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도 잘 유지할 수 없고, 마력도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나, 드래곤도 이기는 엄청 강한 슬라임인데.
아냐! 아픈 데는 없어. 이것 봐. 핵도 아직 파란…
어라.
이게… 왜.
아! 요즘 잠이 많아져서 물을 안 마셨구나.
주인, 나 신선한 물이 마시고 싶어.
주인이랑 처음 만났던 거기 샘물.
응. 기억하고 있지?
헤헤. 슬라임 주제에 심부름 시켜서 미안.
알았어. 나 어디 안 가.
얌전히 집에 있을게. 얼른 다녀와야 해?
…….
주인, 나는 아직 그날을 기억하고 있어.
주인이 아직 풋내기 시절, 어설픈 사냥꾼이었을 때를.
나는 조금 특별한 슬라임이었고, 주인은 평범한 인간이었지.
이제 막 오크를 토벌할 수 있게 된 주인이
고작 슬라임 한 마리를 잡지 못해 분해하던 모습이 참 귀여웠어.
그날 이후로 나를 이기겠다며 매일같이 찾아왔었는데.
결국 주인에게 포획당해 이렇게 길들여져 버렸지만.
주인이 이렇게 강해지게 된 건 아마 나 덕분 아니었을까?
헤헤.
나, 슬라임 주제에 너무 강해서 빨리 죽는 걸까?
신도 참 너무하네. 나도 오래 살고 싶었는데.
하긴. 내가 특별하지 않았다면 주인을 만나지도 못했겠지?
그건 참 다행이야.
음. 내 주제에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아서 그런 걸지도.
주인은 나를 도구 취급하지 않고 사람으로 대해줬어.
그래서 정말 좋았어. 행복했어.
그런 상냥한 주인이랑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게 많이 남았는데.
주인의 명이 다할 때까지 곁에 오래오래 있고 싶었는데.
… 속상해.
주인도 나를 많이 좋아하는 거 알고 있어.
지금도 나를 위해 신선한 물을 구하러 갔잖아.
마지막으로 눈에 담은 게 주인의 뒷모습이라 조금 아쉽지만
주인이 슬퍼하는 모습은 상상하는 것조차 하기 싫은걸.
그러니까 이렇게 심부름 시켜놓고 조용히 사라지는 거야.
죽어서도 주인의 냄새를 기억할 수 있게 침대 위에서.
이불이 조금 축축해졌지만 어쩔 수 없어.
이건 내 마지막 욕심이자 나를 기억해 달라는 메시지인걸.
… 졸려.
이젠 한계야.
예쁜 꿈 꿔, 주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