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언제나 상냥하지만 바깥 세상에 대해서는 가르쳐 주지 않아요'


"그래도, 아빠가 언제나 같이 있어 주잖니?"


'그래요, 당신만 있다면 바깥 세상 같은 건 몰라도 좋아요'


한 부녀가 있다.


아니, 한 남자와 인형 한 구가 있다.


그는 몇 년 전, 그의 아내와 딸을 사고로 잃었다.


그는 마침 재판의 준비로 출발이 늦어 목숨은 건졌지만, 한참 동안이나 딸을 그리워했다.


그는 자신의 딸을 계속 그리워했고, 이내 검댕이 된 딸이 마지막까지 잡고 있었음에도 기이하게도 조금 그슬리기만 할 뿐이었던 인형을 딸처럼 아꼈다.


그리고, 그는 인형을 자신의 딸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그는 그것에서 자신의 딸을 보았고, 생기 없이 움직이지 않는 팔다리는 그저 아이가 사고로 다쳐 움직이지 못 하는 것일 뿐이라 믿었다.


용하다는 의사들을 불러 보아도 그들은 한결같이 고개를 젓고는 그에게 정신 상담을 받아 보라는 권유만을 남겼고, 그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딸을 고치겠다는 일념 하에 병을 낫게 할 방법을 자신이 재판을 맡은 마녀들에게까지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자신이 그를 도울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하는 마녀가 나타났다.


그녀는 그가 자신이 악마 일곱 마리를 잡아먹을 수 있게 돕는다면 그의 딸에게 새 삶을 선사해 주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후로 그는 법정에 설 때마다 죄상과 진상보다는 재산을 진상하는 이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


인종 성별 외모 연령 모두 상관 없이 모두를 공정히 돈이라는 이름의 저울 위에 올려 심판했다.


그리고 자신의 밑에 직속 조직을 두어 필요한 것들을 모으게 했다.


그들의 죄는 그의 소매와 망치 아래에 가려졌다.


그는 악마가 담긴 그릇을 구하기 위해 그 자신을 악마로  만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추악한 금은 누구보다 순수한 아이의 모형정원이 되고 아이에게 필요한 물건들이 되었다.


그러나 죄는 언젠가 심판받는 것이라던가.


그는 민중을 학살한 사악한 장군도, 신의 말씀을 부정한 이교도도, 심지어는 끔찍한 범죄자까지도 고작 금 조각에 죄를 지워 주고, 그저 목숨을 잇기 위해 훔친 빵 조각에는 19년의 창살 속 삶을 지우는 등 사람들의 원한을 산 끝에 어느 날 불탄 집에서 그의 딸과 같이 인형을 꼭 잡은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죽기 전에 마녀가 잡아먹은 악마는 여섯 마리였고, 그것으로는 소녀에게 새 삶을 주기엔 역부족이었다.


대신 그녀는 반신이 불탄 인형에게 거짓된 목숨을 불어넣어 인형을 살려낸 뒤 소녀를 위한 모형 정원에 인형을 옮겨 주었다.


마녀가 떠난 후, 인형의 소녀는 그 남자와 자신의 추억을 되새겼다.


그리고, 그녀는 아버지의 유지를 이었다.


그녀는 모형 정원 안에서 재판관을 맡았다.


그녀의 재판은 실로 단순했다.


아버지의 마지막 보물이 모형 정원 안에 있다는 것을 듣고 찾아온 불온분자들을 마녀가 만들어 둔 하인들이 잡아오면 그들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그렇게 하루, 한 달, 한 해, 수십 년이 흘렀다.


그녀는 여전히 망치를 내리치고 있었다.


정원의 주위는 형을 선고받은 시체와 백골로 가득하지만, 벽 한 장으로 나뉜 그 안은 처음의 모습 그대로 기이하게 아름다운 세상이 있었다.


그녀는 그 정원의 중심에서 망치를 내리치고 있었다.


정원 속 시계탑의 톱니바퀴가 도는 한 끝나지 않는 태엽 인형의 영원한 삶을, 그녀는 여전히 망치를 내리치며 보낼 뿐이었다.


그녀는 계속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묻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모두 지옥에 보내도 좋은 걸까요?"


"이게 올바른 선택인걸까요?"


"왜 안 와요?"


"아버지의 소망은 정말 이걸로 이룰 수 있는 걸까요?"


그녀는 언제까지고 올 리 없는 이를 기다리며 영원히 망치를 내리칠 것이다.












이거 세 개 듣고 썼는데 사실상 가사 짜깁기랑 다를 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