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이 소녀를 본 적 있나요? 매일밤, 전세계에서, 수백명의 사람들이 그들의 꿈에서 이 소녀의 얼굴을 봅니다. 만약 이 소녀가 당신의 꿈에도 나왔다면, 또는 이 소녀의 정체를 밝혀내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아래의 주소에 연락 바랍니다. www.thisgirl.oeg


"너 디스걸 알아?"

"알지 알지."

"그게 뭔데?"

"요새 유행하는 괴담인데, 전 세계 수백명의 사람들이 똑같은 여자애가 나오는 꿈을 꾼다나봐. 그 꿈에 나오는 여자애가 디스걸이야."

"괴담 아냐. 3반 이준혁도 꿈에서 봤대."

"진짜? 좀 무섭다~"


여학생들의 수다를 음습하게 몰래 듣고있던 몬붕이는 코웃음을 쳤다.

'그걸 믿냐, 여자애들이란...'

디스걸이라면 몬붕이도 인터넷에서 본 적 있었다.

사람들이 꿈에서 본다는 똑같은 소녀

일종의 괴담이었지만, 꼴리게 생겼다는 사실 빼고는 괴담을 좋아하는 몬붕이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그야 전혀 안무서우니까


"오늘도 수업 잘 들어라."

담임이 나가고 몬붕이는 바로 책상에 머리를 꼬라박았다.

1교시는 국어.

밤새 괴담 유튜브 본다고 피곤한 몬붕이에게 딱 좋은 시간이다...


...


몬붕이는 갑작스럽게 잠에서 깼다.

반에는 아무도 없었다.

체육 시간인가? 아니 오늘 체육은 없는데...


문득 몬붕이는 등 뒤에서 따가운 시선을 느꼈다.

몬붕이는 고개를 돌려 뒤를 쳐다봤다.

무표정의 소녀가 자신을 보고 서 있었다.

몬붕이가 인터넷에서 본 바로 그 여자,

디스걸이다.


"야 김몬붕!"

몬붕이는 잠에서 깼다.

몬붕이가 정신을 차리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국어 선생이 자신을 째려보고 있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했다.


"잠 깨게 서서 수업 들어."

"네..."

몬붕이의 귀에는 반 친구들의 웃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꿈에서 본 디스걸의 모습만이 머릿속에 가득 차있었다.


야자가 끝나고, 몬붕이는 집에 돌아와 바로 침대에 누웠다.

잠을 제대로 자지 않아 피곤한 탓이었다.

몬붕이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잠에 빠졌다.


몬붕이는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계단을 올라가면 또 계단이 있고, 그 계단을 올라가면 또 계단이 있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에 결국 몬붕이는 지쳐 쓰러졌다.


몬붕이는 계단 위를 바라봤다.

계단 꼭대기에 누군가 서 있었다.

몬붕이도 아는 얼굴이다.

디스걸, 그녀다.


몬붕이는 꿈에서 깼다.

시계는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몬붕이는 학교에 갔다.

등교하는 와중에도 디스걸의 얼굴은 그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디스걸은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몬붕이의 꿈에서 나왔다.

덕분에 몬붕이는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


"야 김몬붕, 요새 무슨 일 있냐?"

"아니, 요즘 잠을 못 자서."

"왜?"

"불면증이라도 생겼나보지."

"병원 함 가봐, 근데 너 머리 길어지지 않았냐?"


몬붕이는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확실히 비정상적으로 길어져 있었다.

"그러냐? 그러네."

"존나 빨리 자라네, 야동 그만봐."

"뭐래, 매점이나 가자."


몬붕이는 친구와 매점으로 향했다.

매점은 급식실 바로 옆에 있었다.

급식실 계단을 내려가던 몬붕이는 급식실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다.


"어?"

디스걸이다.

디스걸이 급식실 안에서 몬붕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몬붕이는 눈을 비비고 다시 급식실 창문을 바라봤다.

디스걸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다.


"참 내, 이제 환각까지 보나."

"뭐?"

"아냐."


그날의 꿈에도 디스걸은 어김없이 나왔다.

그런데 이제 혼자가 아니었다.

옆에 있는 디스걸을 무시하며 애써 TV를 보고 있는 몬붕이의 앞에, TV속에서 또다른 디스걸이 튀어나왔다.

몬붕이는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몬붕이는 시계를 봤다.

새벽 4시 반, 하지만 몬붕이는 또 디스걸이 꿈에 나올까봐 다시 잠에 들 수 없었다.


몬붕이는 욕실에 들어갔다.

거울에 비치는 몬붕이는 심하게 야위어 있었다.

골반이 넓어지고 허리가 잘록한 게. 마치 여성의 체형이다.

분명 디스걸 때문이다.


몬붕이는 학교가 끝나자마자 야자를 하지 않고 정신과에 들렀다.

의사가 물었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꿈에서 계속 똑같은 여자가 나와요."

"혹시 그 여자 얼굴이 이렇게 생겼나요?"

몬붕이는 의사의 얼굴을 쳐다봤다.


디스걸이 의사의 자리에 앉아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놀라 자빠진 몬붕이는 헐레벌떡 진료실을 빠져나왔다.

대기실로 도망친 몬붕이는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대기실에서 8명의 디스걸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몬붕이는 잠에서 깼다.

이제 몬붕이는 꿈과 현실을 구별할 수 없었다.


몬붕이는 학교에 나가지 않고 방 문을 걸어잠궜다.

그의 엄마가 왜 그러냐며 문을 두드렸지만 몬붕이는 문을 열지 않았다.

문을 열면 또 디스걸이 튀어나올까봐 겁이 나서였다.


그날 새벽, 몬붕이는 몰래 문을 열고 화장실로 향했다.

오줌은 페트병으로 해결했지만, 용변은 그렇게 하지 못한 탓이었다.


화장실에 도착한 몬붕이는 거울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거울에는 자신의 모습이 아닌 지난 일주일간 자신을 괴롭힌 소녀,

디스걸의 모습이 비쳐졌다.


그리고 벽이 녹아내렸다.

벽이 허물어지고 나타난 건 온통 보라색의 알 수 없는 공간

그리고 자신을 에워싼 수백명의 디스걸들이었다.


몬붕이는 극도의 공포에 자리에 주저앉았다.

디스걸들이 자신에게 다가왔다.

디스걸들은 몬붕이를 중심으로 원을 만들었다.

그리고 몬붕이는 눈을 의심했다.

디스걸이 처음으로 무표정이 아닌, 미소를 지었던 것이다.


디스걸이 입을 열었다.

"안녕."

처음 들어보는 디스걸의 목소리

믿기 힘들 정도로 인자하고 고운 목소리였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 이상하게 몬붕이는 공포심이 싹 달아났다. 마음이 편해지기까지 했다.

몬붕이는 그녀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누구야?"

"우린 너야."

"그리고 넌 우리야."


제일 앞에 있던 디스걸이 몬붕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우리와 함께 하자."

몬붕이는 그 손을 잡았다.


몬붕이, 아니 디스걸은 꿈 세계를 헤매기 시작했다.

새로운 자매를 찾아서.





디스맨 몬무스는 없는 것 같아서 써보앗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