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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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공짜로 수리해준다고 해서, 그냥 받아왔습니다.”


“공짜? 잘 된 거 아냐?”


“…아니야, 그 년들이 공짜로 수리를 해 줄리가 없다고.”


프레이는 오히려 골치가 아파졌다고 카라의 말에 대답하며 조종간을 앞으로 밀었고, 이내 그의 YT-1300은 도시로 향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이 행성에 다시 발 들일 일은 없게 해야겠네. 착륙하는 즉시 함선을 압류당할 지도 모르니까.”


“…죄송합니다, 제 불찰로…”


“아니야, 그년들이 널 속인 것뿐이니까 어쩔 수 없지.”


자책하는 새틴을 위로하며, 프레이는 아직도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한 제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봐, 정신차려. 호텔에 데려다 줄 테니까.”


“으…으…뭐라고…?”


“호텔로 데려다 준다고.”


그 말에, 제이는 눈을 번쩍 뜨며 말했다.


“아, 안돼! 내가 멀쩡히 돌아가면…우리 가족이 멀쩡하지 못할 거라고!”


“네 아내는 네 도박 중독 때문에 행성계의 다른 행성에서 별거 중 아니었나?”


“맞아, 해양 행성에서 지내고 있지. 하지만…그 갱단의 본거지는 그 행성에 있단 말이야, 그리고…그년들은 우리 가족이 어디 사는지도 알고 있어. 나만 멀쩡히 돌아가면…그년들이 우리 가족에게 손을 댈 거야.”


“그럼 이걸 들고 당신 가족한테 가.”


카라는 제이에게 블라스터를 내밀며 말했다.


“가서 그들을 지켜. 당신은 가장이잖아?”


“…난 이런 걸 쏴 본 적이…”


“그럼 그냥 겁쟁이같이 그 호텔에 숨어있던가.”


카라는 그렇게 말하며 그의 무릎팍에 블라스터를 던져 주었고, 제이는 그것을 집어서 착잡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내 프레이는 도시 상공에 YT-1300을 멈추고서 새틴에게 조종을 넘겼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제이에게 말했다.


“따라와, 지상까지 데려다 줄게.”


이내 프레이는 제이를 데리고서 도시로 내려갔고, 프레이를 대신해서 조종간을 잡은 새틴은 카라에게 말했다.


“저 사람은 앞으로 어떻게 할 것 같습니까?”


“글쎄, 알아서 하겠지. 가족을 아낀다면 갈 거고, 자기 목숨을 더 아낀다면 숨겠지. 어쩌든 우리가 신경 쓸 바는 아니야. 아무리 친구라고 하지만, 만도도 이 이상 도와줄 정도로 바보같은 사람도 아니고 말이야.”


“주인님은…그런 분이시군요.”


“사실 나도 그 녀석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어, 아직은. 같이 다닌 지는 얼마 안 됐거든.”


“그렇군요.”


“네 전 주인…그, 탈 비즐라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어?”


“별 볼일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프레이 말로는 꽤 대단한 사람 같던데?”


“성격이 말입니다. 그냥…평범했죠. 웃을 때 웃고, 울 때 울고…성격 말고는 범상치 않은 분이셨습니다. 저를 만드셨을 때가 말년이라 그랬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만달로리안으로서의 정체성을 상징한다는 베스카를 아머와 헬멧을 계속 벗고 생활하셨거든요. 제 앞에서도 말입니다.”


“그 베스카르 헬멧 말이야…가족 앞에서도 벗으면 안 되는 거야?”


“그건 만달로리안 전사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에요. 전사의 업을 짊어지지 않는 만달로리안들은 애초에 베스카르 갑주를 가지지 않거든요.”


“그럼 전사들은 가족 앞에서도 그 헬멧을 벗지 않는 거야? 언제부터?”


“전사로서 훈련을 받는 어린 시절부터 남의 앞에서 그 헬멧을 벗어서는 안 돼요. 특히 남의 손에 강제로 벗겨지는 건 만달로리안에게 있어서 최악의 굴욕이자, 만달로리안으로서의 정체성을 박탈당하는 행위에요.”


