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1인칭 시점에 지크흐룬드를 보다보니 '어..? 이거 완전.. 산범이..??' 라는 생각이 들어서 써보는 글.

완전 창작은 아니고 전1시가 소재이되 내 필력으로 쓸듯.


허접한 필력이라 재밌게 보고싶으면 전1시 265회 '얼굴없는 인간' 보면댬

장산범 이야기는 https://arca.live/b/monmusu/50806526?category=%EC%B0%BD%EC%9E%91%28%EA%B1%B4%EC%A0%84%29&p=1 이거 보면 이해될듯.


***


"대단한 능력이니라"


내가 진심으로 감탄하며 그렇게 말하자 눈앞의 여성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검은 빛이 반짝인다 싶더니 어느새 내 곁에서 나타나 주먹을 휘두르기 직전의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르다. 겨우 이정도 속도에 무너질 나였다면 이미 수년전에 덧없이 스러졌으리라.

나는 정직하게 직선으로 뻗어오는 주먹을 피하고 등허리를 내리쳤다.


빠아악! 하는 경쾌한 소리가 들려오고 내 옆구리를 올려치려던 여성의 신형이 바닥에 쳐박혔다.


"가짜 삶으로 이륙한 능력치곤 말이다."


"조용히해애애!!!!!"


얻어맞은 등허리가 아프지도 않은지 금세 자세를 바로 잡은 여성이 그렇게 소리쳤다.

그 외침에 귀가 멀것만 같은 느낌을 느낀 나는 잠시 청력을 약화시켰다.


어우, 시끄러워라 기차 화통이라도 삶아먹은걸까?

무녀도 참 3D 직종이다. 퇴마를 하려 할때마다 이렇게 집 떠나가라 소리에 소리를 쳐대니 귀가 아파서라도 아무도 무녀를 하지 않으려는 것이리라.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내가 결국 선택한 무녀인데 어쩔수 있겠는가.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수 밖에.


하지만 분풀이 정도는 할수있겠지.


"시끄럽다!"


나는 여성에게 소리치며 아까부터 잔뜩 응축해 놓았던 기를 해방했다.

파아앙-! 하며 공기가 찢겨나가고 땅이 허리를 비틀며 갈려나갔다.


하지만 여성은 기민하게도 허리를 움직이며 그것을 피해냈다.

칫 역시 빠르구만?


나는 거의 90도로 허리를 꺽어 내 공격을 피한 여성을 바라보았다.

비록 아까부터 열심히 준비한 공격이 빗나갔지만 그것이 의미가 없지는 않다.


나는 내 공격을 피하기위해 필요 이상으로 허리를 움직인 여성의 옆으로 파고들었다.

뒤늦게 내 움직임에 의도를 파악한 여성이 움찔하며 어떻게든 내 사거리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쳤지만 이미 늦었다.


"헛짜"


내 손가락이 이미 여성의 옆구리에 파고 들었기 때문이다.

물컹- 하는 썩은고기 파고드는 느낌과 함께 쭉쭉 나아간 내 손가락은 이내 딱딱한 구슬같은것에 닿아 멈췄다.


좋아 여기있었구만? 나는 잠시 정신을 집중하고 그 구슬에 내 기를 불어넣었다.

물론 다소 힘 빠지는 기합과 함께 였지만 그 효과는 확실했다.


"너어어어어어어어!!!!!!"


방금까지 검은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여성의 모습이었던 그녀가 그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무너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지 녹아내리는 제 몸을 팔로 붙잡아보지만 이미 늦었다.


결국 온전한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게 된 그녀는 갈라지고 증오어린 목소리로 날 저주하며 그 형체를 다시 바꾸기 시작했다.

검은 머리가 매력적이던 여성의 몸을 이루던 피부가 녹아내리고 그 속의 근육과 뼈, 피들이 마구 뒤섞인다.


