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네온사인, 불법 유흥업소, 총소리가 울려 퍼지는 뒷골목...

이 도시에 산다면 익숙해지는 것들이다.


2077년의 서울은 기술의 발전으로 상상치도 못할 변화를 맞이했고 강남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은 할렘가로 전락해버렸다.


뭐 그렇게 나쁘지는 않지, 이런 곳이 아니라면 나는 여기서 일하지도 못하니까.


쾅-


“야 몬붕! 의뢰 들어왔어!”


하반신이 뱀의 꼬리 같은 기계로 되어있는 여인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불법 기계화 시술의 피해자이자 나의 고용주, 해결사 사라.


“이번에는 무슨 의뢰에요?”


“실종자 수색! 네 전문이다!”


“별일이네요 실종자 가지고 의뢰가 들어오다니.”


“의뢰 주가 엄청난 거물이야! 강남의 사성 본사 임원이라고!”


“찾아야 하는 사람은 누구예요?”


“그 임원의 아들! 이름은 수민이고 여기 사진하고 걔가 입던 옷이야.”


키는 163... 마른 체형에 강한 인상도 아닌... 호구 잡히기 좋은 사람이군


“마지막 목격 위치는요?”


“서초구 쪽이야.”


“얼른 가서 확인해보죠.”


실종자의 옷을 챙겨 밖으로 나가자 사라가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휘발유 충분해요?”


“아까 오는 길에 주유하고 왔어~ 얼른 타!”


“... 이거 진짜 적응 안되는데 그냥 트럭 같은거 하나 사면 안돼요?”


“이렇게 좋은 이동 수단이 있는데 왜?”


“아니! 빠르고 튼튼하고 연비 좋은 건 알겠는데 하반신이 기계 뱀인 여자 위에 저 같은 개 인간이 타고 있으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이 동네 사람들은 우리 사정을 알잖아~”


“서초구 쪽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아무리 강제로 실험당한 거라 해도 불법 개조라서 그런 기능 사용하는 걸 강남 특경대에 들키면 강제 압수인 거 몰라요?”


“아 알았어! 이번 의뢰 해결하면 돈은 많이 받기로 했으니까 중고로 하나 살게...”


“약속한 겁니다..,"


어쩔 수 없이 꼬리 위에 올라탔다.


“꽉 잡아!”


부아아아앙!!-


꼬리에 달린 바퀴는 마치 오토바이처럼 굉음을 내며 빠르게 도시를 질주했다.


... 30분쯤 지났을까 마지막으로 목격된 동네에 도착하게 되었다.


“이 동네에서 마지막으로 발견됐다니까 네가 힘쓸 차례야.”


나는 품에서 가지고 온 옷을 꺼냈다.


“스으으읍...”


아까도 언급했지만 나는 불법 유전자 개조 시험의 피해자, 개의 유전자가 섞여서 뛰어난 후각과 예민한 청각을 얻었지만 대신 머리 위에는 개의 귀가 생겼고 기다란 꼬리까지 생겨버렸다.


“음... 멀지 않은 곳에서 비슷한 냄새가 느껴져요”


“좋아! 어서 가자!”


3블록 넘어... 오른쪽 골목 두 번째 건물...


“... 여기서 냄새가 진하게 나요.”


“여기는...”


도착한 곳은 미용실, 이런 뒷골목에서는 보기 힘든 고급미용실이다.


“그러니까 실종된 남자애가 혼자 할렘가 미용실은 온다고?”


“아 여기 맞다니까요? 빨리 들어가 봐...”


딸랑-


미용실 문이 열리더니 긴 생머리의 여고생이 나오다가 멈췄다, 그와 동시에 옷에서 나던 냄새와 비슷한 냄새가 진하게 풍겨왔다.


“아 이런, 출입구 막고 있어서 죄송합니다... 사장님 빨리 비켜요!”


여고생은 우릴 보고 놀란 듯 조금 움츠리고 순식간에 옆 골목으로 사라졌다, 아마 강남 근처라 이런 불법 개조는 처음 본 거겠지.


“그나저나 저 교복 강남 내부에 있는 사립학교 교복일 텐데 이런 곳을 오네.”


