌석에 던져넣었다. 비명을 지를 틈도 없었다.


엎어진 물컵처럼, 뒷좌석에 내던져진 나의 양 쪽으로, 정장을 입은 정체불명의- 용-인간들이 자리잡았다.


양 쪽에서 날 구속하는 것만으로는 모자랐는지, 안대에 복면까지 씌운다. 이게 무슨 테이큰같은 상황이라는 말인지.


그리고, 한참동안이나 차는 위로, 아래로 덜컹거리며 움직였고-



" 도착했습니다. 안내해 드릴테니, 제 손을 잡으세요. "



멈췄다. 잡아끌리듯 안내된 곳에서, 복면과 안대를 벗을 수 있었지만 여전히 이 곳이 어딘지는 알 수 없었다. 어둡고, 넓은 방이라는 사실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몹시 덥다는 사실 또한.


무언가, 하다못해 설명이라도 요구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입을 열려던 찰나에-



" 아저씨. "



불이 켜지고, 침대에 앉은-



" 안녕. "



아이가 보였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그려낸 채로, 눈을 반짝이면서,

길다란 혀를 낼름거리고, 날선 동공으로 내 온 몸을 훑고 지나가면서,

용종들이 주로 취하고는 하는, 고압적인 태도로, 나를 내려다보면서.



" 오늘부터, 여기서 지내주면 좋을 것 같아. 아저씨. "



웃었다.







분명 말꼬리에 용용하는 얀데레 용소녀가 쓰고 싶었는데.


어째서 이런 꼴이.


난 페도 가 아닙니 다. 절절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