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장문의 소설이나 그림들을 보면 당시에 겪었던 고생이나 감정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추억팔이를 한다만은.

문제는 그 때 어떤 식으로 작업을 한 건지, 그 느낌을 다시 떠올리려 해도 그게 잘 안 된다 ㅡㅡ;


본인은 만화를 그리고 싶었던 망생이임. 지금은 꿈도 못 꾸는 잉여 백수지만.

가끔씩 챈에 그림 그려보고 싶다고 하는 게이들이 보이던데,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펜을 들어라.

부끄러운 솜씨는 아무래도 좋다. 나같은 놈은 그림 한 지는 8년 되가면서, 정작 제대로 그리거나 연습한 시간은 3-4년 남짓 밖에 안 된다.

게다가 내 수준은 재능 없는 사람이라도 약간의 개념만 익히면 금세 따라잡힐 수준이다.

진짜 본인이 취미삼아서라도 제대로 빡세게 하겠다 맘 먹는다면, 6개월만 투자해도 만족스러운 그림 그릴 수 있다.


이 아래 부터는 본인이 그리면서 나름 봐줄만한 것들을 모았으니, 실력이 없어도 성장할 수는 있다고 용기를 가지길 바란다.


주의) 몬무스 아닌 것도 있음, 약간 후방 주의.

2016년도 5월 이전에 그린 그림들.







일부로->일부러

언텔충이었을 때 그린 망가. 플레이 하듯 그리고 싶었던 건데 흥미가 팍 식으면서 찍쌈.





성인이 되기 전에 미숙한 실력으로나마 표현해보고 싶었던 인어.

인터넷 어디서 봤던 고퀄 일러 보고 모작해본 것. 영어 저렇게 쓰는 건지는 여전히 모름.

퍼리인 건 미안함.

그림 배운다고 미술학원 다녔는데 수채화는 진짜 죽어도 나는 못하겠더라. 사실상 마커가 다 해먹고 학원선생님이 마무리 해주심.

투더문 명작이니까 관심있음 해봐.

언제 낙서 삼아서 포즈 연습하다 찍 싼 거. 댕댕이 몬무스로 그릴까 고민하다 그 이후로 작업을 안 함.

아마도 그림쟁이 하다보면 추해지는 순간이 오는데, 자캐딸을 치는 중2병 같은 시기가 있음.

그래도 그림쟁이가 그림을 가장 즐겁게 그리는 때가 자캐딸 칠 때라고 생각함.

그림 시작하는 게이는 부끄러워하지 말고 그 순간을 즐기자. 실력 향상에 도움 된다.



지인 선물용이었는데, 어중간한 실력으로 하려니까 아무리 노력해도 병신임.

특히 선화에 익숙하면서 미술학원 다니다 어중간하게 익힌 수채가 섞이면 진짜 어색한 그림이 된다.

선화 베이스를 갈고닦아서 그 기반으로 채색을 연습하던가, 아니면 아예 유채화 스타일로 채색하면서 완성하는 걸 배우는 게 나음.



그림은 안 그려도 인터넷을 하다보면 그림쟁이들이 모작에 대한 얘기를 하는 걸 자주 들어봤을 건데.

그림실력을 빠르게 올려주는 건 모작이고, 이걸 많이 해야 실력이 는다는 말을 할 거임.

나도 이 부분에 대해선 동의한다. 모작은 본인이 공간지각력에 이해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알 수 있는 기준점이 되거든.


또한, 모작이 만능 처럼 여겨지다가도 모작만 해서는 창작 능력에 장해가 될 수 있다고도 할 거야.

둘 다 맞는 얘기임. 모작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을 남의 그림을 통해 빗대보는 거고, 진짜 실력은 창작으로 쌓아야만 하니까.

비유를 들자면, 그림 맞추기 퍼즐이 있고, 그 퍼즐을 맞추는 게 모작이라면. 창작은 그 퍼즐을 직접 만드는 것이다.


퍼즐을 맞추는 걸 극한으로 잘 하면 퍼즐 맞추기 스피드런을 하는 카피닌자라도 될 순 있지만, 창작으로 넘어가면 맨날 만졌던 퍼즐 밖에 기억나지 않아서 그것만 만들게 되는 식이다.

카피닌자 카카시도 처음엔 뇌절을 스스로 만들어서 썼지, '그 눈깔'을 받고나서는 스스로 만든 기술이라는 게 딱히 없다.

