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우~"



정욱은 계속 술만 마시며 집안에서 나가지 않았다.


무의미하게 틀어놓은 티비에는 세상의 혼돈에 두려움에 떤 자들의 목소리만 들려온다.



"......"



정욱은 아직도 솔피가 한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내가 리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알고 있었어도 자신이 리더라는 것을 자각해도 분노에 사로잡혔다.


누라리횬을 체포해 법의 심판을 받게하는 것이 아닌 진짜로 자신의 손으로 죽이려했다.



"아."



정욱은 결국 자신이 이 세상에 오기 전의 형사였을 적 기억까지 나기 시작했다.


절제 없이 상대도 보지 않고 그저 정의를 구현한다는 명목아래에 홀로 먼저 나섰다.


주변인이 따라오건말건 그런건 상관 없었다.


그들이 오지 않는다면 자신만 앞서면 된다고 생각했다.


정의가 실현 될 줄 알았다.



"상대를 봐가면서 싸워라... 인가..."



정욱은 그날 죽기전 마지막에 들었던 따가운 말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상대를 왜 쳐보면서 정의를 실현해!"



그날의 분노가 다시 스멀스멀 올라와 참지 못해 벽에 술병을 던져 깨는 정욱.



"하아, 하아.... 시발 이러면 그때랑 다른게 뭐야."



이내 다시 정신을 부여잡고 깨진 병 유리조각을 하나씩 집어 치우기 시작한다.



"......"



깨진 병 조각들이 마치 흩어진 자신과 팀월들이 겹쳐보였다.



"상대를 봐가면서..."



정욱은 유리를 집던 손을 멈췄다.


그때 따가운 말이 다시 뇌에 새겨진다.


하지만 그 말을 다르게 생각하면 또 다르다.



"상대를..."



정욱이 유리조각을 꽉 쥔체 주먹을 쥐자 손에 피가 흐르기 시작한다.



"시발! 봐가면서!!"



그리고는 이내 깨진 유리조각 바닥에 주먹을 내여 친다.


잠시동안의 정적이 흐르고 정욱은 주먹을 들어 바라본다.



"하아아..."



따갑게 박힌 유리조각.


마치 자신을 믿고 따랐던 동료들이 자신의 의해 입은 상처를 보여주는 것 같다.


하지만 사실은 분명 이것보다 더 아프고 처참할 것이다.



"...그래. 내가 병신이었지."



정욱은 성큼성큼 옷걸이에 걸린 자신의 가죽자켓을 집어 입으며 집을 나선다.



"내가 녀석들을 잡아주지 않으면 누가 잡아주겠어!"



정욱은 다시 자신의 팀원들을 모으러 향하기 시작한다.



"바보... 바보! 바보! 바보!! 바보!!!"



솔피는 홀로 집에서 샌드백을 때리고 있었다.


그날의 패배는 물론이고 정욱에게 향한 자신의 쓰라린 말이 후회로 남는다.



"나라도... 나라도 남아서 잡아드렸어야 했는데..."



솔피가 그때의 정욱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분한 마음에 앞서 자신의 질타가 먼저 나가 정욱을 홀로 남겨두게 만들었다.



"......"



솔피는 서둘러 옷을 바로잡고 다시 정욱에게 향하려 집을 나선다.



"어?"


"우왓!"



현관 문을 연 순간 정욱과 마주친다.



"......"


"...어... 안녕."


"왜 오셨어요?"



솔피는 표정을 굳히며 정욱에게 묻는다.



'이 바보 등신새끼! 기껏 오셨는데 나오는 말이 그거냐!'



솔피는 정욱에게 건낸 첫마디에 자신을 질책한다.



"하아."


"어?"



정욱은 바로 고개를 숙여 솔피에게 사죄한다.



"반장님?!"


"미안했다! 그때 내가 머저리 병신새끼였다!"


"네?"


"네 말대로 내가 이 팀의 리더야! 리더인 내가 너희를 가장 잘 알면서 혼자 나아갔어! 다 제쳐두고 멋대로 저지르려해서 그 꼴이 났었어! 미안하다!"


