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수고했어, 진혁씨"


두툼한 돈봉투가 그의 손에 쥐어졌다.

실적제 기준의 이 가게에서 얼마나 질높은 손님을 상대하는가는 그날 일급이 정해지는 날이었다.

그 손님이 얼마나 쓰고 나가는가에 따라 그의 손에 떨어지는 지폐의 두께가 달라진다.

그리고 오늘은 다행히 좋은 날이었다. 비록 온몸에 여자 화장품 냄새와 짐승의 냄새가 베였지만.


"오, 박씨 아저씨. 처참하네"

"금태양씨"


락커룸 문을 열고 들어온 금발태닝소년이 그에게 아는체 하였다. 진혁이 손을 살짝 들어주자, 그는 와이셔츠 가슴주머니에서 한개빌 꺼내 그의 손에 들려주었다.


"오늘은 누구였어?"
"전번에 말했던 지랄견들"

"아! 그 애새끼들? 좆같은 년이긴 하지."


그러면서 동시에 담배를 중간까지 쭉 빨아들였다. 길다란 한숨을 따라 담배연기가 락커룸 위쪽을 채워갔다.


"씨발년들 아까 나갈때 내 엉덩이 만지고 가더라. 발정났으면 창관이라도 가던지, 왜 여기와서 지랄이래?"

"연상이 좋댄다."

"씨이발, 나야 걔들이랑 네다섯살 차이겠지만 아저씨한텐 왜 보질 못비벼서 난리야? 역시 나이든 남자는 숙성된단게 맞나?"
"태양씨는 가끔 웃어른한테도 가차없는거 알아?"


그리말하면서 둘다 낄낄 웃고 있었다. 박진혁보다는 덜했지만 금태양도 온몸에 벌건 손자국이 남아 있었다. 태닝한 피부임에도 저렇게 남았다면 분명 손길이 거친 몬무스가 손님으로 들어왔던 거겠지. 등에는 손톱자국까지 남은걸 보니 성관계까지 요구했을지도 모른다.

태양의 가정사가 안좋은걸 들어 아는 진혁은 그런 그를 보고는 응급처치킷트를 꺼내들었다. 일상인것처럼 태양은 껄떡이는 웃음으로 그가 발라주는 약의 통증을 참았다.


박진혁. 향년 47세.

2년전 20년 넘게 일하던 회사에서 구조조정으로 해고되었다.

아내와 이혼하면서 삶이 팍팍해진 것도 있지만, 덩달아 데려온 딸은 좋은 대학에 보내고자 명문사립대에 입학시켰던 것이 그에게는 큰 자금 문제중 하나였다.

그런 상황에서 누가 해고될줄 알았겠는가. 돈을 벌고자 결국 회춘약을 마시고 이런 업종에 뛰어들게 되었다.


"후우..."


차가운 새벽바람을 맞으며 과거회상을 하던 그는 편의점 벽보에 붙어있는 "딸기우유 1+1" 행사 포스터를 보았다. 그러고보니 딸이 딸기우유를 참 좋아했지. 어느새 그의 손에는 딸기우유가 6개 담긴 봉투가 들려 있었다.

전자도어락을 누르며 들어온 집은 따스했다. 딸에게 가스비 아까지 말라 말했던걸 떠올린 그는 가계부에 가스비 추가지출을 써야겠다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도 '딸에게 쓸걸 아까지 말아야지' 라는 그만의 철학을 되새기며 시계가 6시가 되는 걸 확인하였다.


"연지야. 자니?"


등하교 왕복 3시간이면 자취가 낫다지만 자취생의 삶을 살아본 그로서는 그녀가 자취하다 몸 상하는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했다.

몰래 알바해서 모은 돈으로 자취하겠다던 딸을 말리던 그때가 떠오른 그였다. 장한 딸. 비록 그가 하는 일은 부끄러울지라도, 그녀가 부끄러운 일을 하며 살아가도록 만들고 싶지 않은 그였다.

그러기 위해선 그는 얼마든지 망가질 수 있었다.


