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탈스러운 표정의 의장 케프리가 앞에 있던 마이크를 두드린 뒤 입을 열어 청문회의 시작을 알렸다.  


"먼 길을 와주신 우리 귀빈 여러분들과, 국회의 의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표합니다. 특별히 이번 청문회에선 몬붕 폐하께서도 참석해주셨습니다."


의장이 그의 이름을 입에 담자 거대한 국회 의사당에서 우뢰와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왔다.

국왕 몬붕이는 쑥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의원 케프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 자리에 있던 케프리들과 몬붕이까지 모두가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웃나라의 케프리들은 매일마다 힘겹게 짜낸 마력 구슬을 탐욕스러운 국왕에게 나눠줘야 했고, 그가 원하는대로 으리으리한 궁전의 건설과 번쩍거리는 사치품을 사들이기 위해 사막의 모래폭풍 가운데서 힘겨운 노동에 시달리기 일쑤였다.  

심지어 여러 곳곳의 케프리들이 고대 왕조를 계승하는 전통을 포기하자는 성토를 끊임없이 쏟아냈을 정도로 국왕을 뽑는 것에 반감이 심했었다.


그러다 우연히 사막에서 길을 잃은 여행자였던 몬붕이를 케프리들이 발견하게 되었고, 그녀들은 고대의 사례들처럼 몬붕이를 국왕으로 지정할 것인가를 두고 한참동안 열띈 토론을 벌였다.

하지만 반대파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고, 찬성파 역시 이웃 나라의 소식들을 알고 있었기에 그렇게까지 열성적으로 찬성을 표하지 못했었다.

그렇게 반대파와 찬성파의 충돌이 극에 달할 즈음, 중간에 놓여 있던 몬붕이가 한 가지 제안을 하게 되었다.


바로 입헌군주제의 도입. 

 

그의 설명은 이랬다.

1만 명에 가까운 케프리들과 한 개 주와 비슷한 거대한 영토를 일개 평범한 서민이었던 자신이 통치하는 것은 무리에 가깝다, 굳이 자신을 왕으로 뽑아야 한다면 국왕은 상징적인 의미로 남기고 차라리 현명한 케프리들을 뽑아 나라를 통치하는게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케프리들은 여태껏 모은 마력 구슬을 자신들의 국왕에게 헌정하여 명록마계를 건설하겠다는 계승 의지를 지킬 수 있으며, 국왕의 횡포에 시달려도 되지 않는 그의 제안에 수긍하고 마침내 그를 왕으로 선출했다.

  

그 이후로 몬붕이를 왕으로 두고 있는 케프리 왕국은 안정된 기반을 중심으로 발전에 박차를 가했고, 1년 사이에 거대한 제국을 거느리고 있던 파라오가 수도를 둘러본 뒤 아름답다며 극찬했을 정도로 융성할 수 있었다.    

"그럼, 국왕 폐하의 '밤시중'에 관하여 본격적으로 질의응답을 진행하겠습니다♡"

"...뭐?"


하지만 아무리 발전하고 지능이 뛰어나도 케프리 역시 마물. 의원들은 중요한 안건들을 모두 처리한 뒤에는 늘상 그렇듯 국왕 폐하의 건강(특히 남근)에 대하여 진중한 토론을 펼쳤고, 오늘 열리는 청문회 역시 그 토론의 연장선상에 있던 것이었다.    



케프리 비서에겐 단순히 의원들과 의논하는 일정이라고만 들었던 몬붕이는 의원들의 색기어린 시선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회의실의 문은 닫힌 지 오래. 상기된 얼굴로 재빠르게 의원들의 말을 적어 내려가는 속기사와 셔터를 계속해서 눌러대는 기자들까지 그야말로 모두가 한통속이었다. 


하긴 암흑마계처럼 그저 성교에 모든 일과를 쏟아붙는 다른 국왕들과 달리 명록마계를 지향하느라 한참 적은 횟수로 밤시중을 받는 몬붕이었기에 그녀들의 욕구불만은 어느 정도 인지하고는 있었다.  