모작이라는 게 나쁘단 소리가 아니라, 모작과 창작을 겸해야 제대로 이해가 된단 얘기임.


모작으로 그린 캐릭터를, 다른 포즈로 그리는 것도 창작이다. 아니면 자기만의 스타일로 다시 그린다던지. 그게 자연스럽게 된다면, 모작에서는 졸업했다고 보면 된다.


16년 8월 이후



다양한 형태를 그려보자! 그렇게 생각해서 마침 눈에 띈 강좌를 연습해봤음.

만약 본인이 6등신 이상의 육덕진 글래머는 못 그리겠다, 차라리 간단하고 귀여운 걸 그리고 싶다면 SD를 그려라.

단순화한 그림은 뭐든 이쁘게 보여주는 극한의 가성비와 효율을 가졌지만, 그것 조차 힘든 사람도 있다.

세세하게 그릴 구석이 줄어드는 SD는 적은 노력으로도 예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다만 이것도 인체 연습을 적당히 해둬야 예쁘게 나오니까, 하려거든 인체를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일본 전문학교가서 첫 과제로 그린 3P 만화. 만화가용 잉크펜(G인가 둥근펜인가)을 거의 처음 써봐서 힘들었다.

만화과를 가겠다고 애초에 마음 먹어서 이 3P 까지는 재밌게 하고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는데...

정작 이 이후 부터 뭔가 아니다는 생각이 들더라.









3P 이후로 8P 그리는 과제를 받고 어찌저찌 시간과 머리를 쥐어짜가며 그린 건데, 작업하던 그 때 당시에도 아날로그는 내가 작업할 때 잉크 번짐이나 선의 강약이 조절이 안 되어서 엿같았고. 컷 분할이나 배치를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안 잡혀서 과제 제출 기간 임박해갈 지점까지 밑그림만 그렸던 걸로 기억함.

글 쓰는 거랑은 확실히 다른 것이, 글 쓰면서 생각했던 장면을 그림으로 직접 그리려면 얼마나 많은 컷이 필요하고, 또 소품이나 배경들을 직접 일일이 그려야 한단 점에서 막막함을 느끼더라.

뭣보다 다양한 구도로 그릴 때 그걸 밑받침할 실력이 안 되면 다시그리는 시간이 문제고.


16p를 그리는 과제를 2학년 중기에 받고, 아이디어나 컷 배분의 난항. 별 다른 도움 되는 조언도 없이 스토리에 빠꾸를 먹이는 교수에게 실망한 것, 완벽주의 기질 때문에 밑그림을 완벽히 해야 한다거나 선을 따는 것에 스트레스를 느껴서 작업할 때 복통 때문에 하지를 못한 점 등.

2학년 말기 까지 다른 과제에 치여 살면서 나는 점점 피폐해지고 망가져갔다.


지금은 어느정도는 실력이 쌓였으니 좀 더 편하게 그릴 순 있겠다만, 나는 이 때 만화를 때려쳤어야 했었다.





CG강의 시간이라고, 디지털 일러스트 가르치는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강의 들어보면 가르치기 보다는, 강사가 자기 그림 보여주고 대충 과정샷을 프린터로 나눠주면서 '이런 식으로 하니까 과제하렴.' 같은 느낌의 교육이었다. 디지털로 그려봤던 학생은 알아서 그리고, 모르는 학생은 도구 다루는 법만 알려주고 정작 그림에 대한 기교나 기술에 대한 건 기대할 수도 없었다.


위 컷만화 같은 건 조별과제로, 3-4명이 한 조를 짜 동인지를 만들어 내는(진짜로 동인전에 부스 냈음. 안 팔렸지만) 스파르타식 과제였다.

문제는 그 부스 신청비나 책 내는 비용이 개인 부담이라서 나는 돈 아까운 짓이라고 생각했다.

같은 팀인 조원은 본인과 친한 사이로 정해(정확히는 같은 학년 인원이 적은 주제에 다들 교우관계가 십창이라 선택지가 적었다) 작업을 했으나, 셋 중 그나마 그림실력이 낫다고 보는 내가 메인 터치를 했다.


원래는 조원A가 일정 페이지에서 세 명분을 나눠, 각자 페이지를 채우고 스토리가 있는 듯한 걸로 하자고 했으나. 최소한 돈을 내고 만드는 작품인데 어느정도의 퀄리티는 있어야 하지 않느냐라고 내가 의견을 냈다. 세 번째 멤버인 조원B는 평소에 알바를 한다고 스케쥴을 빡빡하게 써서 전문학교에 출석을 잘 안 하거나 다른 과제를 하느라 바빠 그냥 명예 조원 취급이었다.


