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monmusu/4373366 전편링크


습격당한 날 이후로 며칠간 하얀 털과 이마에 곧게 뻗은 뿔을 가진 켄타우로스 소녀는 나에게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쭉 간호해 주었다. 그 결과 등의 상처와 부러진 팔다리의 통증이 잦아들어 한층 편하게 몸을 가눌 수 있게 되었다.


"인간씨... 이걸 드시면 상처가 더 빨리 아물 거예요."
그리고 그녀는 내 상태가 호전되자 상처에 약을 발라준다며 내 상의를 벗겨 버리기도 하고, 붕대를 갈 때도 은근슬쩍 몸을 밀착시켜오는 등 치료를 빙자한 스킨십을 해오기 시작했다.


"괜찮습니다. 지금까지 해 주셨던 간호로도 충분합니다. 더 이상 민폐를 끼칠 수는 없습니다."


"민폐라니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제게 감사한 마음이 있으시다면 제 호의를 거절하지 마시고 하루빨리 나아 주세요."
그녀가 스킨십을 해 올 때마다 사타구니에 피가 몰리는 것을 감추느라 고생이기 때문에 요즘은 돌려서 거절의 의사를 표해보지만 그녀가 이렇게 나오면 나는 할 말이 없다.


"으음... 알겠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통성명도 아직이었군요. 제 이름은 알렉스입니다. 은인의 이름을 들을 수 있을까요?"


"제 이름은 루나예요. 저도 알렉스라고 부를 테니 편하게 이름만 불러 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제 이름도 알려 주셨으니 정식으로 인사를 해야겠군요.
루나, 제 목숨을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해야 갚을 수 있을지..."


"알렉스, 제가 방금 말했듯이 하루빨리 건강해지시는게 제게는 가장 큰 보은이랍니다. 은혜를 갚고 싶으시다면 제가 당신이 나을 때까지 쭉 간호하게 해 주세요"
마물에 대해 좋은 기억이 없기에 루나가 간호해주겠다며 들러붙어올때마다 조금 거북함을 느낀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목숨을 빚진 몸. 이렇게까지 말해지면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받아들이고 만다.


"음... 알겠습니다."


"자, 그럼... 알렉스? 아~앙♡"
내가 긍정을 표하자마자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약초다발을 들어보이며 입을 벌리라 지시한다. 저걸 다 씹어넘길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의문을 품으면서도 시키는 대로 입을 한껏 연다.


"아~
엥? 그걸 왜 그쪽 입으로..?"


"우물우물... 베에에..."


"우우웁!?"
루나는 약초 다발을 자기 입에 넣고 질겅질겅 씹더니 나의 벌려진 입에 자신의 입을 맞댄다. 그녀의 의외의 행동에 당황해 멀뚱히 서있다가 양 볼을 그녀에게 붙잡혀 풀맛 섞인 딥키스를 나누게 되었다.


"햐으음... 혜으음..."
그녀는 야릇한 숨소리를 내며 자신의 타액과 섞인 약초를 계속해서 내 입에 밀어 넣는다. 으깨진 풀의 끈적한 감촉 사이로 그녀의 혀가 나의 혀와 스친다. 그럴 때마다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섬찟한 감각이 내 아랫도리의 열이 되어 모인다.


"으흐읍... 후읍.. 푸핫! 루나, 이제, 놔주세요. 약초는 이제 다 삼켰..."


"흐으응... 쪼오옥♡"


"으으읍!!"
루나는 내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입을 맞춰온다. 자신의 타액을 흘려넣으며 혀를 마구 얽어내는 그녀의 입놀림에 조금 전 모였던 아래쪽의 열은 전신으로 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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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이 실종되었지만 합동훈련은 아무 일 없었다는듯이 계속 진행되었고 3일이 지나 모든 일정이 종료되었다. 나는 훈련이 끝나자마자 알이 사라진 숲으로 달려갔다. 설령 그의 시체와 만나게 되더라도 그의 운명을 내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반나절 동안 숲을 헤집고 다녔지만 알을 찾는 데에 아무 성과도 얻지 못했다.


"으으.. 알렉스... 내 잘못이야, 미안해. 미안해애..."
알은 정말로 죽어 버린 걸까. 이젠 내 곁에 없는 걸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멍청한 나 자신에 대한 혐오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인류 전체를 위해 헌신해야 하는 용사에게 사랑이란 허용되지 않는 감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알을 찾아다녔다. 주교의 귀에 나와 알렉스의 소문이 들어갈 정도로 공공연하게...