“응? 그런 걸 어떻게 알아요?”


“이번 실종자랑 같은 학교 교복이야.”


이 미용실이 그렇게 유명한가? 뭐 들어가 보면 알겠지


딸랑-


“어서오세용~ 어떻게 해드릴까용~?”


“저희는 이런 사람입니다.”


우리를 손님인 줄 아셨던 미용사 아주머니는 명함을 받고는 영업 미소를 멈췄다.


“해결사 사무소...? 뭐 탐정 같은 건가 봐? 그런데 무슨 일이야?”


“혹시 이곳에 이런 학생이 오지 않았나요?”


아주머니는 사진을 보곤 잠시 고민하시더니 입을 열었다.


“으음... 아니? 이런 사람은 온 적이 없어, 애초에 1주일 동안 여자만 왔는걸?”


“뭐야 몬붕, 너 혹시 코감기야?”


“뭔소리예요! 여기서 그 냄새가 풀풀 나는... 어?”


냄새가 사라졌다.


이럴 리가 없다, 분명 엄청나게 진한 냄새가 문이 열리자마자 풍겨왔는데...


“잠깐... 아주머니! 방금 나간 손님이 쓰신 샴푸가 뭐죠?”


“응? 저기 세면대에 있는 파란 통인데... 무슨 일이야 총각?”


손에 샴푸를 짜고 거품을 낸 후 물로 씻어냈다.


손에 남은 향기를 옷에 묻히고 냄새를 맡으니 익숙한 냄새가 되었다.


조금 전... 미용실에서 나간 학생의 냄새...


“젠장, 진짜 감기인가? 눈앞에 있던 걸 놓치다니...”


“뭐?”


“방금 나간 학생! 그 녀석이에요! 우리가 찾던 그 학생이라고요!”


“뭐??? 우리가 찾는 건 남자... 아...? 그런 취향이었던 걸까...?”


“그런 건 만나서 확인하고... 아주머니! 방금 나간 손님이 누군지 아세요?”


“그 학생이라면... 이 근처에 좀 유명한 다다미방 사장하고 친하니까 그 아낙네를 찾아가면 알 수도 있을거야, 근데 그렇게 귀여운 학생이 남자였다니...”


그렇게 우리는 미용실 아주머니에게 다음에 한 번 머리하러 오는 조건으로 다다미방의 주소를 받았다.


미용실을 나와 10분 정도 걷자 일식집 ‘서초밥’에 도착하게 되었다.



드르륵-


“이랏샤이마세~! 몇분입니까?”


오른손이 사시미칼인 점원이 생선을 손질하며 우리를 맞이했다.


어디 보자, 미용실 아주머니가 알려주신 암호가...


“리치 론 국사무쌍, 2명이요.”


“아... 좀 이른 시간이라 다른 분은 별로 없는데 일단 들어오세요.”


점원은 우리를 화장실로 데리고 가 고장이라 써져있는 마지막 칸을 열어 숨겨진 지하실로 안내했다.


지하실을 향해 내려가는 중 사라가 입을 열었다.


“근데 다다미방은 보통 홀짝 같은 거 하는 도박장 아니야? 왜 암호는 마작이지?”


“뭐 사장이라는 사람이 마작을 좋아하나 보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계단이 끝나고 철문이 나왔다.


끼익-


문을 열고 들어가자 넓은 클럽 같은 곳이 나왔다.


정확하게 말하면 클럽을 개조한 공간으로 추정되는 공간으로 방의 절반은 다다미에 가벽들을 세워 홀짝 주사위 도박을 할 수 있게 되어있고 지금은 사람이 별로 없는지 방 하나만 도박이 진행 중이고 남은 공간에는 작은 바에서 바텐더가 잔을 닦고 있었다.


사람들은 우리를 보고 조금 경계하는듯한 분위기다.


하긴, 이런 모습이면 경계하겠지...


우리는 곧장 바에 가서 바텐더에게 말을 걸었다.


“긴 생머리의 사립고 교복을 입은 학생이 이곳에 왔나? 키는 163에 마른 체형이야.”


