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으으..."



청하는 부스스 눈을 떴고 그곳은 낮선 공간이었다.


자신을 지탱해주는 침대, 밖이 보이는 창문 등 필요한 물품이 있는 평범한 방.



"설마... 아니구나."



백택에게 잡혀 온 줄 알았지만 아니다.


방의 구조와 놓여진 가구들이 전혀 다르다.



"일어 났니?"


"...누구시죠?"


"이름은 없어. 다른 사람들은 나 같은 마물 소녀를 전부 부기라고 부른단다."



부기는 그저 아무 것도 안하고 청하를 빤히 바라 볼 뿐이다.



"... 마물... 원하는 게 뭐야? 몸이야? 정기와 생명력? 원한다면 그냥 줄테니 내버려둬."


"난 너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을 거란다."


"뭐 미리 약이라도 쳐놓으셨어?"



마음이 병들어 자신을 구해준 부기에게 삐딱하게 나오는 청하, 하지만 부기는 오히려 그런 청하에게 더욱 친절하게 대해준다.



"몸이 괜찮아졌으면 식사하려무나. 아쉽게도 하루 밖에 시간이 없거든."


"하루?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내가 너와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



부기는 아련하게 청하를 바라보고는 그대로 주방으로 향했다.



"뭐야..."



일단 적의는 없어 보인다.


청하는 부기를 따라 주방에 들어섰고 식탁에는 맛있는 음식들이 놓여 있었다.








"먹으렴."


"... 고맙지만 입맛이 없어. 차나 마실레."



청하는 자리에 앉아 앞에 놓인 차만 홀짝인다.



"힘들게 만들었는데 아깝잖니."


"내 몸은 내가 알아서 해."


"정말 안먹을 거니?"


"안먹어."


"그러지 말고 한 입이라도..."


"내가 알아서 한다고!!"


"어디서 큰 소리야! 예의 없게!!"



부기는 청하가 큰소리를 치자 음침한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소녀대장부 처럼 나와 청하의 등짝에 스메시를 날린다.



"아!! 따거워!!"


"부모가 음식을 만들어 줬으면 감사합니다~ 하고 먹어야지!"


"부모? 누가? 네가? 하! 너도 결국엔 그런 부류...!"


"식탁 앞에서 이렇게 큰소리 치면 안된다고 했지!"



부기는 억자로 닭 다리를 뜯어 청하의 입에 쑤셔 넣는다.



"으으으...!"


"날 못 믿는 건 알아, 하지만 오늘 하루 널 도울 수 있을 때만 제발 얌전히 있었으면 해."


"......"







다시 차분하게 청하를 대하는 부기, 어차피 적의도 없고 주변을 보니 위협이 될만 한 건 없다.


그녀가 말 한대로 딱 하루 뿐이니 찜찜하지만 그녀가 만들어준 음식을 먹는다.



"맛 있니?"


"괜찮네."


"그리고 어른 한텐 존대를 써야 한단다."


"어른은 뭔... 내 부모도 아니면ㅅ..."


"......"


"네. 맛있습니다..."



부기가 다시 손을 펴 올리자 청하는 그대로 부기의 말대로 행동한다.


한참을 식사를 하고 부기는 청하에게 왜 그런 곳에 있었냐고 묻자 청하는 힘겹게 자신이 겪은 일을 말한다.



"그래... 그런 일이 있었구나."


"딱 하루만 당신과 같이 있는 거라면 내일 바로 어머니에게 가려고요."


"포기한거니?"


"이렇게 뭣도 아닌 한심한 제가 뭘 더 하겠어요."



청하는 기죽은 모습으로 애꿎은 수프에 숟가락만 휘적인다.



"그 어머니란 분도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게 아닐 까 싶구나. 대화를 해보는 건 어떠니?"


"주장도 앞세우고 대화도 시도했지만 듣지 않아요. 그러니까 도망왔죠."


"그렇구나... 그럼 혹시 어머니를 증오하니?"


"...지금은요."



백택이 치치를 그렇게 만든 장본인이니 청하는 그녀를 증오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녀를 증오한다고 해서 청하가 백택을 어머니로서 사랑한다는 가족애를 버린 것은 아니다.



"지금은... 이라. 그럼 본래 부모님이었다면 어땠을 거라 생각하니?"


"저도 잘 모르겠네요.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분 다 돌아 가셔서."


"...아마 그 분들도 반대는 심했겠지, 그래도 떼 같은 억지가 아닌 진심을 보였다면 널 믿었을 거 같구나. 그러니까 억지와 논쟁이 아닌 제대로된 의지와 포부를 담은 대화를 해보는 게 어떻니?"


