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13일


오늘, 드디어 그녀석에게 고백했다.


몬붕 그녀석은 내가 고백하니 당황한 기색이었지만 흔쾌히 수락해줬다.


평소에 서큐버스인 내가 붙어다니는 것이 불안했었다고는 했지만..


덮치려고 그런게 아닌데.. 서큐버스인거 때문에 오해받은 것일까..?


뭐 그래도 결국 잘됐으니까 된거지 뭐!


.

.

.

.

.


2020년 2월 14일


오늘 몬붕이에게 초콜릿을 선물했다!


... 편의점에서 산거지만...


... 심지어 몬붕이는 나에게 직접만든 초콜릿을 선물해줬다...


뭔가 내가 진 기분이야...


.. 그래도 직접만든 초콜릿을 선물받으니 기분은 좋다.


나도 내년에는 꼭 직접만든 초콜릿을 먹여줘야지!



.

.

.

.

.


2020년 6월 1일


오늘은 내 생일! 생일축하한다 나!!


그리고 오늘은 몬붕이에게 선물을 받았다!


무려 몬붕이가 직접만든 곰인형!!


..얘는 평소에 뭘하길레 이런걸 잘만드는걸까..?


뭐 오늘은 행복한 날이니까!


지금도 몬붕이랑 술마시는 중에 쓰고있는거다 에헤헹~


으으 근데 졸려서 더는 못쓰겠어.. 으으음...


.

.

.


2020년 6월 2일


ㅈ됐다.... 어제 술마시고 뭔짓을 한거야 나는...


일어나보니 나는 알몸이고 몬붕이는 옆에서 기절한듯이 자고있어...


이따가 일어나면 뭔일이 있었는지 물어봐야겠다.


... 아 시발 죽고싶다.


내가 어제 술마시고 몬붕이를 덮친거였다... 심지어 콘돔도 못쓰게 했다던데...


아 몰라 시발 임신하면 결혼하지 뭐


.

.

.

.

.


2020년 6월 20일


시발 임테기 두줄 나왔다.


요즘 속이 안좋아서 혹시나 하고 써봤는데 씨발 왜 두줄이냐고..


내가 덮친거라 뭐라고 할수도 없고... 


오늘 몬붕이에게 사실을 말해주니 마시던 커피를 드라마에 나온거마냥 뿜어버렸다.


부모님은 결혼만 하면 되겠다면서 좋아하시는데 시발... 좀더 로맨틱하게 프로포즈 하고 싶었다고오오!!!!


.

.

.

.

.

.

.



2020년 7월 5일


결국 오늘 혼인신고를 하러 왔다.


하 시발 이렇게 빨리 결혼할지 누가 알았겠냐..


그와중에 몬붕이는 이제 드디어 가족이 되는거라면서 완전 들떳다.


하아.. 이새낀 정말... 이런 모습도 귀여워..


내가 어쩌다가 이런녀석에게 반한걸까...


.

.

.

.

.

.

.

.

.

.


2020년 9월 13일


몬붕이랑 같이 살게된지도 벌써 2달이 넘었네.


요즘은 몬붕이가 혼자서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다해준다.


내가 도와주려고 하면 괜찮다면서 쉬고 있으라고 하고..


... 존나 편한데? 아 나중에도 이렇게 계속 집안일 해줬으면 좋겠다.


심지어 요리 나보다 잘해서 뭔가 짜증난다. 


아니 뭔 들어본적도 없는 이름의 디저트도 만들어온다.


그런데 맛있어서 더 짜증나.. 나중에 배워야지.


.

.

.

.

.

.

.

.

.



2020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다~ 작년에는 커플들을 저주하는 날이었지만 올해는 부부네~


몬붕이는 나에게 직접 만든 가디건이랑 목도리를 선물해줬다~


... 진짜 어떻게 만든거야???


나는 선물해줄것도 없는데.. 무슨 기념일마다 선물이나 해주고..


나도 뭔가 해주고 싶은데..


.

.

.

.

.

.

.

.

.


2021년 2월 14일


몬붕이가 오늘은 직접만든 초코케이크를 선물했다...


진짜 이자식 디저트 만드는거 보면 신기하다니까?? 


대체 뭘 하면 이렇게 맛있게 만드는거야...


내년에는 꼭... 꼭 내가만든 초콜릿 먹일거니까... 기다려라..


... 그러고 보니 2달정도면 몬붕이와 나의 아기도 태어난다.


병원에서는 남자아이라고 하는말을 듣고 몬붕이는 완전 실망했다.


니 아들이야 새꺄, 나중에 아들한테 질투하지말아라.


.

.

.

.

.

.

.

.

.


2021년 4월 1일


예정일보다 빠르기는 한데 오늘 드디어 아들이 태어났다.


하아... 내가 벌써 애엄마가 됐다니..


10달 전부터 애엄마였지만 직접 애를 안고나니까 이제서야 실감난다.


몬붕이는 애를 안자마자 눈물을 흘렸다.


하.. 둘다 너무 귀엽잖아...


.

.

.

.

.

.

.

.


2021년 8월 23일


... 몬붕이가 죽었다..


잠깐 밖에 장을보러 간다면서 3시간째 연락이 없었는데...


왜.. 교통사고가 났다는 연락이 온건데..


나랑 애만두고.. 먼저떠나면 어쩌자는 건데..


... 몬붕이가 옛날에 이런말을 했었다.


'내가 죽으면 내가 선물한 곰인형을 뜯어봐.'


... 곰인형안에는 USB가 있었다.


뭘 넣어둔거야... 대체... 이런거 말고 제발.. 그냥 니가 죽은게 꿈이었다고 해줘.. 제발...


---------------------------

.

.

.


일기장은 여기서 끝나있다.


서랍을 다시 확인해보니 USB가 하나 있다.


나는 USB를 컴퓨터에 꽂아서 내용물을 확인했다.


USB에 들어있던건 짧은 영상 하나였다.


영상을 재생했다.


---------------------------


... 아 지금 찍히는건가?


어..음.. 안녕~ 자기야~


내가 준 곰인형을 뜯었다는건 나랑 해어졌다거나 내가 죽거나 한거겠지?


음.. 내가 싫어서 떠난거라면 안봐도 돼고.. 만약에 내가 죽었다면.. 음...


뭐.. 수명 차이라던가 사고로 죽었다던가 하는거겠지?


...너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어.


나는 너를 만나서 정말 행복했어, 빈말이 아니야.


너에게 밥을 해주기위해 요리를 배울때도, 너에게 선물을 해주기위해 뜨개질을 배울때도..


너와 대화하는 순간이, 너를 보고있는 순간이, 너와 함께한 순간순간이 나에겐 모두 행복한 시간이었어.


그러니까.. 만약에 내가 죽거나 사라졌더라도, 슬퍼하지 말아줘..


너는.. 나와는 다르게 강하잖아? 그러니까 내가 없어도 슬퍼하지 말아줘...


... 이정도면 될려나..?


뚝-


------------------------------


... 영상은 여기서 멈췄다.


"어라? 그 USB 어디서 찾았니?"


뒤에서 할머니가 말했다.


서큐버스라 그런것일까, 도저히 60대 라는것이 믿기지 않는 외모..


"아 이거 다락방에 있었어요, 이 일기도.."


"아아~ 이거 참 오랜만이네~"


할머니에게 내가 들고있던 일기장을 건냈다.


"후훗, 손주 주려고 브라우니 구웠으니까 먹으러 내려오렴~"


할머니는 방을 나가면서 말했다.


"... 몬붕이에게도 해주고 싶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