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monmusu/50620174?target=all&keyword=%EC%9A%A9%EC%82%AC%EC%83%9D%EB%8F%84&p=1




"고맙네들..덕분에 살 수 있었어."


흙과 땀 투성이가 된 채 숲 속을 걸어나오는 김몬붕과 제이슨을 향해 환호하는 마을 사람들은, 그들을 지키기 위해 싸운 것이 헛된 일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 훈훈한 광경이었다.


"뭐, 감사 인사는 됐고 앞으로는 저런 돌연변이 마물들 안 생기게 먹이 좀 적당이 퍼다 날라 주쇼."

제이슨은 주머니를 뒤져 꾸깃꾸깃한 시가를 꺼내들어 입에 물고 성냥을 찾지만 그를 반기는 건 격렬한 싸움 속에서 잃어버린 듯 아랫부분이 찢어진 공허한 주머니였다.


"아, 막판에 초를 치네 이게."


"불이라면 내 걸 빌려주겠네."


아쉬운 듯 시가를 다시 집어넣으려는 제이슨에게 마을 사람들이 불을 빌려주어 감사를 표한다.

.....

"그럼.. 너는 이제 어떻게 할 거지? 나야 뭐, 이제 이 마을을 뜰 거지만. 너는 계속 여기서 지내도 괜찮겠군. 영웅 취급 받으면서 편하게 지낼 수 있겠어. 집도 없어 보였는데 잘 됐네."


마을 사람들의 축복을 온 몸으로 받아낸 두 사람은 휴식을 위해 대장간으로 나란히 걸어가며, 제이슨이 뿌연 연기를 깊게 내쉬며 김몬붕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서 다행이라는 듯 웃는다.


"나는... 너 따라갈래. 같이 가자."


"뭐? 진심이냐? 나를 제대로 따라올 수는 있고? 그 저질체력으로 내 발목이나 안 잡으면 다행일 텐데."


"그럼 날 좀 더 강해지게 네가 가르쳐 줘. 어떻게 해야 마물들에게 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지."


"..."


김몬붕의 사뭇 진지한 답변에 처음엔 농으로 시작했던 제이슨도 그의 각오를 파악한 듯 잠시 생각에 잠긴다.


"...좋아, 대신 가르쳐주는 건 내가 아닌 다른 친구가 가르쳐 줄 거다."


"어?? 왜???"


"나이 28에 뒤늦게 검을 쥔다고 어느 세월에 강해지는데? 단기간에 최대한의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려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게 좋을 거야."


"그래...그게 누군데."


"지금은 말하기 조금 곤란하니, 오늘 밤 직접 만나 보라고. 때마침 피해 보고를 위한 회의가 있으니까."


제이슨은 말을 마치고, 바쁘게 이동해야 하니 해가 질 때까지는 편히 쉬어 두라며 김몬붕에게 육포와 우유를 건넸다.


"잠깐..!! 당신들 지금 어디 가는 거야?!"


그때, 마을 최고의 여관 주인 아주머니가 우렁찬 목소리로 그들을 불러세운다.


"...쉬러 가는데요?"


"쉴 거라면 우리 여관에서 휴양하라고! 돈은 안 받아. 마을을 구해 줬는데 이 정도도 못 해줘선 내가 마음이 답답하거든."


"......개꿀."


.....

시간이 흘러 당일 저녁 8시. 침대에 널부러져 퍼질러자고 있는 김몬붕의 웃옷을 살짝 걷어 배를 손바닥으로 후려쳐 깨우는 제이슨. 짝 소리가 아주 일품이었다.


"씨..발!!! 평범하게 좀 깨워!!!! 나 환자야 환자!! 옆구리 아직도 아프다고!"


"엄살은, 밥 먹으면 나으니 그만 징징거려라 다 큰 사내놈이 추하게. 어휴 병신."


잠옷 차림의 김몬붕과는 달리, 제이슨은 진작 대장간에서 출발하기 위한 모든 준비물을 챙겨온 듯하다.

준비물이라고 해 봐야 물과 육포, 주 무기인 쌍둥이 늑대 뿐만 아닌 손잡이 길이 포함 20센치 정도 되는 나이프들 뿐이지만.