"하아, 예...의원 여러분들의 질문과 궁금증에 성의성심껏 답변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결국 몬붕이는 반강제적으로 의원들의 질문을 받기 위해 자리를 의회의 정중앙으로 옮겼다. 

잠시 뒤, 싹싹한 느낌의 케프리 의원이 무언가를 바리바리 챙기고는 그와 마주앉았다.


"폐하의 존안을 뵙고 말씀을 여쭙게 되어 저에겐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옵니다."

"고맙군요, 그럼 질문을 들어보지요."

"그 전에 우선! 의원분들을 비롯해 폐하께도 보여드릴 물건이 있사옵니다."


그녀는 곧바로 옆에 있던 비서를 시켜 무언가가 담겨있는 통을 단상 위로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곧바로 안에 있던 내용물을 덥석 집어들어서 꺼내기 시작했다.

그녀가 안에서 꺼낸 내용물은 다름아닌 진득한 휴지 조각. 

그 내용물이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꾸리꾸리하고 야릇한 냄새가 케프리들의 코를 찔러댔다.


"킁킁, 이게 무슨 냄새야?"

"응읏...♡ 아침에도 딸치고 나왔는데..."

"설마...폐하께서...?"

 

회의장 안은 케프리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로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청문회를 주재하던 의장 케프리마저 잔뜩 빨개진 얼굴로 책상을 탕탕 치며 정숙할 것을 요구했다.


"조용! 의원님의 말을 끝까지 듣고 판단하십시다!"

"네, 의장님! 감사합니다."


한바탕 소란이 가신 이후, 휴지 조각을 집은 의원이 마저 말을 이어갔다.


"이것은! 폐하가 거주하시는 궁에서 가져온 물건입니다. 폐하의 침소와 식사 전반을 관리하는 하녀들이 비밀리에 저에게 건낸 것이기도 하지요."    

"그렇다는 말은...?"


의원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마치 비리를 고발하듯 숙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예! 이것은 폐하께서 침소에 들어가셔서, '수음'을 하신 증거물입니다!"

"...히익!!"

"허어...그럴 수가..."

"아니! 잠깐! 그...그게...!"


아까 전보다 훨씬 격앙된 분위기로 술렁거리는 회의장.

국왕 몬붕이는 자신의 사생활이 들켰다는 창피 때문에 손을 거칠게 흔들며 현실을 거부했다.

그런 그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이 의원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몬붕이에게 질문했다.


"폐하께 질문드리겠사옵니다! 어찌하여 이런 저희들의 밤시중을 거부하시고 수음을 하신 겁니까?"

"...하...그게...밤에 할 게 없어서..."

"폐하께선 대를 이을 세대를 양성할 의무와 책임이 있사옵니다! 소중한 백탁액을 무책임하게 휴지에다 뿌리지 마시옵소서!"

""맞습니다, 폐하!""


의원의 말에 맞춰 다른 의원 케프리들이 이구동성으로 그에게 외쳤다. 

몬붕이는 부끄러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제발 그만..." 이라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의 희망과 달리 의원들의 질문은 더욱 교묘하게 파고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찌하여 궁의 하녀들이 이런 고발을 하였습니까, 의원님?"

"음, 그 답변은 저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분을 모셔왔습니다, 의원님. 실제로 현재 궁에서 근무하고 있는 하녀 분이시지요."

"...?"


의원의 말에 몬붕이는 다리를 덜덜 떨며 손톱을 깨물었다.

이미 본인의 자위행위가 많은 케프리들에게 들킨 것으로 모자라서 이젠 하녀 케프리를 증인으로 내세워서 아예 못을 박아버릴게 뻔한 결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의장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하녀 케프리가 문을 박차고 장내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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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카테고리 건전이랑 불건전 중에 뭐가 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