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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벅ㅡ 저벅ㅡ



김몬붕과 레이첼이 먼 길을 돌아나선 시점.. 즉, 이틀 째 되는 날.

아그네스와 지그프리드는 진작에 군수 공장 시설의 앞까지 다다른다.



"이상하네요... 용사 파티였던 백마술사 시스티나가 그렇게까지 타락했다니.."



아그네스는 추가적인 지원군을 얻을 수 없을까 하는 마음에 도움을 요청할만한 후보들 여럿을 생각해봤으나, 레이첼에게 들은 정보에 겹쳐보니 이미 대부분 마물들에게 패배했거나 행방불명된 상태이다.

그녀는 되는 일이 없어 불쾌한 듯 턱을 당기고 검지손가락이 아랫입술을 살짝 짓누르며 미간을 찌푸린채 하소연한다.



"제이슨도 그 여편네랑 싸웠다잖아, 그래도 장비를 압수당한 건 똑같으니까 적이 됐다고 한들 큰 위협은 없지 않을까? 외각에 있는 수녀는 어때? 안제라고 했었나. 여튼 빛의 화살로 마물들을 멸하던 수녀 있잖아."


"안제의 교회는 이미 글렀어요. 성당에서 잠복하고 있을 때 그녀가 타락했다는 소식이 들렸거든요."


"아...진짜 짜증 나. 용사는 행방불명에, 파티원은 타락했지, 어디 하나 기댈만한 곳이 없어 진짜!!"



까앙ㅡ



지그프리드가 홧김에 바닥에 굴러다니는 빈 깡통을 걷어차고,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우아하게 날아간 깡통은 폐허가 된 공장의 문에 부딪혀 큰 소음을 일으켰다.



"어....음...."


"...단장 님. 제발 좀 조심하세요."


"...미안!"



아그네스의 따가운 시선이 땅딸막한 지그프리드의 뒤통수에 꽂힌다. 고개를 살짝 돌려 아그네스의 표정을 확인한 지그프리드는 허리에 손을 올리며 어색하게 웃어보인다.

그리고, 두 여인이 놀고 있는 동안 깡통이 부딪혀 의도치 않게 노크를 해버린 듯 녹슨 철문이 괴음을 내며 천천히 열린다.



"...소속."



철컥ㅡ



철문 사이로 빼꼼 튀어나온 머스킷 소총의 총구와, 중후한 남성의 목소리. 갑작스레 나타난 두 가지의 낯선 존재에 지그프리드와 아그네스의 시선이 녹슨 철문으로 모인다.



"..어....나야, 나!"


"아니, 단장 님. 그렇게 말하면 누가 ㅇ



끼이익ㅡ



자신을 향한 총구를 향해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지그프리드의 모습에 기겁하며 어쩔 줄 모르는 아그네스.

하지만 그녀의 걱정과는 달리 철문이 열리고, 안에서는...



"오!! 단장 님, 어서 오고!!!"


"이야, 되게 오랜만이네요!!!"


"그간 잘 지내셨어? 어째 키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 같아!"


"아고! 우리 귀염둥이 단장 님 오셨다! 얘들아!! 사탕 가져와!!"



지저분하게 자란 수염과, 담배냄새가 베어 있는 아저씨들과 청년들이 어울리지 않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두 여인을 환대하는 것이 아닌가.



"...에...?....에???"



아그네스는 아직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



"단장 님!! 여기 까까 사뒀어!!"


"하핫! 이런 개새끼들!!"



150도 안 되는 귀여운 땅딸보 햄스터. 이래보여도 나름 30대인 지그프리드는 핏대가 선 미소를 짓고서 찰랑이는 푸른색 머리칼을 휘날리면서 방패를 휘둘러가며 공장 안으로 달린다.

그녀의 모습을 본 남성들은 여학생을 놀리고 도망치는 남학생 무리처럼 일사불란하게 도망친다.


ㅡㅡㅡ



"...그러니까, 일 주일..아니, 이제 6일인가. 6일 후 왕궁을 무너뜨린다는 거지? 단장 님."


"...그렇지. 야, 그만 만져. 너네 이거 성희롱이야 ."



작전 설명 중, 자신의 방패를 조심스러운 손길로 어루만지는 남정네들을 향해 날카로운 시선으로 쏘아보며 으르렁거리는 지그프리드. 그녀는 알고 있을까? 지금 자신의 모습이 화 내는 뱁새처럼 앙증맞아 보인다는 것을.



"아니 방패 만지는 게 왜 성희롱이에요??"


"이 옥구슬 너무 예쁘다고요. 전쟁 끝나면 저 하나 떼 줘요."


"단장 님!! 이거 색깔 바꾸는 거 보여줘요!"


"단장 님!! 같이 온 아리따운 성녀 님은 누구에요??"


"이것들이...."



김몬붕과 레이첼, 두 사람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가벼워 보이는 공장 팀. 

