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몽무스 세계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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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별에게 맹세했습니다나의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어떤 역경이든 이겨내기로그렇지만 이제 세계에 있어서 나의 꿈이란 의미 있는 걸까요나는 사랑하는 것들을 위해서 무자비하고 잔혹한 세계에 맞서 검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세계는 상냥하게 변했습니다하루 아침에 너무나 간단하게 뒤집혔습니다의지할  없이 헤매는 고아 둘도 화살 받이로 전쟁터에 끌려나가는 병사도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습니다마왕과  용사  사람의 의지에 의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는   없습니다당신과 나만의 세계라는 것은 편협한 법이니까요새로운 미약을 제조하려던 연금술사가 초거대 버블슬라임을 발생시키거나마음대로 자기 자신을 늘리려던 시도를 하던 골렘이 오류를 일으키거나하는 그런 일들이 많습니다.


그들의 대답은 언제나 같습니다잘될 거라고 생각해서지나가던 그린웜은 거품에 익사할뻔했고술식의 전이로 붕괴된 건물은 아이들을 덮칠  했습니다내가 없었더라면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모를 일입니다.

 

그렇기에 라크는 아직  세상에는 내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하지만 내가   있는 것은 검을 휘두르는  뿐입니다다른 누군가가 아닌 오직 나를 위해서나는  맹세에 거스를  없습니다그렇지 않으면 나는 그저 평범한 인간일 뿐입니다그리고 그러한 평범한 인간이란 항상 무엇인가를 빼앗기며 살아갑니다시간사랑가족심지어는 자기 자신까지.

 

잠깐은 그런 평범한 인간도 좋겠다며 살아갔습니다이런 세계에서 내가 있을 만한 장소를 찾아 애써 그곳에 머물렀습니다 손에서 모든 것이 굴러떨어졌다고 생각해서 자포자기한 것은 아닙니다방법은 어떻게 되었든 모두가 행복해진다면 좋은 것이라고거기에 나는 없어도 된다고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안됩니다전부  손에서 부스러져 떨어진  알았건만 아니었습니다  것이라고 생각했던 상자의 깊숙한 곳에 아직 하나가 남아있었습니다내게 마지막으로 남은 희망이것만큼은 누구에게도 빼앗길  없습니다그러기위해서 나는 용사가 되어야만 합니다.

 

왕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작은  안에는 비를 피하고 몸을 누일 정도의 크기의 천막이 있습니다이전의 사건에서 구해낸 그린웜을 위한 집입니다이름을 물어봐도 모른다는 눈치였길래 동료와 의논해서 세티아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내가 세티아의 이름을 부르자 천막에 열린 문으로 그린웜이 꼬물꼬물 기어 나옵니다.

 

헤아?”

 

 맹한 표정을 짓는 세티아에게 바구니 속의 사과를 던져주었습니다이상하게 ? 들고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는군요내가  때마다 덥석덥석  받아먹던 녀석인데오늘 따라 식욕이 없는 모양입니다아니면 내가 지나치게 많이 가져와서  놀란걸지도 모릅니다이번엔  한가득 들고 왔으니.

 

한동안 멀리 여행을 떠나니까 지금  먹어둬.”

 

헤아…”

 

어째서 이녀석은 이런 작은 왕국에 온건지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은 곳에 와서 고생입니다세계의 섭리가 비틀리며 간헐적으로 마계와 인간계를 잇는 게이트가 생긴다는 소문이 있던데혹시 그런 것에 휩쓸린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혹시라도 배가 고프면 위병소로 찾아와 동료들은 아직 있을 테니까그럼   일이 많으니까 이만 가볼게.”

 

고마어.”

 

한참을 머뭇거리던 세티아는 내가 발길을 돌리는 순간그렇게 말했습니다.

 

별거 아냐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으니까.”

