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지아는 굳은 얼굴로 카일을 바라보며 질문했다.

"카일, 당신 아키나라는 오우거 아가씨를 어떻게 생각해?"


카일은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했지만 안정을 되찾고 말했다.

"그건 또 뭔... 그리고 테레지아는 어떻게 아키나를 알고있는거야?"


"카일이 매일 나를 기리니까 실체화는 못 해도 투명한 유령 상태로 당신의 곁에 있을 수 있었어.

아무튼 아키나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성으로 생각하는지 알려줘."


"난 지난 3년동안 당신을 배신한 적이 없어. 물론 아키나한테는 미안하지만 여지껏 이성으로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

카일이 매우 당당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당신도 참 크크크. 여자가 그렇게 좋다고 고백하고 따라다니는데 그냥 눈 딱 감고 해버리면 될걸 지금까지 참아낸 게 신기해."

테레지아는 왼손 검지와 엄지로 만든 링을 오른손 검지로 왕복하는 행동을 취하며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런 나만 사랑해주는 모습에 매번 반했지 나도."


"테레지아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역시 바람핀다는 기분을 버릴 수가 없어서 그저 당신만을 생각하고 싶어서 그렇게 살아왔어."


"그래 아주 잘 알고 있어. 나와 결혼한 뒤부터 내가 없는 지금까지 당신이 다른 여자에 눈길조차 주지않고 심지어 자위까지 안 한 사실도 말이야. 하하하 누가 보면 사제인 줄 알겠어 카일."


카일은 약간 부끄럽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며 조용히 테레지아를 쳐다봤다. 그런 모습이 또 재밌는지 한참을 웃던 테레지아는 다정한 얼굴로 카일을 마주보며 이야기를 꺼냈다.


"있잖아 카일. 내가 죽을 때 했던 말 기억나?"


"당신 몫까지 합해서 행복하게 살라는 거?"


"그래 잘 기억하고 있네. 내가 행복하게 살라는 건 당신이 새로운 짝을 만나서 새롭게 사랑을 하고 우리한테 없던 아이도 낳아서 알콩달콩 예쁘게 살라는 거였어."


"하지만 그런ㄱ..."


"카일 당신이 날 잊지 않고 기리는 건 솔직히 감사하고 행복했지만 오늘 내가 소멸하고도 당신이 매일 날 기리며 슬퍼한다면 떠나는 나의 마음이 너무나 아플거야."

테레지아는 말을 잠시 끊고 카일을 등지고 창가에 다가가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카일 그리고 아키나양이랑 알게 된 것도 거의 3년이 되어가지? 아키나양도 카일을 오랫동안 포기하지 않을 텐데 그건 그녀한테도 너무 가혹한 일이 아닐까?"


테레지아가 빙글 돌아서며 카일에게 상반신을 숙여 보이며 마저 이야기를 했다.

"그러니까 카일 3년이라는 시간 충분했으니까 이제는 당신의 행복을 찾아주세요. 그게 이 세상에 남은 저의 집착이며 간절한 소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