"연지야, 너 오늘 미팅 있다며"


이불속에서 보라피부의 팔 두쪽이 팍 튀어나왔다. 양갈래로 쫙 펼쳐진 팔은 이젠 작아진 몸, 그리고 밤새 접대하며 빼온 체력으로는 버거웠지만 한숨을 폭 쉬면서 그는 그녀에게 안겼다.


"이제 이십 후반인데 아직도 어리광 부려서 돼겠어?"

"우~"


딸아이의 야유를 받으며 그녀의 등에 팔을 두른 그는 천천히 그녈 일으켰다. 이혼한 아내와 똑 닮은 아이는 진혁의 마음씨를 물려받았는지 여리면서도 강하였다. 그 여린 면이 어리광으로 드러나서가 문제였지.

그리고 진혁도 이런 어리광이 내심 싫지는 않았다. 언젠가 그녀가 데려올 남자에게 넘겨주고 싶지 않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않은 이쁜 딸이니까.


"일어나서 씻어"

"알겠어..."


175는 훌쩍 넘은 큰 키의 딸은 130도 안되는 아빠에게 등을 두드려지며 욕실로 들어갔다. 물소리와 함께 그녀의 아침이 시작되는 소리가 그의 귀에 들려왔다.




"아빠 이번 주말엔 쉴 수 있어?"
"주말에? 으음..."


박연지 그녀에겐 아침, 박진혁 그에겐 저녁인 식사이후 연지는 뿔을 다듬으며 물었다.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 시사회에 당첨됐거든. 마침 일도 끝났는데, 나랑 같이-"

"미안. 아빠 주말에 일있어"


언제나 그렇듯 어설프게 웃으며 그녀의 부탁을 거절하는 진혁이었다. 주말은 피크시즌이다. 달에 한번정도 빼먹을순 있지만, 밀린 병원 간다고 이미 휴가를 한번 쓴 그에게 이번주 주말에 벌어두지 않는다면 다음달 생활비가 걱정될 레벨이었다.


"다음달 초에 부장님이랑 얘기해서 휴가낼 시간이 돼는지-"

"아빠"


뿔을 다듬던 우드파일을 내려논 그녀의 눈은 꽤나 진지했다.


"나 이번에 MG 그룹 법무팀에 러브콜받았어"

"...뭐?"


설거질 하던 손을 멈췄다.

MG 그룹.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전 회사가 병합되며 구조조정을 시킨 회사도 MG 그룹 계열사였다. 그당시 시위도 나가보자며 같이 해고된 직원들과 힘을 합치려 했으나, 어디서 뒷돈이라도 먹은건지 하나 둘 의견을 접고는 사라졌다.

그는 그렇게 다른 회사에서도 꺼려지는 사람이 되었다. 어찌보자면, MG 그룹은 그가 여기까지 떨어진 원인이기도했다.


하지만...


"우리딸, 드디어 아빠 호강시켜주는건가?"


그래도 그는 딸이 중요했다. 평생에서는 짧을지라도 고통스런 2년동안 한 고생에 드디어 보답받는가 했다.

딸아이가 잘된다면 남은 건 그가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노년준비와 대출상환 뿐이었다. 한시름 놓는다는게 왠지 딸아일 짐으로 여겼던거 같아 내심 자기혐오가 일던 그였다.


"그러니까 일 그만두면 안돼?"

"안돼"


그녀의 답은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진혁의 명의 앞으로 그녀의 학자금 대출관련 우편을 딸에게 들켰을때부터 그녀는 저런 태도를 고수해왔다.


"아빠, 제발..."

"너 사회생활초년생이 얼마나 돈이 궁한지 알아? 새 정장도 사야하고, 안꿀려 보이려면 시계도 괜찮은거 차야하고. 벨트도 이상한 네임 붙은거 끼면 무시받고. 그런거 몰라?"

"..."


설거지하던 장갑을 벗어던진 그는 시무룩해진 연지 맞은 편에 앉아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박연지. 예전에 말했지. 네 공부할때 쓰는 돈은 아빠가 다 책임지겠다고. 그건 우리 딸이 취직해도 아빠가 다 책임져야 하는거야"

"그치만-"

"넌 그냥 첫월급 받은 거중 20만원만 딱 돈봉투에다 담아주면 돼. 그리고 그돈으로 아빠랑 MIPS라도 가자. 어때?"