이건.. 오우.. 좀 징그러운데.. 내가 죽고 전에 봤던 모 격투게임의 캐릭터가 생각나는 비주얼이야..

나는 토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며 그 고깃덩어리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이렇게 피와 살이 난무하는 장면은 몇번을 봐도 적응이 안된다.

언젠가 무녀일을 그만두게 된다면 이것 때문일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하며 기다리다보니 꾸물되던 살 덩어리는 이내 완연한 여성의 형태로 띄고있었다.

그러고 드러난 모습에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하프 서큐버스? 어리석구나. 그 모습으로 변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더냐?"


그 모습으로 변하자마자 서큐버스 특유의 매혹의 마안으로 내 정신을 갉아먹으려 하는 그녀의 시도를 가볍게 무시하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런 내가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그녀는 눈을 부릅뜨고 매혹의 마안을 더더욱 강하게 사용했다.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점점 밝아지는 보랏빛 안광에 숨이 가빠지고 아랫배가 당겨오지만 상대는 태어나길 서큐버스조차 되지 못한 반푼이.

진조의 피를 이은 서큐버스의 매혹안에도 저항해낸 내게 그런것이 제대로 먹힐리가 없었다.


나는 나를 얽매오는 사특한 기운을 한번에 몰아내며 혀를 찼다.


"쯧, 그 능력이 그리도 매혹적이더냐? 매혹안은 결국 서로에게 파멸만이 남을 뿐, 진실된 사랑이 아니다."


그런 내 모습에 매혹안은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더니 다시금 모습을 바꾸기 시작했다.

커다란 살덩이가 꾸물대며 그 모습은 바꾼다. 그리고 드러난 모습에 나는 코웃음을 쳤다.


"코볼트? 본디 인간과 가장 친한 생물이 개일진데 감히 개의 모습으로 날 이길 수 있을 성 싶더냐?"


그런 내 말에도 나에게 달려들어 발톱으로 할퀴거나 물기위해 입질을 몇번 하던 그녀는 그 공격들이 내 옷자락에도 스치지 못하자 이내 다시금 모습을 바꾸기 시작했다.


"애벌래..? 세간에선 그린웜이라 부르던가? 뭐 무해해 보이는걸 노린거라면 성공한 것 같구나."


그린웜의 모습으로 변한 그녀가 헤아 라고 말하며 어떻게든 날 공격해보려 했지만 그린웜의 무른 이빨과 느린 속도로는 그것이 불가능 하다는것을 깨닫고 다시금 모습을 바꿨다.


"엘프? 오호.. 시도는 좋았다만 그들이 강한 이유는 세계수의 비호와 숲의 가호. 그리고 정령들과의 친분이 있기에 그런것이다.

지금의 너에겐 그 무엇도 존재치 않지 않느냐."


그녀는 그런 내 말에 반발하듯 근처의 썩은 나무가지로 활을 만들고 땅을 조종하며 나를 공격해왔다.

하지만 그마저도 원본에 비하면 훨씬 질이 떨어지는 열등한 기술이었다.


그리고 그런 열등한 기술에 당한다면 무패의 전설을 가진 무녀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것이나 다름이 없었기에 날아오는 화살은 쳐내고 날 잡아먹을듯 덮쳐오는 흙더미는 발구름 한번으로 부숴냈다.


나름대로 기를 싣는것이 보였는데 이번 공격마저 손쉽게 파해해 버리자 그녀는 이번에야말로 마지막이라는듯 모든 기운을 실으며 예의 그 살덩어리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나는 조용히 가슴에 품고 다니던 종을 꺼내 울렸다.


딸랑~


사특한것은 쫓아내고 좋은것은 불러들여 달래주는 종이 울렸다.

당장이라도 날 잡아먹을듯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눈치를 보고 있던 잡귀들이 한순간에 성불하고 이 공간을 감싸고 있던 사특한 기운이 전부 씻겨나간다.