"저도 제 진짜 부모를 만나 본 적이 없는데 그쪽이 어떻게 그런 걸 알아요?"


"...글세..."



부기는 청하의 질문을 넘기고 그에게 말한다.



"그래도 널 그렇게 생각하고 피가 이어지지 않았음에도 널 이렇게 훌륭하게 키워 오셨잖니."


"역시 그냥 집에만 있어야 했던 건가요?"


"그건 또 아니지."



부기는 청하에게 다가와 꼭 끌어 안아주며 말했다.



"부모가 신경을 써주고 애를 써 애정을 줘도 결국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단다."


"......"


"그 무언가는 처음 만나는 인연, 친구, 연인 누구에게나 타인에게 받기도 하지만 결정적으로는 홀로 쟁취하는 수 밖에 없단다. 그렇기 위해 사람들은 태어나 성장하고 부모로 부터 독립해 더더욱 성장해 다시 부모에게 찾아가기도 하지... 자신이 부모에게 받은 것을 보답하기 위해."


"그게 그쪽이 독립의 이유인가요?"


"응."



'아...'



청하는 부기에게 포옹을 받으며 뭔가 익숙한 기분을 느낀다.


평소에도 느낀 기분이지만 부기에게는 뭔가 다른 차별점이 느껴진다.


익숙하면서도 잊고있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자신이 없어요."


"왜?"


"결국에는 엄마는 자신의 주장을 앞세워 들으려 하지 않으실 거에요. 그럼 대립은 불가피한데 전 엄마를 이길 자신이 없어요."



전 마왕군 사천왕, 모르가니아와 견줄만한 실력자인 백택을 이길 자신도 없고 도망치기만 해서는 백택이 치치처럼 주변 인물을 전부 죽일 것이 뻔하다.



"두렵니?"


"네."


"걱정마렴. 너라면 할 수 있단다."


"제가요?"


"사실 이 여행을 떠난 이유도 어머니를 위한 일 아니였니?"


"......"


"널 붙잡지 않아도 홀로 잘 할 수 있다고, 어머니가 생각한 것 처럼 넌 약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부기의 말을 들은 청하는 조용히 눈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너를 위한 인생이 아닌 어머니 자신을 위한 인생을 살라고."



청하는 부기의 마지막 말을 듣고는 그녀에게 돌아서 꼭 끌어 안아 펑펑울기 시작한다.



"그래... 다 털어 놓으렴..."



그렇게 청하는 한참을 울다 부기를 올려다 보며 물었다.



"정말... 제가 해낼 수 있을 까요? 어머니도 치치도 한스 선생님도 그 누구도 상처입히기 싫은데."


"걱정마련 넌 잘 해낼 수 있을 거란다."


"왜 오늘 처음 본 제가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죠? 당신은 데체 누구에요?!"


"난..."



그러고 갑자기 동이 천천히트자 부기는 비틀거리더니 기절했다.



"뭐야! 저기요?! 저기요!!"



청하가 부기를 깨우자 부기는 눈을 떴다.



"...너 누구?"


"네? 그쪽이 대려와 놓고는..."


"...넌 슬픈 아이가 아니구나."


"슬픈아이... 그렇죠?"



청하는 그녀의 그 말에 피식 웃더니 코트를 고쳐 입고는 부기에게 사과를 건내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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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



'정말 이걸로 된 것이냐?'


'네. 그 누구도 아닌 저와 그이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인 걸요.'


'남편은 백택에게 거두어진 것을 보곤 그대로 환생을 택했건만 그대는 어찌 저승의 시간으로 37659년동안 이곳에 머물며 그 하루를 위해 버틸 생각을 했던 것이냐.'


'어머니이니까요.'



그녀는 기쁘다는 듯이 활짝 웃었고 신은 그녀에게 하얀 문을 가리키며 말한다.



'가거라. 다음에는 새로이 마물소녀건 똑같이 인간이건 행복한 삶을 살길바란다.'


'감사합니다.'



그녀는 신이 보여준 당당한 모습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시 나아가는 청하를 보고는 안심하며 문을 열어 빛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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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붕이들 몬하~


본래 이런 설정이긴 했는데 연출과 스토리가 생각했던대로 안나옴 ㅅ ㅂ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조졌다... 이미 부기 출현시켰는데 어쩌지? 하고 끙끙앓고 검수하고 하고 해서 나온게 이런거 ㅠㅠㅠ



이번편은 억지도 많아서 딱히 와 닿지는 않을 거야 ㅠ 난 찌그러져있을 게ㅠㅠㅠㅠ



ps. 이거 남기는 거 잊어먹어서 남김. 내가 여태 쓴 글들 모음집임. 글 계속 올라오면 업데이트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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