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https://arca.live/b/monmusu/31918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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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계 역시 악마들의 행동이 어딘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있었고, 바알을 포함한 일부 악마는 그들의 사연을 넌지시 알려주었다.


"알고 보니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 천신이 죽기 전에 마왕이 더욱 강해져서 부활할 것이라고 예언했다더군. 그걸 대비해서 일부러 기사단을 육성하고 있었던 거고. 다행히 고대의 기록 덕분에 천계 고위층에서는 우리의 사정을 어렴풋이 아는 듯하다. 쉽진 않겠지만 조만간 협상을 시도해 볼 계획이다."


 고대에 쓰여진 문헌에는 마왕을 따르던 악마들은 대부분 전쟁에서 죽었고, 살아남아 협약을 맺은 악마들은 마왕과는 별 상관이 없는 이들뿐이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거기다 대부분의 악마들이 천사들을 해치지 않았기에 현 천신을 포함한 지도자들은 마왕의 명령으로 억지로 전쟁을 일으켰다는 악마들의 말을 조금이나마 신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 저희 부모님을 죽인 악마들은 뭔가요?"


"그 녀석들, 눈이 붉게 빛나고 마치 짐승처럼 행동하지 않았나? 그들은 마왕 때문에 폭주한 병사들이다. 그녀는 약하다고 생각되는 일반 병사들에게 강제로 녀석의 힘을 부여했고, 부작용으로 카잔처럼 폭력적인 병사들이 탄생했다. 거기서 단계가 진행되면 완전히 이성을 잃은 상태가 되는 거지."


"어쩐지.. 그래서였군요."


"미안하다.. 날 원망해라. 모두 내가 무능한 탓이다. 내가 좀 더 강했더라면.. 내가 마왕을 물리쳤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다."


바알이 죄책감에 고개를 푹 숙였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레이첼이 그의 손을 잡았다. 


"무, 무슨.."


당황한 바알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저기.. 너무 죄책감 갖지 마세요. 바알 님."


"날 위로해 주는 건가? 고맙다.."


악마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하나 궁금한 게 있다. 아까 그 마법은 네가 쓴 게 맞나?"


"네... 저도 어떻게 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때 아주 잠깐이지만 현 마왕과 동급 수준인 엄청난 마력을 감지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지금 네게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군. 혹시 다시 한번 써 볼 수 있겠나?"


레이첼이 악마를 없앴을 때처럼 벽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전 다른 천사랑은 다르게 태어났을 때부터 마력을 다루는 능력이 없었어요."


"나도 선천적으로 다른 악마들과 다른 게 있다. 뭔지 알겠나?"


"글쎄요..?"


"바로 이 날개다. 마계의 악마들 중 너희처럼 깃털 달린 날개를 가진 건 나밖에 없다."


바알이 다시 한 번 거대한 날개를 펼쳐 보였다.


"혹시 천사의 피가 섞인 게 아닐까요?"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지만, 내 조상 중 천사는 없었다."


"한 번 만져봐도 될까요?"


바알이 선뜻 날개를 내밀자, 레이첼이 부드러운 손길로 날개를 쓰다듬었다.


"신기하다.. 진짜 우리 날개랑 똑같네요."


"위선적인 말이지만, 난 솔직히 너희 천사들이 부럽다."


바알이 이토록 천사들에게 친절했던 데는 자신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그들에 대한 개인적인 동경도 있었다. 특히 깃털 달린 검은 날개가 일종의 콤플렉스였던 그는 천사의 아름다운 하얀 날개가 내심 부러웠다.


또한 그는 2년 가까이 전쟁을 치르는 도중 수많은 사연을 가진 천사를 만났고. 그때마다 동정심과 죄책감은 커져갔다.


"유난히 기억에 남는 천사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3달 전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제법 큰 규모의 도시를 침공하고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갑옷으로 무장한 200여 명의 군사가 그를 맞이했다.


"다들 소식은 들었겠지? 6시간 뒤면 이곳을 불바다로 만들 거다. 살고 싶다면 그 전에 도망가라."


"꺼져야 할 건 네놈이다!"


군사를 이끄는 자는 20~30대 정도로 보이는 건장한 남자였다. 날개 모양 장식이 박힌 성검을 한 손에 든 그는 천계의 12기사 중 한 명이었다. 

분노에 찬 기사가 바알에게 성검을 겨누었다.


"난 널 해치고 싶지 않다. 네가 내 상대가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을 텐데."


"닥쳐라! 놈을 공격해라!"


기사의 외침과 함께 모든 병력이 일제히 바알에게 달려들었다. 뒤에 서 있던 레벤나가 슬쩍 말했다.


"제가 맡을까요?"


"아니, 됐다. 나 혼자서도 충분하다."


바일이 손을 뻗자 병사들이 그 자리에 멈춰섰다. 염력은 그의 주특기 중 하나였다.


"덤벼라!" 


기사가 검을 들고 돌진하는 것을 본 바알이 자신의 검을 소환했다. 그의 검은 칼날에 금과 보석으로 손잡이를 장식한 거대한 월도였다.


마력이 깃든 칼이 부딪히자 굉음과 함께 충격파가 발생했다. 바알이 황급히 보호막을 쳐 주변에 있는 모두를 보호했다.


기사는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지만, 그는 너무나도 쉽게 공격을 막아냈다. 


"내 상대가 안 된다고 말했잖나. 너희 도시를 침공한 건 정말 미안하다. 누굴 해칠 마음은 없으니 그만 물러나면 안 되겠나?"


"그 입 다물어라!"


바알은 약속대로 공격은 일제 가하지 않고 방어에만 집중했고, 제풀에 지친 기사는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로맨스 파트가 안 나와서 미안하다. 조금만 기다려 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