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가출해서 친마물국과 반마물국을 떠돌던 몬붕이,

몬붕이는 친마물국에서 스승을 만나 세공술을 배우게 되는거야.


그리고 세공사로서 수련을 끝내고 스승에게 인정받은 몬붕이는

스승한테 자기 밥그릇 뺏지 말라고 살던 곳에서 한 소리 듣고 쫓겨나는 거지.

사건의 진상은 스승의 아내인 시로헤비가 자꾸 자기 남편 시간을 뺏는거에 질투폭발해서

밤에 스승을 요리조리 괴롭혀서 자기 뜻대로 조종한거지만 말이야.

물론 몬붕이가 독립할 실력이 아니었다면, 스승은 고문에 꿋꿋하게 굴하지 않았겠지만

몬붕이는 이미 훌륭한 세공사였고 시로헤비의 달콤한 고문은 스승을 그녀의 행복한 인형으로 만들기에 충분했지

몬붕이는 실력증진과 독립을 위해 집을 나서는데 용황국으로 가는거야.


드라고니아에 도착한 몬붕쿤.

몬붕이는 거리를 둘러보았지만 너무 활기차고 시끄러워서 그만

아직 야생드래곤과 구마왕 시대 '악룡'이라고 불린 존재들이 가득한 산을 가버리는거야.

물론, 알고 간 곳은 아니었고, 조용하고 마력도 충만해서 마석을 세공하기에 좋았거든.

그런데 이건 몬붕이가 멍청했던게, 마력이 충만한 곳이 적막하다는 것은 당연히 날아다니는 재앙인 악룡이 산다는거거든.


몬붕쿤은 여러 산과 동굴을 둘러보다가 마음에 든 한 동굴 속에 들어갔어.

동굴이 너무 커서 끝까지 탐색하지는 못했지만 마음에 드는 공동 하나를 찾아서 자기 공방을 차렸지.

그렇게 몬붕이는 동굴 속 생활을 시작했어.

세공이 끝나면 마을로 내려가 돈을 얻고 물자를 조달했지.


여느날처럼 몬붕이는 자기 공방에 돌아와 작업을 시작하려는데,

굉장히 귀중한 S급 마석이 있는거야.

몬붕이는 홀린 듯 마석을 바라보다 정신없이 세공을 시작했지.


어느덧 3~4시간이 흐르고 겨우 기초작업을 끝내고 숨을 돌리려던 몬붕이.

갑자기 옆에서 '겨우 봐줄만 하군'이라는 소리가 들리는거야.

화들짝 놀란 몬붕이가 돌아보자 그 곳에는 흑백을 구현한 듯한 드래곤이 있었지.

칠흑처럼 까만 머리와 옷을 입고, 창백한 피부를 가졌지만

그 위압감은 지상의 왕자처럼 압도적이다 못해 불길하기까지 했어.

알고보니 구마왕 시대에 유명한 악룡이었던거야.


몬붕이는 그 불길한 존재감에 뒷걸음치고 악룡은 몬붕이한테 한발짝 한발짝 다가오는데

결국 몬붕이는 동굴 벽면까지 밀리고 무표정한 악룡은 그런 몬붕이와 찐한 아이컨택을 하는거야

악룡은 몬붕이가 본성이 무해한 것을 알고 물러나고,

긴장이 풀린 몬붕이는 그제서야 악룡한테 당신은 누구고,

여기는 내 공방인데 어떻게 들어온거냐고 묻는거야.


무표정한 악룡은 피식 웃으면서 이 동굴은 자기 것이고

휴면 중에 주인의 동의없이 살림을 차린 것은 몬붕이라고 이야기하는거야.

곤란한 상황인 것을 알아챈 몬붕이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악룡한테 자기는 이곳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그 대가로 자신이 세공한 것들의 일부를 바치겠다고 한거야.


드래곤하면 또 보석을 탐내고 공물을 받는게 너무 당연하잖아?

또 구마왕 시대 이후 오랜 휴면기에서 깨어난 악룡은 욕구불만이라 그 제안이 마음에 들었어.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자신이 선택권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의 가학심을 자극하고,

동굴에 남아있겠다며 결국 자신의 소유가 되겠다고 약속한 몬붕이였어.

몬붕이가 세공한 것들? 어차피 몬붕이가 자기 레어안에 살겠다고 한 순간부터 몬붕이의 모든 것은 악룡의 것이었지.

