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게 무슨... 지랄마요! 아직 못쓴게 몇편인데요! 이대로 연재중단하면 독자들이 화낸다고요! "


...방금 말한 저 작은애는 랴난시.. 심심해서 소설좀 쓰고있었더니 어느샌가 날아와서 집필을 도와주고있었다..

그리고 날 유명한 작가로 만들어버렸다..원래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얘를 언제부터 만났냐고 물으면 내 과거이야기부터 시작해야한다.


전에는 나가서 뭘하려고 해도 할게 없었다. 

집안일을 하자니 키키모라가 알아서 해주고있고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 정확히는 내가 뭘 하기 전에 이미 끝나있었다...

사냥같은거 하려고해도 그쪽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이미 있었다. 아예 몇명은 맨티스랑 같이 다니니까 할 엄두가 안났다...

장사같은걸 하려고 해도 뭐 팔게 있어야지. 무기,장신구같은건 나같은 인간 보단 드워프나 사이클롭스가 만든게 훨씬 좋으니...


그러다보니 결국엔 나가서 뛰어다닌것 말곤 할게 없게된것이다.

일어나서 키키모라랑 한바탕 뒹굴고 밥먹고 나가서 운동하다가 돌아와서 씻고 또 키키모라랑 한바탕 하고 자고..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에 질려오고있었다. 그래서 글이나 써볼까 해서 시작하게 된거다.


당연히 처음엔 별 볼일 없는 글이 탄생했다.

이건...됐다. 말해봤자다. 내가 생각해도 진짜 더럽게 못썼다.

그래도 처음 쓴 글이라서 따로 보관하고있긴 한데 어디다 뒀는지 까먹었다.

찾아도 보이질 않던데..어..혹시..? 나중에 키키모라 책상서랍 뒤져봐야겠다.


글을 쓰다보니 뭔가 재미가 있어서 계속 쓰기 시작했다.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보고 소재를 바꿔보기도 했다.

나중에는 운동하는 시간마저 줄여서 글쓰는 시간을 늘렸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자 키키모라가 의아했었는데

쓰레기통에 박혀있는 수많은 구겨진 종이를 보고 감동받아서 그 날은 뭔가 엄청많이 만들어줬었다. 그리고 밤에 드물게 먼저 찾아왔다.


그리고 허리가 나가서 하루동안 못움직였다. 기분은 좋았는데 일어나려고 할때 허리 두동강나는 기분이었다..

키키모라가 울먹이면서 '주인님 죽으면 안돼요! 제가 더 열심히할게요! ' 하던게 아직도 생생하게 생각난다.

그냥 허리 나간거니까 내 공책이나 가져다달라고 했다.


그래서 침대에 누운상태에서 소설 쓰고있었는데

어디서 막대기 하나가 튀어나와서 글씨 하나를 짚더라고


" 여기. 문법 틀렸어요. "


" 뭐? 어 진짜네? 잠깐만 너 뭐야? "


" 그거 제가 잠깐 봐도 괜찮죠? "


" 어...상관은 없는데? "


" ...가능성은 보이네요. 좋아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


이게 그녀와 첫 만남이었다.


내가 먼저 초안을 써놓으면 그녀가 검토한 다음 괜찮다싶으면 다듬어서 완성시켰다.

그렇게해서 처음으로 정상적인 글이 탄생했다.

이건 첫 공동작품 기념으로 랴난시한테 줬다. 지금 내 침대 옆 탁상 액자에 고이 모셔놨더라.

처음엔 왜 거기다 뒀나 싶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애초에 여기서 살려고 그랬던거같다...


그러다가 그녀쪽에서 먼저 제안을 했다. 출간해보지않겠냐고.


" 출간? 지금 이 글을 팔자고? 에이 이런걸 누가 사? 슬라임도 이건 안살거같은데. "


" 이걸 왜팔아요. 다른걸 써야죠. 저만 믿어요. 확실한 소재를 가져와드릴테니까! "


" 아니 이게 미쳤나, 야! 너 어디가! "


그리고 한 20분정도 있다가 왠 종이다발을 낑낑거리며 가지고왔다.


" 자! 원하는 소재를 골라봐요! "


" 뭐야.. 진짜 가져온거야? NTR? 뭐야 이게? 느타리? "


" 뭔 느타리에요. 지나가던 마탕고도 비웃겠네. 그거는 필요없으니까 이리줘요. 이상한게 섞였네."


" 무슨 장르가 이렇게 많아... "


이렇게 해서 내 작가 인생이 강제로 시작된것이다.


첫 작품은 아무 생각없이 SF판타지물로 잡았다.