“흠...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잘 풀릴 거 같은 분위기인데?”


띠리리리리링-


바텐더가 서랍 밑에 손을 넣자 경보가 울렸다.


“이 새끼들! 움직이면 쏜다!”


주변의 경비들이 전부 총으로 우리를 겨누고 있다.


“... 이건 힘들겠는데.”


“무슨 일이야?”


출입구 반대쪽 화려한 문에서 나와 같은 유전자 개조 시술을 받은듯한 여인이 나오며 말했다.


고양이 귀와 꼬리, 날카로운 발톱까지, 30년 전에 유행했던 시술.


“앗... 저 사람들... 미용실에서 마주쳤어요...!”


그녀의 뒤에 우리가 찾던 학생이 숨어있었다.


“당신이 이 다다미방 사장인가? 그 시술은 유행 지난지 30년 된거 알고는 있지?”


“내가 아니라 어머니가 받았던 시술이야!! 아 아니... 이게 아니지... 보니까 너희가 내 귀염둥이를 미행 하던 거 같은데 뭐가 목적이지?”


“우리는 해결사 사무소 소속이다! 거기 그 학생 이름이 수민 맞지? 녀석의 아버지가 실종자 수색 의뢰를 해서 말이야, 그 애를 데려가야 해.”


“우으으... 싫어... 돌아가기 싫어...”


“괜찮아, 울지 마렴~ 아무도 너를 데려갈 순 없으니...”


“이거... 좀 힘들겠는데요?”


“얘들아~ 저 해결사들은 처리해서 쓰레기 처리장에 넣어버려~ 우리가 방에 들어간 다음에~”


사장이라는 놈은 학생을 안아 들어 방으로 들어갔다.


쾅-


문이 닫히고 경비들이 점점 다가왔다.


“... 아직이에요?”


“거의 끝났어...”


“너희도 참 운이없구만~ 하필 누님 애인을 데려가려고 하다니, 그냥 재수 없는 날이라고 생각해.”


“사장님...? 아직이에요...?”


“조금만 더...!”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있나?”


“사장님!!!”


탕 타탕 탕-


털썩-


사라의 다리 비늘이 열리고 안에서 마취탄들이 발사됐다.


순식간에 도박장의 모든 경비가 쓰러지고 다른 손님들은 밖으로 도망친 듯하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요?”


“자동조준 시스템이 요즘 부팅하는 데 시간이 걸리더라, 돈 받으면 수리받아야겠어.”


“뭐... 일단 다다미방 사장은 아직 눈치 못 챈 거 같으니 조용히 하고... 제가 소리로 방에서 나오는지 확인할 테니까 신호하면 준비했다가 쏘는 거에요.”


나는 화려한 문으로 접근해서 귀를 대고 소리에 집중했다.


내부에서 둘의 대화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저... 이 옷도 귀엽긴 한대... 너무 부끄러워요...”


“하아... 부끄러워하는 모습도 귀여운거 알고 있어?”


“귀여우면... 알았어요...♡”


음, 뭐지 시x 무슨 상황이지?


“몬붕? 아직이야?”


“쉬잇, 조금만 기다려봐요.”


“자 수민아~ 이리오렴♡”


“누나...♡”


이대로 가다가는 내가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을 거 같으니 슬슬 끊어야겠군...


쾅-


“히익!”


“아이... 무슨 일이야?”


문을 주먹으로 치고 사라에게 준비 신호를 했다.


저벅- 저벅- 저벅-


발소리가 점점 커져가며 고양이 녀석이 가까워지는 게 느껴진다, 녀석이 문 앞에 도착하는 순간 나는 문에서 비키고 발사 신호를 했다.


벌컥-


“야! 내가 나오기 전에 부르지 말라고...”


슉-


“어...?”


털썩-


마취탄이 가슴에 명중하고 마지막 위협까지 처리되었다.


이제 가출 소년만 데려가면 끝이지만 수민은 저항하며 말했다.


“싫어!! 돌아가면... 이런 거 더는 못하는걸...”


“이런 거...?”


방을 둘러보니 온갖 여성 의류와 코스프레 복장으로 보이는 것들이 가득하고 촬영 스튜디오로 보이는 공간도 있다.