"빨리 일어나 옷 갈아입어 썩은놈아! 안 오면 나 죽은 줄 알 거 아냐!"


"아..알았어!! 알았으니 재촉 좀 하지 마 봐!"


허둥지둥 여관을 나와 주인장에게 대충 감사 인사를 전한 뒤 마을 입구를 지나 숲 속으로 향한다. 가로등도 없는 어두컴컴한 숲 속, 두 사람은 손에 들고 있는 작은 등불에만 의존하여 앞을 헤쳐나간다.


"좀만 빨리 와. 애들 기다리겠네 이거. 아 이놈 새끼 때문에 나 까지 욕 먹겠네."


제이슨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김몬붕의 저 앞 5미터 가량 나아가서는 숨이 넘어가려 그러는 상대적으로 저질 체력의 소유자 김몬붕을 신나게 놀려댄다.


"....개새끼..."

.....

제이슨의 손목시계가 어느덧 자정을 가리키고, 그들은 약속 지점에 도착한다. 어찌 이렇게 간단하게 도착했냐고? 어두운 숲 속에서 모닥불을 피우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만큼 눈에 잘 띄는 게 없지 않을까?


"이 미친 새끼들아, 어떤 정신나간 사람이 이 상황에 모닥불을 처 피우는.."

제이슨이 기겁하며 캠프 파이어가 한창인 숲 속 가운데 난입하여 그 자리에 있는 모두를 나무라지만, 자리에 있는 사람은 검고 부드럽게 곱슬거리는 장발의 머리에, 고상해 보이는 돈그랗고 투명한 안경을 쓴 채 집중해서 노트에 필기 중인 이지적인 소녀 한 명 뿐이었다.


"....다른 애들은 다 어디갔어?"


"다들 아직 잠복 중입니다. 연락 못 받으셨나요? 그나저나 약속 시간에 늦으시고서 뻔뻔하시기까지. 혹시나 길을 못 찾아오시는 줄 알고 불을 피웠습니다만,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보스?"


'저 애는...'


제이슨을 뒤따라온 김몬붕은 어딘가 낯익은 소녀를 보며 생각한다. 어디서 봤더라? 라며.


"늦은 건 다 이유가 있어서.."


"저는 변명하지 말라고 배웠습니다. 그것도 다름아닌 보스에게 직접 배웠죠."


"......할 말이 없네. 아무튼 간에, 아직 소개를 안 시켜줬지? 자, 이 쪽은 김몬붕. 저 애는 레이첼. 사진으로 봤었지?"


제이슨은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김몬붕을 앞세워 즉석 소개팅 시간을 갖는다. 레이첼은 한숨을 내쉬면서도 티가 나지 않게 조용히 김몬붕을 위아래로 훑어본다.


"..뒤에 있는 청년은 일행인가요? 뭐, 보스가 직접 데려온 사람이라면 믿어도 괜찮겠지만.."


소녀는 '조금이라도 수상한 낌새가 보인다면 조용히 제거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잘 부탁해요. 레이첼 씨! 김몬붕이라고 합니다."


레이첼에게 손을 건네는 김몬붕. 그는 레이첼의 엉덩이 아래에 놓인 비단으로 감싸여 있는 기다란 지팡이 형태의 무언가가 눈에 밟힌다.


"아, 그게 이제 네가 배울 무기다. 한 번 보여줘 봐. 레이첼."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일급기밀을 공개하라는 말씀이신가요? 보스 답지 않은 명령입니다만."


제이슨의 오더에 어쩔 수 없이 레이첼은 비단 주머니를 벌려 자신의 무기를 선보인다.


"오.."


익숙한 근대식 무기에 눈이 초롱초롱 빛나는 김몬붕. 베일에 쌓인 무기의 정체는 나무와 철이 적절히 혼합되어 있는 머스킷 소총이었다.


"보스, 그 말인 즉 이 사람에게 총을 다루는 법을 가르치란 말인가요? 정말 신뢰가 날이 가면 갈수록 떨어지시는 군요. 대장장이로 위장 잠입하면서 머리까지 멍청해지신 건가요?"


