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엘프였다. 정말로 그것을 엘프라고 부르는 것이 옳은지 알 수 없다만, 일단 다른 종족들보단 엘 프에 가까웠다."


 "그것은 붉은 번개로 둘러싸여 있었다. 계속해서 위로 솟구치는 붉은 빛줄기는 마치 불덩이와 같다. 그렇다. 아마 그것을 불덩이라고 말해도 아무 상관 없을 것이다. 눈이 있을 자리, 얼굴이 있을 자리, 피부와 털이 있을 자리에는 대신 붉은 번개만이 새어나온다."


 "그것은 천상 너머의 힘을 다룬다. 하늘을 찢는 천둥, 땅을 쪼개는 벼락, 생명을 태우는 불꽃, 그 모든 것이 이 세상의 이치를 넘어서는 것과 같이 경이롭다. 숲에 잠긴 태고의 신비조차도 그 엘프에 비하면 시시한 것이다."


 "그것을 바라보지 말라. 눈을 태우는 시선을, 귀를 찢는 비명을, 살을 지지는 열기를. 더 이상 돌이킬 수 없게 된다. 그것에게서 도망칠 수 없으며, 그것에게서 저항할 수 없으며, 그것에게서 용서받을 수 없다. 그것은 깨어나지 않는 악몽과 같다."


 "세상의 이치가 왜곡된다. 죽은 자는 움직이지 않아야한다는 당연한 이치조차, 엘프는 거역한다. 나는 몇 번이나 죽어서도 엘프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 삶을 포기하고 육체를 버리더라도, 결국엔 다시 되살아나 엘프의 곁으로 돌아온다. 엘프의 힘은 무한하다. 엘프의 권능은 전능하다. 엘프의 속박은 영원하다. 찰나보다도 빠르게, 영원보다도 느리게, 반복되는 하루가 시작된다."

 

 "사라지는 꿈, 드러난 비밀, 나에겐 눈이 더 필요하다. 설령 엘프의 번개에 의해 타버리더라도, 우둔한 강철에게 그러했던 것 처럼, 나에게 눈을 내려주소서. 사람의 정신은 나약하니, 위대한 천상의 붉음을 마주보기 위하여, 새로운 생각과, 천상의 세계에 대하여..."


 


 너무 초월적으로 강해서 인간이 아무리 발악해도 저항조차 할 수 없으며, 인간의 이해를 벗어난 존재라 마주하는 것 만으로도 정신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사작하며, 부활과 같이 기적 수준의 권능을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엘프도 좋다.


 그렇게나 강하고 위대한 주제에, 인간 하나를 둥기둥기 해주는 걸 좋아하는 정말 소박한 취미를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


 초월적인 엘프가 남편 가지고 노는 장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