“…그래, 만도 그 녀석도 비슷한 말을 했었지. 그럼 그 탈 비즐라라는 사람은…말년에 만달로리안으로서의 정체성을 버렸다는 거야?”


“아니요, 그분은 행성을 떠나실 때 다시 한번 그분의 아머를 착용하셨어요. 아마 죽기 전까지도 그걸 간직하고 계셨겠죠.”


“이해가 안 돼, 그 사람은 그…만달로어라는 직위를 가진 사람이었다며? 만달로어는 만달로리안들의 왕이고. 그럼 그 사람은 오히려 그 아머를 벗지 않는다는 법칙을 철저히 지켜야 하는 거 아니야?”


“탈 비즐라 님은…만달로리안들이 변하기를 원하셨습니다.”


 

한편, 프레이는 도시의 상공을 가로질러, 제이를 그의 호텔 앞에 내려다 주었다.


익숙하지 않은 맨몸 비행으로 인해 머리가 어지러워 보이는 제이에게, 프레이는 제이가 하늘 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달라붙다가 떨어트릴 뻔했던 블라스터를 건네 주며 말했다.


“처신 잘 하면서 조용히 살아. 난 아마 이 행성에 다시는 못 올 거 같으니까.”


제이는 프레이에게서 블라스터를 받아 들더니, 프레이에게 물었다.


“…난 어떻게 해야 할까?”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주머니에서 웬 금속제 펜던트를 꺼내, 제이의 조끼에 달린 왼쪽 가슴주머니 속에 넣어주고, 그의 가슴팍을 손으로 두드리며 프레이는 말했다.


“네 심장이 시키는 대로 해…라고 누가 말해주더라고. 너도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거야.”


그 말을 남기고서, 프레이는 도시 상공에 떠 있는 자신의 함선을 향해 날아올랐고, 그런 프레이를 보며 제이는 자신의 가슴 주머니에 넣어진 펜던트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내 심장이 시키는 대로 해라…그래, 고마워, 친구.”


그리고 제이는, 망설임 없이 곧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다시 하늘을 날아 도시 상공에 떠 있던 우주선으로 돌아온 프레이는, 조종실 안에 심상치 않은 침묵이 감도는 것을 보고서 말했다.


“나 없는 동안에 싸우기라도 했어?”


“아니…”


카라는 프레이를 차마 바라보지 못하고서 대답했다.


방금 보여드린 영상은, 지금은 프레이 님께는 비밀로 지켜주십시오. 그분은 아직 이걸 보실 준비가 되지 않으셨습니다…


착잡한 심정으로, 카라는 창 밖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본 영상을 프레이가 본다면, 만달로리안의 법칙을 누구보다도 중시하는 프레이는…


“왜 그리 죽상이야? 너 답지 않게.”


“…아무것도 아니야.”


카라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여전히 얼굴에서 걱정을 지우지 못했고, 프레이는 그런 그녀를 잠시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더니, 이내 다시 운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프레이가 지상에서 우주선으로 돌아오기 직전에, 새틴은 프레이에게는 보여주지 않았던 영상을 카라에게 보여주었다.


영상을 전부 보고서, 카라는 굳어진 표정으로 새틴에게 말했다.


“…이걸 왜 프레이에게 보여주지 않고 나한테 보여주는 거야?”


“탈 비즐라 님께서는 시간이 많이 지난다고 해도, 이 내용을 알기엔 만달로리안들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을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프레이 님이 타이의 앞에서는 헬멧을 벗지 않는 전통을 계속 지키시고 있는 걸 보면 더더욱 그렇고요.”


“그 전통이랑 이걸 받아들일 준비의 여부가 무슨 상관인데?”


“아까도 말했듯, 탈 비즐라 님은 만달로리안들이 변하기를 원하셨습니다. 오랜 전통에만 얽매여서는 절대로 만달로어 행성을 벗어나 우주로 뻗어나갈 수 없다고 말씀하셨죠.”