"아니, 아무 정보가 없어서 그냥 나오려고 했는데 얘가 어떻게 슬라임이 처들어온다고 말해줘서 알았다니깐??"


"....보스조차 모르고 있던 정보를 이 사람이 먼저 알고 알려줬다는 말씀이신가요?"


레이첼의 눈이 가늘고 날카롭게 김몬붕을 흘겨본다. 물론 멀청한 건지 순수한 건지, 김몬붕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정 그러면 교본 책 있잖아. 그거 보여주면서 읽으면서 하라고 해봐."


제이슨은 레이첼의 가방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에 레이첼은 정말 하기 싫어보이는 표정으로 가방을 열어 표지가 없는 책을 꺼내는데..


"어...."


"왜 그래?"


책을 펴자마자 당황하는 김몬붕과, 그런 그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제이슨과 레이첼.


"글을 못 읽냐 설마? 내용이 어려워서 그런 거지? 처음엔 다 그래 인마~"


제이슨이 털털하게 웃으며 김몬붕의 옆에 앉아 어깨동무를 하며 책을 바라본다.


"뭐라고 쓰여 있는지 하나도 모르겠어."


"....글을 못 읽는다고?"


예상보다 심각한 김몬붕의 상태에 제이슨은 그를 만난 후 짧은 시간에 여러 번 놀라게 된다.


"하아...."


레이첼 역시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으며 깊은 탄식을 내쉬며 한탄을 금치 못하는데..


"그럼 일단.. 레이첼, 네가 얘 급한대로 기본적인 글 좀 읽을 수 있게 어느정도 가르쳐 줘."


"하."


"잘 부탁 드려요."


머쓱해하며 내민 김몬붕의 손을 손등으로 가볍게 쳐내며 가방에서 또다른 노트를 꺼내는 레이첼.


"글을 배우는 것은 쓰면서 배우는 게 가장 빠릅니다. 펜을 쥐고 지금부터 제가 알려주는 것 전부 기록하세요."


보름달이 유난히 거대해 보이는 야심한 밤, 타닥타닥 타오르는 모닥불 소리와 사각사각 한 글자씩 써내려가는 필기 소리가 고요한 정적을 메운다.


"다른 애들 전부 아직 그대로 임무 수행 중인 거지?"


"보스에게서 아무런 연락도 받지 않았다면 그러겠죠."


제이슨은 글씨와 고군분투중인 김몬붕과 턱을 괸 채 그를 한심하게 쳐다보는 레이첼 사이의 분위기가 불편한 듯 자리에서 일어난다.


"좋아.. 그럼 난 애들 좀 보러 가볼게. 그동안 이 모질이 새끼 교육 좀 제대로 시켜줘. 믿는다, 레이첼!"


"정말 책임감이라곤 끝까지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네요. 보스."


레이첼은 김몬붕을 그저 짐덩이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그녀에게 그를 맡기고 떠나려는 제이슨의 한량 같은 모습에 레이첼은 아무리 보스라지만 할 말은 다 하는 날카로운 면을 보여준다.


"올 때 초콜릿."


"보스는 세상에서 가장 듬직하고 현명하신 성군입니다."


그리고 그 날카로운 면은 10초가 채 가지 않았다.

무표정이지만 두 눈만큼은 반짝이며 제이슨과 주먹을 맞대어 인사를 나누는 레이첼.

......

"어때요, '안녕하세요' 맞죠?"


제이슨이 신속하게 숲을 떠난지 3분 정도가 지난 후.. 김몬붕은 자신 넘치는 얼굴로 노트에 적은 글을 레이첼에게 보여준다.


"....사과밤나무라고 적혀 있습니다만."


"아."


"아무래도 갈 길이 멀어 보이는 군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이만 주무세요. 저는 망을 보고 있을 테니 안심하고 푹 주무셔도 됩니다."


"어..? 레이첼 씨는 안 주무세요?"


"하룻밤 정도 새는 걸로는 전혀 지치지 않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레이첼은 노트를 주섬주섬 가방에 넣어 정리한다.


"그럼...눈 좀 붙일게요.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깨워주세요."


김몬붕은 옆으로 누워 새우잠을 청한다.


"....."