"......"



정욱이 사과를 건내자 솔피는 그에게 손을 내민다.



"솔피야."


"알면됐어요. 반장님이 고개숙이면 제가 보기 힘들어요."


"...고맙드어어어?!"



솔피는 정욱이 자신의 손을 잡자 그를 끌어당겨 진한 키스와 함께 입술을 뜯어 피를 낸다.



"으에에에?!"


"이걸로 다 푼 겁니다."


"그래."



솔피와 좋게 푼 정욱은 안심하며 피식거린다.



"그래서 제가 1빠따에요?"


"이번만큼은 편애했다."


"하여간."



솔피는 내심 기쁜듯 앞장선다.



"그럼 다음 가죠!"


"그래!"



그들이 다음으로 간 것은 플래아였다.


집에도 없어서 여러군대 찾고 찾은 곳은 전에 라이쥬와 싸웠던 곳이였다.



"플래아."


"...왜 왔어요."


"미안했다."


"뭐가요."



플래아는 등을 돌린 체 그에게 차감게 군다.



"너희는 나를 믿었는데 나는 그것에 보답하지 못했어, 너희를 내버려 두고 홀로 앞서 내 이기심 때문에 그런 꼴을 당하게 해서 미안하다."



정욱의 사과에 플래아는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연다.



"저 있죠. 여기가 좋았어요... 모두들 저를 따라오지 못해 제가 싫었는데 반장님도 솔피도 네온도 이런 저와 동등하게 나란히 갈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근데 그날은 마치 모두가 멀어진 기분이었어요."


"플래아..."



플래아는 돌아서 정욱과 마주본 체 다가온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제 저희에게서 멀어지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어요."



플래아가 울먹이며 정욱에게 진심을 말하자 정욱과 솔피는 그녀를 안아준다.


결국 플래아는 참았던 눈물을 터트린다.



"괜찮아 짜샤! 왜 울어~"


"솔피..."


"미안했다. 나는... 아니 우리는 항상 너와 함께 있을 거야. 약속해."


"반장님..."



그렇게 플래아와도 좋게 풀렸다.



"스읍! 큽! 그럼 저희 다 풀린 거죠?"


"난 그런데 넌 어때?"


"당연한 걸 왜 물어요."


"플래아."



정욱은 플래아의 어깨를 잡아주며 그녀를 격려한다.



"조절하지마 네 마음대로 다리고 싶은대로 달려! 우리가 맞춰줄게!"


"네!!"



그렇게 플래아와도 잘 풀렸다.



"그럼 남은 건..."


"그래."


"네온."



마지막 후반부 쯤에 정욱과 마찰이 심했던 네온이 남았다.



"네온!! 말 좀 하자!! 문 좀 열어봐!!"



그들은 네온의 집 문 앞에서 그를 아무리 불러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분명 집에 있는 건 맞다.


하지만 네온의 마음은 아직도 굳게 닫혀있는 모양이다.



"네온! 제발 문 좀 열어봐! 이제 너만 오면 된단 말이야!"



그렇게 사랑하는 플래아의 말에도 네온은 문을 열지 않았다.



"이 히키코모리 새끼 진짜! 남자새끼가 아직도 속 좁게 뭐하는 거야!"


"솔피야!"


"......"



솔피가 문을 억지로 부수려하자 정욱이 말린다.



"네온. 부탁이다... 우린 네가 절실하다."



정욱이 문 앞에 서 네온에게 사과한다.



"미안했다. 네 말대로 내가 리더인데 내가 너무 안일했다... 너희가 믿는 유일한 사람인데도 너희를 유일하게 잡아줄 수 있으면서 가장 믿고 따를 수 있는 건 나 하나인데 내가 그런 너희의 기대를 배신했어... 면목없다. 제발 다시 한번 날 믿어줬으면 좋겠다."



정욱이 그리 말하자 갑자기 문의 잠금이 풀린다.



"됐..."


"반장님만 오세요."