 

위병소로 돌아가는 짧은 시간나는 떠나기 전에 해야할 수많은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사표이미 던져놨습니다살던 방의 라크의 집에 전부 옮겨두었습니다동료들과의 대화세티아를 마지막으로 전부 끝마쳤습니다위병소에 남아있는  물건들만 치우면 끝입니다원래라면 제일 먼저 치웠어야 했는데 잊어버렸습니다바보 같긴.

 

늦은 나는 누구와도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 몰래 위병소로 향했습니다놓고  것이 있다고 했더니  동료들은 흔쾌히 들여보내줬습니다이렇게 들여보내주면 안된다고  번을 말해야 듣는 걸까요헬하운드인 스칼라는 코를 두드리며 말합니다이거보다 확실한  없어맞는 말일까요내가 편하니 좋다고 치죠.

 

자주 잊어먹는  여전하구나.”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나는 크게 한숨을 쉽니다정말 만나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 만나게 되는군요나는 구석에 짱박아놓은 물건들을 정리하는 것을 그만두고 뒤를 돌아봅니다.

 

책상 위에 먼지가 한가득이라서 사직서를 던져두고 가도 일주일간은 모를  알았는데잘도 알았군요.”

 

기사단장이니까부하의 관리가  일이잖니?”

 

레티시아내가   사랑하던 은빛의 기사하지만  자랑하는 검술도 빛을 잃어지금은 그저  마리의 서큐버스일 뿐입니다

 

오늘도 왕님과 둘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알았는데아니었나요?”

 

아니라고는  못하겠네하지만 내가 마물이 되었다고해서 너를 생각하는 마음까지 변한  아냐   제자잖니.”

 

 말에 나도 조금 마음이 약해집니다레티시아의 눈에 들어 종기사가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슬픔도기쁨도고통도괴로움도 함께 겪었죠분명 그녀가 어떻게 변했건 과거가 달라지는  아닙니다하지만 동시에 과거가 어찌되었건 현재가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나는 그녀가 밉습니다그건 그녀가 마물로 타락해서도그녀가 나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아서도 아닙니다나는

 

그건 그렇긴 하네요죄송해요.”

 

나는 그녀와 싸우기 위해  것이 아닙니다굳이 진심을   필요는 없겠죠.

 

거짓말을 하고 있구나예전부터 그랬지만 너는 표정에 생각하는게  드러나.”

 

“…”

 

내가 뭐라고 말할  있을까요?

 

잠깐 같이 걷자.”

 

레티시아는  손을 잡아 끌었습니다 손을 쳐낼 용기는 내게 존재하지 않았습니다왕국이 마의 손아귀에 떨어진 이래로나는 레티시아를 한사코 거부해봤습니다라크에게는 거짓말을 하나 했습니다내가 치안 유지대에 들어간  약해서가 아닙니다그저 나는 과거의 동료들을 이전의  사람이라고 보는게 불가능 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둘은 성벽 옆을 걸었습니다훈련하러갈 때는 항상  길을 걸었습니다죽기 전까지 계속 보게될거라고 생각했던 이곳은 이미 너무 낯섭니다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기사로써의 삶을 살던 연병장에 도착합니다.

 

너와 함께 여기  것도 오랜만이네하나도 변하지 않았지?”

 

레티시아의 말에 나는 그저 침묵을 유지합니다너무나 많은 것들이 변했습니다물론 과거의 동료들에게 그런 자각은 없을터입니다 고요 속에서 그녀가 먼저 버틸  없던건지그녀는 본론으로 들어갔습니다.

 

사직서는 꼼꼼히 읽어봤어인간으로 남고 싶어서 용사가 되기 위해 떠난다 너다운 이유구나하지만  휴가가 아니라 사표를 냈는지 물어봐도 될까?”

 

결혼하려고요이번에 여행을 떠나는  신혼 여행도 겸한 것이거든요신혼 여행 후에는 남편이 하는 일을 도울 생각이라서 사표를   뿐이에요.”