그와 동시에 누름굿으로 눌러두었던 영안이 트이고 잠궈두었던 음기가 파도치듯 몰려들어온다.

모든것이 생생하게 보인다.


저 바닥에 묻혀있는 죄 없는 영혼도.

저 불쌍한 짐승이 품고있는 한도.

그 몸에 따개비처럼 붙어있는 이름없는 죄인들도.

신에게 버려진것들을, 제 운명을 잃은것들을, 그런 덧없는 것들을 그저 한없이 품으려다 결국 제 자신조차도 영락해버린 불쌍한 짐승의 영혼조차, 내 영안을 피할순 없었다.


그렇기에.

이제부터는 나 퇴마사 김하늘의 시간이다.


이짓도 오랜만에 해보는데.

나는 피식 웃음이 새려는걸 참으며 목을 가다듬고 외쳤다.


"너 무지하고 무몽한 미물아. 신과 영은 서로 같아 떨어질수 없는것일진데, 너는 어찌하여 신과 육은 물론이고 음과 양조차 지키지 못하느냐.


그리 하면 정녕 모두가 행복할것 같더냐?


아니다. 전혀 아니지. 신과 육에는 매꿀 수 없는 괴리가 생기고 각자 제자리에 있으며 남녀간의 정을 통하여만 섞어야 할 음과 양이 제 홀로 뒤섞이며 태극을 그린다면 종국엔 네가 누구였는지, 무엇이 되고싶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잊게 되리라."


그런 내 말에 엄청난 기의 응축과 함께 쉴새없이 뒤섞이고 제 모습을 바꾸던 살덩이가 무언가에 얻어 맞은듯, 한순간에 움직임을 멈췄다. 직후 여자, 남자, 아이, 노인 할 것 없는 수많은 길 잃은 자들의 목소리가 이 공간을 울리듯이 동시에 말해왔다.


"설령 그러할지라도 내게 기대하는 이가 있다면, 원하는 이가 있다면, 나는 멈추지 않을것이다."


나는 골통을 울려오는 그 원혼들의 목소리에 머리가 깨질것 같았지만 애써 저항하며 입을 열었다.


"그 끝이 모두의 파멸일지라도?"


"그 끝이 모두의 파멸일지라도."


괜찮다. 무척이나 낭만적이고 괜찮은 생각이었다.

제 자신이 불타더라도, 사람들의 구하겠다는 그 생각이 마치 소방관과 다를바 없지 않은가.


나는 억눌린 한숨을 내쉬었다.

영물이라 불려도 모자랄것을 대체 누가 악귀라며 의뢰를 넣었는지 모르겠다.


나중에 따로 그 사람을 찾아 조지는건 조지는거고 일단 의뢰를 맡았다면 맡은 바 의무를 다해야했다.

나는 깨질듯한 두통에 궐련을 입에 물고싶은것을 참으며 소리쳤다.


"너 장산범. 제 자신의 이름조차 잊어버리고 그렇게 불리는 이야."


아주 어릴적 좋아하는 이에게 외모를 볼모로 거절당한 아이야.

그저 작은 소설책 하나가 좋았던 아이야.

그저 흉내내는것에 재능이 있었던 아이야.

그저 사랑받고 싶었던 아이야.

결국 제 자신을 버리면서까지 사랑받길 원했던 아이야.


"내 단 하나의 부탁이 있으니, 딱 한번만 내가 말하는 모습을 흉내내 줄 수 있겠느냐?"


나는 숨을 크게 들이켰다.

지금부터는 그녀의 원래 모습을 찾아줄 시간이었다.


작가의 말


약간 활자 조합물을 쓴 기분인데 어떻게 마음에 드셨을지 모르겠습니다. 빌드업이 없어서 너무 갑작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구요. 이 글의 반응이 좋다면 다음 글도 재밌게 쓸것 같지만 아니라면 쓸..생각이긴 한데 확실치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