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모음



헤이든이 밖으로 나가보니, 루시아는 그들의 방으로 배달된 아침 식사를 받아와 거실에 차려 놓고 있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생각보다 일찍 일어났구나, 헤이든. 피곤해 보이던데 괜찮느냐?”


“네, 스승님.”


헤이든은 일부러 짧게 대답하며 식탁 앞에 앉았다.


“어젯밤엔 내가 추태를 보였나 보구나. 도와줘서 고맙다.”


“별 말씀을요.”


헤이든은 그렇게 말하며 식탁 위에 차려진 드래고니아의 특산물들을 이용한 만찬을 보았다.


“…아침부터 진수성찬이네요. 혼자 옮기기 힘드셨을 텐데…”


“괜찮다, 이 정도야 나 혼자 옮길 수 있지. 자, 들자. 식겠다.”


그렇게 말하며 루시아는 식사를 시작했고, 헤이든 또한 그녀를 따라 식탁에 차려진 아침 식사를 먹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제자야, 그 모험담은 언제쯤 풀어줄 생각이냐?”


“무슨 모험담이요?”


“용사와 함께 했다고 하던 퀸 서큐버스 토벌 말이다.”


헤이든은 샐러드를 목으로 넘기다 걸린 듯이 기침을 한 번 하며 말했다.


“…그걸 진짜 듣고 싶으세요?”


“그럼, 제자의 활약인데 알려진 건 적으니까…자세한 걸 알 수가 없어서 말이다. 그러니 한 번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다오.”


“스승님이 부탁하신다면야 못 할 만한 이야기도 아니기는 한데…”


헤이든은 그렇게 말하며 옛날, 루시우스와 앨리스와 함께 모닥불 앞에 앉았던 날의 밤을 기억했다.


“그래서 너흰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고?”


“그래!”


“당연하지! 내가 어딜 봐서 이런 벽창호랑 사귈 상이야?”


앨리스와 루시우스는 서로 발끈하며 애정 관계를 부정했다.


“농담이니까 그리 흥분하지 말라고. 그나저나…드디어 내일이네.”


헤이든은 자신의 등 뒤로 가까이 보이는 서큐버스 퀸의 성을 보며 말했다.


“그래. 그나저나 당신은 역시 특이한 체질인가 보네. 원래 서큐버스들의 마계는 공기 중에 미약 성분이 짙게 퍼져 있어서, 여기 이 벽

창호 용사같이 몸에 성소를 듬뿍 받아들인 사람이 아니라면 수 초 안으로 발정하고 마는데.”


“어쩐지 여기 공기가 좀 이상하더라니…”


헤이든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포스를 수련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독에 내성이 생기거든.”


“그래? 그 포스란 거 되게 만능이네. 왜 우리는 못 쓸까? 너희 말로는 포스는 만물에 흐른다며.”


헤이든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포스의 흐름과는 별개로, 쓸 수 있는 사람들은 소수야. 왜 그런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거 참 불공평하네.”


앨리스는 헛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런 셈이지.”


헤이든 또한 쓴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제다이들은 정말로 욕심을 전부 버리고서 고산지대의 수도승들처럼 산다는 게 사실인가요?”


루시우스는 헤이든에게 존대를 붙여가며 물었다.


“우리 율법에서 그렇게 말하기는 하지. 사실 명목상으로 금욕하고 애착을 가지지 말라고들 하지만,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살겠어? 당

장 나도 두 가지 다 못 하고 있는데.”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는 헤이든에게, 앨리스가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뭐, 성욕이야 스스로 흔들어서 해결한다고 치고-“


“앨리스! 실례잖아!”


“뭐가 실례야! 이 정도 말도 못 하면 서큐버스가 아니지!”


“둘 다 그만하고…그래서 앨리스, 뭐라고?”


“성욕이야 스스로 흔들어서 해결한다고 치고, 당신이 애착을 가지는 건 뭔데?”


그 질문에, 헤이든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자신이 애착을 가지고 있는 단 하나, 한 명의 사람.


급격하게 굳는 헤이든의 표정을 보고서, 앨리스는 그가 무엇에 애착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인 것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오호…사랑이네, 사랑이야. 누굴 사랑하고 있는 거야, 고명하신 제다이 기사님?”