 

대륙의 동쪽 끝에 있는 그라함 왕국으로부터 레스카티에까지 신혼 여행을 간다니  대단한 신혼 여행이구나 가끔씩 아무도 안믿을 거짓말을 한다니까그래서 진짜 이유는?”

 

그저 답답하기만  뿐입니다그녀는 이제 이런 간단한 것조차 모르는 것인가요.

 

그야 여행중에 반드시 나를 덮치려는 마물을 베게 될테니까요죽이고 싶지는 않지만 죽이게  수도 있고요 같은 사람을 누군가 기억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아도  실수로 외교 분쟁이 생기면 싫거든요.”

 

레티시아에겐 생각조차   없는 이유였겠죠그야 마물이 인간의 여성을 타락시키는  순수한 선의  자체니까요물론 그녀가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아닙니다다만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가슴으로 느끼지 못하는  뿐입니다마물이 되면 이렇게 행복할텐데어째서 이런 쾌락을 거부하지그런 생각이 마물들의 내면에는  존재하니까요 짐작대로 그녀는 예상치도 못한 말을 들어 당황한 표정이었습니다.

 

그건… 확실히 그렇네…”

 

용건은 이제 끝났나요그럼 이제 가볼게요내일 아침에 바로 떠날 예정이라서.”

 

물론 거짓말입니다나는  끝났다쳐도 라크는 아직  일이 남아있었으니까요. 레시티아는 무슨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나를 이곳까지 데려온 것일까요나는 사실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마가 떨어지는 그녀와 검을 맞댄 이래로  그녀와 나의 거리는 멀어지기만 했습니다그녀에게 있어서 유일하게 ‘ 되지 않은  바로 나입니다그녀는 생각하고 있었겠죠지금은 비록 이렇게 사이가 틀어졌지만언젠가 나와 다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거다그렇기에 내가 아예 눈앞에서 사라지려하자 다급해진 것이겠죠.

 

잠깐만 기다려.”

 

그녀는 떠나려는 나를 붙잡았습니다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여태껏 한번도 묻지 않았던 것을 내게 물었습니다.

 

 기사단을 떠난거야?”

 

제가 인간이니까요.”

 

나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했습니다그러나 그녀는 납득할  없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럴 리가 없잖아지금 네가 소중히 여기는 동료들도 마물인걸어째서 사실을 이야기해주지 않는거야?”

 

어떤 의미에서는 본래 괴물이었던 마물들이 지금  인간다울지도 모릅니다최소한 그들은 가지고 있던 모든 것들이 흐려져버리진 않았으니까요나는 그녀를 향해 돌아섰습니다.

 

그렇다면 진실을 이야기해드리죠간단해요당신들이 변했기 때문입니다.”

 

 말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그녀는 답합니다.

 

나는 변하지 않았어네가 변했다고 생각하는  모습이야말로 원래의 진정한 나야.

 

그녀는 그렇게 자신을 변호했지만 말에  가슴 속에서 무엇인가 끓어오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진정한 나라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요슬프고괴롭고두렵고고통스러웠던  날들하지만  날에 전혀 가치가 없었다고는   없습니다그런 일들을 겪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거니까요그것까지 포함해야만 진정한 내가 아닌가요지금 그녀는 행복에 취해서 슬픔도고통도괴로움도 두려움도 잊어버린 끝에 분명 그것들과 연결되어있었던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겁니다.

 

당신이 마물이 되었다던가왕자님과 결혼했다던가음란해졌다던가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어요모르겠다면 가르쳐드리죠무엇이 변했는지.”

 

나는 검을 빼들어 그녀에게 겨누었습니다그녀는 내키지 않는 모양새였지만---

 

만약 내가 진다면 기사단으로 돌아가도록하죠.”

 

곧이어  눈동자는 탐욕스럽게 바뀌었습니다그녀에게서 음기가 끓어오르는 것이 느껴집니다.

 

괜찮겠어 엘은 나에게 이기지 못했잖니?”

