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xx.xx.xx 화요일


사실 화요일인지 잘 모르겠다. 그냥 7번 자서 이렇게 썼어. 


7일 동안 탈출하려고 하고, 부수려고도 하고, 도움을 요청하려고 노력은 했는데, 이제 그냥 이렇게 글이라도 남기려고.

 


키키모라를 메이드로 둔 부모님께서는 언제나 그렇듯이 쇼거스를 조심하라고 당부하시면서 나를 떠나보냈지.


아, 참고로 나는 대기업에 취직해서 시골에서 도시로 올라왔어. 


근데 도시가 처음이니까 모든게 낯설잖아? 집부터 구하겠다고 아무것도 안 알아보고 그냥 싼 집을 계약했어.


옅은 보라색인 벽지였지만, 쇼거스를 본 적도 없는 내가 쇼거스인줄 알았겠어?


아, 중계인부터가 쇼거스였던건가. 잘 모르겠다. 사실 지금 기억이 좀 애매하거든.


아무튼 나는 짐정리를 대충하고 라면을 먹고 잤어. 


그리고 내가 집청소를 못해서 키키모라 씨와 계약하려고 전화를 하는데, 어째 전파가 잘 안터지더라고. 


그래서 밖에 나가서 통화하려고 했는데, 쇼거스가 밖에 있더라? 


왜 있냐고 물어봤는데 이 집계약할 때 자기까지 고용된거라고 하는거야.


처음에는 의심했지만 연락해보니 정말 그렇대. 


보기에는 착해보여서 이런 쇼거스도 있나보다. 부모님의 말은 과장됬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집에 데려왔어.


그리고.. 기억이 잘 안나네. 시골집에 있는 키키모라씨하고 대화하면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하고...


조용히 도망치라고 했나? 집에서 뛰쳐나오라고? 


근데 그때가 침대에 누워서 이야기하던 중이라 잠에 들었어. 


내가 한번자면 안 일어나는 스타일이거든? 아마 엄청 시끄럽게 깨우지 않았을까?


쇼거스가 그걸 듣고 아마 핸드폰을 없애버린것 같아. 정확히는 보라색 핸드폰을 주긴했지..


집하고 연락이 안되더라고, 쇼거스한테 도와달라니까 집문 잠그고 그럴필요 없대.


그리고 기억이 안나. 다시 침대에서 일어나서 쇼거스한테 따지려고 했는데 쇼거스가 없어. 


뭐 본체만 없었지. 보라색으로 모든 벽을 막아놨는데 안들리겠어? 


그거보고 기겁하면서 난리친게 어제까지의 일이야.


졸리다. 내일 다시 쓸께.




20xx.xx.xx 수요일


해는 없지만 일어났으니 내일이겠지 뭐. 


혹시 주작이냐고 생각할까봐 그러는데, 지금은 내 방 하나만 이동할수 있지만,


처음에는 집전체를 돌아다닐수 있었어. 그러다가 쇼거스에 대해 찾아보고 뭐든 해본거야.


그러고 보니 일주일동안 먹은게 없는데 배가 안고파. 


의심스러워서 억지로 토해보려는데 뭔가 막힌 것처럼 안나오네. 약간 비린 느낌이 나는데 잠결에 뭘 먹은 거지.


나도 어쩌다가 이렇게 됬는지 모르겠다. 이젠 그냥 그려려니 하고있어. 가끔 보라색에 노란색 눈이 보이는데


그게 내 유일한 자극인게 어이없네.


첫 날 너무 열심히 썼나 할말이 없다. 머리가 아파서 자고올께.



20xx.xx.xx 목요일


가족보고 싶다.. 키키모라씨가 해주는 밥이 맛있었어. 키키모라씨가 나를 찾으려고 힘내주시겠지?


미치기전에 날 이 보라색 방에 탈출시켜줘요..


20xx.xx.xx 금요일


입속에 남아있는 걸 뱉어봤는데 보라색 액체 덩어리들이야. 


역거운 비린맛이야. 자는동안 이걸 먹이고 있었던건가?