이 때가 2학년 중기였을 텐데 나는 만화 과제를 해야함에도 돈이 걸려서인지 여기에 매달려 대부분의 시간을 이것만 작업했다. 세 등분을 하기 보다 조원A가 구상을 하면 내가 밑그림을 그리고, 조원A가 선을 따준 뒤 내가 채색을 하는 식으로 작업했다.

지금 생각하면 비효율적이지만, 내가 다 하기도 뭐하고 시간 분할과 작업 난이도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조원A는 열심히 했다는 거고, 나는 시간에 쫓겨 스트레스를 받긴 했지만 나름대로 완성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저걸 하느라 나는 스트레스 때문인지 현자타임이 개씨게 온 건지, 저 이후로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고 삶에 의욕이 없어졌다.

아마 우울증에 걸려서 그런 거라고 보는데, 해결하질 못하고 만화과의 과제였던 16p 만화를 밑그림만 하다가 제출을 못해 낙제점을 받고 3학년으로 진급했다. 진급은 되는데 졸업하려면 미제출한 건 제출해야된다는 얘기를 3학년 막바지에 들었다.


3학년이 된 후로는 그냥 폐인 처럼 지냈다. 출석은 되도록 하고 과제도 설렁설렁 했지만 정작 만화만큼은 손 대기가 힘들더라.

만화 말고도 다른 과제에 아이디어를 쥐어 짜니까 모든 역량이 필요한 만화에 힘을 못 쓰겠는 거야.

수업은 뭐 대부분 재미도 없어서 좋아하는 수업 말고는 대개 째게 되고.





내가 3학년 강의 중에 가장 좋아했던 건 강사가 교체된 일러스트 수업이었는데, 시발 이 수업을 진즉에 1학년 때 했으면 얼마나 좋아?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

막 3학년이 되었을 즈음에는 만화과에서 낙제점을 받고 올라와서 현탐왔던 시기였음. 그러다 일러스트 수업을 받을 때 과제로 아무거나 그려오라는 걸 주더라고. 얼마만에 자유주제인가, 싶어서 그 날은 하루 걸려서 저걸 그려냈음. 지금 하라면 못하겠지만.

지금 봐도 내가 어떻게 하루만에 그린 거지 싶은 수준이긴 하다.

아무튼 저렇게 해서 내니까 교수님이 '이 정도 퀄리티로 매일 뽑아낼 수 있다면, 일 받을 수 있겠다.' 라고 해주심.

그냥 저 한마디로 다른 수업 제껴도 저 수업이 있는 날 만큼은 무조건 출석했다. 수업 후 바로 방과후 시간이라 컴 만지기도 좋았고.


첫 과제 후 수업 겸 다음 과제를 하는 시간에는 교수님이 채색법에 대해 지도를 해주시고, 방과후 시간에도 남아서 학생과 얘기를 나누시니까 처음으로 수업의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근데 그 이후로 퀄리티 ㅈ박기 시작하면서 교수가 많이 아쉬워 하더라 ㅋㅋ; 기계 그리는 거에 약한데 스팀펑크는 너무 고난이도 아니요?



점점 밀린 과제 하기 힘들어지면서 급하게 하느라 퀄리티가 내려가는 게 눈에 보일 정도가 되니 스스로도 많이 아쉬웠다.

일러스트 수업 자체는 즐거웠다고 생각은 드는데, 천천히 되새겨보니까 이 수업도 그렇게 도움된 거 같진 않은 듯.

결국엔 이런거나 그리면서 과제 제출함.

그림이야 계속 경험이나 안목이 쌓여서 이전 보다는 나아지는 거 같으면서도, 막상 내 그림 다시 보면 일취월장은 또 아님.

그림쟁이들이 슬럼프를 겪는 이유가 성장하지 않는 자기 솜씨 때문에 한탄하는 건데.

그 슬럼프를 겪고도 그림을 계속 그리면 어느샌가 실력이 성장해 있는 거 같더라.


그림 초보자들은 자기 그림이 구린 거 같다고 느낀다면 나그의 그림을 한 번 보길 바란다.

부족한 구석이 보이고, 이거 보단 더 잘 그릴 수 있다고 생각되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창작자는 언제나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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