결국 연지는 고갤 끄덕이고 말았다.




"진혁씨, 오늘은 VIP들 오니까 애들 마음 좀 단련시켜 놔요"

"옙"


락커룸에 들어온 헬하운드 경호실장의 말에 그를 비롯한 호스트들이 옷과 화장을 매만졌다. 1년 넘게 버티는 이가 없는 이 직종 상 그만한 베테랑이 없는 만큼 살롱에서 그에게 거는 기대는 크며 신뢰도 깊었다.


"실장님. 혹시 어디쪽 분들인지 알 수 없습니까?"
"MG쪽 사람일 겁니다. 보니까 의원도 한분 모셔온다는거 같은데 조심하세요"

"아이고..."


이번 밤은 다사다난한 하루가 될 것임을 직감했다. 불안해 하는 신입 애들을 달래며, 금태양과 편성표를 다시 짜며 논의에 들어갔다.


"아저씨 힘내. 오늘 잘돼면 내가 매니저한테 보너스 좀 달라고 찔러볼게"

"고맙네"


금태양의 응원을 뒤로하며 그는 몇개월 같이 일한 신입들을 데리고 VIP룸 앞에 섰다. 아마 안에서는 부어라마셔라를 시작하며 저쪽도 새로 데려온 신입을 괴롭히며 호호깔깔 하고 있겠지.

언제나 그랬듯 그럴것이다. 그는 숨을 한번 깊게 들이마쉬고 노크후 문을 열었다.


거기서부터 다사다난한 하루가 시작되었다.


"누나들 안녕하-"


촥!


물이 부딪히는 소리가 방안 가득 울러퍼졌다. 물론 방에 들어오던 진혁과 호스트들에게 맞은 물보라는 아니었고, 룸 한가운데 서 있는 두 데몬 사이에서 난 소리였다.


양쪽다 쌍둥이라도 된듯 판박인 얼굴이었다. 뿔모양조차 같은 걸 보아하니 피가 이어져 있겠지.

오른쪽은 딱봐도 나이가 있어 보였다. 차분하지만 날카로운 눈매와 화장으로 숨겼다지만 아주 살짝 보이는 눈주름이 그 증거였다.

왼쪽은 그와 반대였다. 나이가 조금 들어보이는 데몬을 어리게 만들고 순둥이 성격을 섞어놓은 듯한 모습이였다. 그래, 마치 박진혁 본인의 딸과 같은-


"연지?..."


그도 모르게 중얼거렸지만 다행히 아무도 듣지 못했다. 그를 따라온 신입들도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스러워 하고 있었으니까.


"박연지, 의원님께 뭐하는 짓이야!"


연지가 소속됀 그룹이 MG 법무팀이였지. 그러니까, 아마 박연지 그녀에게 윽박지르는 저 남자는 아마 그녀의 상사일 것이다. 그는 연지의 팔을 부여잡으려 했지만 오른쪽 데몬, 그러니까 의원으로 불린 여성이 팔을 들어 제지하였다.


"괜찮아요, 아는 사이랍니다."

"아는 사이래도 보자마자 술을 붓진 않습니다!"
"제 딸이에요"


헉, 하는 소리가 그룹쪽 사람들 입에서 튀어나왔다. '데려온 똘똘한 부하가 알고보니 국회의원 딸내미였다 뿌슝빠슝?!' 식의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야 연지는 주위에 관계를 알리고 다닐 아이가 아니니까.

그리고 그걸 알리고 싶지 않은만큼, 그녀의 어머닐 미워했다. 진혁 그가 말릴 정도로.


"많이 컸구나."
"..."

"싫으면 입을 꾹 닫는것도 아빠를 닮았네. 역시 우리 딸이야. 그치 여보?"


물론 진혁도 그녀만큼 아내를 미워하고 있었다. 굳이 이런 상황에서 자길 부르는 그녀의 성격을 아니까.