“지금 만달로어는…아니, 일단 이걸 나만 알고 있어서 해결될 게 없잖아. 애초에 내가 이걸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아뇨, 당신은 프레이 님을 변화시키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프레이 님을 사랑하고 있으니까요.”


그 말에, 카라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어떻게 눈치챈 거야?”


“대놓고 주인님에게 욕정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을 보내시는데 어떻게 모를 리가 있습니까? 눈이 먼 장인이 아닌 이상은 당연히 알아볼 겁니다.”


“…그럼 뭐해, 정작 그 본인은 내가 무슨 심정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것 같은데.”


“언젠가는 알아주겠죠. 그리고, 사람을 가장 크게 바꿔 놓을 수 있는 건 그 사람의 반려입니다.”


“난 아직 그 녀석의 반려 같은 것도 아니고, 그냥 동료일 뿐인데?”


“나중 일은 모르는 거죠. 누가 압니까? 당신이 그분의 반려자가 될 지.”


“…넌 우리가 맺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봐?”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봅니다. 그나저나...만나신 지도 얼마 지나지 않았다면서, 어쩌다 반하신 겁니까?”


"그게...만도가 날 구해준 게 첫 만남이었는데, 정말 강해 보이더라고. 그리고...그 뒤로 같이 다니면서 까칠한 척 하면서 의외로 속은 또 상냥하다는 게...참 좋았어."


"참 단순한 이유로군요."


"사랑이란 건 원래 단순한 거야. 복잡할 건 하나도 없지. 사랑하는 연인 두 사람, 그리고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만 있어도 사랑이 되는 걸." 

 

"주인님은 아직 당신을 사랑하는 것 같지는 않던데요?"


"두고 봐, 꼭 함락시키고 말 테니까."





...다시 현재로 돌아와, 프레이 일행이 탄 우주선은 행성의 중력권을 점차 벗어나 행성을 순환하는 궤도에 올라 있었다.


“새틴, 카탄 행성으로 가는 초공간 도약 항로를 계산해줘.”


“알겠습니다.”


궤도 상에 올라 행성을 봉쇄하려는, 모서리를 따라 장식된 푸른 줄무늬 문양이 돋보이는 스타 디스트로이어를 힐끗거리며 긴장하는 기색을 보이는 프레이에게, 카라는 말했다.


“너무 긴장하는 거 아냐? 아무리 스타 디스트로이어에 제대로 포착 당하면 끝이라고는 해도…”


“…저기 있는 게 스타 디스트로이어라는 게 문제가 아니야. ‘누가’ 지휘하는 스타 디스트로이어인가, 그게 문제지.”


“그걸 어떻게 알아?”


“저 파란 줄무늬. 전함에 저딴 장식을 하고 다니는 놈은 내가 알기로는 이 은하계에 한 놈 밖에 없어.” 


“누군데?”


“펠레드 기디언 대제독. 제국 해군 제 3함대의 총지휘관.”


프레이는 분노가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만달로어 행성을 유리화 시킨 장본인이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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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달로어

행성 분류 태그: 우주세기 문명/접근 허가/외교 허가->문명 X/접근 금지


위치: 미드 림


토착 종족: 만달로리안(인간 아종)



만달로어는 만달로리안들의 고향 행성이자 모성으로, 은하계에서 유일하게 희귀 금속인 베스카르가 매장되어 있는 곳이다.


현재는 만달로리안들과 제국 간의 전쟁의 결과로서 행성 표면이 유리화되었으며, 베스카르 채굴 또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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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 원반의 중심부를 코어 월드, 그 중심부를 감싸는 부분을 미드 림, 원반 바깥쪽을 아우터 림이라고 일컫는다.


*제국은 코어 월드의 대부분과 미드 림의 절반, 아우터 림 일부에 걸쳐서 영토를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는 전부 독립된 세력권의 지배 하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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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은 제대로 된 우주전 써봐야지.


오늘도 부족한 글 읽어줘서 고맙다.


댓글이나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