 

하지만 지지도 않았죠.”

 

마가 떨어지는 날의 결투는 결국 무승부로 끝났습니다라크의 검의 힘으로 그녀의 검을  그대로 박살을 내버릴  있었지만거기까지가 한계였습니다신체를 얉게 두르고 있는 오라가 바닥나는 순간 나의 몸과 정신은 그대로 추락했겠죠하지만  때문이 아니라도 싸움은 거기서 끝났을 것입니다그야  ‘결투 이를  없이 초라한 것이었으니까요신념이라던가 사명이라던가 대의가 아닙니다나는 그녀에게 실망했고그녀는 나와 계속해서 함께하길 원했기 때문에 일어난  대단치도 않은 일일 뿐입니다.

 

전처럼은 되지 않을거야.”

 

그녀는 칼을 빼듭니다은빛 아래로 선홍색이 일렁입니다마계은인가요그녀의 몸에서부터 붉은 마력이 세상을 물들이기 시작합니다그것은 항상  밤을 맴도는 마력과 섞여 거대한 하나의 흐름이 되었습니다 왕국이 완전히 마계로 변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같습니다나는  없이 그녀에게 검을 휘두릅니다.

 

검이 맞부딪힙니다마계의 검술은 상대를 농락하는 검술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지금 행해지는 검격에 의미는 없습니다진정으로 노리는 것은 검을 타고 흐르는 마력으로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것입니다.

 

진정성 없는 검에 승리는 없다.”

 

내가 던진 말에 그녀의 표정이 비틀립니다그야 저건  스승이 항상  말이니까요 검신에 흐르는 연보랏빛 넨은 그녀의 검에 실린 마력을 상쇄시킵니다대기중으로 흩어져 사라집니다 때와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바뀌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그녀에겐 시간이 많고 내겐 시간이 부족하다는 .

 

.”

 

그녀는 한발짝 물러나 자신의 검에 여유를 두려했지만 그렇게  수는 없습니다그대로 밀어 붙입니다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녀의 검은 전혀 밀리지 않습니다.

 

 때랑 똑같이 당할  같아?”

 

마나가 넨으로 바뀌었고평범한 강철검이 마계은으로 만들어진 보검으로 바뀌었지만 아까까지가   밤의 결투의 흐름이었습니다나는 강격이자 광격으로 그녀의 검을  그대로 때려부숴버렸습니다압도적인 힘으로하지만 이제는 내가 당할 차례였습니다나와 비교하면 거의 무한하다시피한 마물의 마력그러한 마력으로 강화된 근력이라면 감당할  없겠죠

 

그렇다고 하더라도.

 

 말야…”

 

서로의 검격이 맞부딪혀 한발자국도 물러서지 않는 상황에서 그녀가 먼저 한발짝 물러섭니다.

 

대체 근육을 얼마나 단련한거야?”

 

그녀는 헛웃음 짓습니다약간 어이없다는 표정이군요.

 

글쎄요마나가 부족하면 근력으로 떼우라고 했던게 스승이었으니까요.”

 

은빛 기사의 검은 약자의 검이었습니다스승은 명망 높은 기사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마나의 재능이 없었습니다그래서 다른 길을 찾았습니다필사적으로 마나의 운용을 줄인 검술스승에게 가능하면 가능한대로 노력했습니다검에 날카로움이 모자라다면 기술을힘이 부족하면 근육을 키웠습니다.  마나 운용이 전제되는 검술 따윈 아무것도 모르는 평민이 배울  없습니다내가 훔쳐배운 것이 스승의 검이었기에 나는 여기까지 올라왔습니다물론  당시의 스승은 그저 칭찬에 부끄러워했지만 말이죠.

 

그래도 이건 뭔가 이상하지 않아?”