지그프리드는 한숨을 내쉬고 설명을 이어간다.



"우선, 나와 아그네스가 정면에서 마법으로 시선을 끌 거야. 그럼 너희가 항구에서 오는 다른 팀과 같이 왕궁의 뒤를 쑤시는 거지.

첫번 째 공격이 성공한다면, 제 1부대는 나와 함께 외부에서 몰려오는 적들을 차단하고 제 2부대는 왕궁에 침입해서 내부를 공략한다. 어때, 너무 쉽지?"


"...저...."



마냥 해맑은 보석 같은 지그프리드의 눈에 걱정 가득해 보이는 청년이 손을 드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그래 거기 너, 무슨 일이지? 볼일이라도 마려운 거라면 말 안 하고 빨리 다녀와도 돼."


"그게.. 다른 기사단장들은 어떻게 하죠? 저희들의 힘만으로는 북부의 쌍기사와 동부의 검희를 상대할 수가 없어요."


"음, 아마 쌍기사가 정면으로 나올 거야. 검희는 웬만해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걸? 소중한 보물을 지켜야 하니 안에 짱박혀 있을 테니까."


"그..그런 가요.."



청년의 걱정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상급 기사단원들 정도만 되어도 상대할 수 있는 하급 서큐버스라고 해도, 마물로서는 상위 마물에 속한다. 하물며 하급 마물인 슬라임조차 인간을 포식하고 집채만한 크기가 되어버린 사례도 보고받았기에, 인간을 많이 잡아먹은 서큐버스는 얼마나 강할지 감도 잡히지 않으니까.



"응! 그런 거야! 게다가 우리가 전쟁을 일으킨다는 소식이 어딘가에 숨어 있을 용사의 귀에도 들어가지 않겠어? 아무리 도망친 영웅이라고 해도 우리가 이 정도로 해주는데 슬슬 기어올라와도 이상하지 않지! 그렇게 자연스레 전투에 합류해도 좋고! 그게 아니라고 해도 소식을 듣는 것만으로도 일단 이득이니까!"



말이 정말 많은 소녀. 아니, 여인. 지그프리드. 그녀는 모른다. 자신이 항구 도시에 모아둔 병력 사이에 지금 자신이 이렇게 신랄하게 까내리고 있는 용사가 끼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번 전쟁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의 용사가 끼어들 거란 사실을...



"뭐, 그럼 오늘 내일은 푹 쉬고, 모레에 출발하자! 이틀이면 도착하니까. 새벽 일찍 나갈 거야, 다들 잠 일찍 자 둬!"



안 그래도 없는 가슴을 쭉 펴며 기세등등하게 말하는 지그프리드. 콧대가 으쓱 올라간 그녀의 앞에 누군가가 손을 들며 질문을 올린다.



"응? 그래 너, 무슨 질문이지?"


"그...이제 전쟁 나가면 죽을 수도 있는데다가, 오랜만에 만났는데 저희들에게 선물 좀 주시면 안 될까요...?"


"선물? 음...지금 가진 돈이 얼마 없는뎅....아그네스 언니~ 나 돈 좀 빌려줄 수 이썽...? >_^"


"...하..."



아그네스(20대)는 지그프리드(30대)가 자신에게 애교를 떠는 모습에 눈 밑이 파르르 떨려온다.



"아뇨, 단장 님. 저희는 그런 물질적인 보상을 바라는 게 아닙니다."


"웅? 그럼 원하는 게 뭔데?"



지그프리드가 순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자, 저항군 남정네들의 눈빛이 희번뜩 빛났다.



"머리를 한 번만 쓰다듬게 해주세요."


"...뭐?"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입꼬리가 흔들리는 지그프리드의 귀에 연달아 비수가 날아온다.



"아 ㅋㅋ 단장 님 머리 쓰담쓰담은 못 참지."


"우리 아가 단장 님 애호해."


"헤으응...단장 눈나.."


"야 이 기분 나쁜 변태 새끼들아!!!!!!! 그리고 단장 누나 말한 놈 손 들어!! 자수해!!!"



ㅡㅡㅡ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4일 째 되는 날.

김몬붕과 레이첼은 출발 준비를, 지그프리드와 아그네스는 최후의 만찬을 즐기고 있는 동안...

한 사람은, 아니...두 사람만큼은 그리 좋은 일을 보지 못하였다.



"하아....하아....힘들어 뒤지겠다...질리지도 않는구나. 언제까지 머릿수로 밀어붙일 생각이야? 사람 잡아다 동족으로 바꿔버리면 된다 이거냐??"



하나 남은 오른 손으로 창을 빙글빙글 휘두르며 발에 채일 정도로 많은 수의 서큐버스를 베어냈으나, 분명 수적 우세만 점할 뿐, 그리드 서큐버스 하나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어째서인지 자신의 앞에서 얄밉게 히죽거리는 하급 서큐버스들의 미소는 제이슨이 아직까지 승기를 잡았다고 확신하지 못하게끔 만들었다.