"으...흐읍... 알... 나중에 꼭 다시 만나러 가겠다고 약속했는데. 내가 멍청해서... 흐아아앙~"


"인간 아가씨이~? 왜 그리 섧게 우는거야? 내가 다 마음이 아프네. 내가 좀 도와줄까?"


"마...물..?""
자기혐오와 무력감에 빠져 목놓아 울던 내게 들려오는 미성. 끈적하면서도 달달한... 꿀같은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에 혹해 무심코 고개를 드니 커다란 꽃잎이 눈에 들어온다.

화사한 분홍색의 그 꽃잎은 여타 정원에 핀 꽃들처럼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버리게 되는 그런 자태다. 그러나 평범한 꽃들과는 열배 이상 차이나는 큼지막한 크기가 평범한 꽃들과는 전혀 다르다는 자기주장을 펼치고 있었다. 거대한 꽃 위로는 연녹색 피부에 신비한 녹금발을 늘어뜨린 아름다운 인간 여성의 모습이 있었다. 머리에는 하반신을 덮은 그것과 똑같은 색의 자그마한 꽃이 장식되어 그녀의 미모를 한층 더 돋보이게 했다.


"응. 나는 아르라우네 마물이야. 그쪽은 인간이지? 왜 이런 깊은 숲속에서 혼자 울고있는거야? 무슨 슬픈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내가 도와줄게. 내 몸에서 나오는 끈~적한 꿀을 발라서 질척질척~♡하다 보면 슬픈 일은 다 잊고 기분좋은 것만 머리에 들어차게 될걸?"

그러고는 그녀는 손을 자신의 하반신을 덮는 꽃 속에 몇변 휘젓고는 끈적끈적한 꿀을 손에 담뿍 묻혀 내게 손을 뻗기 시작했다.
아. 이 숲 깊은 곳에는 마물이 있다고 했지. 평소라면 상대도 안 되겠지만 지금은 그저 알을 따라가고 싶은 마음 뿐이다. 나는 점점 다가오는 그녀의 손을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


"사양합니다! 그 끈적거리는 손을 집어넣고 제 질문에 대답하세요."
아니지... 눈앞의 마물이 이 숲에 살고 있다면 알의 행방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쳐간 순간 방금까지 내 몸을 덮고 있던 무력감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주저앉아있던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녀를 향해 쏘아붙인다.


"사양은 사양이야. 너같이 예쁜 아이는 기분좋은 질척질척 듬~뿍 해서 동족으로 만들어 버리고 싶은걸~?"
내게 다가오는 아르라우네 마물의 손을 탁 쳐내자 날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반대편 손으로 내 가슴을 붙잡는다. 꿀이 발린 손이 닿은 가슴 끝부분이 저릿저릿하지만 평정을 유지하면서 그 손목을 잡고 바깥쪽으로 꺾어 버렸다.


"허튼 수작을... 평소 같으면 단칼에 베어버렸겠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목숨은 살려 드리죠. 자, 이제 제 질문에 대답해 주세요."


"아야야야얏! 말로 해! 난 그저 도와주려고 그런건데..."


"제가 물어보는 말에 답해주시는 게 도와주는 거예요. 이번엔 어깨를 꺾어 드릴까요?"


"대답할게! 뭘 물어보려는 거야아~!"


"이 숲에서 갈색 곱슬머리와 옅은 적갈색 눈동자를 가진 남자를 못 보셨나요? 제 또래 나이대인데..."


"봤어봤어봤어! 이제 이것 좀 풀어줘!"


"어디서 보셨어요? 안내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거 부탁 맞지!? 왜 팔에 힘을 더 주는ㄱ... 아파아파아파! 가줄 테니까 좀 놔봐!"


"협조 고마워요. 이름이 뭔가요?"


"라프..."


"제 이름은 세라리드예요. 통성명도 했으니 이제 그 남자를 봤다는 곳으로 가죠?"


"으... 인간이 왜 이렇게 힘이 센거야.. 혹시 용사라는 녀석?"


"맞아요. 당신같은 마물을 잡으러 다니는 사람이랍니다. 제가 다른 용사분들보다는 유순한 성격인 걸 다행으로 생각하세요."


"유순은 무슨... 아야야야!"
내가 유순하지 않았다면 넌 이미 죽은 목숨이야! 라는 마음을 담아 라프의 어깨를 한번 더 꺾어 주었다. 이 마물 소녀는 꽤나 재밌는 성격이구나...



지난주에 쫌 바빠서 소설을 못썼읍니다

제 글를 기다리셨던 분들이 있을련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러셨다면 지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