“사랑?”


의아하다는 듯이 앨리스를 바라보는 루시우스였다.


“…그게 말이지…”


입을 여는 것을 망설이는 헤이든의 옆으로 가 어깨를 두드리며, 앨리스는 말했다.


“걱정하지 말고 말해 봐. 서큐버스들은 사랑의 전문가들이라구.”


“성교의 전문가겠지. 그리고 너도 연애 한 번 안 해봤다면서?”


“닥쳐, 이 벽창호야! 그리고 내가 떡을 쳐도 너랑 칠 일은 절대 없을 테니까 그렇게 알아! 그리고…저기 있는 저 재미없는 용사도 당신의 비밀을 말할 만큼 입이 가벼운 사람은 아닐 거야, 그렇지, 벽창호 용사?”


루시우스는 그녀를 째려봤지만, 고개는 끄덕여 주었다.


“됐지? 그러니까 빨리 말해봐. 누군데?”


헤이든은 약간 불안한 눈빛으로 앨리스를 바라보더니, 깊은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내 스승님.”


“네 스승님? 네 스승이라면…지금 남부의 코러산트 왕국 전선을 맡은 그 사람 맞지? 제다이 마스터 루시아.”


헤이든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민이 될 만하네, 제다이 기사 간의 사랑이라니. 당연히 너희 율법에서는 금기시될 거고. 그렇지?”


헤이든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넌 어떻게 하고 싶은데?”


“…잘 모르겠어.”


헤이든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물론 스승님을 사랑해, 하지만…그 사랑을 이루기 위해 스승님에게 고백하는 건 결과가 안 좋을 거라는 게 빤히 보여. 그리고...그 사랑을 위해 제다이 기사단을 탈퇴하는 건 날 구해주신 분의 은혜를 배신하는 길이야.”


헤이든은 자신을 지키다 다스 크레이트에게 목숨을 잃었던 세레노를 떠올리며 말했다.


“…꼬였네, 꼬였어. 꼬여도 너무 심하게 꼬였어.”


앨리스는 혀를 차며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그에게 말했다.

"

…일단 이것부터 시작하자. 너희 스승님은 널 어떻게 보고 계셔? 아는 대로 말해봐.”


“날 어릴 적부터 아셔서 남동생처럼 생각하셔.”


“망했네. 결국 널 남자로는 안 본다는 이야기잖아?”


앨리스는 혀를 차며 말했다.


“성향은 어떠신데?”


“…제다이 율법을 중요하게 생각하시지.”


“더 망했네. 연애 쪽은 예외라거나 그런 분은 아닐 거 아냐?”


헤이든은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웬만해서는 이런 말 안 하겠지만…그냥 확 덮쳐버리던가, 아니면 포기하는 게 나을 것 같아. 가망이 도통 보이질 않는다고. 그 분은 종족도 인간일 거 아냐?”


“종족이 드라이어드시긴 한데-“


“드라이어드라고? 그럼 아인종 마물이잖아.”


“그래…무슨 문제라도 있어?”


“마물들은 마왕의 마력과 성향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야. 지금의 마왕은 힘과 피를 추구하고 종족이 마족이기까지 하니까 대다수 마물들의 성향이 그렇지만, 과거에 한때 잠시나마 서큐버스가 마왕의 자리에 있었을 때는 몇몇 마물들이 그 영향으로 여체화되고 음란하게 변하기도 했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한 마디로, 강한 마력을 가진 서큐버스가 마왕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면…대다수의 마물들이 그 영향을 받아서…”


“서큐버스처럼 음란하게 될 거라고?”


“정확해.”


앨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해석하자면 널 마왕 자리에 앉혀달라는 거겠지.”


루시우스는 헛웃음을 흘리며 그녀에게 말했다.


“딱히 부정은 안 할게. 사람, 아니 마물이 야망이 있어야지.”


앨리스는 야망에 찬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꿈도 크네. 일단 내일 네 상관이나 이기고 말하시지 그래?”


“걱정 마, 다 방법이 있으니까.”

 




“…음, 역시 나중에 말해드릴래요.”


헤이든은 살짝 붉어진 얼굴로 말을 돌렸다.