20xx.xx.xx 요일은 잘 모르겠어. 


사실 그 보라색 무언가를 먹기 싫어서 언제나 깨있으려고 하다가 어느순간 자게 되거든. 이젠 악몽을 꾸고있어.


내 왼쪽다리부분이 보라색이 됬어. 만져보니 느낌이 이상해. 탱탱하고, 끈적해.


벽지하고 느낌이 똑같아. 내 몸이 쇼거스가 되가는 건가. 싫어.. 죽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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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침대가 보라색인데, 누워있으면 다리하고 합쳐져. 밤새 울다가 놀라서 얼른 빼내고 바닥에다 쓰는 중이야.


이젠 오른쪽 팔도 보라색인데, 다리하고 붙여놓으면 붙여져. 이젠 진짜 쇼거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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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곧 인간이 아니게 되는건가. 요즘 머리가 아파와.


빨리 날 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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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않아. 해보고 싶은게 많았다고, 겨우겨우 취직했는데 이렇게 죽는거야? 

(이 종이는 많이 구겨져있다. 눈물을 흘린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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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좀 시간이 흘렀을거야. 정말 뭐든지 부서버리고 난리치고.. 그 노란색 눈동자 찔렀더니


그 역겨운 눈동자가 천장 전체에 도배되서 기분나빠. 그리고 방이 점점 좁아지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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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온몸이 보라색이 됬어. 슬라임이 된 기분이야. 처음에는 기분나빠서 팔도 찢고 다리도 뜯고 그랬는데 빠르게 재생되더라.


다행이 글은 쓸수 있어.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나 이대로 슬라임이 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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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니까 거울이 있더라. 내 모습이 그냥 슬라임이야. 눈동자는 까만데. 머리카락조차 보라색 촉수야. 


그리고 이제 침대 크기로 방이 작아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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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싶은데 죽을 수가 없어. 쇼거스를 부르니까 오긴 오더라.


벽지에서 그냥 나와. 한 대 치려고 했는데 내 몸이 분열되더라고. 


"주인님♥, 저를 때리면 아파요~♥"


아. 아!! 이전 말이 안 지워지잖아!!


이 개 같은 년! 없어져! 없어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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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에 익숙해졌어. 침대에 누워서 머리카락으로 쓰는중이야. 몸뚱아리는 붙여지고 연해서 잘 움직여지지 않아.


이게 의외로 좋은 몸같아.


헛소리 집어치워!!


그리고 요즘 머리가 더 아파. 내 머리에 뭔가 들어간것 같아. 


미친년 사랑하는 쇼거스♥한테 물어봤더니


꺼져!!


머리를 개조해서 기분 좋게 만들어준데. 아아 쇼거스한테 딱 맞게 되다니 정말 좋아♥


필요없어! 그냥 날 죽여!!


아아♥ 쇼거스가 나한테 사랑한다고 하니까 몸이 녹을 것 같아. 이게 사랑?


너 죽이고 싶은 내 마음이다 이 개같


이 및


(여기서부터는 글을 잘 읽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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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ㅐ력ㅁ하츄ㅏ퍠얏먓니ㅗ챃몃치테켈리 리ㅗ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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져냣랳타ㅗ퐨셔테켈리 리래ㅗ퐠햐파ㅔ여5ㄷ58래ㅗㅎ


(마지막장 전까지 전부 이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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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도 기분 좋은 날이야♥ 역시 쇼거스한테 잡혀사는게 최고지. 안 그래?


그치만 우리 쇼거스 키키모라 따위보다 훨씬 뛰어난걸? 보라색 음식을 누가 만들수 있겠어?


이번에 가족들이 왔는데 벽지에 쇼거스랑 숨어있었는데 찾지도 못하더라?


너희도 어서 쇼거스같은 최고의 메이드를 불러! 그들과 한몸이 되는거야! 


쇼거스와 한몸이 되면 쇼거스가 뭐든지 해줘! 정말이지 최고야!


(마지막장은 보라색으로 난잡하게 젖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