마치 농장과 농장주인처럼 말이야.


아직도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토끼처럼 악룡을 보는 몬붕이.

그런 악룡은 자기가 왕년에 공포의 상징으로 날라댕기던 시절을 생각하며

정신적인 만족감을 얻는거야. 덤으로 그가 만들 보물도 얻고 말이야.

그렇게 몬붕이는 전설적인 악룡 것으로 마킹당하는거지.

사실 몬붕이는 그 사실을 몰랐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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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그 날 이후로 몬붕이가 작업할 때 옆에 악룡이 와서 구경하는 경우가 잦아졌어.

처음에는 무섭고 두려웠지만, 익숙해지니 조금은 편해졌어.

거기다 종종 구경 올 겸 세공에 쓰라고 최고급 보석을 주는데,

몬붕이는 보석을 받고 행복해하면서 또 고마움을 느끼는거야.

악룡이 올 때마다 반가움마저 느끼께 되었어.


그런 모습을 본 악룡은 뿌듯함을 느꼈지만 전혀 아깝지는 않았어.

왜냐면 이미 악룡은 몬붕이를 자기 소유의 물건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보석을 이용한 현금술도 일종의 파블로브의 개 처럼 몬붕이를 만들어서

악룡이 몬붕이에게 도움이 되고, 또 자신을 보면 반기도록 만드는 조교행위이었던 거야.

물론 악룡은 노리고 한 것은 아니었고, 사악한 본능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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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붕이와 악룡은 점점 가까워졌어.

보물을 탐하는 악룡은 몬붕이가 만드는 보물이 마음에 들었고,

보물을 만드는 몬붕이는 악룡에 게 있어서 최고의 보물이 되었지.

악룡은 몬붕이에게 계속 값진 보화를 주면서 몬붕이의 창작욕을 만족시켜줬어.

또, 몬붕이는 쌓아놓은 식량으로 요리를 통해 악룡의 미각과 식욕을 만족시켜줬지.

악룡은 몬붕이의 공동 옆에 커다란 방을 뚫어 바로 옆에서 동거하기 시작했어.

그가 만든 보물들과, 가장 값진 보물인 몬붕이가 도망가지 않게 항상 감시하기 위해서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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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붕이는 오랜만에 식량조달을 위해서 마을로 내려가기로 했어.

사실 동굴속에 오래 머물러 있어서 바깥 세상이 그립기도 했어.

마을에서 하룻밤 자고 상인과 거래도 하고 잠깐 휴가를 즐기고 올 계획이었지.

내려갈 준비를 하고 몇몇 세공품을 챙기는데 뒤에서 불길하고 소름끼치는 존재감이 느껴지는거야.

몬붕이는 처음 만났을 때의 악룡의 모습을 보며 두려움에 떨었어.

악룡은 그 동안 늘어지게 잠을 자며 몬붕이의 식사를 탐하던 식충이의 모습과는 달리,

새로로 쭉 찢어진 동공으로 몬붕이의 눈을 계속 아이컨택하는거야.

마치 둘이 처음 만났던 그 날처럼.


악룡은 몬붕이를 계속 쳐다보면서 어딜 가냐고 물어보는거야.

몬붕이는 세공품을 조금 팔고 먹을 것을 사와야 한다고,

그래야 악룡에게 맛있는 요리를 해줄 수 있지 않겠냐고 얘기하는거지.

그 말에 감동한 악룡은 잡아먹을 듯한 눈빛을 거두고 몬붕이를 보내주는거야.

그리고 악룡도 몬붕이를 위해 자그마한 선물을 준비하기로 결심했지.

몬붕이가 돌아오기 전까지자기의 마력과 발톱으로 가공한 목걸이를 만들어서

몬붕이에게 프로포즈하고, 기념비적인 첫날밤을 준비하도록 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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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악룡은 이미 몬붕이와 아이를 몇 낳을 것인지 혼자 진도를 팍팍 나가는 반면,

몬붕이는 자신이 세공품의 일부를 바치는 대가로 완전한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했지.

마치 건물에 세들어 사는 세입자처럼 말이야.

물론, 그것이 몬붕이 혼자만의 착각이라는 사실과, 앞으로 그에게 닥칠 재앙은 생각도 하지 못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