레이첼은 말없이 고요하게 김몬붕의 뒷모습을 지그시 바라본다. 그리고 그녀의 안경에 비춰진 모닥불로 인해 그녀의 눈은 조용히 타오르는 것 같이 보인다.

.....

다음 날 아침. 김몬붕은 부스스한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킨다.


"끄으으으.....레이첼 씨 괜찮으세요?"


".....핫."


레이첼은 김몬붕이 일어날 때까지 총을 바닥에 세워 어깨에 걸친 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가 깨우는 목소리에 눈을 부릅뜨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안경을 고쳐 쓰는 레이첼.

하지만 그녀의 눈 밑 다크서클은 몸 상태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일어났으면 물 마시고 몸 좀 풀어두세요. 오늘은 자리를 옮겨 은신처로 이동할 거니까요."


레이첼은 꺼져가는 모닥불을 발로 밟아 완전히 꺼버리고서 가방을 메고 김몬붕에게 15센치가량의 단검을 던져준다.

김몬붕은 그걸 받으려다 손가락을 베일 뻔했으며 그런 모습은 레이첼의 신뢰를 나날이 잃어가는 데 열심히 기여하게 된다.

.....

숲을 빠져나가 산 밑 동굴로 들어가는 두 사람. 안에 있는 건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을 막기 위해 처져있는 듯한 천막과 양은으로 된 반합, 그리고 모닥불의 흔적으로, 그것들은 이곳에서 레이첼이 지냈음을 알려준다.


"그럼 일단 기본적인 사격술과 파지법, 신속한 재장전 방법과 글 공부를 해보도록 하죠. 보스가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걸릴 지 모르니 일단은 자기계발에 열중하세요."


레이첼은 머스킷 소총을 장전하는 방법부터, 조준하는 법, 호흡법, 등 사격의 기초에 관해선 전부 김몬붕에게 알려주었다.

문제는..


"이렇게 하고 이제 당기면.."


(틱)


"이거 왜 안 쏴져요?"


"하..."


김몬붕이 방아쇠를 당기자, 소총은 힘없이 작은 불꽃을 튕겨낼 뿐이었다. 그렇다. 문제는 이 모질이의 습득력이다. 글을 배운 지도 하루밖에 채 되지 않았고, 사격술은 오늘이 처음 배우는 날이니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하지만, 이런 광경은 레이첼이 이 멍청한 인간을 대체 어떻게 가르쳐야 조금이라도 자신이 더 편할지 생각하며 머리를 쥐어짜게 만들었다.

...

"아니 장전을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좀 더 많이, 화약도 좀 흘리지 말고..!!"


두어 시간이 지난 후, 레이첼에게 혼나가며 열심히 배우던 김몬붕의 손은 어느새 물집이 잡히기 시작했고 레이첼은 이마에 핏대가 오를락 말락을 반복한다.


"뭐..오늘은 이 정도만 하죠. 이제 글 공부 시간이에요. 아, 그리고 내일은 근처 마을에 들려 식료품을 구비할 거에요. 물론 그건 김몬붕 당신이 해야 하는 일이고요.


"...네에..."


물집으로 인한 통증으로 제대로 총을 쥐지도 못하고 있는 김몬붕은 바들바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펜과 노트를 쥐어 글 공부를 시작한다.


"사..과....후..추....소..금....우..유....씨~발"


"욕은 벌써 잘 쓰시네요."


김몬붕이 자기계발에 힘쓰는 동안, 레이첼은 제이슨과 다른 동료들에게 보낼 서신을 작성한다. 이 서신은 훈련되어 있는 멧비둘기를 통해 유통된다. 마물들 역시 웬만해서 야생동물, 그것도 작은 새들은 더더욱 건드리지 않으니.

 ....

다음 날이 밝았다. 김몬붕과 레이첼은 아침 일찍 기상하여 근처 마을로 발걸음을 옮긴다.

...

"오늘 사야 할 건 소금, 후추, 양파, 당근, 돼지고기에요. 실수하지 말고 잘 사보세요. 저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김몬붕에게 자금과 사야 할 물건 목록이 적힌 종이 조각을 넘겨준 레이첼은 도도해보이는 검은 코트를 입고서 챙이 넓은 바닐라색 모자를 쓰고 커피를 홀짝이며 신문을 보는 척 광장 벤치에 앉는다.