 

그녀의 말과 함께  코로부터 핏방울이 방울방울 떨어집니다그녀의 말은 맞습니다거의 반쯤 오기로 버틴거였으니까요 안에서부터 무언가 폭발한듯한 감각이 느껴집니다아마 눈도 팔도 별로 좋은 상태는 아니겠죠그녀는 표정이 굳어집니다그녀의 검이 머뭇거립니다.

 

오지 않는다면  제가 갈까요?”

 

잠깐이렇게 싸워서 너가 얻는게 뭐야?”

 

당신한텐 있잖아요그러니까 싸우세요내가 당신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려고 이렇게 싸우는 것일지도 모르잖아요실제로 이건… 토마토 케첩 같은 걸지도 모르죠.”

 

나는 왼팔로 코피를 스윽 닦아냅니다젠장예상은 했지만 마력으로 서포트되는 마물의 근력이란  인간이 대항하기에 버겁군요하지만 이것으로 좋습니다나는 그녀가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달려듭니다그녀는 이번엔 검을 맞대지 않고 유유히 피해냅니다붉은 안개가  살갗을 간지럽힙니다마력 침식그녀는  수단으로 나를 물러서게  생각인  같지만 나는 그것을 거부할 생각은 없습니다.

 

마나와 마력을 합쳐서 넨으로 만들면 생각만큼  움직이지 않는다그런건가.’

 

라크의 소개로 만나게  리치아니마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런데굳이 움직일 필요있어지금은 마력이 제멋대로 움직이지 않게 하는 것으로 충분하잖아혼합하는 마력의 농도를 높여서 보다 많은 마력을 받아들일  있게하자고.”

 

그녀의 붉은 연무를 돌파합니다이것까지는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그녀는 나의 검격을 유려한 검술로 흘려냅니다 뒤를 이은 연격이 오갑니다그녀는 속삭입니다.

 

괜찮은거야이대로라면 나를 쓰러트리기 전에 네가 먼저 마물이 되어버린다고?”

 

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욕정도 담겨있었지만 이전에 나에 대한 순수한 걱정도 담겨있었습니다그렇지만  걱정은  경악으로 바뀌었습니다파캉하는 경쾌한 울림과 함께 그녀의 손에서 억지로 검이 튕겨져 나갔습니다.

 

물러졌군요.”

 

그렇지만 나도 애써 평정을 유지하는게 전부였습니다몸이 뜨겁습니다억지로나마 평정을 유지하는게 최선입니다이것이  상처입히지 않으리라는 자신은 있었지만 실제로 해본 것도 처음입니다지금  머릿속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것은 얼굴도 모르는 어떤 존재의 목소리가 아닙니다 자신의 욕망나는 당장이라도 이곳을 벗어나서 라크를 괴롭히려 가고 싶은 욕구에 시달렸지만이정도는 참을  있습니다아직 근육통이  낫지 않았으니까 불쌍하기도 하고 말이죠.

 

그녀는 저리는 손목을 붙잡으며 말합니다.

 

 보라색 오라는 뭐지?”

 

언뜻 붉은색이  정도로 짙은 보랏빛 오라가  몸을 두르고 있었습니다일순간 마물에 버금가는 폭발력인 힘을   있던   힘의 도움이 큽니다 다음으로는 근육넨이라고 설명해봤자 그녀는 모르겠죠잠시 고민한 끝에 나는 답을 내놓았습니다.

 

임시방편의 해결책이요.”

 

그렇네언제까지나 인간이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거라는건가.”

 

아니오.”

 

최소한  말만은 단언할  있습니다.

 

당한게 아니잖아요받아들인거지이기거나 지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에요그저 저쪽이 내밀어준 조건이 더욱 달콤했을 .”