솔피와 플래아가 정욱과 함께 들어가려하자 초인종 스피커 너머의 네온은 정욱만이 들어오는 것을 허락한다.



"......"



정욱은 그렇게 네온의 집에 들어선다.



"네온."


"......"



집안은 쓰레기로 엉망이었다.


어두운 방에 불을 밝히는 건 수많은 모니터의 은은한 불 빛 뿐이었다.


네온은 옷도 갈아 입지 않고 여지것 혼자서 프로그렘을 돌려 누라리횬을 이길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읊어요."



본래 같으면 정욱에게 저 말을 하면 평소처럼 뒤통수를 맞았지만 지금은 입장이 반대다.



"들었잖아."


"안들었어요."


"안들었는데 문을 열고 나만 들여보내 준다고?"


"사과하러 온 거 맞아요?"


"......"



정욱은 네온에게 다시 자신의 진심을 전한다.



"내가 리더면서 나를 믿는 너희를 버리고 홀로 나서 모든 걸 망쳤어. 미안했다."


"...전 그 누구보다 똑똑합니다. 심지어 팀 내에서도 제 지능을 따라올 사람이 없어요. 그런 저이기에 그 누구도 저를 감당하지 못했지만 반장님은... 플래아와 솔피는 달랐어요. 특수 기관팀에 배치된 후로 항상 혼자였던 제가 처음으로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네온..."


"그리고 꽉 막힌 다른 곳 보다 여기는 절 이해하고 받아들여줬어요. 농담도 하고 일도 같이 하고 협력하고 같이 고민도 나누고... '팀' 이란 걸 알게 해줬습니다."



네온은 의자에서 일어나 정욱과 마주보며 말한다.



"전 그 '팀'을 다시 잃고 싶지 않습니다. 저도 남은 팀원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건 그 팀의 지지대인 '리더'입니다... 반장님 말씀해 보세요. 당신은 지금 리더입니까?"



네온의 물음에 정욱은 아까 유리때문에 다친 주먹을 네온에게 내밀며 답한다.



"그래. 난 리더야... 그리고 그 이전에 나 또한 '팀'이야."



짧은 정적이 흐르기 시작했고 이내 네온은 웃음을 터트린다.



"어엌ㅋㅋㅋㅋ앜ㅋㅋㅋ"


"뭐! 왜 새끼야!"


"아하하하! 아니요 나이 서른 넘게 드시고 그런 말씀 하시는 게 갑자기 위화감이 들어서 엌ㅋㅋㅋ"


"넌 진짜 이럴 때에..."



정욱이 다시 한소리 하려는 순간 네온은 자신의 주먹을 정욱의 주먹에 맞댄다.



"저도 팀입니다. 전 처럼 잘 좀 해봅시다. 반장님."


"... 그래."



정욱은 네온을 따라 미소지으며 그와의 갈등도 풀었다.



"그럼 가볼까요."


"그 전에 좀 씻고 옷 좀 갈아입어라. 꼴이 그게 뭐냐."


"에헤이! 또 꼰데처럼 나오시네."


"기왕 잡아가는 거 멋진 모습으로 잡아가야 하지 않겠어? 뭣 보다 저 밖에는... 알지?"



정욱의 말을 들은 네온은 어쩔수 없다는 표정과 함께 용모를 단정하고 다시 등장한다.



"네온!"



네온이 집에서 나오자 플래아가 그에게 달려들어 끌어안는다.



"그래~ 그래~ 나 왔어."


"잘 돌아왔다! 폐인 새끼야."


"너도 물돼지야."



솔피가 격하게 반기자 네온도 이에 대접하듯 반긴다.



"자! 그럼 다 모였지!"



정욱을 바라보는 특수반과 그런 자신의 팀을 바라보는 정욱.


모든 것이 풀린 지금 이들의 유대감은 최고 상태다.



"가자!! 누라리횬 잡으러!!"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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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붕이들 몬하~


이제 슬슬 막바지에 다가오고 있어!


오늘도 재미있게 봐준 우리 몬붕이들 너무 거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