이 광경.. 어찌보면 동생에게 자신의 심부름을 맡기는 누나를 보는 것 같기도.


'어디보자... 소금...후추...양파...당근...돼지고기....시발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그냥 다시 가서 물어봐야 하나..'


김몬붕은 종이에 적힌 글들이 뭘 의미하는지는 알고 있으나, 세부적으로 이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전혀 알지 못해 그의 눈에는 글자들이 춤을 추는 모습이 따로 없었다.

그리고, 길 잃은 부랑자 처럼 대로변 한복판에 서있는 김몬붕의 뒤에서 한 여인이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을 건다.


"고민이 있어 보이시네요. 괜찮으시다면 저와 잠시 담소를 나눠주시겠어요?"


"엇...네..? 아 저는 지금 장을 봐야 해서.."


"제가 장 보는 걸 도와드린다면 어떨까요? 그럼 보답으로 저와 이야기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흰자와 검은자가 뒤바뀐 역안의 여인은 마치 진짜 꽃으로 된 것 같은 머리핀으로 긴 머리칼을 고정하고 있었으며, 시스루를 입어 잘록한 허리와 한 손에 딱 알맞게 들어찰 것만 같은 가슴을 비롯한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좋은 각선미 있는 몸이 내비쳐 남자로서의 김몬붕은 자연스레 시선이 그녀의 몸을 향하게 되었다.


"후훗...그렇게 바라보시면 부끄러워요."


"앗.. 죄송합니다! 신사답지 못했어요."


"그럼..장을 보는 걸 도와드릴게요."


김몬붕은 그녀의 도움으로 수월하게 장보기를 마쳤다.

그리고.. 신비한 여인은 김몬붕을 자신의 집에 초대한다.






"저는 유리라고 해요. 혹시 괜찮으시면 저희 집에 오시지 않으시겠어요? 인사도 드리도 싶고.."


달콤한 냄새와 남성으로선 탐욕스런 몸을 가진, 마치 꽃 같은 그녀의 권유를 거절하기엔 지금의 김몬붕에게는 조금 힘들 수도 있을 테다.

....

'차만 먹고 가는 거야.. 이 사람도 사람 잡아먹는 마물일 수도 있으니까... 그래...호신용 나이프도 있으니까 여차하면 확..'


김몬붕은 이러한 생각으로 그녀의 초대에 응하였으며, 등허리에 숨겨져 있는 나이프로 만에하나 눈 앞의 여인이 적이라면 어디를 공격해야 할 지 쓰잘데기없는 계획을 짜고 있다.


"제가 직접 우려낸 차랍니다. 입에 맞으셨으면 좋겠네요."


여인이 쟁반에 찻주전자와 두 개의 잔을 가져와 주홍빛의 차를 따라 김몬붕에게 잔 하나를 건넨다.


"음..맛있어요. 달콤하면서도 은은한 꽃향기가 정말 좋은데요?"


"어머, 고마워요. 그럼, 편안한 시간 되시길...."


"네..?....아....."


김몬붕은 차를 마신지 얼마 지나지 않아 쏟아지는 잠을 참지 못하고 눈을 감고 만다. 그가 눈을 감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것은, 차를 건넨 여인이 쓰러져가는 자신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였다.

......

"....어."


그가 눈을 뜬 곳은 오늘 아침까지 자고 있었던 레이첼의 은신처. 멍한 상태로 자금과 장보기 목록이 적힌 종이를 든 채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김몬붕에게 레이첼이 소리를 지른다.


"뭐해요!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서서!"


"아...네. 죄송합니다, 잠깐 머리가 멍해져서.."


김몬붕은 차를 마시고나서 잠에 빠졌던 걸 생각하고, 자신에게 차를 건넨 여인을 떠올리며 이를 간다.


'마물도 아닌 년이 멀쩡한 사람을 독살을 해....?! 이번엔 멋있게 제압해서 레이첼에게 신용을 얻어내고 말겠어..'



ㅡ회귀 횟수 6회ㅡ


피드백 환영, 항상 재밌게 봐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