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이 강한 예술가와 랴난시에 관한 비극이 보고 싶다.:

https://arca.live/b/monmusu/6716913?category=%EC%B0%BD%EC%9E%91(%EA%B1%B4%EC%A0%84)&target=all&keyword=&p=1  

랴난시에게 현대예술을 보여주고 싶다.:

https://arca.live/b/monmusu/6751713?category=%EC%B0%BD%EC%9E%91(%EA%B1%B4%EC%A0%84)&target=all&keyword=&p=3

예술가와 교부타누키와 랴난시가 등장하는 러브코미디 비슷한 것 :

https://arca.live/b/monmusu/6846355?category=%EC%B0%BD%EC%9E%91(%EA%B1%B4%EC%A0%84)&target=nickname&keyword=jam&p=1


제가 오늘과 같이 산길에 모닥불을 피우고 저녁 준비를 하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물을 떠 와서 마악 냄비를 불 위에 올리려 하던 찰나에, 건너편 숲에서 그가 뛰쳐나왔습니다.

머리는 산발이 되어 있고 옷과 피부가 온통 쓸려 있었지만, 그보다 눈길을 끈 것은 그의 눈이었습니다.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이의 눈.

그는 불안하게 좌우를 몇 번 두리번거리더니, 곧장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떨떠름했지만 그러겠노라 했습니다. 그런 상태의 사람의 신경을 거스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니까요.

그는 제가 건넨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두서없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근처 마을, 아마도 제가 들를 마을에 사는 예술가라고 했습니다. 근처 마을에 예술가가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은 없으니, 썩 이름이 높은 예술가는 아니었을 겁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자기 작품이 이상해졌다고 합니다. 의도한 것은 전혀 다른 것이건만,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은, 보면 이상한 기분이 드는 작품들만이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몇 번은 부수려고도 해 보았지만, 그럴 수 없었다고 합니다. 조각을 부술 정이 없는 것도 아니요 그림을 덧칠할 물감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작품을 부수려 하면 암만 해도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는 기이한 작품들을 팔아버렸습니다. 분명한 잘못이었습니다. 사라지기를 바랐던 작품들은 마을 곳곳에 자리를 잡았고, 주민들은 바뀐 것 하나 없지만 기이한 열정에 불타는 눈빛을 가지게 되었으니까요.

활동을 포기하고 술로 허송세월하려고도 했다고 했습니다. 계산대에 작은 조각상을 올려둔 여관주인이 이제 작품을 만들지는 않냐고 하기에 도망쳤다고 했지만요.

이제는 기이한 심상만이 머리에 떠오른다고 합니다. 그런 것을 작품으로 나타내기를 거부할 정도로 불쾌하고, 그러면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인 심상이 말입니다.


그는 다시 한번 두리번거리더니, 지금까지 말하지 않았던, 어쩌면 입에 담기도 두려웠을지도 모르는 단어를 입에 담았습니다.

자신의 모든 일이 악령의 소행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악령이 자기 손을 홀리고는 시간이 지나 자기 머리마저 홀렸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도망쳤다고 했습니다. 악령이 쫓아올지도 모르고, 언제 잡힐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도망치고 있다고요.


두서없는 이야기를 들어주어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가능하면 자기를 잊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덧붙이면서요.

그는 보답이라며 세 번 접은 종이쪽을 건네주었습니다. 악령에게 보이면 물러날 것이라고 했습니다. 종이쪽이 제 손바닥에 닿기 무섭게 그는 다시 코카트리스처럼 달려갔습니다.

종이쪽을 펴 보지는 않았습니다. 미치광이가 미치광이인데에는 이유가 있으니까요.


종이쪽을 주머니에 넣고, 이제 물이 끓어 육포를 냄비에 던져넣으려는 때에 그녀가 나타났습니다. 사방이 숲이라 소리를 내지 않고 나타나기는 거의 불가능했음에도, 그의 등장으로 경계하고 있지 않았다면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게 말입니다.

요정이리라고는 생각했지만, 정확한 종족은 알지 못했습니다. 저는 마물학자가 아니며, 여행자가 요정을 마주칠 일도 거의 없으니까요. 그러나 그녀의 눈은 그녀가 위험한 종류의 미치광이라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저는 그녀가 그 '악령'이리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녀는 확실히 진짜 유령보다도 위험한 여인이었으며, 저에게 한 사내를 본 적이 없나고 물어보았거든요.

전 그녀에게 종이쪽을 건넸습니다. 아마도 당신이 찾는 사람이 당신에게 전하라고 했다면서요. 그녀는 어두운 기대에 차 종이쪽을 열더니, 금방 밝은 실망에 빠졌습니다.

(어울리지 않는 수식이라는 것은 압니다. 그러나 그녀의 기대가 얼마나 어둡게 빛났는지를 안다면, 당신도 밝은 실망이라는 단어에 고개를 끄덕였을 겁니다.)

그녀는 명백하게 떨림을 숨기는 목소리로 그가 어느 방향으로 갔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충동적으로 그가 간 방향과는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켰습니다. 그녀는 그 쪽으로 나아갔습니다만, 그녀가 속았으리라고 믿지는 않습니다. 그녀와 같은 종류의 미치광이는 종종 초자연적인 능력을 발휘하고는 하니까요.


다음날, 저는 미치광이가 말했을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마을 입구에서 마을 중심이 보였는데, 그곳에 기이한 석상이 서있었거든요.

마을을 둘러보기 전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는 곳이 있기에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집이 완전히 불에 타 흔적만이 남아있었습니다.

예술가의 집이라고 합니다. 마을에 있는 많은 작품들이 그의 손에서 태어났다고 하는데, 어저께 큰 불이 나 그의 집이 전소했다는 것입니다. 불에 잘 타는 물감 따위가 불을 키웠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고인의 작품을 조금 볼 수 있겠나고 하니, 마을 주민 중 한 명이 마을 안내도 하는 겸, 자기가 운영하는 여관에 작품 몇 점이 있다며 식사라도 하고 가라고 합니다.

그의 안내를 받아 작품들을 둘러보자니, 마을 중심에 세워진 석상으로 시작하여 식당의 벽에 걸린 그림, 카운터에 올라간 작은 조각까지 기이하지 않은 것이 없었으며 그의 서명이 적히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저는 계산을 하면서 식당의 주인에게 넌지시, 그 예술가가 여성이었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어제 만났던 미치광이와는 달리, 그 모든 작품 구석의 서명은 여성의 것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주인은 집중하지 않았다면 흘려보냈을 잠깐의 침묵 후에 그랬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미 죽은 자이니 말을 아끼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세심한 자는 대답보다 그 침묵이 더욱 값지다는 것을 알 것이었습니다.

저는 최대한 빨리 그 마을을 떠났습니다.



언젠가 만난 방랑 마물학자에게 그 때의 여인이 어떤 마물인지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랴난시였으리라 했습니다. 예술가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요정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제가 봤던 도망치는 미치광이는 예술가가 아닌 붓의 운명을 벗어나고자 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후로, 기이한 예술품을 볼 때 마다 예술가의 서명을 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그 마을의 위치도 이제 거의 기억이 나지 않게 되었는데, 얼마 전에 기이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작은 도시에서 열린 전시회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그녀의 이름이 적힌 작품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녀는 도망친 붓을 되찾은 것일까요?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붓을 찾은 것일까요.



랴난시와 만나면 창작에 재능을 얻게 된다는건, 랴난시가 원하는 작품을 만들게 된다는 뜻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