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피 라고하면 보통 바다, 혹은 바닷가에사는 몬무스야 

근데 오늘 이야기할 솔피는 사막에도, 설원에도, 화산에도 가본적있는 솔피야


물론 이 솔피도 어렸을때는 바다에서 살았어.


하는 일과라곤

돌고래랑 백상아리 삥뜯기, 거북이로 원반던지기,

물개로 공놀이, 복어로 약빨기 등등...

그 나이대 범고래라면 누구든지 하는 일들로 평범하게 지냈지.


그러던 어느날,그날따라 기분이 너무좋아서 

복어에 해파리에 쏨뱅이까지 칵테일로 빨아서 완전 정신이 나가있었는데 

그만 백상아리무리의 습격을 받고말았어.


반쯤 맛이 간 상태로도 조빱 백상아리들을 여럿 해치웠지만  점점 밀리게되었어.


결국 바다밖으로 까지 도망쳐서 어느 오두막집뒤에 몸을 숨겨서 백상아리들을 따돌리는데는 성공했지만

온몸은 피투성이에, 여기저기 들이박혀서 장기와 뼈도 성치않았던지라 기절을 하고말았지.


...


눈을 떠보니 처음보는 천장이었지.


"으윽... 여긴..."


"아 일어나셨어요?"


손가락하나 까딱할수없을만큼 온몸이 아팠지만 겨우 목을 조금 틀어 목소리가 나는곳을 돌아보니

자기 키의 반정도밖에 안될거같은 어린 소년이 있었지.


"피를 많이 흘리셨어요, 좀 더 쉬셔야해요"


그 말을 듣고보니 자신의 온몸에 부목과 붕대들이 칭칭 감겨있었지.

일단 죽지않고 살아있긴 한거였어.


시간이 흘러 밤이되자 소년은 묽은 죽을 끓여 솔피에게 조심스럽게 먹여주었어.

생명의 은인이니 고맙긴하지만, 솔피는 이해할수가 없었지.

인간이 아인인 자신을.. 게다가 난폭하다고 소문난 범고래아인인 자신을 도와준다는게 이해가 가지않았어.

그래도 이대로 죽을수는 없으니 순순히 소년의 치료와 수발을 받았지.


한달의 시간이 지나고,

아직 걸을수는 없었지만 자력으로 몸을 일으킬수있을만큼 회복되었을때,

솔피는 조심스럽게 소년에게 물어보았지.


"왜 날 구해준거야? 내가 누군지알고?"


"...글쎄요...

저는 누나한테 아무것도 안물어볼꺼고, 아무것도 안알려주셔도 괜찮아요"


아직 어린 소년, 보름이나 묵었지만 어른은 돌아오지않는 곧무너져도 이상할것없는 낡은 오두막,

솔피는 대충 눈치챘지, 이 소년은 혼자라는걸.

외로움 하나때문에 중환자인 자신의 수발을 들어주는 소년이 딱하면서도 호감이 가기 시작했지.


하루종일 누워있어야하는 신세였지만 소년은 바빴어,

때때로 붕대나 부목을 갈아주고, 솔피의 몸을 닦아주기도했고, 

혹시 창이라도 날까 간간히 솔피의 몸을 뒤집어주기도했지.


그리고 남는시간에 소년은 솔피에게 책을 읽어줬어.

주로 여러가지 책을 읽어주었지만 소년이 가장 좋아하는책은 모험기였어.


"누나 들어봐요, 이 세상어디에는요, 지평성 저 너머까지 모래만 있는땅도 있고,

산과 들판 가득 눈이 쌓여있는곳도 있대요! 그리고 말이죠, 물처럼 고여있는 불이있는 산도 있대요"


"어,어 그래"


사실 솔피는 좀 우스웠어. 

좁아터진 육지의 이야기따위, 제집처럼 누비던 바다보다 훨씬 좁아터졌는데 뭘 저렇게 신나서 이야기하는지 몰랐던거지.

하지만 그런 실없는 대화라도 왠지모르게 좋았어.


반년의 시간이 흐르고,

솔피와 소년은 완전히 친해졌어.

상처도 거의 회복되었고, 바다로돌아가도 아무렇지도 않다는걸 솔피 본인도 어렴풋이 느끼고있었지만

소년과 헤어지고싶지않아서 아직 아픈척을 하고있었지.


"누나 뭐해요? 누나?"


특히 소년이 자신을 누나라고 불러주는게 너무 좋았어.

마치 소년과 가족이라도 된것같은 착각을 불러줬거든. 

이대로 계속 이 소년과 살아도 좋지않을까 싶기도했어.


그렇게 소년이 솔피를 치료해준지 꼬박 1년이 지났을무렵,

이미 몸은 완전히 회복되었고,

은혜를 갚는다고 야생동물을 사냥하기도하고,간단한 몸쓰는일로 돈을벌어다 주어

소년의 살림살이도 좀 나아졌지.


이런 생활도 솔피는 행복했어, 

무엇과도 바꿀수없을만큼 행복하긴했지만, 한편으론 자신의 고향인 바다가 머리속에 떠올랐지.

근해를 헤엄치는걸로는 모자랐고, 저 넓은 바다가 자꾸 그리워졌어.


하지만 이 오두막집이, 소년이 더 좋다고 생각하곤 꾹꾹 참았어.


그렇게 또 다시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어.

그동안 솔피가 벌어온 돈과 소년이 벌어온 돈으로 오두막집도 꽤 괜찮은 통나무집으로 증축하였고,

처음 만났을땐 죽과 풀로 배를 채우던 소년도 정상적인 식사를 하게되었지.


그리고 소년은 자라서 청년이 되었어.

청년은 아직도 솔피를 누나라고 불렀지.

청년에겐 솔피는 이미 가족이었어.

 

하지만 그동안 솔피는 더 바다가 그리워졌어.

그래도 청년이 자신을 소중히여겨주고, 자신도 청년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며 참다보니

솔피는 병이났어. 향수병이었지.


결국 청년이 먼저 솔피에게 바다에 갔다오라고해.

그런데 솔피는 두려워졌어. 

바다에서 시간을 보내고오면 청년이 없어지는게 아닐까,

돌아갈곳이 없어지는게 아닐까 하고말이야.


청년은 그런 걱정까지 알아채주곤 솔피를 위로해줘


"누나가 절 필요한다면, 전 언제나 누나곁에 있을꺼에요. 그러니 걱정말고 갔다와요"


"그럼 딱 한달, 한달만 있다올테니까... 어디가지말고 기다려야된다?"


둘은 약속을 하고 헤어졌지.

오랫만에 바다로 돌아온 솔피는, 소년이 생각나긴했어도 너무 즐거웠어.

정신없이 헤엄을 치다보면 시간이 가는줄 몰랐지.


그리고 오랫만에 바닷속의 일상을 보내.

지나가는 아무나 괴롭히면서 낄낄거리기도하고, 복어독에 취해보기도했지.


그렇게 즐겁게 놀다가 우연히 몇년전 자신을 린치했던 백상아리무리를 발견해

피의 복수가 시작되었어. 물고 들이박고 찢고 때리고...


그 일대의 백상아리 씨를 말려버린 솔피는 속이 시원해졌어.


"그래도 이새끼들덕에 그녀석을 만나긴했지...

...아!"


즐거운 바닷속 생활에 시간가는줄 몰랐는데,

소년이랑 약속한 시간은 한달이었어.


그렇게 쉬지않고 헤엄쳐 뭍으로 돌아와보니 한달은 무슨 반년도 넘게 지나가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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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솔피가 퇴물이라는 헛소리가있어서 슬프더라

해피엔딩일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