 

나는 아직도 그녀를 향해 검을 겨누고 있습니다 이상의 말은 필요없습니다그녀가 떠올리지 못한다면 그것으로 그녀가 항복한다면 그것으로 그렇지만 나는 다른 결착을 바라고 있습니다나는 그대로  검을 휘둘렀습니다그녀는 그저 몸을 비틀어 검을 피합니다그와 동시에  내면에서는 짜증이 샘솟습니다분노가 타오릅니다역시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건가요나는 그녀를 향해 힘껏 검을 찔러넣었습니다그러나  일순간흐르는 듯한 그녀의 움직임은 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기사끼리의 싸움이 소모전으로 끌려갈 때는 내가 무엇에 주의해야된다고 말했지?”

 

 검은 스승의 겨드랑이 사이에 붙들려있었습니다

 

오라의 유지요스승님.”

 

나는 입가에 미소를   말했습니다아직 마나의 운용 방법이 서투르던 시절검술이라는  사실상 무투술이었다고 전해집니다거의 마법과도 같이 보이는 지금과는 다르게요 끈적끈적한  때문에 오라의 유지를 하지 못하게  이상 스승의 페이스에 이끌려   밖에 없습니다.

 

나는 그대로 검을 빼내는 대신 오른손으로 스승의 턱을 후려갈겼습니다만… 뒤로 저만큼 날아간 스승은 별로 아프지도 않나봅니다역시 기본적인 스펙 차이가 너무 납니다그것보다 일부러 맞아줬다고 해도 좋겠죠 검을 확실히 빼앗기 위해서요.

 

이렇게까지 거리가 벌어진 이상 다음 수는 어떻게 던져야할까요검은 빼앗겼습니다때마침  근처에 떨어져있는 스승의 검을  수는 없습니다마력이 담긴 검은 상대에게 상처를 입힐  없으니까요노획한 무기를   없다니 마물들의 발상은 정말 치사합니다그렇다면 역시 순수한 기량으로 스승을 압도할  밖에 없는데 역시 ‘그것 써야할까요?

 

스승은 가만히 서서  검을 들여다보고 있을 뿐입니다무슨 생각일까요이윽고 그녀는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습니다그러고는 내게 말합니다.

 

내가 졌어 이상 뭐라고 변명할 수도 없는 처참한 패배네.”

 

아니아직…”

 

네가 나의 무엇이 변했는지 가르쳐주겠다고 했잖니네가 어떤 의미로 그런 말을 했는지 이제야 알겠어그렇네나는 확실히 변해버렸구나  그대로 내가 마물이고 인간이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네.”

 

전신전령의 재능이 없기에 모든 것을 연마하는 그녀는  검을 손에서 놓았습니다그것이 왜인지 나는 알지 못합니다단순히 마물이 되었기 때문인지아니면 새로운 재능을 손에 넣었기 때문인지아니면 그저 자기 자신의 검을 별볼일 없는 것이라고 취급했던건지… 언젠가 스승은 내게 물었습니다내게는 재능이 있는데어째서 자신의 검을 계속해서 연마하냐고요그래서 나는 답했습니다그녀는 말합니다.

 

그때의 너는  검이 그렇게 간단히 손에서 놓을  있는게 아니라고 했었지어째서 나는 이런 것까지 잊고 있던 걸까.”

 

 앞의 행복에 눈이 멀었기 때문이겠죠 .”

 

신랄하네.”

 

나는 기운이 빠져 땅바닥에 주저앉았습니다왠지 하늘이 빙빙 돕니다체내의 마나를 순환시켜 자연치유력을 늘리려고해도 보라색으로 짙게 물든 넨이 진로를 방해합니다.

 

  있겠어?”

 

그녀는 내게 와서 손을 빌려줍니다  따스하고 부드러운 손을 붙잡고 일어납니다나의 해지고 굳은 살이 배긴 손과는 다릅니다 나와 같았던 스승의 손은 이제 없습니다나는 조금 슬퍼집니다.

 

.”

 

그녀는 내게 말합니다.

 

안아봐도 될까?”

 

마음대로 하세요.”

