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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친구가 생겼다는건 좋은 신호였다.


최소한 학교생활 내내 혼자 보낼 일은 없단 뜻이었으니까.


다른 아이들도 나를 신기해하고, 가끔 그 꼬리가 진짜냐고 물어보거나 잡아당기는 짖궂은 장난을 치는 것 정도였다.


순수할 시절이기에 그런 게 가능했을 것이다.


현지와는 이것저것 다 해봤던 것 같다.


소꿉장난도 해보고.


숨바꼭질도 해보고.


책도 같이 읽어보고.


옆집 아저씨 집 벨 누르고 도망도 가봤다.


그래도 차마 내가 살다시피 하는 병원에 부를 수는 없었다.


대신 내가 있는 격리실 전화의 번호를 알려줬다.


그렇게 2년 쯤이 지난 어느 날. 한밤중 격리실에 늘 그래왔듯 한가하게 책을 읽고 있을 때 쯤이었다.


전화기가 울렸다.


이 시간에 누가? 싶을 정도의 밤.


뭔가 이상했지만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에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모아야... 훌쩍..."


"무슨 일이야?"


현지는 대체 왜 울고 있었을까?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었다.


"엄마가... 흑흑... 집을 나갔어..."


"잠깐 마음 추스리러 가신 걸꺼야. 돌아오실거야."


"그렇겠지? 흐앙..."


"걱정하지 마..."


현지네 집 가정사는 대강은 알고 있었다.


밤마다 부모님이 싸우신다고 했다.


그래도 아침이 되면 아무 일 없었던 듯 행동한다고 했다.


그리고, 걔의 어머님이 집을 나가신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왜인지 모를 불안감이 들었다.


평소 참아왔던 사람이 나간 것이기에 진짜 돌아오지 않을 각오로 나온 건 아닐까 싶어서였다.


다만 그렇게 슬퍼하는 아이에게 도저히 그걸 직접 말할 수가 없었기에 위로한 것이었다.


게다가 나 역시도 뭔가를 해 줄 수 있는 입장도 아니고 그럴 여유도 없었다.


애들이 커 가면서 나를 보는 시선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소문이 퍼져서 그랬을 것이다.


왜냐면, 화장실에서 대략 이런 내용이 퍼지는걸 들었기 때문이었다.


'흡혈귀인 애들은 햇빛때문에 야외에서 뛸 수가 없는데 왜 쟤는 뛰지? 가짜 아닌가?'


'쟤가 뱀파이어를 자기같은 노력도 안 하는 종족으로 만들어서 이미지 다 깎아먹는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소리들인건 알았다.


난 애초에 흡혈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문이란 건 순식간에 퍼진다.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이미 퍼져버린 것을 주워담는 일보다 빠르다.


저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지 며칠만에 나는 반 거의 모두에게 경멸의 시선을 받았다.


솔직히 친구가 많이 생길거란 기대는 안 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상상할 수 있는 영역 밖이었다.


뒷담은 점점 노골적으로, 그리고 더 높은 수위로 이뤄졌다.


물건이 하나씩 없어지거나, 낙서를 당하기도 했다.


아예 대놓고 발을 걸면서 비웃기도 했다.


내가 왜 이딴 짓을 당해야 하나 싶어 선생님께도 말씀드려보기도 했다.


하지만 반 거의 전체가 합심한 상태에서, 그런 게 통할 리가 없었다.


선생심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갔다.


동등한 사람 수십 명과 한 명의 말, 둘중 어느쪽을 믿겠는가?


내가 발버둥칠수록, 그들은 더 심하고 치밀한 괴롭힘을 가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내 주변인을 건들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괴롭힘이 시작된 이후로 학교에서 최대한 아무한테도 말을 걸지 않았던 노력이 작게나마 도움이 된 걸까?


현지한테도 어렵게 부탁했다.


학교 안에서만큼은 나한테 무관심한 척 연기해달라고.


그렇게 내 외로운 싸움이 시작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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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네. 연말때쯤부터 글이 잘 안써져가지고 쓰는속도가 뜸했었는데 하필 어깨에 담까지 걸려서 며칠 앓느라 더 오래 걸렸어.

이제 조금 나아졌으니 그래도 다시 달려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