"대가리가 단세포적인 생물들인만큼, 불리하다 싶으면 그 심정이 곧바로 표정에 드러나는 년들이 동료들이 다 죽어가는 마당에도 웃음기가 보이네? 야, 무슨 꿍꿍이냐? 설마 내가 체력이 다 닳아서 이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투카앙ㅡ



제이슨의 손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날카로운 창 날을 자랑하던 창이 움직임을 멈추고, 뭉툭한 창 끝 부분이 바닥에 꽂힌다.



"우릴 그렇게 가차없이 베어버리는 것도 신기하지만...이 아이도 네가 벨 수 있을지 모르겠어서..♡"


"뭐. 위치 서큐버스라도 데려온 거냐?"



어느정도 부상이 회복되어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조금씩은 과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제이슨은 기고만장하며 서큐버스들을 조롱한다.

하지만, 그의 앞에, 서큐버스들의 뒤에서 보랏빛 먼지를 일으키며 나타난 존재는 등장만으로도 그의 정신을 깎아내리게 만들었다.



"에흑...♡....나...남자.....좋아....정액....줘...♡"


"...뭐냐, 저 추한 수녀는...아니 애초에 수녀가...."



제이슨이 자신의 앞에 있는 여인을 처음 얼핏 봤을 땐 자신이 생각하는 그것이 아니길 바랐다.

닮은 사람이겠지.

기분 탓일 거다. 라며.



".......실비아."








분명, 실비아였다.

1년 365일. 늘 날카로운 눈으로 자신을 보좌해주던 냉철한 수녀.

하지만 지금 그녀의 모습은 제이슨이 알고 있는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날카로운 눈은 풀린 채 여운에 젖은 듯 눈물이 고여있고, 레이첼 못지않게 흰 피부는 숨을 몰아쉬어서 그런지 홍조가 피어올라 있었으며, 항상 꾹 다물고 필요한 말만 하던 그녀의 입은 천박하게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그녀의 머리핀처럼 보이는 장미꽃이 제이슨의 시선에 들어오자 그는 더욱 격분하게 만들었다.



"..창피하다며....너 그런 장식은 필요 없다며....네가 그랬잖아...네가 직접, 네 입으로 말했잖아..!!!!!!"



ㅡㅡㅡ



3년 전...



"실비아. 여기, 선물."



제이슨, 레이첼, 실비아, 아그네스. 네 사람이 주점에 모여 늘 그랬듯 술과 안주와 함께 정보를 나누고 있던 때. 제이슨이 느닷없이 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실비아에게 건넨다.



"아니, 보스. 저희 거는요?"


"보스으~! 우리도 선물...줘요오...!"



술기운이 오른 레이첼이 날카롭게 제이슨을 쏘아보고, 아그네스는 잔뜩 취한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투정을 부린다.



"....이건..."



그리고, 선물의 주인인 실비아는 말없이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


"어때,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는데."



잔뜩 기대하고 있는 제이슨의 얼굴에 돌아온 것은 냉혹한 혹평이었다.



"...보스. 죄송하지만 이런 밝은 꽃핀은 저와는 맞지 않습니다..솔직히...좀 창피합니다."


"헉."



너무나도 솔직한 답변에 제이슨의 말문이 막힌다.



"여자의 마음도 모르는 멍청한 보스.."


"흥이네요 정말.."



레이첼과 아그네스 역시 안 됐다는 듯 제이슨을 아련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한 마디씩 거든다.



ㅡㅡㅡ



"꺄하하핫!! 역시 아는 사이였어♡ 표정 바뀌는 거 봐. 조금 전 까지만 해도 우리 전부를 벌레 보듯 바라보더니♡ 얘, 지금 심정이 어때? 응?"



실비아의 모습에 너무나도 충격을 받은 제이슨은 자리에 주저앉아버린다.

그 틈에 그에게 서큐버스들이 접근하여 뒤에서부터 꼬옥 껴안아 서큐버스 홀드를 시전하려 하였으나..



"다가오면 죽인다. 거기 서서 내 말 잘 들어."


"..윽..."



엄청난 살기에 다리가 굳어버린 서큐버스들은 그저 한이 서린 늑대의 눈치만을 살펴야 할 뿐이었다.



"저 아이를....원래대로 되돌리려면...어떻게 해야 하지? 거짓을 말하면 죽이겠다."



그의 질문을 들은 서큐버스들은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ㅡ회귀 횟수 25회ㅡ



김몬붕 없는 김몬붕 이야기..

내용이 어두워도 너무 걱정 마

난 해피엔딩을 추구함

현재 상황이 어떻든, 몇 년이 걸리든 최후엔 모두가 웃게 될 거니까 보면서 스트레스는 받지 말아줘

항상 재밌게 봐줘서 고맙고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