“이 앨범은 뭐야?”


사라가 테이블 위의 앨범 하나를 들어서 펼쳤다.


“오...”


아마도 여기는 둘만의 코스프레 촬영장이었던걸로 추정된다.

이 정도 퀄리티면 한 장에 몇만 원은 하겠는걸?


“이... 자식들...”


특수 유전자 덕분일까, 마취총에 맞았던 고양이 녀석이 비틀거리며 방으로 들어왔다.


“내 수민이한테서 떨어져...!”


“누나...!”


사라가 순식간에 녀석을 기계 꼬리로 붙잡고 말했다.


“자~ 이제 너하고 저 꼬맹이랑 무슨 관계인지 말해줄래?”


“크윽... 수민이하고 처음 만난 건... 몬위터였어...”


저런 사람도 SNS를 하는구나.


“한때 유행했던 성전환 사진 앱 태그를 둘러보다가 보게 됐지... 너무 귀여운 수민이를...”


“너 그런거 했니?”


“그... 그냥 호기심에 시작한 거였어요...”


“그 이후 어떻게든 말 걸고 친해져서 3개월 정도 몬위터로 만나서 이야기하는 관계가 지속되다가 2주 전에 처음으로 직접 만나게 됐지...”


“그다음에 마음이 맞아서 그대로 연인관계가 되고 여장시켜서 사진 찍는 변태짓을 했다고?”


“그런 저속한 말로 표현하지 마! 저 아이의 외모는 예술이라고!”


“흐음... 그런데 이대로 포기하기에는 우리의 명예와 신뢰가 달린 문제라서 말이야, 차라리 이런 방법은 어때?”


.

.

.

.

.


그 이후 우리는 수민을 의뢰인에게 데려갔다, 여장한 모습 그대로.


의뢰인은 처음에는 믿지 못하다가 큰 충격을 받은 듯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수민의 열렬한 설득과 지금까지 찍은 사진 앨범을 보더니 결국 아들의 ‘재능’을 인정하였다.


“그... 일단 찾아줘서 고맙네... 돈은 계좌로 보내주지...”


“감사합니다. 해결사님, 덕분에 저도 누나랑 계속 만날 수 있게 됐어요!”


“다음에도 문제가 생기면 저희를 찾아주세요~”


그렇게 길었던 하루가 끝나고 서울의 저녁이 찾아왔다.


문에 걸려있는 open 표지판을 뒤집어 close로 바꾸고 소파에 앉자 사라가 입을 열었다.


“오늘 돈도 많이 벌었는데 오랜만에 초밥 먹을까?”


“초밥 좋죠, B 세트로 배달시킬까요?”


“연어 초밥 한판 추가해서~”


“예~ 그러면 지금 시킬게요~”


주문을 한지 20분쯤 지나자 초밥이 도착하고 사무실 테이블에 세팅을 했다.


내가 우동의 포장을 뜯는 동안 사라는 먼저 젓가락을 집은 상태였다.


“으음~ 역시 여기가 최고야~ 이러니 내가 여기 10년 달골이지~”


“적어도 세팅하는 건 도와주시죠?”


“아 알았어~ 보자, 반찬이~... 아...”


반찬 포장지를 벗기려던 사라가 무언가를 보고 말이 없어졌다.


“뭐에요?”


“이거...”


이벤트 당첨, 대뱃살 2pc 공짜... 포장 및 배달에서 사용 불가...


“흐윽... 나도... 나도 배달말고 식당에서 밥먹고 싶은데...”


그녀의 하반신을 대신한 기계 뱀은 너무 정교하게 상체와 결합해있어 제거가 불가능하다.


제거하는 유일한 방법은... 기기를 심은 사람을 찾는 것...


“... 언젠가는 가능할 거에요, 그러기 위해 시작한 일이잖아요!”


“몬... 몬붕... 흐아앙!!!”


결국 나는 우는 사라를 30분 동안 달래줬고 퉁퉁 불어버린 우동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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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글쓰다가 쉬었는데 계정을 잃어버렸다


흐에엥 내 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