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가든 이 치열하고, 지독한 전투에서 식량, 의료품, 장비, 탄약과 같은 지원 보급품들은 매우 중요한 기본이며, 이것들의 재고수량이 얼마만큼 있느냐에 따라, 전투의 승패가 갈린다.

그러나 여기서 제일 중요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는데, 바로 보드카다. 전쟁에서 보드카는 절대 없어서는 안되는 물건이다! 얼마나 가혹한 동장군이 찾아와도, 보드카 한병을 전우들과 돌려 마시면, 곧바로 온몸이 화끈하게 데워져서 마치 다 같이 바냐(ба́ня)에 들어온 느낌이다. 

큰 부상을 당했을 때에도 통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마셔도 좋고, 상처나 수술을 마친 수술부위에 뿌려도 좋으며, 의료용 수술도구를 담가 놓으면 깨끗하게 소독도 할 수 있고, 피난민이나 그 지역 사람들이 독일군이 있는 곳을 가르쳐 주면 그들에게 포상으로 보드카 한 병을 줘도 좋다. 

이럴 때 보드카는 전쟁으로 인해 불쏘시개 만한 가치도 없어진 종이쪼가리보다, 좋은 화폐 역할이 된다. 또한 T-34와 T-44같은 전차들, I-16, LaGG-3같은 전투기들과 폭격기들, 심지어 내가 몰고 다니는 지휘차량에도 보드카는 절대로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연료와 섞어도 되고, 아예 그냥 전차와 전투기 연료통에 보드카만 넣어도 얼마든지 기동이 된다. 탱크 데산트로 올라간 보병들에게 전차장이 해치를 열고, 연료부족 신호를 주면, 전차 뒤에 놓여 있는 보드카 상자나, 각각 보병들의 품속에 있는걸 꺼내기도 하고, 방금 입에 대고 마시고 있던 걸 곧바로 엔진에 번갈아 가면서 넣으면, 수 천 킬로 동안을 멈추지도 쉬지 않고도, 엔진을 기동시킬 수 있다.

덕분에 발트에서 바르샤바까지의 진격은 문제가 없을 듯 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겨울에는 반드시 연료와 보드카를 같이 섞어 쓰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해야 연료가 얼지도 않고, 터지지도 않는다.

그에 비해 꽁꽁 얼어서 동사된 저 독일놈들과 그들의 전차와 전투기들은 하나같이 얼음사탕(아이스 캔디)처럼 꽁꽁 얼어붙어 있다. 서부전선의 연합군들도 전차와 수송차량, 전투기들이 추운 겨울 날씨 때문에 진격속도가 많이 더디어졌다고 하길래, 보드카와 그에 맞는 사용 설명서를 좀 보내주었다.

그런데 고맙다는 말은 커녕 배은망덕한 전보를 보냈다. 요약하자면 아마 이런 내용이 었을 것이다. "장난치지 마라! 지금 상황이 어떤지 알고나 있는거냐? 술 마시고 전투 수송기에 술이나 실어 보내줄 시간 여유가 있으면, 지상 폭격기에다가 폭탄이나 더 실어서 기동시켜라!" 였다. 이런 천하의 바보천치들!
- 게오르기 주코프 소련군 원수의 일기장에서

바냐(ба́ня):찜질방

대충 키키모라가 왕성같은 존나 큰 장소에서 일하면 맨정신으론 못하니 자기 밑에 있는 메이드들한테 보드카는 필수라고 말하는거 보고싶다