“그나저나-“


헤이든은 말을 하려던 도중 창 밖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서 말을 끊었다.


루시아 또한 그것을 느꼈는지 식기를 내려놓고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스승님, 뭔가가-“


헤이든이 그렇게 말하기가 무섭게, 창문 밖에서 블라스터의 발사음이 들렸다.


헤이든과 루시아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몸을 날려 가구를 엄폐물 삼아 숨었고, 그와 동시에 깨진 창문을 통해 수십 발의 블라스터 볼트가 날아들었다.


헤이든은 방 안에 있는 자신들의 라이트세이버를 포스로 자신의 손에 불러들였고, 루시아의 것을 그녀에게 굴려서 보내주며 외쳤다.


“스승님!”


루시아는 자신의 라이트세이버를 잡고서 킨 뒤 엄폐물을 나서서 블라스터 볼트들을 반사해 가며 전진했고, 헤이든 또한 그녀의 뒤를 따라 똑같이 하며 전진했다.


“만달로리안들이에요, 스승님!”


헤이든은 자신들에게 블라스터를 쏘는 자들이 누구인지를 보며 외쳤고, 땅을 박차고 창문 밖으로 도약했다.


“헤이든!”


루시아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자신이 항상 제자라고만 부르던 그의 이름을 오랜만에 외치며 그를 따라 도약했다.


헤이든은 어느새 지붕 위에서 하늘에 떠 있는 만달로리안들과 교전하고 있었다.


세 명의 만달로리안이 하늘에서 그에게 블라스터 포화를 집중시키고 있었고, 헤이든은 두 자루의 라이트세이버로 모든 볼트를 흘리거나 반사시키고 있었다.


그것을 본 루시아는 라이트세이버를 들지 않은 손을 들어 만달로리안 중 한 명을 땅으로 끌어내리기 위해 포스를 사용했고, 그 만달로리안이 제트팩을 역추진시켜 하늘에서 버티는 사이, 헤이든은 높게 도약해 한 만달로리안의 제트팩을 갈라버린 뒤 그를 징검다리 삼아 루시아가 붙잡은 만달로리안에게 도약했다.


이내 제트팩이 멀쩡한 한 만달로리안은 제트팩을 사용해 멀리 도망쳐버렸고, 제트팩이 당해 바닥으로 떨어진 두 명의 만달로리안들을 제압하며 헤이든은 한 만달로리안의 목에 라이트세이버를 겨눴다.


“말해. 누가 너희를 보냈지?”


바닥에 엎어진 두 만달로리안들은 서로를 쳐다보더니, 이내 만달로리안 어로 뭐라 중얼거리며 어금니에 끼워 놓았던 극독 캡슐을 깨물고서 자신들의 생을 스스로 끝냈다.


“…죽었어요.”


“그렇게 보이는구나. 그나저나 괜찮니, 제자야? 다친 데는 없고?”


그의 몸을 찬찬히 둘러보며 루시아는 말했고, 헤이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전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날 오후, 비행정을 타고서 제다이 사원을 향해 두 사람은 날고 있었다.


“만달로리안들이 왜 우릴 습격했을까요?”


“나도 잘 모르겠구나, 전쟁 당시에도 소수의 만달로리안들이 우리 편에서 싸웠던 걸로 기억하는데 말이다.”


“그 녀석들 갑옷에 있던 건 데스 와치의 문장이에요. 만달로어 전통에 미친 놈들이라 청부업이나 현상금 사냥을 생업으로 삼는데…누가 우리 목에 현상금이라도 걸었나 보네요.”


“누가 걸었는지 짐작가는 바가 있느냐?”


“전혀요. 건다면야 마왕이겠지만…만달로리안들 또한 마왕과 적대하니 그건 아니겠죠.”


“흐음…사원으로 돌아가면 이 일을 알리고 조사를 요청해야겠구나.”


“그래야겠죠.”


그렇게 말하고서 잠시 망설이던 헤이든은 이내 자신의 스승에게 질문을 했다.


“…스승님은 연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 질문에, 루시아는 헤이든을 빤히 쳐다보았다.


“…죄송해요. 제 실언이었-“


“글쎄, 나라고 그런 것에 관심이 없지는 않았지.”


루시아는 입가에 웃음을 띈 채로 말했다.