연지의 시선이 그녈 따라 그에게 옮겨왔다. 여자아이처럼 꾸미고 고객에게 애교부리는, 드라마같은데서 나올법한 직종에 딸 몰래 몸을 담고있는 아빠에게 말이다.


화장하고 꾸몄다지만 누군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아빠. 소싯적부터 그녀가 변호사가 될때까지 그녀에게 힘든소리 하나 안하던 아빠.

2년전부터 갑자기 몸에서 술냄새와 화장품, 그리고 여자냄새가 베여있기 시작한 아빠.

눈치채지 못한 척 했어도 내심 걱정과 의심이 가득했던 그녀였지만, 사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건 급이 달랐다.


"우리 연지 키운다고 고생많았어. 이렇게 어엿하게 로펌에도 들어가고, 나중에 나 따라 의원도-"

"잠시 나갈까?"

"싫은데?"
"김지애"


2년만에 이름을 그의 목소리로 들어선가, 설레는 맘에 괜시리 그의 맘대로 해주고픈 김지애였다.




"자, 여기"


그녀가 들이댄 담뱃곽을 살피었다. 검은색 줄무늬가 있는 붉은 담배 브랜드. 그와 그녀가 처음으로 공유했던 같은 점.

그녀는 여전히 그때와 같은 담배를 건내었다.


-찰칵,찰칵


라이터를 켜봤지만 불이 붙지 않는다. 그때와 똑같다. 먼저 담밸 문 그녀는 진혁이 내던지던 라이터를 보더니, 담배 끝자락을 그에게 들이대었다. 마지못해 그는 불붙지 않은 담배를 내밀어 담배키스를 하였다.


둘다 폐 깊숙히 담배연기를 흡입하고, 동시에 깊은 한숨과 함께 연기를 내뿜었다.


"어려진 당신도 마음에 드는 걸"

"왜 온거야"

"MG그룹 법무팀에서 접대한다길래. 이번에 남성인권법 개정안에 본인들 입맛좀 맞춰달라는 거겠지"


위로 올려다본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눈가에 주름 한두가닥 생겨봤자, 옛날 진혁 그가 설렜던 김지애의 매력은 아직도 넘쳐흐르고 있었다. 그녀와 그 사이의 비틀린 부부계약만 아니었다면, 둘은 여전히 하하호호 웃으며 있겠지. 부부가 서로의 매력에 빠져있는채로.


하지만 그렇지 않으니까 진혁은 그녀가 싫었다.


"연지가 법무팀 들어간 건 알고 있었어?"
"엄마가 어떻게 그걸 모르겠어? 오늘은 단순 우연이야. 나는 로비도 하는 겸 당신 얼굴 보러 온거 뿐이야"

"접근금지명령이라도 신청해놔야겠네 진짜"


역겨워 죽을거 같은 진혁이였다. 그렇게까지 그를 괴롭히다 이혼당했으면서 아직도 집착하는걸 보면, 그녀는 여러 의미로 의원직에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저기 여보"

"박진혁"

"여보가 좋아, 창남새끼가 좋아?"


턱 하고 그의 머리 위로 가녀린 손이 얹혔다. 그녀는 여전히 그를 통제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가 더이상 바라지 않는대도, 게약이 파기되었음에도, 그것은 그녀의 마음속 계약으로 영원히 자리잡아 진혁을 아직도 괴롭히고 있었다.

만약 그가 여기서 거부한다면 곧바로 머리챌 붙잡고 가학적인 면을 보일 것이다.

그런 모습은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둘이 서 있는 곳이 한적한 뒷골목이라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다니는 곳이었다.


"그럼 여보, 이제 우리도 다시 결합할 때 되지 않았을까?"

다시 결합해봤자 과거의 고통이 반복될 것이다.


"딸도 독립할 떄가 되었지. 아빠래도 어리광은 그만 받아줘야 할거고. 이제 부부 둘의 행복한 노후를 설계하는게 우선 아닐까?"

행복할리가 없다.


"당신이 원하는대로 계약하도록 할게. 원한다면 로펌도 붙여줄게. GB&TNK 그룹 알지? 그쪽 출신들이라면 믿을 만 할까?"