제목이...뭐였지... 아무튼 기억은 안나는데 주인공이 오토마톤이었던것만 기억난다


" 주인님~ 편지왔는데요? "


" 편지가? 나한테 편지 보낼사람 지금 없는데? 지금 사냥철이잖아.. "


" 그..무슨 출판사에서 왔어요. "


나는 내 책 써놓고나서 서점을 가본적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갔으면 큰일났을거같다. 편지 내용이 대략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으니 후속편 준비하라는거였으니까.

만약 서점에 갔으면 거기있는 인간이고 마물이고 다 나한테 달려올걸 생각하니 소름끼친다.


" 아니 뭐 이딴게 베스트셀러가 되냐? 한번 읽어볼까? "


사서 읽어야하나 했는데 편지 말고 소포도 같이 있었다.

거기엔 마침 내가 썼던 책이 동봉돼서 왔다. 속는셈 치고 책을 펼쳤다.


" ...와 씨팔...왜 여기서 끊었냐 개빡치네? 그래서 오토마톤이 어떻게되는데! 아 꼴받네 진짜 "


찝찝해서 참을수가 없었다. 그래서 바로 후속작에 착수했다.

당연히 랴난시도 함께 했다.


" 너 씨발 일부러 거기서 끊었냐? "


" 아뇨? 원고가 거기까지였는데요? "


" 아. "


" 아아~ 완성된걸 이제야 보셨구나~ 히히 얼굴에 다 적혀있어요~ "


" 내가 거기까지밖에 안썼었구나... "


그래, 생각났다. 이게 기동전사 오토마톤 시리즈의 서막이었다.


쓰다보니 시리즈가 엄청 많아졌다. 주인공도 여러번 바뀌었다. 팬도 늘고 기대치도 늘었다.

오랜 시간 똑같은 시리즈만 써와서 슬슬 진부해질때도 됐었다. 그때마다 참신한 전개로 흘려보냈다.

그렇게 나와 랴난시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작품을 마구뽑아냈다.


시리즈가 1절 2절 3절 4절을 넘어서 카카시 뇌절까지 갔을때 쯤 글쓰는게 질렸다.

심심해서 쓰기 시작한게 직업이 되니까 뭔가 동기부여가 안된다고 해야할까

그래서 랴난시한테 말했다.


그리고 지금 이상황이 된거다.


" 아니 그게 아니라, 이 시리즈도 슬슬 마무리해야한다고 생각해. "


" 안풀린 떡밥이 몇갠데 여기서 끝내요? 그게 무슨 라면에 스프빼고 끓이는 소리에요 "


" 그럼 그 떡밥 다 풀면 얼마나 나오는데? "


" 시리즈 3개는 더 써야죠. 아무리 빨리 끝내도 시리즈 2개는 더 써야해요. "


" 하이고 젠장...글 쓰다가 죽겠네.. 그럼 시리즈 3개만 더 쓰고 끝내는거다? "


" 좋아요. 그럼 이제 그때 되면 다음 작품 뭘로 할지 장르 정해보죠. "


" 으악 그만해! 나도 휴재가 하고싶다! 3년동안 휴재 안했으면 한번정도는 괜찮잖아! "


" 어림도 없어요! 저랑 함께 하기로 한 이상 휴재는 없으니까요! "


시발. 이쯤되면 왜 작가들이 휴재를 밥먹듯이 했는지 알거같다.

소재가 떨어져서가 아니라 그만쓰고싶어서였구나.

다른 랴난시들도 같이 작품 만드는사람한테 휴식기 안주나? 나중에 물어봐야겠다.


" 뭘 한눈을 팔고있어요? 얼른얼른 원고 달라구요! 마감이 1주일밖에 안남았어요! "


" 으아아 왜 마감기한이 그거밖에 안남은거야? "


" 제가 1주일이면 충분하다고 했거든요. "


" 너 진짜 이거 다 쓰면 가만 안둔다! "


결국 나에게 휴재는 없었다. 지금도 옆에서 랴난시가 빨리 원고달라고 재촉하고있다.

시발...다음 작품에서 뵙겠습니다. 독자여러분...

" 우리 작품 많이 사랑해줘~ "

" 조용히 해! 이게 씨 다 누구때문인데! "

" 내 덕분이지요~ "

" 너 이 씨..됐다.. 원고나 받아가.. "

" 헤헤 역시 일처리 확실하시네요! "

" 주인님! 식사준비가 끝났습니다~ 얼른 와서 식사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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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소설쓰는 모든 몬붕이에게 바칩니다.

우리 모두 힘내도록해요. 우리가 안쓰면 누가 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