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일렁이는 불길처럼, 공중에서 유영하고 있었다. 


당신은 침대에 껌딱지처럼 붙어있었고, 가위에라도 눌린 것 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몸부림쳐도, 어디까지나 생각의 단계에서 당신의 발악은 끝을 맞이했다. 당신은 무력했다.


웅후후. 차가운 바람이 당신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간다. 창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불길이 비추는 미소가, 향락적인 여체가 당신을 유혹하듯 일렁이고 있었다.


과거의, 혹은 꿈 속의 흐릿한 잔영들 너머에서, 그녀는 손짓하고 있었다. 당신을 향해. 이리로 오라는 듯 매혹적인 눈빛을 보내면서. 시리게 빛나는 그녀의 형상은, 불길들에 휩싸여 있음에도, 믿을 수 없을 만큼이나 차갑고, 또 외로워 보였다.


당신은,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가시가 돋친 장미의 아름다움이었다. 뿌리내린 땅에 독기를 내려 자신만 남도록 만든, 쓸쓸한 관목이 품은 아름다움이었다.



그리고 당신은, 그녀의 불꽃에 눈이 먼 부나방이었다. 




**




눈을 떴을 때, 당신은 여전히 침대의 위, 윌 오' 위습에게 안내받았던 방의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보온은 커녕 방풍도 힘들 것 처럼 생겨먹은 외관을 가졌지만, 놀랍게도 이 저택은 제법 따뜻했다. 당신은 이불로부터 벗어나, 그 옆에 놓인 실내화로 발을 내렸다. 바닥은 차가웠다. 하지만 솜털로 덮힌 실내화는, 푹신하고 따스했다.


당신은 방에서 벗어나, 어디론가로 향하기 시작했다. 분명 이 곳에 온 적이 없음에도, 당신의 다리는 이 곳의 구조를 완벽하게 파악하기라도 하고 있다는 듯, 당신을 식당의 앞으로 안내했다. 이른 아침의 손님은, 아직 당신 뿐인 것 처럼 보였다.


갑작스럽게, 당신의 등 뒤에서 응후후. 하는 낮고 음흉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은 뒤돌아 그녀를 맞이했다. 그녀는, 어제와 비슷한 모습으로 당신의 등 뒤에 서 있었다. 흐릿한 빛을 내던 칸텔라는 꺼져있었지만, 여전히 그녀의 손에 들린 채였다.



" 손님.. 손님. 응. 식사를.. 하려고? "



우후후. 당신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지만, 윌 오' 위습은 그 모습이 마음에 들기라도 하는 것 처럼, 오랫동안 당신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흐느적거리며 유영하듯, 한동안 당신을 바라보던 그녀는 당신의 곁을 지나쳐 들어가 식당으로 향했다.


그녀가 대접하는 요리는 당신의 입맛에 잘 맞았다.



" 맛은...? 맛은 어때. 손님..? 맛있어? "



언제나처럼? 당신은 그녀의 질문이 퍽 의뭉스럽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입에 딱 맞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대로 말하자, 그녀는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가리고 낮게 웃었다. 부끄,럽네에. 그녀는 중얼거렸다.


처음으로, 당신은 그녀에게 호감을 느낀다.



" 부.끄럽네에. 자아, 다 먹었으.면... 으음. "



당신을 보는 시선이 가늘어진다. 묘한 감정이 들끓는다. 요동친다. 무엇이? 심장이. 그리고 더욱, 더욱 아래에 있는 것이.


실례되는 감상이었다. 당신은 재빠르게 다리를 꼬았다. 요동치는 윌'오 위습이 다른 곳을 보는 사이에, 당신은 아랫도리가 진정하기만 기다리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시치미를 뗐다.


그녀의 눈이 가늘어졌다. 상어의 이빨같이 날카로운 것들이 줄지어 돋아나고, 이글거리는 칸텔라의 불길이 당신을 당장에라도 집어삼킬듯 타오르며 몸집을 키웠다.


당신의 불길 속에서 여러 얼굴들을 보았다.


고통에 젖은 것들, 쾌락에 젖은 것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 ...손님? "



당신은 뒤늦게 정신을 차린다. 당신은 식당이 아니라, 응접실과도 비슷한 공간에 와 있었다. 어째서 이 곳에, 하지만 대답 대신 응후후. 하는 묘한 웃음만이 돌아온다.



" 정신을.. 잃어서. 가장 가까운... 가장 가까운... 음. 음. 음.... 뭐라고 해야 할까? "



방. 어디로, 사라지지 않을 방. 감옥. 아니지.


응후후.


" ...조금 더 쉬어. 그러니까. 응. 고객님. "


우후후.


당신은, 멀어져가는 그녀의 그림자 속에서, 당신을 바라보며 원망하듯, 애타게 무언가를 기원하는 눈길을 보내던 얼굴을 보았다.


그의 얼굴은 익숙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인가.


가슴의 한 구석에 비수가 꽂히기라도 한 듯, 시리도록 낯선 얼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