“왜, 마음에 드는 사람이라도 있니?”


“그게…”


헤이든은 차마 말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굳이 안 말해도 괜찮다. 네 나이도 어느덧 스물이 넘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지, 사랑에 관심을 가진다는 건 말이다.”


루시아는 헤이든의 예상과는 다르게 입가에 웃음까지 지으며 말했다.


“사랑이란 위대한 감정이다. 제다이 율법상 우리가 애정과 애착을 가지는 건 금지되어 있지만…어찌 사람이 사랑하지 않고서 살아갈 수 있겠니?”


헤이든의 가슴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니 연애를 하고 싶다면 하거라. 비밀로 해 줄 테니 말이다. 단…그 관계에 너무 깊게 집착하진 말거라. 집착은 곧 다크 사이드로 이어지는 길이니 말이야.”


자신의 스승의 입술 끝을 떠난 그 말에, 헤이든의 가슴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빨리 뛰었다.


“스승님, 사실-“


“…단, 같은 제다이가 아니라는 조건 안에서 말이다. 말을 끊어서 미안하구나. 뭐라고 했느냐?”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헤이든은 쓴웃음을 지으며 창 밖의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았다.


그럼 그렇지. 어쩐지 일이 잘 풀린다 했어.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음…할아버지, 옛날에 들었던 이야기랑 뭔가가 다른 것 같아요. 원래는 이쯤에서 헤이든이 루시아한테 고백하고 두 사람이 맺어지잖아요?”


“그랬지, 니아. 하지만 이야기가 항상 똑같으면 재미 없잖니. 필요한 부분에서는 반전이 있어야 하는 법이란다.”


“하지만 이건 반전이 아닌걸요?”


“곧 나올 거란다. 기대하렴.”


그렇게 헤이든이 이야기를 이으려는 때였다.


“니아, 또 여행자님의 이야기를 듣는 중이니?”


니아의 어머니로 보이는 코볼트 여성이 그들의 앞으로 걸어오며 말했다.


“엄마!”


니아는 쪼르르 달려가 자신의 어머니의 품에 안겼고, 헤이든은 그 행복해보이는 모습을 보이며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저희 애가 민폐를 끼치고 있지는 않나요?”


“전혀요, 홀로 고행을 떠난 제 말동무가 되어 주니 저는 저 아이가 고마울 뿐입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니아, 이만 점심을 먹으러 가자. 아, 여행자님도 함께 가실래요? 식사를 조금 많이 만들어버렸거든요...”


“대접해주신다면 감사히…”


헤이든은 허리를 공손히 살짝 숙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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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비즐라


만달로어 귀족인 비즐라 가문 출신으로, 만달로리안들의 지도자인 만달로어 자리에 마지막으로 오른 남자이자, 한때 만달로리안의 전통/극단주의자 집단인 데스 와치의 수장 자리에 앉아있던 인물이다.


데스 와치의 수장으로서 있던 시절에는 정체불명의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서 외교관으로서 파견된 제다이들을 습격했으며, 그 과정에서 몇몇 제다이들을 죽이는 데에 성공했다.


훗날 다크세이버를 얻어 만달로어의 자리에 오른 뒤에는 생각을 고쳤는지 데스 와치를 소탕하였고, 훗날 교단 국가들의 연합군에 의해 만달로어 자치령이 함락되자 다크세이버와 함께 자취를 감추었다.


부인으로 만달로어 귀족인 크레이즈 가문의 새틴 크레이즈가 있었으며, 먼 훗날의 후손으로는 자신의 무덤을 찾아 다크세이버를 손에 넣고, 훗날 만달로어가 되어 만달로어 공화국을 재건하게 되는 프레이 크레이즈가 있다.(프레이 크레이즈의 조상은 모계인 크레이즈의 성을 물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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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같은 세계관 소설하고 연계 한 번 넣어주기.


여담으로, 현재 시점(본문이 대략 100년 정도 전의 과거 이야기이고, 현재 시점은 코볼트 니아에게 이야기를 해 주는 시점.)의 헤이든은 164세임.


더해서 현재 시점까지 모태솔로+동정임. 


오늘도 부족한 글 읽어줘서 고맙다 몬붕이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