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특이하게 생긴 가로등을 발견해 다가서니.

이내 그 속에 서글픈 듯 시무룩한 표정을 한 채 고개숙인 알라우네가 보였다.

알라우네는 축 처진 꽃잎의 장막 아래에 깜짝 놀라더니, 조금씩 표정이 밝아지며 환한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신기한 모습에 홀린듯 그녀를 바라보다가, 어째서 여기에 있는지를 물었다.

" 비를 피하는 사람에게 쉴 공간을 주기 위해 있어요. "

그녀의 말로는 비가 내릴 때에 일종의 대피소 역할을 하기 위해 있다고 하였으나, 여기는 비가 잘 내리지 않는 지역이다.

더구나 비가 내릴 때를 제외하면 축 시든 모습에 거부감이 들어, 사람들이 지나다니질 않았다 한다.

비가 내리는 동안 할 일도 없었기에 그녀와 잠시 수다를 떨었다. 오랜만에 대화상대를 얻어서 그런지 그녀는 즐거워 보였다.

세상과는 단절되어 살아가기에 요즘 이야기를 그녀는 모른다. 말재주는 별로 없으나, 무슨 이야기든 흥미롭게 들어준다.

이야기 꽃을 피워갈 때 즈음, 비가 멎었다.

" 이제 가시겠네요. 잠시나마 즐거웠어요. "

그녀는 즐겁다는 표정을 하면서도, 어딘가 쓸쓸한 기색이 묻어나왔다.

이대로 돌아갈 수도 있지만. 비구름이 개어가는 하늘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 …안 가시는 건가요? "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그녀를 돌아본다.

" 이야기 꽃은, 이제 막 핀 참이잖아요. "




나는 오늘, 그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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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야기 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