 

그녀는  껴안습니다과거의 일들이 스쳐지나갑니다전장에서 스승의 검에 처음으로 매료된 순간에서부터스승이 나를 종기사로 받아들이던 그리고 서임식의 날이 떠오릅니다 때의 스승과 지금의 그녀는 너무나 이질적이여서 쉽사리 연결되지 않습니다그와는 다르게잠깐이나마 레티시아를 스승이라고 불렀던 나지만그녀에 껴안긴 지금 나는 다시금 자신이 없어집니다.

 

역시 근육이 부족해…”

 

뭐라고!”

 

나는 헤드락에 걸렸습니다아파진짜로 아파몸의 부드러움이 어쨌건 순수한 근력으로  두개골이 삐걱거려!

 

너는 모르겠지만소소하게 콤플렉스였거든?”

 

알겠어요내가 잘못했으니까그만 놔줘요!!!”

 

근육이 생긴다고 해서 모두가 너처럼 스타일 좋은 몸매가 되는건 아냐알겠어 모르겠어?”

 

알겠습니다…”

 

그녀는 그제서야  머리를 놔줬습니다나는 피식 웃었습니다그녀도요모든  꼬여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습니다그녀는 내게 묻습니다.

 

돌아올거지?”

 

스승에게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하면 돌아올게요.”

 

그녀는 나의 대답에  웃음을 지었습니다나는 아직 그녀를 용서한 것은 아닙니다그저 조금  지켜봐도 되겠다고 생각했을 .

 

이전처럼 마음 편하게 있을 수는 없겠네좋아다음번엔 반드시 이겨줄게.”

 

기대할게요.”

 

  밤의 일은 그걸로 끝이었습니다위병소로 돌아가는 길에 잠깐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내게 애인이 생겼다는 이야기에 그녀가 놀라고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고생각해보니 꽤나 수다스러웠군요여튼 그것으로 .

 

 

 

 

네가  침대에 있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는데?”

 

그게  이유가 필요해?”

 

라크는 가끔 이상한 소리를 합니다연인이 같은 침대에서 자는게 뭐가 이상할까요그나저나 라크도 좋다는 듯이 꼬리를  허리에 둘러 감았으면서  저런 반응을 보이는걸까요?

 

아니 그건 꼬리가 멋대로!”

 

그럼   꼬리에게는 벌을 주어야겠네.”

 

나는 상식인이므로 침대 시트를 더럽힐 때까지 괴롭히지는 않았습니다약간 놀려줬을 그는 내가 아침을  차릴때가 돼서야 침실에서 비척비척 기어나왔습니다.

 

 대장간 일을  때보다  힘든걸까…”

 

인간은 근육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을 자동으로 학습하기 때문이지익숙하지 않은 일에 힘이  드는  당연해.”

 

그렇게 논리정연한 설명 따윈 듣고 싶지 않았어…”

 

나는 식사하는 그를 유심히 관찰합니다역시 라크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네요그가 가지고 태어난 ‘본질’ 자체가 다른 사람이 되었다한들 그가 쌓아온 것은 하나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손을 가져가서 주무르고 있는거야?

 

마물이 되면서 굳은 살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그의 손에는 여전히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그가 쌓아올려온 모든 것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요 사실은 그를 더욱 사랑스럽게 만들어주는 동시에 내게 하나의 아픔을 남깁니다그는 알까요그의  눈의 색깔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을 말이죠마치 한번도 햇빛을  적이 없는  같이 연한 왼쪽 눈의 색깔그것은 빨간색보다는 핑크색에 가깝습니다.

 

 눈을  때마다  안의 무언가가 요동칩니다 말을 들은채도 않던 보랏빛의 넨은  무언가의 의지를 따라 유유히 흐릅니다그가 내가  껴안을  있을만큼 작아진 시점에서 나는 항상 그것을 원하고 바라고 있던 것입니다.

 

  다시 그가 떠나지 않도록  손으로 옭아맬  있기를.

 때의 일이 다시금 반복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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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말로 여행을 떠날  있어… 서비스  하나만  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