어차피 그쪽도 김지애의 편일 것이다. 그녀 입맛대로 놀아날게 뻔하다.


"난 아직도 당신을 사랑해. 당신도 그렇지?"

슬프게도 이건 진실일 것이다.


벽에 기댄 그를 가두듯 위에서 내려다보는 그녀는 위압적이었다. 사랑에 빠져 수단 가리지 않는 계약의 악마, 그 편린이 그녀에게서 비춰지는 것 같았다.




[AM 03:00]

휴대폰 시계는 오전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평소보다 일찍 퇴근할 수 있었다. 그녀의 입김이 들어간 것인지 그 깐깐하던 총관리자마저 그에게 싹싹하게 굴며 그를 조기퇴근 시켜주었다.

집은 깜깜했다. 보일러도 켜져 있지 않았고, 불을 켜보니 현관에는 널부러진 신발과 벗겨져 있는 스타킹이 있었다. 그 앞에는 정장웃옷. 와이셔츠. 치마...

옷 한장한장이 거실로 이어져 가 있었다. 그곳에는 속옷바람으로 TV를 초첨흐린 눈으로 보고있는 박연지가 있었다.


그녀에게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몰랐다. '사실 아빠는 몸을 팔며 네 학비를 벌어왔단다!'란 답을 어떤 아이가 듣고싶겠는가. 근데 그걸 말 대신 눈으로 확인해버린 그녀가 얼마나 상처입었을지 그는 헤아릴 수 없었다. 속여왔단 미안함에 스스로를 자책하며 그는 냉장고에서 딸기우유를 한팩 꺼냈다.


"연지야?"


그러고 평소처럼 다정하게 그녈 불렀다. 컵에 우유를 가득 채우고, 쟁반에 받쳐 그녀에게 다가갔다. 눈물로 망가진 화장을 냅둔 채 TV를 보던 그녀는 눈앞에 가져다진 컵에 시선을 옮겼다.


"한잔하고 이야기 할까?"


그것을 끝으로 이성적인 얘기는 끝이 났다.


진혁은 혼란했다. 쳐내져 쏟아지려는 딸기우유에 시선이 팔려있을때, 그의 딸은 어느새 일어나 그를 밀쳐눕히고 있었다.


"연지야? 혹시 취했니?"


그렇다고도 할 수 있는게, 그녀의 눈은 흐리멍텅했다. 마약중독자라도 된거마냥 흐트러진 초점은 그녀가 취한 것처럼 보일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술냄새는 나지 않았다.


"아빠는... 몸 팔아서 돈, 벌어오는 거였지?"
"연지야, 아빠가 다 설명할게. 그게 말이야..."
"그러면 내가 아빨 사도 돼는 거 맞지?"


헤실헤실 웃기 시작하는 그녀의 손에는 오만원권 뭉치가 쥐여 있었다. 그걸 그녀의 아빠한테 뿌리더니, "아빠가 잘못한거야" 라며 그녀의 브래지어를 풀기 시작했다.


"박연지! 그만해!"

"아빠가 먼저 잘못한거야. 나한테 거짓말하고, 속이고, 숨기고..."


아빠의 불호령이 떨어져도 착했던 연지는 그만두지 않았다. 한손으로는 아빠의 양손목을 잡고, 나머지손으로 언제 그리 풍만해졌는지 출렁이는 가슴을 받치던 브래지어를 벗고 있었다.


"내가 아빠를 살게"


그녀 위로 붉은 양피지 하나가 생성되고 있었다. 진혁이 그토록 싫어하던 계약마법이 발동하고 있었다.

저 양피지가 쓰이는 계약이야 당연히 하나밖에 없다. 데몬들이 영생을 함께할 이에게 새기는 부부계약.


근데 그걸 딸에게 당한다는건 말이 달랐다.


"이제 일 나가지말고, 집에서 나 오는거 기다려주고, 몸도 챙기고-"

"박연지!!"

"앞으로 나한테만 몸 팔아야 해. 알겠지?..."


달빛과 TV빛에만 비쳐 음란히 빛나던 그녀의 몸은 서서히 그와 몸을 겹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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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추한글 봐줘서 고마운레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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